위메이드가 자사 발행 가상화폐인 위믹스를 대량으로 매도했다.
먼저 위메이드 관계자는 장기간에 걸쳐 자사가 보유한 위믹스 중 일부를 매각한 사실에 대해서 인정했다. 그러나 위메이드 측은 매도 규모, 체결일, 수익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위메이드는 구체적인 추가 매각 계획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언급을 아꼈다.
다만, 위메이드 측은 매도 분량이 "시장 영향에 미치지 않을 정도"라고 단서를 달았다. "몰래 수천억"이라고 보도된 선행 보도와는 거리가 있는 대답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 '블록 이코노미' 확대를 위한 포석이라는 전망과 투자자의 등을 돌린 무책임한 행태라는 비판이 분분하다. '블록체인 게임의 기축통화'를 선언하면서 등장한 위믹스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 걸까?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 위메이드, 위믹스 팔아서 공격적인 M&A?
위믹스는 위메이드가 추구하는 '토큰 이코노미'의 핵심 자산이다. <미르4> 글로벌 버전에서는 드레이코와 교환가치를 지니고 있다. 위믹스의 가치 하락에는 다층적인 의미가 있는데, 투자자의 손실은 물론 게이머의 'P2E'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위믹스는 이렇게 게임에서 번 재화를 현금화할 때 사용되는데, 앞으로 위메이드는 이렇게 위믹스 코인이 쓰이는 게임을 100개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기사 송고 시점(2022년 1월 12일 18:00) 위믹스는 빗썸에서 9,600원 선에서 거래 중이다. 최근 위믹스는 또다른 유력 거래소 업비트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직접적인 전후 관계가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업계에서는 '위믹스를 팔아서 현금을 확보한 뒤 <애니팡>의 선데이토즈를 인수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021년 12월 공개된 위메이드의 선데이토즈 인수 규모는 총 1,367억 원 규모다. 정확히는 위메이드가 직접 선데이토즈를 거느리지 않고, '위메이드트리 싱가포르'를 출자한 뒤, 그 아래 다시 위메이드 이노베이션을 만들어 선데이토즈를 포트폴리오에 편입시켰다.
또 위메이드는 비덴트의 2대 주주로 있다. 비덴트는 유력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운영 주체로, 위메이드는 두 차례에 걸쳐 800여억 원을 투자해 비덴트 지분을 획득했다. 위메이드가 상장시킨 가상화폐 위믹스는 현재 빗썸에서 거래 중이다. 이런 상황 자체가 현행법상 문제는 없다는 것이 사측 입장이다. 특금법(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르면 지분 30% 이상 출자자와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가상화폐를 취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재 위메이드는 비덴트의 지분 13.56%를 소유하고 있어 문제를 피하고 있다.
작년 3분기까지만 해도 위메이드의 현금성 자산은 170억 원 수준이었다. 장부상 단기금융자산을 전부 합쳐도 800억 원 규모다. 위에서 언급한 두 번의 투자에 쓰일 '총알'로 위믹스가 활용되었다고 해석하기에 무리는 없어 보인다.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는 여러 차례 "위믹스 생태계 확장을 위한 M&A를 유례없이 과감하게, 글로벌하게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포고한 바 있다.
# 상장 기업 위메이드, 핵심 자산 위믹스가 어떻게 쓰이는지 '깜깜'
코스닥 상장 기업인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정확히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는 명확히 공시되지 않고 있다.
재무제표에서 위믹스는 '기타의 무형자산'에 해당한다. 3분기까지 DART(전자공시시스템)의 기타 무형자산 보유분은 600억 원 수준이었다. 국내 상장사에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은 기업이 보유한 암호화폐가 판매 목적이면 재고자산, 그 외의 경우에는 모두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년도 3분기 위메이드 재무제표를 보자.
(출처: DART)
투자계에서는 이 600억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다. 12일 현재 빗썸에서 확인되는 거래 중인 위믹스의 시가 총액은 1조 원을 훨씬 상회한다(위믹스 1 ≒ 9,348원 기준 → 1,139,696,724,849원 / 현재 가격 * 서큘레이팅 공급). 위메이드가 보유 중인 전체 위믹스를 포함한 총액을 환산해보면 약 9.4조 원이다.
4분기에 위믹스가 특별히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볼 수 있지만, 기타 무형자산 600억과 현재 위믹스 시가총액 사이에는 상당한 갭이 있다. 기타 무형자산에 위믹스가 아닌 다른 자산이 포함되어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투자자와 게이머는 위메이드가 얼마만큼 위믹스를 쥐고 있는지 제대로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위믹스의 전체 발행 물량은 10억 개. 초기에 약 9억 개를 위메이드가 지니고 있다고 공개됐다. 현재 위메이드는 약 8억 개의 위믹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메이드는 회사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위믹스를 현금화했으며, 이는 이미 예견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1억 개 미만의 코인을 팔아서 투자에 썼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그러나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어떻게 운용하는지는 공시와 같은 공식적인 발표가 아닌 아닌 사후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예전부터 회사가 위믹스 자산을 '당기손익으로 인식해 영업실적으로 잡았을 수 있다'는 의문이 왕왕 제기되지만, 상술한 이유로 확인은 되지 않는다.
위메이드는 이번 일로 "앞으로 공식 채널을 통해 위믹스의 운용에 대해서 밝히겠다"라고 전해왔다. 이 '밝힘'이 상장사의 의무에 해당하는 공시인지, 별도 채널을 통한 공지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참고로 대규모법인이 지닌 자본의 2.5%가 넘는 매각이 발생했을 때는 공시를 해야 한다. 위메이드는 상장사이므로 자산 처분 공시의 의무를 진다.
# 자사주를 이렇게 처리했다면?
위메이드의 현재까지의 위믹스 매도에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위믹스 백서(Whitepaper)에 의하면, 위믹스의 투자 계획을 밝혔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영문으로 된 위믹스 백서를 읽어보면, 위메이드는 위믹스 보유분의 74%를 생태계 확대를 위해서 쓸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 M&A가 전략으로 채택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백서는 위메이드가 '이렇게 하겠다'라고 발표한 서류일 뿐, 가상자산의 법적 책임을 근거하는 문서는 아니다.
위믹스 사용 계획을 밝힌 위믹스 백서
정치계와 투자계는 이번 일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 "주식이었으면 미공개정보 이용행위로 민형사상 책임이 따르는 행위일 것"이라고 비판하며 "가상화폐 분야에도 입법이 필요하다. 법적인 규율이 생겨야 이러한 행위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실이 입법을 추진 중인 '가상자산법'에는 가상자산 사업 신규 진입, 분쟁조정, 피해자 배상, 고객 보호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익명을 요구한 블록체인 관련 애널리스트는 "공식적으로 위믹스 생태계 확대를 위한 선택이라고 했지만, 진위 여부를 떠나서 오해받을 수 있는 행동"이라며 "P2E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 때문에 규제 강화의 명분으로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