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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에 자격증이 필요한 이유를 아시나요?

정부 발언 뒤 21개 자격증 우후죽순, 업계에서는 "그런 게 있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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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2-01-13 16:07:50
우티 (김재석 기자) [쪽지]
[논란/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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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에 자격증이 필요한 이유를 아시나요?

정부 발언 뒤 21개 자격증 우후죽순, 업계에서는 "그런 게 있었느냐"

알고 계셨나요? 메타버스에 자격증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것도 21개나 말입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12월 30일 '미래유망 신직업 발굴 및 활성화 방안'을 논하면서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콘텐츠 가치 평가사 등 총 18개의 신직업을 발굴해 국가자격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시장 안착을 지원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메타버스 크리에이터가 미래유망한 신직업이며, 이에 따른 프로그램과 자격증을 도입한다는 것인데요. 홍 부총리는 "디지털·기술혁신 등으로 인한 노동시장 구조변화에 더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메타버스 자격증만 21개... 국가공인은 하나도 없어

 

정부 발표가 나자 우후죽순 관련 자격증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주무 부처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둔 민간 자격증들이죠.

 

대표적으로 한국소셜미디어전문가협회는 곧 제1회 메타버스 강사 자격시험을 실시합니다. 온라인으로 치러지는 이 시험은 메타버스 개념, 사례, 기능에 대한 필기 시험과 메타버스 아이템, 콘텐츠 제작 등의 실기 시험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오는 15일까지 접수를 받고, 17일에 곧바로 시험을 본다고 합니다. 응시료는 10만 원입니다.

 

한국소셜미디어전문가협회는 4차산업혁명연구원, 한국메타버스연구원, 국제비대면교육협회, 한국소셜미디어진흥원, 한국1인미디어산업협회를 함께 운영 중인 곳입니다. 이 자격증은 민간자격등록을 받았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주무부처로 한다고 합니다. 여담으로 한국메타버스연구원 홈페이지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 포스터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더군요.

 

워너브라더스가 눈치채기 전에 연구원 메인 이미지는 빨리 바꾸셔야겠습니다.

 

근래 메타버스 관련 자격증이 21개가 생겨났습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운영하는 민간자격정보서비스(PQI)에 따르면, 메타버스 전문가, 메타버스 활용 지도사, 메타버스&NFT 큐레이터, 메타버스 기획 전문가 등 총 21건의 메타버스 관련 자격증이 검색됩니다. 자격번호를 살펴보면 2021, 2022년도에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민간자격에는 국가공인민간자격과 국가등록민간자격이 있습니다. 자격증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취업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공인 자격증을 더 높게 치는 경향이 있는데요. 21개의 메타버스 관련 자격증은 모두 국가'등록'자격증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등록자격증의 효용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정부 부처가 있다고 하더라도  자격증 제반 관리를 민간에 맡기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2021년까지 총 44,257개의 민간자격이 운영 중인데, 10년 전 1,053개에 비해 43배 폭증한 것입니다. 실체가 모호한 자격증이 취업시장에 혼란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등록자격증의 감시를 강화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PQI에서 검색되는 메타버스 자격증은 무려 21개, 모두 민간 자격증입니다. 모두 신생 자격증으로 응시자는 아직 없습니다.

 

# "메타버스 자격증 들어본 적 없다"는 메타버스 업계

 

흔히들 메타버스의 프로토타입을 게임이 제시했다고 하죠. 게임 관련 자격증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되돌아보면 메타버스 시장에서 자격증의 쓸모를 짐작해볼 만할 겁니다. 

게임 국가기술 자격, 일명 '게임자격증'이라 불리는 검정이 있습니다. 2003년에 시작된 검정인데 무려 17년간 계속 진행됐습니다. 게임기획, 게임그래픽, 게임프로그래밍 3가지로 분류되어 분야마다 전문성을 가져간다는데, 막상 게임업계에서는 이 자격증의 보유 여부를 별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유명무실한 자격증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죠.

작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보고서에는 게임 자격증에 응시한 응시자들이 취업이 아니라 학점 때문에 시험을 쳤다는 답변을 내놓아 씁쓸함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이에 작년 국정감사에서는 국가 검정 게임 자격증의 폐지까지 언급되었습니다. 국정감사에서 콘텐츠진흥원장이 "폐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답변하고 나서야 자격증의 존재를 알게 됐다는 반응도 있었죠. 그 정도로 쓸모가 마땅치 않은 자격증입니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게임 검정 자격증을 요구하지 않고 있습니다. (출처: 배현진 의원실)

 

국가 공인 게임 자격증도 이렇게 존폐 위기에 놓여있는데 민간이 발급하는 '메타버스' 자격증은 어떨까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한국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을 운영 중인 기업의 관계자는 "메타버스에서의 전문성을 어떻게 정의할까 하는 부분에 의문이 크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이어서 메타버스 자격증은 "실제 업계에서 쓰이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쓰일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답변했습니다. 일선에서 쓰임새가 미미한 게임 검정과 비슷한 셈이죠. 

<마인크래프트>로 메타버스 공간을 제작·납품하는 사업을 하는 다른 관계자는 "그런 게 있었느냐"라고 반문했습니다. 기자가 간단한 설명을 하자 "과연 얼마나 잘 쓰일지 모르겠다. ITQ(정보기술자격) 같은 공인 자격증이라면 몰라도 아직 메타버스가 뭔지도 합의가​ 안 되어있는데 자격증부터 나와서 될 일인가 싶다"라고 답했습니다.

 

 

# 메타버스 자격증을 따려면 무엇을 공부할까?

 

21가지 메타버스 자격증을 발급하는 곳 중 한 곳에 연락을 취해봤습니다. 메타버스 교육 관련 자격증이었습니다.

강연 후기를 살펴보니 NFT, 블록체인, PPT 만드는 방법, 동영상을 gif로 추출하는 방법 등이 주요 커리큘럼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교육은 자격증 시험 주체에서 유료로 진행 중입니다. <제페토>나 <개더타운>을 활용해 콘텐츠 제작 실습을 하고 있는데, 유니티나 파이썬은 따로 가르치지 않는 듯했습니다.​

이곳에서 메타버스 자격증을 취득하면 어디에 쓰일까요? 직접 전화로 문의했더니 "요즘 평생교육원이나 지자체에서 메타버스 강연을 많이 하는데, 관련해서 (강사를) 모집할 때 우대" 받는다고 하더군요. "보름간 메타버스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며 현재 7기생을 모집 중"이라고 합니다.

메타버스 업계에서 자격증을 찾지 않는다면, 이런 것들이 '미래유망 신직업'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모 자격증 발급처가 <개더타운>에서 경진대회를 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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