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하드웨어를 앞세운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에 제동이 걸릴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메타의 VR 사업에 대한 ‘반경쟁적 사업행위’(anti-competitive business practice) 혐의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1월 15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FTC는 뉴욕 주의 주도로 몇몇 주정부와 힘을 합쳐 최근 메타에 대한 반경쟁 혐의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메타의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1’과  ‘오큘러스 퀘스트 2’ 사업과 관련, 시장 지위와 영향력을 이용한 경쟁 저해 행위가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함이다.

FTC가 제기한 첫 번째 의문점은 퀘스트 2 하드웨어의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이다. 현재 미국에서 퀘스트 2 하드웨어의 정가는 299달러(35만 6,000원)로, HTC 등 경쟁사가 내놓은 동일 사양 기기와 비교했을 때 수십만 원가량 더 저렴하다.

미국법은 기업이 ‘비정상적인’(unreasonable) 방법으로 시장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는 행위를 금지하지만, ‘공격적인’(aggressive)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금지하지 않는다. 퀘스트 2의 가격책정이 어느 범주에 속한다고 판단되는지에 따라 위법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FTC는 메타의 ‘애플리케이션 아이디어 도용’ 혐의를 조사한다. 메타로부터 피해를 봤다고 말하는 일부 개발사들의 주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큘러스 퀘스트 1, 2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독립된 VR 기기다. PC나 콘솔 등에 연결해 게임 화면을 ‘스트리밍’하는 대부분의 VR 장치와 달리, 퀘스트 시리즈는 기기 자체에 게임을 설치해 이용할 수 있다. 서드파티 개발자가 이러한 오큘러스 OS 상에 ‘공식적’으로 앱을 출시하려면 메타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 여기서 메타는 판매액의 30%를 수수료로 받는다.

그런데 메타가 오큘러스 OS에 입점한 일부 앱의 콘셉트 및 디자인을 불법적으로 도용, 오큘러스 OS 기본 기능으로 추가함으로써 해당 앱들을 경쟁에서 도태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이런 ‘아이디어 도용’을 당했다고 주장한 기업으로는 유어(Yur Inc.)가 있다. 

유어가 개발한  ‘유어 핏’(Yur Fit)은 VR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이용자가 소모한 칼로리를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피트니스 앱으로, 2019년 오큘러스 OS에 출시했다. 그러나 ‘유어 핏’은 곧 메타의 앱 정책으로 인해 수익을 낼 수 없게 됐다고 유어는 주장하고 있다. ‘유어 핏’이 다른 앱 안에서 작동할 수 없도록 하는 OS 업데이트를 메타가 단행했기 때문이다. 

정작 메타는 이후에 ‘유어 핏’과 완전히 동일한 기능을 하는 ‘오큘러스 무브’ 앱을 오큘러스 OS 기본 앱으로 추가했다. 유어와 비슷한 주장에 나선 것은 ‘버추얼 데스크탑 앱’을 만든 개발자 가이 고딘이다. 고딘 역시 2019년 오큘러스 퀘스트 기기를 PC와 무선 연결해주는 ‘버추얼 데스크탑 앱’을 출시했다.

그런데 고딘에 따르면 메타는 ‘해당 기능을 지우지 않으면 앱을 마켓에서 내리겠다’며 그를 협박했다. 그런 뒤 ‘버추얼 데스크탑 앱’과 같은 기능을 하는 ‘오큘러스 에어 링크’ 기능을 기본 OS에 탑재했다고 고딘은 주장하고 있다.

특정 소프트웨어 제품에 또 다른 소프트웨어를 끼워 파는(tying) 행위는 테크 대기업들의 반경쟁적 사업 관행으로 종종 쟁점화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웹브라우저 넷스케이프를 시장에서 몰아내기 위한 방편으로 윈도우 OS에 자사 웹브라우저 ‘익스플로러’를 끼워 팔자, 미국 법무부가 MS와 소송전을 벌인 사례가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