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체험기는 구글 플레이 게임즈 '베타' 버전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많은 부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혼탁한(?) 앱 플레이어 시장에 등장한… 게임 체인저
모바일 게임을 PC로 즐길 때 활용하는 프로그램이 이른바 ‘앱 플레이어’(App Player)라고 부르는 안드로이드 OS 에뮬레이터입니다. 현재 시중에는 ‘블루스택’, ‘녹스’, ‘LD Player’ 등 다양한 앱플레이어가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고 있죠.
하지만 지금까지 시중에 나온 앱플레이어는 여러 가지 면에서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호환성’ 측면에서 게임사가 원활한 게임 플레이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에러. 알 수 없는 끊김. 기타 여러 다양한 문제가 속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안드로이드 OS 버전 자체도 지나치게 낮고, 일부 앱 플레이어는 ‘보안’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어떤 앱 플레이어는 사용자의 PC를 소위 ‘코인 채굴’에 활용한다는 의혹까지 있었을 정도입니다.
“구글 플레이 게임즈”(Google Play Games, 이하 GPG)는 그래서 앱 플레이어계의 ‘게임 체인저’ 로서 많은 주목을 받은 프로그램입니다. 무엇보다 ‘안드로이드 OS’ 본가 구글이 직접 만든 ‘PC용 앱플레이어’ 니까요. 퍼포먼스, 안정성, 보안 모두 현존하는 앱 플레이어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디스이즈게임은 이 GPG를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순번으로 테스트해 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과연 실제로 써본 GPG는 기대만큼의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을까요?
GPG는 다른 앱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설치&실행’을 해야 하는 Windows 프로그램 형태로 배포됩니다. 실행하고 구글 ID로 로그인하면,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유사한 형태의 홈 화면이 등장하고. 오른쪽에는 현재 깔아 둔 게임이 표시됩니다.
GPG는 이번 베타 기준으로 총 27종의 게임을 설치 및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원 게임 중 <리니지W>, <리니지 M>, <트릭스터 M> 등의 엔씨소프트 게임은 GPG가 아닌 엔씨소프트 ‘퍼플’(Purple) 링크를 제공하는 만큼. 실질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은 모두 21개였는데요. <아스팔트 9: 레전드>, <쿠키런: 오븐 브레이크> 같은 캐주얼 게임부터 <서머너즈 워> 같은 RPG 까지 다양한 라인업이 눈에 띄었습니다.
- GPG 지원 게임 - (베타 기준)
갑부: 장사의 시대, 기적의 검, 꿈의 마을, 꿈의 집, 드래곤 매니아 레전드, 라스트 쉘터: 서바이벌, 라이즈 오브 엠파이어, 매직 러쉬: 히어로즈, 모바일 레전드: Bang Bang, 삼국지 전략판,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 아스팔트 9: 레전드, 원펀맨: 최강의 남자, 캐리비안의 해적: 전쟁의 물결, 쿠키런: 오븐 브레이크, 프로야구 H3, 히어로즈 테일즈, 아이들 히어로즈, SOS: 스테이트 오브 서바이벌, TOP War: Battle Game, War Planet Online: 전투게임
게임의 설치는 원클릭으로 이루어지며, 게임마다 설치 시간은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인 휴대폰에서의 게임 설치와 유사한 속도와 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설치된 게임을 ‘라이브러리’ 등에서 찾아 실행 버튼을 누르면 이제 별도의 창이 열리면서 게임이 실행됩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16:9 화면 비율에 ‘전체 화면’으로 기동되며, F11키를 누르면 창모드로 전환됩니다. 별도로 유저가 해상도나 화면비를 세팅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창모드에서는 유저가 창의 크기를 16:9 화면 비 내에서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조작은 다른 앱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마우스를 이용한 ‘클릭’이 기본이지만, 게임에 따라서 키보드 키가 자동으로 매핑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SHIFT]+[TAB]으로 제어 메뉴를 띄워서 조작 키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매핑된 키는 임의 수정이 불가능합니다.
GPG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나 구글이 직접 만든 앱 플레이어인 만큼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GPG는 안드로이드 버전 11이며, 최신 안드로이드 12는 아니지만 현존하는 모든 앱 플레이어 중에서도 버전이 제일 높습니다. 그만큼 OS에 대한 안정성과 보안은 최고입니다.
게다가 실행 가능한 모든 게임이 구글의 최적화를 거쳤기 때문인지 앱 플레이어에서 일반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자잘한 렉이나 끊김 현상도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앱 플레이어들과 다르게, GPG에 최적화된 게임들은 게임에 필수적인 조작들이 “1:1”로 직접 키에 대응됩니다. 가령 위 스크린샷의 <쿠키런: 오븐 브레이크>에서 ‘F’ 키를 누르면 화면의 ‘점프 구역’을 터치하도록 키가 매핑 되어 있는 게 아니라, ‘F’키를 누르면 즉시 게임의 ‘점프’ 행동이 발동한다는 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입력 렉’도 느껴지지 않고 굉장히 쾌적한 조작이 가능합니다.
잔 로딩이 많은 RPG, 시뮬레이션 게임들 또한 전반적으로 로딩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잔 렉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번 베타 지원 게임들 중 ‘고사양’ 3D 게임이 없다는 점에서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추후 다시 봐야겠지만, 최소한 이번에 지원한 게임들은 모두 일반적인 앱 플레이어보다 굉장히 쾌적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장시간 게임을 즐겨도 튕김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GPG는 유일하게 안드로이드 11로 구동하는 앱 플레이어입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실제로 사용해보면 ‘안정성’과 ‘쾌적함’ 면에서는 다른 앱 플레이어보다 확실하게 우위에 있습니다.
또 하나 GPG의 장점은 바로 ‘별다른 세팅을 건드리지 않아도’ 손 쉽게 게임을 설치하고 즐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최초에 구글 로그인을 한 번만 하면 바로 게임을 즐기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가 자동으로 동기화되고(결제에 필요한 정보까지), 게임에 대한 기본적인 ‘세팅’은 모두 자체적으로 끝납니다.
플레이어는 그저 게임을 설치하고 실행하기만 하면, 바로 ‘최적의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건 본격적인 게임 실행에 앞서 온갖 설정을 만지고, 로그인 하고(+광고 보고), 여러 단계를 밟아야 하는 앱 플레이어와 비교하면 확실히 ‘일반 게이머’ 관점에서는 강점입니다.
다만 GPG의 문제는 ‘부가 기능’과 ‘상세 설정’에 대한 접근성이 굉장히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해상도와 DPI를 만질 수 없기 때문에 플레이 환경에 따른 최적의 화면을 설정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플레이어는 오직 ‘구글이 기본으로 설정한’ 화면으로만 게임을 즐겨야 합니다.
또 RPG나 시뮬레이션 같은 게임은 장시간 화면에 띄워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CPU 할당량’, ‘리소스’ 등에 대한 설정도 중요한 반면, GPG는 이에 대한 설정을 그 어디에서도 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게임의 저장 경로를 게이머가 변경할 수도 없습니다. 그냥 “구글이 깔라는 대로, 실행하라고 하는 대로” 게임을 깔고 즐겨야 합니다.
‘부가 기능’의 경우, 우선 다른 앱 플레이어들은 일반적으로 지원하는 ‘멀티 실행’에 대한 지원이 전무합니다. 게임을 동시에 2개 이상 실행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고, 서로 다른 게임 이라고 해도 동시에 하나 이상 실행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매크로’는 당연히 지원하지 않으며, ‘영상 촬영’(녹화) 또한 지원하지 않습니다. 이번 베타 테스트 버전 기준으로 GPG는 그냥 말 그대로 ‘모바일 게임의 실행과 플레이’ 만 지원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 기존에 ‘앱 플레이어’를 다수 깔아서 쓰던 하드코어 모바일 게이머들 입장에서 GPG의 사용에는 큰 문제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GPG를 설치하면 CPU의 일반적인 ‘가상화’(VT) 기능이 멈추고, "Windows Hypervisor Platform" 이 켜진다는 것입니다.
보통 PC용 앱 플레이어들은 인텔이나 AMD의 가상화 기술을 사용해서 안드로이드 OS를 에뮬레이팅합니다. 하지만 GPG를 사용하면 이 기능이 강제로 꺼지기 때문에 ‘GPG와 다른 앱플레이어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집니다. 일단 이번 베타 테스트 버전 만의 문제일 수도 있고, 추후 무언가 해결책이 나올 수 있지만. 이 것 하나만으로 인해 기존에 앱 플레이어들을 사용하던 유저들 입장에서는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GPG는 ‘구글이 직접 만든’ 앱 플레이어 답게 기본적인 성능은 확실하고, 추후 여러 문제점을 보강한 후 정식으로 출시되면 분명 앱 플레이어 시장에 큰 파란을 몰고올 것은 분명해 보이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첫 시작’ 이라고. GPG가 기존 앱 플레이어를 '완벽하게 대체하는' 대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동시에 가야 할 길, 보완해야 할 점도 많이 보였습니다.
GPG는 20일부터 한국 20일부터 한국, 대만, 홍콩에서 베타 테스터 신청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첫 테스트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시장도 많이 신경을 쓴다는 것인데, 과연 어떤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