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킹 인수는 게이밍 콘솔 산업, 클라우드 게이밍 산업 등 업계 전반에 걸쳐 큰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한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게임 분야는 e스포츠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콜 오브 듀티>와 <오버워치> 등 유력 e스포츠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MS가 개입하면서 각각의 리그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두고 많은 추측이 오간다.
아무도 확신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현재 지배적인 예측은 MS의 인수가 적어도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쪽이다. MS가 보여온 e스포츠 활성화를 향한 관심, 그리고 액티비전 블리자드 e스포츠 사업의 밝지만은 않은 상황 때문이다.
# e스포츠 운영 지속해온 MS
먼저 MS가 계속해서 e스포츠를 관심을 보여왔다는 사실은 유념할 만하다. 2020년 MS는 아마추어 e스포츠 토너먼트 운영을 돕는 테크기업 Smash.gg를 인수한 바 있다. 자체 e스포츠 리그도 몇 개 운영 중이다. ‘헤일로 챔피언십 시리즈’, ‘포르자 레이싱 챔피언십’, ‘기어즈 프로 리그’ 등이다.
특히 2021년 발매한 <헤일로 인피니티>의 ‘헤일로 챔피언십 시리즈’에 힘을 주고 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스타일의 연고지 기반 대형 리그가 아닌, 개방적인 토너먼트 구조로 운영된다. 일반인도 참여 가능한 온라인 토너먼트와 프로 선수들의 ‘프로 시리즈’ 등 개별 토너먼트를 운영한 뒤, ‘헤일로 월드 챔피언십’에서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상금 규모는 상당하다. 리그 총상금은 300백만 달러(36억 원)에 달한다. 2022년에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상금 규모를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헤일로 인피니티> 개발사 343 인더스트리는 밝혔다.
# ‘영 좋지 못한’ 액티비전 블리자드 e스포츠
한편 액티비전 블리자드 e스포츠 리그는 큰 규모를 자랑하지만 각자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콜 오브 듀티>는 인게임 이슈가 e스포츠 리그로 확산한 경우다. <콜 오브 듀티> 리그 선수들은 소셜 네트워크 등에서 공개적으로 게임의 현재 상태에 불만을 표하는 중이다. 가장 큰 문제로 대두한 것은 신작 게임 <뱅가드>와 <워존>의 전반적인 상태다. 유저들은 일반인과 프로 선수를 가리지 않고 <워존>과 <뱅가드>의 창궐하는 버그 문제에 불만을 품고 있다.
또한 ‘랭크전’의 부재는 프로 선수와 일반 유저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이슈로 거론된다. 비슷한 실력의 상위권 플레이어들 간 매칭이 지원되지 않아, 프로 플레이어들은 실력 향상에 문제를 겪고, 일반 유저들은 지나친 실력 격차에 벽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서다.
<오버워치> 리그의 경우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기업문화 스캔들이 불거진 이후 스폰서를 잃고 있던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2021년 8월 코카콜라와 보험사 스테이트 팜이 <오버워치> 리그에서의 자사 광고를 중단했고, 다른 기업들도 <오버워치> 리그 스폰서 리스트에서 모습을 감췄다.
<콜 오브 듀티>와 마찬가지로 인게임 문제도 악영향을 미쳤다. 장기간 지속된 게임의 '콘텐츠 가뭄'과 2편 연기로 인한 대중의 관심 저하는 리그 운영에 피해를 끼치는 악재로 꼽힌다.
이런 와중에 양쪽 리그 참가팀들의 수익성 문제도 문제시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e스포츠 사업에 관여했던 전·현직 선임 스태프급 인사 2명의 발언을 인용, 두 리그 모두에서 ‘최상위권 팀’들만이 간신히 손익분기를 달성하거나 약간의 수익을 올리는 상태라고 보도한 바 있다.
# 자금 투입과 '종합 e스포츠 대회’ 가능성에 관심
이렇듯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e스포츠 리그가 각자의 어려움을 겪던 상황에서, MS 인수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이미지를 일신해 리그 스폰서십을 부활시키는 등 긍정적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특히 사티아 나델라 MS CEO와 필 스펜서 MS 게이밍 CEO가 모두 인수 이후 여러 공식 채널을 통해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기업문화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이미지 쇄신 전망은 더욱 강화되는 상황이다.
MS의 막대한 자금력에도 업계는 솔직한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오버워치> 리그 ‘밴쿠버 타이탄즈’와 <콜 오브 듀티> 리그 ‘시애틀 서지’를 거느리고 있는 ‘엔투지애스트 게이밍’(Enthusiast Gaming)의 에이드리언 몽고메리 CEO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세상에 MS 같은 자금 규모의 기업은 많지 않다. 그런 기업이 <오버워치>와 <콜 오브 듀티>를 관리하게 됐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인수를 통해 MS에 흡수된 메이저 리그 게이밍(MLG) 또한 긍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5년 액티비전에 인수된 MLG는 동명의 게임 리그를 여는 기업으로, 본래 <헤일로>, <콜 오브 듀티>, <스타크래프트> 등 여러 종목에 걸친 리그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인수된 이후 리그 운영은 중단됐다. 만약 MLG가 MS 산하에서 운영을 재개할 경우, MS가 보유하게 된 여러 타이틀이 연계된 종합 리그가 운영되거나, 기존 운영되던 <스타크래프트> 리그 등이 부활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