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그란 투리스모>를 통해 처음 등장한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는 플레이스테이션(이하 PS)을 대표하는 레이싱 게임으로 꼽힌다. 직접 플레이해보진 않았을지언정 이름을 모르는 게이머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특히 2001년 출시된 <그란 투리스모 3: A-Spec>은 그해 애니메이션 고베 작품상 패키지 부문에 선정되는가 하면, 타임지가 꼽은 50대 비디오 게임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시리즈 최신작 <그란 투리스모 7>이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브리핑에는 야마우치 카즈노리 디자이너가 참여해 게임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카페, 뮤직 리플레이 등 신규 콘텐츠를 소개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PS 대표 레이싱 게임 <그란 투리스모 7>이 준비한 새로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브리핑 내용을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그란 투리스모 7> 미디어 브리핑의 키워드는 '새로움'이다. 야마우치 카즈노리 디자이너는 행사 내내 해당 키워드를 강조하며 게임이 담아낸 새로움을 거듭 어필했다. 그는 "사람들은 더이상 운전의 재미나 차의 아름다움에 대해 논하지 않는다. <그란 투리스모 7> 역시 이러한 상황에 맞게 설계됐다"라며 "특별한 지식 없이도 차를 보며 열광하는 것, 그것이 게임의 목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소개된 <그란 투리스모 7>은 '헤비한 레이싱'에 집중하기보다 진입장벽을 최대한 낮춘 듯한 인상을 준다. 단순한 주행뿐만 아니라 후술할 신규 콘텐츠 카페와 뮤직 랠리와 같은 가벼운 콘텐츠도 대거 추가됐기 때문. 야마우치 카즈노리 디자이너 역시 게임을 두고 "차와 함께 살아가는 삶을 시뮬레이트하는 만큼, 카 라이프 시뮬레이터라 부르고 싶다"라고 전했다.
출시일 기준 <그란 투리스모 7>에는 400종 이상의 차량이 등장하며 유저들은 브랜드 센트럴, 중고차 딜러, 레전더리 카 딜러 등 세 스폿을 통해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브랜드 센트럴은 가장 기본적인 쇼핑몰로 다양한 차량이 존재함은 물론, 박물관을 통해 차량에 관한 역사도 제공된다. 이를테면 포르쉐 박물관에서는 회사 설립 당시의 에피소드와 발전 과정을 사진과 간단한 코멘트로 지켜볼 수 있다. 중고차 딜러는 매일 시세가 바뀌는 저렴한 자동차 판매처이며, 레전더리 카 딜러는 전설 속의 유명 차량이 등장하는 고급 상점에 해당한다.
구매한 차량은 튜닝 시스템을 통해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타이어를 원하는 대로 장착하거나, 부품을 바꿔 자신만의 차량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게임 내 커스터마이징 메뉴를 통해 외형은 물론 세차나 오일 교환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핸들링할 수도 있다.
게임의 핵심 콘텐츠, '트랙'에 관한 내용도 살짝 공개됐다.
<그란 투리스모 7>는 출시일부터 34개 지역, 90개 트랙(layout)을 제공하며, 월드 서킷에는 실제 지역 기반 트랙과 가상 트랙이 존재한다. 유저들은 트랙별 고유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음은 물론 서킷 익스피리언스를 통해 트랙을 학습하는 것도 가능하다. 트랙은 낮과 밤, 날씨 변화는 물론 데이터를 기반으로 온도와 기압까지 설정돼있다. 당연히 날씨에 따라 도로 상태도 달라지며 주행감에도 변화가 생긴다.
그래픽의 경우엔 프레임 레이트, 레이 트레이싱 모드로 나뉜다. 프레임 레이트 모드는 게임 내내 높은 프레임을 유지하는 모드로, 평균 프레임은 60fps다. 반면, 레이 트레이싱 모드는 사진이나 차고 등 유저들의 반응 속도가 중요하지 않은 모드에서만 사용된다.
<그란 투리스모 7>의 오디오도 주목할 만하다. 게임은 입체적 음향 표현을 위해 3D 오디오를 지원하여 다양한 사운드를 전달한다. 트랙을 달리는 차량부터 지붕을 때리는 비, 트랙 위를 날아가는 헬리콥터와 커브를 돌 때 타이어 소리 등 그 종류도 한층 다양해졌다.
게임에는 75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한 300여 개의 트랙도 담겨있다. 이는 시리즈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클래식, 재즈, 힙합, 일렉트로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됐다. 유저들은 레이스는 물론 리플레이나 게임 내 월드를 탐험하는 과정을 통해 준비된 음악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신규 콘텐츠 카페는 차량을 낯설어할 유저를 위해 준비된 요소로, 실제 메뉴판을 연상케 하는 '메뉴 북'을 통해 퀘스트를 제공한다. 유저들은 퀘스트 수행을 통해 미션을 달성할 수 있음은 물론 카페 주인이 소개하는 차 배경과 문화까지 확인 가능하다. 이 외에도 간혹 차량 디자이너가 직접 게임에 등장해 관련된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한다.
야마우치 카즈노리 디자이너는 "<그란 투리스모 7>은 카 라이프 시뮬레이터다. 이는 개발 과정에서도 일종의 도전에 가까웠다"라며 "그 도전의 끝에 내린 정답이 바로 카페"라고 설명했다.
<그란 투리스모 7>에는 음악에 관한 흥미로운 기능도 추가됐다.
야마우치 카즈노리 디자이너가 '발명'(invention)이라 소개한 뮤직 리플레이는 음악에 맞춰 리플레이 카메라가 구성되는 콘텐츠다. 주행을 중심으로 하는 과거와 달리 음악의 비트나 길이에 맞춰 리플레이가 편집되는 만큼, 전에 비해 한층 다양한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다.
뮤직 리플레이의 연장선에 해당하는 콘텐츠도 있다. 바로 '뮤직 랠리'다. 뮤직 랠리는 음악을 들으며 주행하고픈 유저들을 위한 모드로, '시간 단축'이 아니라 '비트 유지'를 목표로 한다. 각 트랙에는 조금씩 감소하는 비트가 등장하며 음악이 끝날 때까지 비트를 유지해야만 트랙을 클리어할 수 있다.
PS5 듀얼 센스를 활용한 요소도 눈에 띈다. <그란 투리스모 7>은 듀얼 센스를 통해 도로 지면의 질감이나 커브를 돌 때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것까지 느낄 수 있게끔 설계됐다. 또한, 적응형 트리거를 통해서는 페달의 압력은 물론 차량별로 상이한 브레이크 페달 압력까지 전달된다.
야마우치 카즈노리 디자이너는 "<그란 투리스모 7>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목표로 한다. 25주년을 맞아 가장 완성된 '그란 투리스모'를 선보일 것"이라며 게임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그란 투리스모 7>은 오는 3월 4일 PS4, PS5로 출시되며 한국어 자막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