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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게임 하나’에 4조 태웠다?… 소니는 번지를 왜 샀을까

인수 배경에 쏠리는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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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언(톤톤) 2022-02-03 17:55:20
톤톤 (방승언 기자) [쪽지]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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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하나’에 4조 태웠다?… 소니는 번지를 왜 샀을까

인수 배경에 쏠리는 관심

소니가 개발사 번지를 36억 달러(약 4조 3,600억 원)에 인수했다.

 

일각에서는 다소 의문스럽다는 반응이다. 최근 이어진 게임계 인수 소식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그 규모가 작아 보일 뿐, 4조 3,600억 원은 절대 적은 돈이 아니다. 8조 7,200억 원으로 MS에 인수된 제니맥스의 업계 위상과 번지의 명성을 서로 비교했을 때, 이번 인수금액은 '조금 높게' 책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제니맥스나 1월 테이크 투에 인수된 모바일 개발사 ‘징가’의 경우 다양한 IP를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번지는 현재 주력하고 있는 IP가 <데스티니> 하나뿐이다. 이 점을 들어 ‘게임 하나를 4조에 샀다’는 조롱 섞인 발언까지 종종 만나볼 수 있다.

 

소니가 번지를 인수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하게 만든 번지의 진정한 값어치는 어디에 있을까? 소니가 4조를 들여 획득하고자 한 것이 정말 하나의 게임 IP일까?

 

 

 

# ‘원툴’ 개발사 번지

 

90년대 만들어진 번지가 2001년 이후 약 20여 년 세월 동안 시장에 내놓은 IP는 단 두 가지, <헤일로>와 <데스티니> 뿐이다.

 

그러나 ‘단둘’이라고 단순히 축약하기에 이 포트폴리오의 존재감은 크다. 특히 <헤일로>는 MS의 게임사업, 더 나아가서는 북미 게임계 전체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띤 거대 IP다.

 

문제는 그러한 위상의 <헤일로> IP가 현재 번지의 수중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헤일로> IP의 소유권은 MS에 있다. 현대의 <헤일로> 시리즈를 이끄는 것은 번지가 아닌 MS 산하 343 인더스트리다.

 

결론적으로 번지는 <데스티니> 외에 내세울 대표 IP가 없다. <헤일로>의 후광은 분명 번지의 과거·현재 사업에 큰 도움이 되었겠지만 결국 간접적 수혜일 뿐이다. 신규 IP를 개발 중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적어도 당장은 <데스티니 가디언즈> 한 작품에 사활을 걸던 기업이라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니다.

 

 

 

# 그러나 만만치 않은 <데스티니 가디언즈>

 

대기업들이 장르, IP, 플랫폼 등 경계를 넘나들며 경쟁하는 업계 환경을 생각할 때 이처럼 단일 IP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는 위태로워 보이기도 한다.

 

다만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실적은 번지를 향한 외부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굳건하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이는 주로 단단하고 두꺼운 충성 팬층 덕분이다. 인수 소식 이후 테크 매거진 더 버지의 편집장 톰 워런은 소셜 미디어에서 이 점을 짚었다.

 

2월 1일 워런은 트위터 공식 계정에서 “어제 하루 <데스티니 가디언즈>를 플레이한 사람은 86만 명이다. 시즌 엔딩이 다가와 이용자 수가 비교적 적을 시점이다”라고 적었다.

 

이러한 팬 규모는 수치에 그치지 않는다. 막대한 실제 매출로 이어진다. <데스티니 가디언즈>는 F2P 게임이지만, 신규 시즌을 온전히 즐기려면 스토리 확장팩을 구매해야 한다. 2월 1일 <데스티니 가디언즈> 측은 22일 출시 예정인 신규 확장팩 사전 판매가 1백만 장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확장팩 100만 장 판매를 자축한 <데스티니> 팀 (출처: 트위터)

 

 

# <데스티니>가 아닌 ‘번지’를 사다

 

이렇듯 <데스티니>는 일각의 인식과 달리 상당한 수익성을 지닌 IP다. 하지만 소니가 이번 인수에서 초점을 맞춘 것은 <데스티니>보다는 기업 번지의 창작 및 라이브 서비스 운영 역량 쪽인 것으로 보인다.

 

간단하게 말한다면 IP나 브랜드보다 고급 개발인력을 유치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2월 2일 소니의 실적발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사실이다. 발표에서 소니는 번지의 도움을 통해 2026년 1분기까지 10개 이상의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론칭하겠다고 밝혔다.

 

토도키 히로키 소니 CFO는 발표에서 “이번 인수의 전략적 중요성은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데스티니> IP 획득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번지가 라이브 서비스 분야에서 쌓아 온 전문성과 기술을 소니 그룹이 받아들이게 됐다는 점 또한 중요하다”고 전했다.

 

소니가 인수에 있어 번지 직원들의 전문성 유치에 큰 의의를 두었다는 증거는 또 있다. 실적 발표에서 소니는 인수금액 3분의 1에 달하는 약 12억 달러를 향후 장기근속하는 번지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일종의 리텐션 보너스인 셈.

 

그렇다면 이처럼 소니가 번지 인수를 도약대 삼아 라이브 서비스 사업의 본격화에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간의 시장 트렌드를 볼 때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 꾸준히 성장하리라는 기대 때문이라고 소니는 밝혔다.

 

토도키 히로키 소니 CFO는 “2014년부터 2021년 동안 전 세계 게임 콘텐츠 시장 규모는 2배로 성장했으며, 라이브 서비스 게임 내의 콘텐츠 판매가 이를 주도했다. 라이브 게임 콘텐츠 판매의 수익 규모는 해당 기간 매해 15%씩 성장했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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