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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주가 26% 폭락… 메타버스 '저무는 유행' 됐나

메타 시가총액 300조 원이 증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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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언(톤톤) 2022-02-04 18:04:32
톤톤 (방승언 기자) [쪽지]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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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주가 26% 폭락… 메타버스 '저무는 유행' 됐나

메타 시가총액 300조 원이 증발했다

‘트렌드세터’(trendsetter)는 돋보이고 흥미로운 스타일을 앞서서 제시해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이나 기업을 의미하는 말이다.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패션, 마케팅 업계에서 특히 널리 다루어지는 개념이다.

마찬가지로 유행을 중시하는 IT 업계에도 ‘트렌드세팅’은 존재하며, 근래 더욱 공격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대표적 예시로 ‘틱톡’이 있다. 2016~2017년 경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전 세계 트렌드로 정착시키겠다며 나설 때 시장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틱톡 콘텐츠 특유의 작위적이고 가벼운 성격에 반감을 느끼는 소비자, 전문가는 많았고, 바이트댄스의 야심은 야심으로만 남을 듯했다.

그러나 광범위한 마케팅을 계속한 끝에 틱톡은 동남아시아 지역을 시작으로 유저베이스를 확보했다. 이내 수년 만에 전 세계에서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실제 트렌드로 자리 잡기에 이른다. 집중력 할애 시간(attention span)이 짧은 Z세대의 콘텐츠 소비 패턴을 파고든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틱톡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테크 산업에서 소비 트렌드는 ‘찾아내는 것’일 뿐만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업계 최대 화두 중 하나인 '메타버스' 또한 이렇듯 '만들어진' 유행으로 파악될 만한 소지가 있다.



# '제2의 인터넷' 아니라 '제2의 틱톡'?

현시점의 메타버스 광풍은 자연발생한 것이 아닌, 인위적으로 ‘세팅’된 트렌드처럼 보인다. 근거는 용어의 모호성이다.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대중은 물론 생산자들조차 서로 상당히 다른 관념을 떠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2의 인터넷', '인터넷 3.0' 등을 이야기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SNS, 화상회의, 가상현실 게임 등을 생각하는 실정이다.

유행은 주로 언어를 통해 확산한다. 일상 대화에서 화자간에 상호 의미가 호환되지 않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유행하기란 어렵다. 심지어 영상 홍보가 가능했던 틱톡과 달리 아직 실체가 없는 메타버스는 특히나 '트렌드화'에 있어 언어 의존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제약에도 메타버스가 현재와 같은 대세감을 조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관련 업계와 언론 일각의 꾸준한 마케팅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메타버스는 틱톡의 전철을 밟지 못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조금씩 '대세'에서 밀려나는 듯한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 메타버스 시대 선도를 외치며 사명까지 ‘메타’로 바꾼 (구)페이스북의 주가 폭락을 대표적 예시로 들 수 있다.  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타의 주가는 2021년 4분기 실적 발표 뒤 사상 최대 폭인 26%만큼 감소했다. 시가총액 2,500억 달러(약 300조 2,000억 원)가 증발한 것이다.

틱톡은 현재 규모 측면에서 기존 소셜 플랫폼 상당수를 추월한 것으로 평가된다


# '마법의 단어'였던 메타버스, 하지만…

메타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폭등했던 메타버스 관련주는 연말 약세를 보이기 시작, 2022년 1월 시장에서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국내 증시에서는 덱스터, 디어유, 알체라, 위지윅스튜디오, 자이언트스텝 등 메타버스 소프트웨어 관련주가 1월 한 달 동안 22~38%의 큰 하락 폭을 보였다.​

물론 이러한 관련주 하락만으로 분야 전체의 장래적 실패를 완벽히 예견할 수는 없다. 주가 등락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업계 전망 외에도 무수하며, 특히 단기적 변동은 먼 미래의 시장 성쇠를 그려보는 데 도움이 안 될 때가 많다.

하지만 기업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메타버스 진출'을 입에 담는 것만으로 기업 가치 평가가 마법처럼 폭등하는 근래 상황에는 궁금증을 품어볼 만한 충분한 근거가 된다. 현재 관찰된 메타버스 관련주의 전반적 하락은, 메타버스가 적어도 단기간에 시장 판도를 바꿔놓을 ‘게임 체인저’는 아니라는 판단에 증권가와 업계 모두 잠정 동의했음을 보여준다.

메타버스 ‘대장주’ 메타의 주가마저 폭락했다는 점은 이런 해석을 강화하는 근거로 볼 수 있다. 메타는 현재 타 기업에 비해 월등히 구체적인 메타버스 사업 계획을 세웠다. VR 사업 경험과 SNS 플랫폼을 보유했으며 햅틱 피드백 장갑 등 관련 기기도 개발 중이다. 기업 규모, 인프라, 노하우 등에서 기타 메타버스 기업들과 궤를 달리한다. 시장이 열광하는 메타버스 실현에 상당히 근접한 기업 중 하나임에도 정반대의 평가를 받은 셈이다.

'메타 퀘스트 2'로 이름이 바뀐 메타의 VR 기기


# '하드웨어 출시'가 구세주 될까

2022년 중 이뤄질 애플, 메타 등 빅테크의 '차세대 메타버스 기기’ 출시 계획도 메타버스 시장 상황을 낙관할 이유가 되기엔 다소 부족하다.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유튜브에서 틱톡으로 이어진 글로벌 IT 트렌드 변화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대중의 IT 소비가 ‘본격적이고 복잡한 것’으로부터 ‘대중적이고 단순한 것’으로 이행한다는 점이다. 반면 VR, 더 나아가 AR, XR 기기를 이용한 메타버스 서비스는 이런 흐름에 상당히 역행한다.

스마트폰을 대중화하며 IT ‘트렌드세팅’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애플 역시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스마트워치는 활용도 측면에서 스마트폰에 뒤처졌던 탓에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애플워치 또한 단독으로 이런 경향을 뒤집지 못했고 ‘모든 사람이 애플워치를 착용하는 세상’은 찾아오지 않았다.

별도 하드웨어를 요구하지 않는 간소화된 메타버스형 서비스는 어떨까? 접근성은 더 높고 개발 난도도 비교적 낮지만, 여전히 성공은 담보되지 않는다. 심지어 막대한 이용자층을 확보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는 20여 년 전에 이미 상거래, 금융, 마케팅, 여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메타버스’ 열풍을 일으켰던 린든 랩의 가상현실 서비스 <세컨드 라이프>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별도 소프트웨어 설치가 필요했던 <세컨드 라이프>는 2010년경 웹브라우저만으로 이용 가능한 페이스북에 대세 자리를 내줬다. 현재는 이용 방식이 기존에 비해 쉬워졌음에도 충성 이용자층을 제외한 일반 고객 유치에 꾸준히 실패하고 있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한때의 열광적이었던 반응과 별개로, 개발상의 난점, 단기적 성과 기대의 어려움, IT 소비 트렌드와의 괴리 등 ‘대세화’에 걸림돌이 될 만한 현실적 문제를 다수 품고 있다. 이들 문제에 대한 인식이 점차 보편화하고, 동시에 이를 극복할 호재가 돌출하지 못한다면, 메타버스 시장에 대한 부정적 ‘재평가’는 심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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