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게임 불법 다운로드 받으세요”
2021년 출시한 <루프 히어로>를 통해 유명세를 얻은 러시아 개발사 ‘포 쿼터즈’가 자국 팬들에게 불법 다운로드를 권장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 쿼터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반대하는 개발사다. 이들은 SNS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반대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 정부가 반전 여론을 철저히 검열, 규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감한 행동이다. 러시아 정부는 ‘전쟁’ 언급만을 이유로 자국 방송사를 폐쇄하고, 반전 여론에 동참한 개인 SNS 계정 수천 개를 강제 차단하는 등 자국민들에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
<루프 히어로>에 대한 ‘불법 다운로드 허용’ 선언은 포 쿼터즈의 안부를 묻는 유저들에게 답변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글로벌 제재로 포 쿼터즈를 포함한 러시아 개발사들은 현재 수익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러시아 팬들은 포 쿼터즈를 지원할 방안을 직접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포 쿼터즈는 3월 27일 현지 소셜 미디어 브콘탁테(브콘탁쩨·ВКонтакте)에서 “해적 깃발을 올리자”라고 적고, 팬들에게 직접 토렌트(torrent) 링크를 안내하는 등. 자사 게임 불법 다운로드를 권했다. 이어 “우리는 괜찮다. 우리보다는 가족과 주변 친구들을 돕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는 러시아 소비자들이 처한 현재 상황을 감안한 결정으로 추정된다. 현재 전쟁 제재 일환으로 7개 러시아 주요 은행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배제된 상태다. SWIFT는 전 세계 200여 국이 사용하는 금융 전산망으로, SWIFT 배제는 실질적인 국제 결제의 차단을 의미한다.
‘금융 핵폭탄’으로 비유되는 SWIFT 배제는 러시아 민생에도 타격을 입혔다. 또한, 현지인들의 글로벌 게임 스토어 이용에 직접적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마이크로소프트, 에픽 스토어 등 글로벌 게임 플랫폼들이 러시아 내 판매 중단을 연이어 선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러시아 게이머들은 ‘경제 타격’과 ‘구매 경로 차단’이라는 두 가지 이유로 게임 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포 쿼터즈는 ‘관대한’ 결정을 내린 듯하다.
전쟁은 러시아 게이머뿐만 아니라 포 쿼터즈 등 개발사들에도 피해를 주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스팀을 운영하는 밸브는 러시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개발사들에 대한 수익 송금을 잠정 중단했다.
밸브는 개발사들에 “현재 상황 때문에, 벨라루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소재 은행에 송금할 수 없다. 은행 정보를 (기타 은행으로) 변경한다면 다음 달에 수익을 전달하겠다”고 안내했다. 안내 내용으로 볼 때 밸브는 세 국가의 환율이 진정되고 안정적인 은행거래가 가능해질 때까지 수익 송금을 유예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루프 히어로> 유통을 맡은 디볼버 디지털 역시 포 쿼터즈의 결정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외신 PC 게이머를 통해 디볼버 디지털은 "힘든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포 쿼터즈를 지지한다. 도움을 주기 위해 포 쿼터즈와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으며, 이번 선언에 앞서 관련 사실을 전달받았다. 이 결정을 100% 지지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