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의원 4명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AB, 액블) 인수 조건을 면밀히 검토하라고 요청했다. 버니 샌더스(무소속), 엘리자베스 워렌(민주당) 등 강경파로 알려진 상원의원들은 31일 연방통상위원회(FTC)에 서한을 보냈다.
이들이 보낸 서한에는 "주주, 직원, 대중들이 코틱이 만든 문화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이 결여되면 (사람들은) MS의 인수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는 강경한 논조가 확인된다. 또 "CEO 바비 코틱은 자신에게 문제되는 부분들에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라며 MS의 액블 인수를 면밀 검토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기업 인수 이전에 사내 성희롱 및 학대 문화에 대해 CEO가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인수 조건에 따라 2023년까지 임기가 보장된 바비 코틱이 상당 규모의 퇴직금을 챙길 수 있다는 부분도 지적됐다.
이번 서한은 3월 31일 연방 노동부와 액블이 사내 성추행·성희롱 사건 소송에 1,800만 달러(약 213억 원) 규모의 합의를 이뤄낸 직후 발표됐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바비 코틱 대표
2021년, 1,800명이 넘는 전·현직 액블 직원들은 코틱 CEO가 물러나야 한다는 연판장에 서명했다. 상원의원들은 이들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현 CEO에게 분명한 책임을 지운 뒤에야 정당한 인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MS의 액블 인수를 검토할 FTC의 위원장은 리나 칸이다. 리나 칸은 학자 시절 아마존의 반독점을 비판해오며 '아마존 저격수'로 불리어왔다. 리나 칸이 이끄는 FTC는 아마존이 영화사 MGM을 인수하는 데 반기를 들 것으로 예측됐지만, 마감 시한까지 특별한 의사를 표명하지 않으면서 잡읍 없이 인수가 마무리됐다.
통상적으로 FTC는 기업 인수 과정에서 CEO의 도의적 책임보다는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더 많이 검토하게 되어있다. 게임 업계에는 소니, 닌텐도, 텐센트 등 경쟁자가 많다는 점에서 이번 인수에는 반독점법의 제동을 걸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적이다. 그러나 MS가 불과 2020년 제니맥스 미디어를 75억 달러(약 8조 7,262억 원)에 인수한 사례가 있어, 규제 당국이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계획에 따르면, MS는 액블을 100% 현금으로 인수한다. 규모는 687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82조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