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게임 NFT 아이템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다른 게임에도 그대로 (호환되어) 활용할 수 있다.”
“게임이 서비스를 종료하더라도 NFT 아이템의 소유권과 가치는 유저에게 그대로 남는다.”
NFT 게임 업계가 말하는 NFT 게임의 ‘혁신성’이다.
그러나 NFT 게임을 부정적인 시점에서 바라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 주장이 이론적으로 존재하는 이상에 불과하며 실제로 구현하기에 제약이 많다는 반박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그런데, 최근 실제로 이를 확인해볼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포뮬러 원(F1) 공식 라이선스를 받아 운영되던 이더리움 기반 NFT 게임 <F1 델타 타임>이 지난 3월 16일 돌연 서비스를 종료했다. 수억 원을 호가하는 고액 거래가 종종 이루어지던 NFT 게임이었던 만큼, 이후의 상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F1 델타 타임>은 2019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공식 라이선스 NFT 게임’ 중에서는 출발이 빨랐던 편이다. 장르는 스포츠 매니지먼트 P2E 게임으로, 개발사 애니모카가 자체 발행한 REVV 유틸리티 토큰을 통해 머신(차량)과 선수, 부품, 복장 등을 구매하거나 판매할 수 있었다.
<F1 델타 타임> NFT 중 일부는 고액에 거래돼 화제를 모았다. 서비스 개시 직후 ‘1-1-1’이라는 이름의 차량 NFT가 11만 달러(약 1억 3,400만 원)에 판매되면서 당해 최고가 NFT 거래 기록으로 남은 바 있다. 1-1-1을 구매한 것은 NFT 디지털 수집품을 취급하는 투자기업 ‘메타퍼스’의 임원으로 드러났다.
이후에도 몇 건의 고액 거래가 있었다. 2020년에는 F1 70주년 기념으로 발매된 차량 NFT가 약 26만 5,000달러(약 3억 2,300만 원)에 거래됐고, 이후 호주 화재 피해 구호 기금 마련을 위해 발행된 또 다른 차량 NFT가 28만 8,000달러(약 3억 5,100만 원)에 팔리면서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렇듯 나름의 ‘실적’을 냈던 <F1 델타 타임>이 결국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 결정적 원인은 F1 공식 라이선스 계약 연장 실패다. 애니모카는 공식 서비스 종료일 불과 하루 전날인 3월 15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서비스 종료 예정을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료에 임박해 공지가 이뤄진 이유, 라이선스 연장에 실패한 원인 등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출시 초기의 화제성에 비해 이후 서비스 기간 동안 NFT 거래량이 적었던 것이 계약 실패의 한 원인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서비스가 종료된 이후 <F1 델타 타임>의 NFT는 어떻게 될까?
우선 NFT는 블록체인 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게임 서비스가 끝나도 계속 거래할 수 있다. 실제로 NFT 거래 플랫폼 오픈씨를 통해 살펴본 결과 <F1 델타 타임> NFT 중 일부는 서비스 종료 이후 최근까지도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영국 선수 루이스 해밀턴의 NFT는 4월 6일에 약 800만 원에 거래됐다. 발행 후 첫 거래가의 두 배 가격이다.
게임은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인게임 NFT가 적잖은 가격에 거래될 수 있었던 것은 해당 NFT에 적용된 ‘공식 라이선스’ 덕분으로 보인다. NFT는 디지털 소장품의 성격을 띤다. 해밀턴의 NFT 역시 인게임적 효용성은 사라졌지만, 게임 아이템으로의 가치가 아닌 소장품으로서의 가치는 인정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통상적인 소장 가치가 떨어지는 인게임 아이템은 가격 유지가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F1 라이선스와 큰 상관이 없는 일반적인 게임 아이템 NFT들은 대부분 현저히 낮은 가격에 거래되거나, 아예 거래되지 않고 있다. 소유권은 존재하지만 가치 유지에는 실패한 셈이다.
한편 <F1 델타 타임> NFT를 보유한 유저에 대해 개발사 애니모카가 제시한 '보상안'도 눈여겨 볼만하다. 애니모카는 <F1 델타 타임> NFT를 자사의 또 다른 레이싱 게임용 NFT 아이템과 교환해주겠다고 밝혔다. 또는 앞으로 출시할 블록체인 게임에 관련해 에어드롭 획득권 등 혜택을 받아볼 수 있는 기타 디지털 상품으로 바꿔 준다는 계획이다.
이는 개발사 스스로 <F1 델타 타임> NFT의 시장 가치가 매우 낮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해당 NFT를 자사 여타 게임에 그대로 사용할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볼 때, NFT의 '호환성'을 구현할 의지나 역량이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짐작된다.
여전히 NFT게임에서 아이템의 가치 보존은 제한적이고 한정적이며, 블록체인 환경에서 개방된 상호 호환 운용은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다. 즉 NFT 게임업계에서 보는 이상적인 모습을 구현하기엔 시기상조인 것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