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몸의 몇 배에 달하는 댐을 만들어 생태계에 도움을 주는 비버처럼, 인디 개발자들과 저희가 그런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벌써 3회를 맞은 인디게임 행사 버닝비버에 대한 스마일게이트 퓨처랩 재단 황주훈 팀장의 설명이다. 인디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행사로 통하는 중이다. 여름엔 BIC(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이 있다면, 초겨울엔 버닝비버가 자리 잡았다는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91개 게임이 부스로 참여했고, 작년에 이어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렸다. 부스 및 복도 공간을 넉넉하게 잘 할애해 부스 참가사들 사이에서 호평이 이어졌다. "창작자들의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스마일게이트 퓨처랩 백민정 센터장의 말처럼, 참가사들에게 숙식도 제공하고, 유저 피드백에 대한 리포트도 준비할 정도로 공을 많이 들였다는 인상이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퓨처랩 재단을 비롯해 스마일게이트는 왜 이렇게 인디게임 지원에 진심인 걸까? 퓨처랩 백민정 센터장, '버닝비버'를 담당하고 있는 황주훈 팀장의 설명을 들어봤다.
버닝비버는 인디게임 창작자와 유저들을 위한 행사다. 그리고 젊은 창작자들은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곤 한다. 전문 인력을 구하거나, 자문을 구하는 네트워크부터, 창작 자금에 대한 고민, 진출할 플랫폼에 대한 고민, 유저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모객과 마케팅에 대한 고민 등 층위도 다양하다.
스마일게이트에는 3개의 재단이 있다. 창업을 지원하는 오렌지플래닛,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희망스튜디오, 그리고 어린이, 청소년, 청년의 성장을 지원하는 퓨처랩까지. 이 중에서 퓨처랩이 목표로 하는 바는 조금 독특하다. 학생들의 창의성이 발현되는 문화 공간을 찾고 만들며, 청년 창작자들의 창작의 터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 '버닝비버' 또한 그 일환인 셈이다.
스마일게이트가 스토브 등을 통해 인디를 지원하는 것과는 조금 결이 다른 지점이 있는데, 퓨처랩이 버닝비버와 같은 행사로 인디 창작자들을 돕는 과정에선 '수익성'에 대한 기대가 배제된 무상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창작 환경을 통한) 미래 세대의 행복"과 "생태계 마련"이다. 창작자들이 고민을 시작하는 지점부터, 제품(게임)이 고객에게 도달하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함께 하며 돕기를 원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듣고 나면, 스마일게이트가 왜 스토브, SGM(스마일게이트 멤버십), 오렌지플래닛, 오늘 소개하는 퓨처랩이 주관한 버닝비버까지 이렇게 여러 방면에서 팔을 걷어붙이는지 알 수 있다. 비버에 비유하며 이름 지은 '버닝비버'라는 행사도 마찬가지다. 창작자의 생태계-가 스마일게이트가 바라보는 키워드 중 하나다.
백민정 센터장의 답변 중 하나가 참 인상적이었다. 생태계란 "외부의 어떤 요인 없이 잘 굴러가는 무언가"라는 것이다. 상업적 목적 없이도, 창작 팀 및 개인도 꿈을 꿀 수 있게, 각 단계마다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서로 연결해주며, 모든 영역에서 돕는 것이 퓨처랩 재단을 포함한 스마일게이트의 목표 중 하나다.
Q. 세 번째 행사로, 이제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고 했는데, 버닝비버 3회까지의 소회는?
A. 백민정 센터장: 1회를 해보고 창작자들을 응원하는 게 더 좋다는 걸 깨달았고, 2회 때는 이를 강화시켜 보며 저희와 창작자 사이가 더 끈끈해졌다. 3회 때는 더 많은 팀들이 지원해주셨는데, 공간적 제약 때문 그 중 일부만 모시기도 했고, 해외에서 와주시는 것도 보면서 감동을 받기도 했다.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Q. 얼마나 많은 팀이 지원한 것인지?
A. 황주훈 팀장: 320~350팀 정도 지원했고, 그 중 91팀을 현장에서 보실 수 있다. 매년 30%씩 지원하는 개발사가 늘었던 꼴이었다. 모든 개발사분들을 모실 수는 없어서, 심사도 진행했다.
Q. 출품작이 많아지면, 주목도가 분산되거나 어떤 작품부터 봐야하는지 고민이 생기는 경우도 있는데.
A. 황주훈 팀장: 게임이 많은 건 저희도 고민을 하고 있다. 작년엔 온라인 전시도 해봤고, 매번 다른 방식을 시도하는 중이다. 올해는 비슐랭 가이드라는 콘셉트로 큐레이션을 하고 있고, 시도해보지 못한 방식 중엔 한쪽엔 그래픽이 눈에 띄는 게임들, 한쪽엔 콘셉트가 독특한 게임들 등으로 공간을 나눠보자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Q. 3회까지 진행하며 눈 여겨볼 만한, 잘 된 사례 등이 있었나?
A. 황주훈 팀장: 특정 게임을 꼽는 것은 조금 어렵지만, 스토리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확실히 많았다. 유행보다는, 사회적 메시지나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하는 게임들이 당장은 먼저 떠오른다.
Q. 사업적 성공보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임들이 인상 깊었다고 하셨는데, 선발 시준도 사회적 의미를 두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었나?
A. 황주훈 팀장: 사업적 성공 기준은 버닝비버에선 아예 보지 않았고, 독창성과 자신들의 이야기를 주로 살펴봤다. 인디라고 얘기하곤 있지만, 어디까지가 인디게임인지에 대한 의견이 사람마다 많이 다른데, 버닝비버에서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걸 인디라고 가볍게 정의하고 접근하고 있다.
Q. 스마일게이트가 인디게임을 많이 지원하고 있는데, 인디가 가진 잠재력은 무엇일까?
A. 백민정 센터장: 게임 업계에서 큰 게임들을 보면 정말 많은 개발자와 투자가 들어간다. 큰 트렌드만 쫓는다고 되는 게 아닌데, 인디는 오랫동안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나 기법 등을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들이 다양한 시도를 해야 창작 생태계도 좋아지고, 인디 창작자들 자체도 성장한다고 생각해서, 지금까지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다.
Q. 관람객들이 오늘의 버닝비버를 어떻게 즐기길 바라는가.
A. 황주훈 팀장: 즐거워 해주셨으면 좋겠다. 며칠 동안 눈도 오고 날씨도 좋지 않았는데, 창작자들도 다른 창작자 및 유저들과 만나고, 관람객들도 게임과 게임을 만든 사람들을 만나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 대형 게임쇼가 아니라 우리들만의 인디 쇼인데, 인디게임 즐거워하는 팬들이, 소통도 많이 하고 재밌게 즐겨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