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시행됐는데 뚜렷한 기준을 알 수 없다. 지난 11일 ‘웹 콘텐츠 접근성 2.0’ 준수 대상이 모든 법인사이트로 확대된 가운데 게임업체들이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 법률은 시행됐지만 시행한 게임사는 드물어
지난 11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한국의 모든 법인 홈페이지에 확대 적용됐다. 이에 따라 모든 법인 홈페이지는 ‘웹 콘텐츠 접근성 2.0’ 기준에 맞춰 홈페이지 개편을 끝내야 한다. ‘웹 콘텐츠 접근성 2.0’은 이용자가 어떤 장애를 갖고 있어도 웹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정부의 지침이다.
실제로 한 게임포털은 메인 페이지와 장애우의 이용이 많은 게임 페이지만 개편한 상태다. 다른 대형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 게임사는 당장 기술적용이 곤란한 페이지를 임시로 막아 놓았고, 다른 게임사는 기업 홈페이지만 ‘웹 콘텐츠 접근성 2.0’에 맞게 개편한 상태다. 중소 게임사까지 고개를 돌리면 홈페이지 개편을 시작하지도 못한 곳이 부지기수다.
■ 모호한 지침과 촉박한 일정 속에 고민하는 게임사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한 대형업체 관계자는 ‘웹 콘텐츠 접근성 2.0’ 자체의 모호한 지침과 촉박한 개편일정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웹 콘텐츠 접근성 2.0의 기준이 모호해 웹 디자이너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장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라는 항목만 하더라도 스킬 시뮬레이터같은 도구에는 적용이 난감해진다. 지침 자체가 대략적인 방향만 제시하고 있는데다, 이를 연구할 시간도 부족해 현재는 일부 이용량이 많은 페이지만 개편한 상태다”고 밝혔다.
게임사의 입장에서는 ‘웹 콘텐츠 접근성 2.0’을 어느 콘텐츠까지 적용하느냐도 문제다. 은행이나 공공기관과 달리 게임사 홈페이지는 자체 콘텐츠보다 게시글, 이미지 등의 UCC가 더 많은 양을 차지한다. 하지만 ‘웹 콘텐츠 접근성 2.0’의 적용 대상이 법인의 콘텐츠인지, 아니면 법인의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인지는 아직 명확한 지침이 없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게임사 같은 경우 유저가 만든 콘텐츠의 비중이 큰데,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홈페이지 개편 계획을 짜기 힘들다. 솔직히 여력이 없는 중소 개발사로서는 이를 핑계로 게시판 개편을 늦추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법에 등 돌리고 마음 편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부디 법인과 각 산업의 특성에 맞는 지침이 조속히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