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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컴 2024] CDPR이 '사펑 2077'의 멀티 엔딩을 만들어낸 비법

대형 게임의 멀티 엔딩을 위해 알아두면 좋은 방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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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사랑해요4) 2024-08-20 21:28:28
사랑해요4 (김승주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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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컴 2024] CDPR이 '사펑 2077'의 멀티 엔딩을 만들어낸 비법

대형 게임의 멀티 엔딩을 위해 알아두면 좋은 방법론

<사이버펑크 2077>의 엔딩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AAA급 오픈월드 게임의 스토리텔링은 쉽지 않다. 게임은 인터랙티브 콘텐츠고, 플레이어가 게임을 플레이하며 내린 결정이 엔딩에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그건 잘못된 결정이야. 좋은 결과를 보고 싶으면 게임을 다시 플레이해야 해"라고 엔딩에서 말하는 것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다. 이런 결말은 보통 '불만족'스럽게 받아들여진다.

CDPR이 개발한 <사이버펑크 2077> 역시 같은 고민이 있었다. 플레이어가 거쳐 온 여정과 선택의 누적이 어떤 '엔딩'을 만들어 낼 것이냐는 게임의 내러티브에 있어 중요하다. 복잡한 그물망 같은 게임 시스템 속에서 플레이어가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엔딩은 어떻게 디자인할 수 있을까? 스토리의 전체적인 흐름과 설정을 해치지 않는 엔딩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이에 CDPR의 시니어 퀘스트 디자이너 '모리츠 레어'가 데브컴 2024 현장에서 '플레이어 주도형 내러티브를 위한 다중 엔딩'을 주제로 강연했다. /독일 쾰른=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게임 엔딩의 기본

멋진 엔딩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꼭 비디오게임이 아니더라도, 책이나 영화 등에서 실망스러운 엔딩을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스토리는 사람들이 바라는 특정한 기능을 충족시켜야 하고, 게임에서도 같다.

특히 멀티 엔딩을 가진 비디오 게임의 경우에는 각 엔딩을 모두 '개별적인 것'으로 바라 보아서는 안 된다. 한 엔딩은 다른 엔딩의 일부라고 볼 수 있으며, 다른 엔딩의 가치를 올려 주는 역할을 한다. 멀티 엔딩은 개별적인 스토리를 단순하게 나열한 것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엔딩은 플레이어의 선택을 반영해야 한다.

CDPR이 엔딩을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본이 있다. 먼저 이야기의 기본인 플롯이다. 이야기에는 하나의 곡선이 있어야 한다. 갈등이 고조되고, 특정한 시점에서 정점에 이르며, 정점에 이른 후에는 긴장감이 해소되는 식이다. 이런 플롯은 촘촘하게 짜여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캐릭터다. 캐릭터는 특정한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결핍되거나 결함된 것이 있고, 내적 갈등을 겪으며 스토리에서 여러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세 번째는 테마다.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로맨틱 코미디를 볼 때 사람들이 바라는 것과 슬래셔 무비를 볼 때 기대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마지막으로, 게임이 플레이어를 특정한 결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선택하고 결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크라테스가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줄 때 '질문'을 통해 스스로 깨우치도록 한 것과 같다. 실제로 게임에서 주인공이 말하는 대사를 주도하는 사람은 플레이어기도 하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과 감정을 얻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CDPR이 <사이버펑크 2077>의 엔딩을 통해 목표했던 점은 이렇다.

- 엔딩이 서로 단절되어 있으면 안 된다.
- 게임을 대표할 수 있는 엔딩이 만들어져야 한다.
- 게임의 아이디어나 테마를 포함해야 한다.

- 각각의 엔딩은 '의미 있게' 달라야 한다.




# 실제 <사이버펑크 2077>의 스토리


<사이버펑크 2077>의 주요한 네 가지 엔딩을, 위에서 언급한 스토리의 기초적인 4가지로 나누어 살펴보면 이렇다.


- 전설 엔딩


▲플롯

- V가 아라사카의 야심을 무너트렸다.

- 조니는 V의 정신 속에서 사라졌다.

- 치료법은 찾지 못했다. V는 여전히 시한부다.


▲캐릭터

- V는 조니를 희생시켰다.

- V의 인생은 '영광과 명예'에 헌신하기로 결정했다.

- V는 '나이트 시티의 전설'이 되기로 결심했다.


▲테마

- 꿈의 도시 나이트 시티

- 불멸의 분노

- 친구들


▲감정

- 경외감

- 씁쓸한 승리


- 노마드 엔딩


▲플롯

- V가 아라사카의 야심을 무너트렸다.

- 조니는 V의 정신 속에서 사라졌다.

- 치료법은 찾지 못했다. V는 여전히 시한부다.


▲캐릭터

- V는 조니를 희생시켰다.

- V는 노마드와 함께 나이트 시티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테마

- 꿈의 도시 나이트 시티

- 친구들


▲감정

- 가족애

- 씁쓸한 승리



- 조니 엔딩


플롯

- V가 아라사카의 야심을 무너트렸다.

- 조니가 V의 몸을 차지했다.


▲캐릭터

- V는 친구를 위해 희생했다.

- 조니는 자신의 분노를 극복했다.


▲테마

- 사람을 구성하는 것은 육체인가? 정신인가?

- 불멸의 분노

- 꿈의 도시 나이트 시티


▲감정

- 고요함

- 씁쓸한 승리


- 아라사카 엔딩


▲플롯

- V는 살아남기 위해 아라사카와 거래했다.

- 지구를 떠나 우주 정거장으로 갔다.

- 조니는 V의 정신 속에서 제거됐다.

- 영혼이 몸에서 추출됐다.


▲캐릭터

- V는 살아남고자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


▲테마

- 살아남는 것의 가치

- 사람을 구성하는 것은 육체인가? 정신인가?

- 악마와의 거래


▲감정

- 담보되지 않은 미래


<사이버펑크 2077>의 엔딩 중 하나인 '전설'은 주인공이 시한부라는 점을 치료하지는 못하지만, '나이트 시티'의 전설이 되기로 다짐하면서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마무리된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엔딩에서 V는 고급 팬트하우스에서 깨어나며 집에는 여러 고급 무기가 가득하다.

반대로, 노마드 엔딩에서 V는 나이트 시티를 떠난다. 시한부라는 점은 같지만, 적어도 마지막 순간은 사랑하는 사람과 보낼 수 있다. 전설 엔딩과 달리 '나이트 시티의 전설'이 된다는 꿈을 대가로써 포기해야 했지만 가족을 얻게 됐다. '나이트 시티의 전설'이 된다는 스토리의 핵심 테마는 공유하고 있지만,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노마드는 반드시 메인 퀘스트에서 함께하는 모습이 나오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선택지'가 있음을 플레이어에게 은연 중에 제시한다. 그리고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는 사이드 퀘스트를 통해 감정적으로 여러 교류를 하며 의문과 답을 찾을 수 있다.

메인 퀘스트의 라인 속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보여 주고, 사이드 퀘스트를 통해서 플레이어가 이들과 함께하기로 결정했다면, 이에 따른 결과를 엔딩에 녹여내는 것이다. 테마는 같지만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엔딩에서 연출되는 감정은 크게 달라진다.

엔딩에 따라 자신의 목걸이에 V가 보이는 감정이 다르기도 하다. (출처: 유튜브)

조니 엔딩은 조금 더 다르다. 불멸의 분노(조니가 아사라카와 기업에 가진 분노)라는 테마는 공유하지만. 엔딩에서 조니는 자신의 분노를 극복하고 V에게 "올바르게 살 것"을 다짐하며 감사함을 표한다. <사이버펑크 2077>이 영향을 받은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정신과 육체에 관한 테마를 보여 주고 있기도 하다.

아라사카와 타협하는 엔딩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V는 살아남기 위해 아라사카와 거래하지만, 결국 아라사카마저 몸을 고치지 못해 치료법을 찾기 전까지 정신을 미코시에 보관하거나, 아예 포기하고 나이트 시티로 돌아오게 된다. 플레이어가 '살아남는 것'을 최우선했기에 나오는 결과며, 조니 엔딩과 정신과 영혼에 대한 테마를 공유하지만 결과는 정 반대다.

네 가지 엔딩을 보면 반드시 희생이 따른다는 점에서 주요한 캐릭터와 주제가 비슷하게 강조되지만, 플롯을 통해 다른 캐릭터와 다른 테마가 강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희생하는 것도 모두 다르다. 특정한 엔딩이 반드시 좋거나, 나쁘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DLC <팬텀 리버티>의 추가 엔딩에서는 많은 플레이어들이 V의 생존을 바란다는 점에 집중했다. 그러나 <팬텀 리버티>의 개별적인 엔딩이 다른 엔딩보다 '더욱 좋은 결과'를 보인다면 다른 엔딩의 가치가 훼손되고 게임이 가진 명확한 테마가 희석될 수 있다.


<팬텀 리버티>의 엔딩 중 하나에서 V는 NUSA와의 거래를 통해 자신의 병을 치료하는 데 성공한다. 그 대신 모든 것을 잃는다. 더 이상 임플란트를 장착할 수 없기에, 길거리 깡패에게도 저항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며 엔딩에서도 연출을 통해 이를 보여준다. 몸을 치료하기 위해 나이트 시티를 떠나 있는 동안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가 끊겼기에 '가족' 역시 희생한 셈이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V는 군중 속으로 사라지는데, 마치 NPC 중 하나가 되어 버린 듯한 느낌을 준다. 가장 평가가 극명히 갈렸던 엔딩이다. V가 '나이트 시티의 전설'이 된다는 꿈을 잃고 평범한 사람이 됐다는 점에서 "최악의 엔딩"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끝없는 싸움에서 떠나 평범하게 삶을 영위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의 엔딩"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있다.


<팬텀 리버티>에서 볼 수 있는 엔딩 중 하나
V는 마치 NPC가 된 것처럼 군중 사이로 사라지는데, 개발진이 의도한 부분이다. (출처: 유튜브)



# 게임의 테마를 명확히 정하고, 게임의 구조 속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테마를 명확히 정하고, 게임의 시스템과 퀘스트 라인, 캐릭터 속에서 이를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구조 속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하고 덜어낸 것들이 엔딩에 최종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결과에서 밀려났다고 해서, 해당 테마가 힘을 잃는 것은 아니다. 가령 생존을 선택한 루트에서 V는 주변인과의 관계를 모두 잃는다.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라는 가치를 희생했기에, 플레이어는 타인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엔딩에서 느끼게 된다. 대부분의 엔딩에서 '씁쓸한 승리'라는 테마가 강조되는 이유다.

명확한 테마를 정하고

게임에 어떤 퀘스트에서 보여 줄지 시각화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캐릭터 역시 여러 테마를 강조하고 있다. 재키는 '꿈의 도시 나이트 시티'라는 테마를 의인화한 인물이면서도, 미스티와 재키의 가족을 통해 사람 간의 관계라는 테마를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강연자가 강조한 '좋은 엔딩'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네 가지 방법론은 이렇다.


- 플롯의 기본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 테마와 가치를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 위에서 정한 것들을 브랜치 형식으로 그리고,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나뉘도록 구조를 짠다.

- 플레이어가 결정한 값을 바탕으로 구축된 엔딩의 결과가 나오도록 한다.


이런 방식으로 엔딩에 어떤 테마를 어느 정도로 표현할 지 시각화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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