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대학교에서 재학 중인 서준호 독자는 통계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다. 이러한 관심은 다양한 지표와 숫자를 다루고, 토론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LCK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이후 서준호 독자는 기존에 존재하는 통계 자료에 자신만의 시각을 더해 새로운 지표를 만들었고, 이를 디스이즈게임에 보내왔다.
숫자가 모든 걸 설명하는 건 아니다.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서준호 필자가 보내온 지표에는 흥미로운 요소가 가득하다. '15분 골드 차이'와 같은 기본 지표부터 '승리 확률 기여도' 등 새로운 시각이 담긴 서준호 필자의 지표를 디스이즈게임에 싣는다. 참고로 숫자가 '잔뜩' 들어있으니 집중해야 할 것이다. / 글= 서준호 독자, 편집=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개인의 생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통계 자료이며
디스이즈게임의 편집 방향이나 실제 통계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GD@15: 15분 골드 격차 // GPM: 분당 골드 획득 // DPM: 분당 대미지 // VSPM: 분당 시야 점수
XPD@15: 15분 경험치 격차 // K+A PerMinute: 분당 킬+어시 // DGM Ex: 분당 대미지 격차 기댓값
DGE: 분당 대미지 격차 효율 // WPC: 승리 확률 기여도 // EPT: 턴(분)당 효율성
탑 라인의 1, 2위는 사실상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젠지의 '라스칼' 김광희는 턴당 효율성에서 담원기아의 '칸' 김동하를 앞서고 있다. 게다가 라스칼의 대미지 격차 기댓값은 전체 2위이자 동 포지션 내 격차도 가장 압도적이다. 2위 칸은 평균적으로 좋은 지표를 보여주고 있으며, 기대 이상의 대미지 격차를 만들고 있다는 점으로 미뤄보아 성장에 비해 뛰어난 전투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3위에는 다양한 후보가 이름을 올렸다. 다만, 지표만 놓고 보면 T1의 '칸나' 김창동이 3위가 돼야 하나, 출전 경기 수가 부족해 제외했다. 후보를 살펴보면 KT의 도란 '최현준', DRX의 '킹겐' 황광훈, 아프리카 프릭스의 '기인' 김기인, 리브 샌드박스의 '서밋' 박우태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중 타 후보에 비해 특별한 포인트가 없는 도란과 기인을 제외하면, 남는 건 킹겐과 서멋이다. 서밋은 턴당 효율성이 킹겐보다 '1' 앞서지만, 턴당 효율성+는 동일하다. 따라서 이 지표만으로 둘의 우열을 가리는 건 설득력이 없다.
다만 서밋은 탑 라이너 중 두 번째로 높은 '분당 대미지 격차 기댓값'을 기록하고 있지만, 정작 '분당 대미지 격차 효율'은 동일 포지션에서 가장 낮다. 서밋이 성장은 가장 잘하는 탑 라이너지만, 이를 승리로 끌고 가는 능력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킹겐의 경우 최소 성장한 만큼은 팀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차이가 양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가른 듯하다. 따라서 필자의 선택은 킹겐이다.
사실 정글러의 경우, 1위는 너무나 명확하다. 담원기아의 '캐니언' 김건부는 모든 지표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전체 선수 중 가장 뛰어난 '대미지 격차 효율'을 기록했다. 담원기아가 모든 라인에 뛰어난 선수를 보유하고도 철저히 캐니언 중심의 게임을 펼친 이유다. 2위는 젠지의 '클리드' 김태민일 것이다. 캐니언과 비슷하게 모든 지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탑과 마찬가지로 정글 역시 3위권 경쟁이 치열했다. 정글 3위 후보는 DRX의 '표식' 홍창현, 아프리카 프릭스의 '드레드' 이진혁, 농심 레드포스의 '피넛' 한왕호, 한화생명e스포츠의 '요한' 김요한 등 5명이다.
이중 T1의 '커즈' 문우찬의 경우, 2위를 노려도 될 만큼 지표가 좋지만, 경기 수가 부족하기에 제외했다. 요한 역시 경기 수가 부족해 3위로 꼽긴 어렵다. 다만, 요한은 정글 중 분당 대미지 격차 기댓값이 2위에 해당하며 다른 지표도 평균 이상에 해당한다. 다음 시즌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나머지 세 명의 정글러는 모두 좋은 선수들이지만, 전반적인 지표에서 표식이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표식은 1라운드만 해도 캐니언보다 좋은 지표를 기록했지만, 2라운드에서 심각한 부진에 빠지며 수치가 내려갔다. 아쉬운 부분이다.
2021 LCK 미드 3대장은 한화생명e스포츠의 '쵸비' 정지훈, 담원기아의 '쇼메이커' 허수, 젠지의 '비디디' 곽보성이었다. 미드 1위가 누구인가에 대한 논란은 꽤 많지만, 지표만 놓고 보면 논란의 여지없이 쵸비가 1위이며 시즌 MVP 또한 그의 몫이다. 특히 쵸비의 '분당 대미지 격차 기댓값'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쇼메이커 또한 전체 선수 중 2, 3위권의 지표를 보여줬지만, 쵸비가 너무나 압도적인 숫자를 기록했기에 미드 2위로 밀려났다. 어쩌면 캐니언 중심의 운영을 펼치는 팀의 방향성으로 인해 손해를 봤을 가능성도 있다. 캐니언 입장에선 쇼메이커와 같은 미드 라이너와 한 팀인 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유 있게 미드 3위에 오른 비디디는 '대미지 격차 효율' 부분에서 미드 1위를 기록했다. 다만, 턴당 효율성은 비디디의 명성에 맞지 않는 숫자로 보인다. 미드 4위 후보는 T1의 '클로저' 이주현과 '페이커' 이상혁, 리브 샌드박스의 '페이트' 유수혁이며 이들은 타 미드 선수들보다 한 수위의 실력을 보여줬다.
특히 페이커의 경우 3.5위라고 해야 할 정도로 클로저나 페이트보다 훨씬 좋은 지표를 기록했다. 페이트의 경우 팀 동료 서밋과 거의 지표가 동일하며 미세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클로저는 '대미지 격차 기댓값'에서는 뛰어나지만, 페이커와의 주전 경쟁을 이겨내려면 조금 더 내실 있는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서포터 포지션은 3위를 선정하는 게 의미 없을 만큼, 1위와 2위의 지표가 압도적이다.
예상하셨겠지만, 서포터 부분 1위는 담원기아의 '베릴' 조건희다. 베릴은 프로 게이머로썬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제 기량을 유지하며 담원기아의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다. 다소 불안한 모습이 노출될 때도 있지만, 팀의 핵심 역할을 수행 중이라는 사실엔 변화가 없다.
T1의 '케리아' 류민석은 재기 발랄한 플레이를 선보이긴 했지만, 베릴이 모든 지표에서 우위를 점한 만큼 2위에 선정했다. 다만, 지표만 놓고 보면 케리아는 2위라기보다 1.5위에 가깝다. 그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특히 나이가 굉장히 어린 선수라는 점에서 케리아를 영입한 T1의 판단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3위는 젠지의 '라이프' 김정민, 한화생명e스포츠의 '비스타' 오효성, 아프리카 프릭스의 '리헨즈' 손시우의 경쟁 구도였으나, 라이프에게 3위를 주고 싶다. 세트가 서포터로 활용되는 빈도가 줄어들면서 이 선수에 대한 평가도 많이 내려갔지만, 3위에 선정해도 문제없을 만큼 좋은 시즌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