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K 게임즈가 만든 프로레슬링 게임 <WWE 2K20>에 대한 전 세계 유저들의 비판이 뜨겁다. 게임은 전작에 비해 게임성, 그래픽, 로스터 등 다양한 요소가 퇴화했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유저들은 "이건 프로레슬링 게임이 아니다. 발매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발언까지 하는 상황. 대체 어떤 이유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 <WWE 2K20>에 유저 비평이 이어지는 이유를 정리해봤다. /디스이즈게임 박준영 기자
2K 게임즈는 <WWE 2K20> 개발 초기부터 전작보다 나아진 쇼케이스·유니버스 모드를 선보일 것을 예고했으며, 테이블이 부서지는 표현 등 디테일 요소 역시 다듬을 것이라 전해 유저 기대를 높인 바 있다. 실제로 게임 속 유니버스 모드는 수 백 가지 컷인 영상이 추가됐으며, 테이블 부서짐 표현 등 디테일 요소도 개선됐다. 하지만, 전작까지 있던 요소를 삭제하거나 조작법을 변경하고 이를 강제하는 등 크리티컬한 단점으로 인해 유저 실망이 커진 상황이다.
삭제 콘텐츠 중 대표적인 건 '챔피언 벨트 만들기'다. 전작까지만 하더라도 유저들은 크리에이트 모드를 통해 나만의 챔피언 벨트를 만들 수 있었고, 이를 게임에 적용시켜 선수가 들고 다닐 수 있게 설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는 챔피언 벨트 만들기가 삭제됐으며, 개발사는 이유를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유저들은 게임 내 구현된 기존 챔피언 벨트만을 사용해야 한다.
문제는 기존 챔피언 벨트 구성 역시 빈약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챔피언 벨트 구성에는 최근 WWE에 등장한 신규 타이틀 '24/7 챔피언 벨트'가 구현되어 있지 않으며, 이전작과 비교해 삭제된 벨트들도 있어 상대적으로 빈약한 구성이다.
조작법 변경 역시 유저 불만을 사고 있다. 게임은 이전 시리즈에서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생소한 조작법을 구현한 건 물론, 조작법 커스터마이징이 불가능해 과거 조작법으로 변경할 수 없게 되어있다.
<WWE 2K20> 조작법은 PS4 기준 과거 △ 버튼으로 간단하게 피니셔(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던 부분을 □ 버튼과 X 버튼을 동시에 눌러 사용하도록 변경했다. 여기에, 반격을 기존 R2 버튼에서 △ 버튼으로 바꿨으며, 이로 인해 필살기를 사용하기 직전 적 공격을 반격해 견제하는 플레이를 힘들게 만들었다.
조작법 변경에 대해 2K 게임즈는 "새로운 조작법은 잘못된 조작을 행할 가능성을 줄여줄 거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유저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 상황이며, 과거 조작법으로 회귀하라는 의견과 최소한 강제가 아닌 신·구 조작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또 다른 지적은 로스터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전작 <WWE 2K19>에 등장한 선수는 모든 DLC를 포함해 총 252명이었으며, <WWE 2K20>은 발매일을 기준으로 238명이 등장한다. 이는 캐릭터가 추가되는 DLC '범프 인 더 나이트'와 '스맥다운! 20주년 애니버서리 에디션'을 포함한 내용이며, 향후 선수 추가 DLC를 몇 차례 더 발매할 예정이기에 총 선수 수는 전작에 비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수 수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 구성은 실속 없는 게 사실이다. 전작과 비교해 삭제된 선수는 대략 60명. 이 중에는 '크리스 제리코'와 '딘 엠브로스'(현 존 목슬리) 등 경쟁 단체로 이적한 선수들도 있지만, WWE 소속 현직 선수임에도 등장하지 않는 선수들도 대거 존재한다. 여기에 전작까지 과거-현재 버전이 공존하던 선수들은 어느 한 쪽이 삭제되어 등장해 로스터는 한층 더 빈약해 보인다.
더불어, 로스터가 빈약하게 보이는 건 비단 기존 선수 삭제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WWE 2K20> 선수 구성에는 '마이 커리어' 모드에만 등장하는 오리지널 캐릭터들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이들의 외형과 제작 퀄리티가 선수 만들기 모드를 통해 별다른 설정 없이 대충 만든 정도 수준이며, 조잡한 외형과 성능을 자랑하는 캐릭터가 선수 명단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는 점으로 인해 로스터는 한층 더 빈약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WWE 2K20>은 '현실적인 프로레슬링 시뮬레이션'에 집중한 이전 시리즈와 달리, WWE 선수들을 활용하고 비현실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인다.
가장 먼저 선보여진 '범프 인 더 나이트' 팩은 공포를 주제로 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경기장이 늪지대 한복판인 건 물론, 기존 선수들이 좀비 혹은 크리쳐로 변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 밖에도 오리지널 팩 전용 무기도 등장, 뼈 방망이, 장난감 칼, 거대 사탕은 물론 상대 선수를 한 번에 죽음으로 몰 수 있는 '죽음의 책'도 등장하는 상황.
다만, 이에 대한 유저 평가는 매우 실망스럽다는 입장이다. 유저들은 전작이었던 <WWE 2K19>가 '현실 프로레슬링을 강조하는 게임'으로 호평 받았고, 이번 작품에도 이런 요소가 강조되거나 선수들의 일대기를 그린 방대한 쇼케이스 모드 등을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게임은 현실과 아무 상관 없는 존재들이 등장하고 이로 인해 정체성 혼란만 가중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비현실 요소를 강조한 오리지널 팩 DLC는 2020년 봄까지 3편이 추가로 발매될 예정이다.
<WWE 2K20> 개발 엔진 자체는 전작과 비교해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광원 효과를 변경했는지 게임은 전작보다 한층 더 어두운 구성을 자랑하고, 이로 인해 선수와 경기장 등 세부 요소들이 모두 어둡게 나와 게임이 전체적으로 칙칙하게 보인다.
여기에 물리 엔진 충돌 오류가 전작보다 잦아져 선수 머리 모양이나 의상이 짓이겨지는 경우가 간헐적으로 발생한다. 선수 움직임 역시 부드럽지 못하고 느리고 딱딱한 편인데, 특히 '마이 커리어' 모드 속 캐릭터들은 찰흙 인형같은 외형을 자랑하는 건 물론, 과장되고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인다.
해당 요소들은 향후 패치를 통해 개선될 가능성이 있으나, 그래픽 등 외형에 대한 부분은 개발 단계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임에도 개선되지 않았기에 유저들이 실망감을 표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더불어, 전작에 비해 화면이 어두워지고 물리엔진 오류도 간헐적으로 발생한다는 점 때문에 '전작에 비해 망가진 게임'이라는 인상은 지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WWE 2K20>은 현재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플레이 영상이 공개되고 있으며, 앞서 언급한 문제들은 물론 추가 문제까지 발견되며 '잘못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인식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전작 <WWE 2K19>가 '현실적인 프로레슬링 게임'을 강조한 것과 달리 '오리지널' 콘텐츠로 좀비와 크리쳐 등을 강조해 유저들의 실망감 역시 깊어지는 상황. 더불어, 조작키도 바뀌고 이를 강제한다는 점에서 기존 유저들에게 '전작에 비해 망가진 게임'이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이렇듯 게임이 가장 기초적인 단계에서부터 크리티컬한 이슈가 있고, 동시에 주된 재미와 목적까지 잃어버린다면 유저들의 비판이 이어지는 건 당연한 처사다. 이번 일을 계기로 2K 게임즈가 게임을 대폭 개선하는 패치를 내놓거나, <WWE 2K> 시리즈 방향과 목적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