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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이터널 리턴'은 국내 e스포츠의 신데렐라가 될 수 있을까?

긍정 전망과 부정 전망, 그리고 선수들에게 물은 내용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4랑해요) 2021-11-15 15:06:12
최근 e스포츠화에 본격적인 국내 게임이 있다. 님블뉴런이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이터널 리턴>이다.

<이터널 리턴>은 지금까지 개발사 주관으로 꾸준하게 스트리머나 유저 대회를 개최해 왔다. 최근에는 지자체에서 진행되는 지역 e스포츠 리그에서도 꾸준하게 공식 종목으로 얼굴을 비추고 있다. 두 번 진행됐던 <이터널 리턴> 유저 간담회나, 지난 6월 진행했던 기자 간담회에서도 e스포츠화에 관한 이야기는 항상 화두로 등장했다.

그렇다면, <이터널 리턴>의 e스포츠는 가능성이 있을까? 다양한 근거를 통해 <이터널 리턴> e스포츠의 가능성을 점치는 한편, 꾸준히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선수들의 의견을 모았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시즌 4 시작과 동시에 본격적인 e스포츠 행보를 예고한 <이터널 리턴>

 

# <이터널 리턴>이 가진 고유한 재미가 핵심


먼저, 게임 자체의 가능성이다. 

 

<이터널 리턴>은 MOBA와 배틀로얄 요소를 합친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지역을 이동하며 재료를 모아 스스로 아이템을 만들고, 상대방을 처치해 최후의 1인으로 남아야 한다. 그렇기에 파밍 단계가 짧고, 파밍이 마무리되면 즉시 교전이 시작된다. 유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파밍 단계 중간에도 상대를 습격해 교전을 시작할 수도 있다. 이 빠른 템포의 교전이 관전 핵심 중 하나다.

 

11월 12일 진행된 '2021 서울컵'에서 2위로 입상한 'MidGapGG' 팀의 모좀과 혜시엠은 "파밍 단계가 평균 3분 내외로 짧고, 교전 빈도수가 높다. 트랩이나 시야 플레이 등 변수가 많아 게임 끝까지 흥미진진하다"고 언급했다. 

 

게임 초반에도 교전이 자주 발생한다 (출처 : 아프리카TV)

 

장르의 결합으로 인한 실험체, 조합 간 상성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일루와봐'팀의 '행복한세상초록쓰'는 "(실험체 간) 상성이 있어 먹이사슬처럼 먹고 먹히는 관계가 있다. 불리한 상대를 피하고, 유리한 상대를 골라 교전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아이템 벨류를 높이면 상성을 뒤집을 수도 있고, 조합과 포커싱으로 이를 파훼할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배틀로얄 게임이기 때문에 등장할 수 있는 장면도 더러 있었다. 가령 혼자 남은 한 명을 두고 두 팀이 대치하는 상황이나, 수적 열세에 처한 팀이 기습을 통해 교전에 승리함으로써 드라마틱한 승리를 가져가는 식이다. 

 

한 명을 두고 두 팀이 대치하는 장면. 먼저 스킬을 사용했다간 자칫 이어질 교전에서 불리해질 수 있어 소소한 재미를 줬다
(출처 : 아프리카TV)

 

2명이 모두 남은 팀과 각각 1명만 살아남은 팀이 교전하는 모습. 결국 어부지리를 통해 홀로 남았던 유키가 승리하는 극적인 그림이 나왔다 (출처 :님블뉴런)

 

<이터널 리턴>은 아직 얼리 엑세스인 만큼,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이런 다양성이 등장할 확률은 더 높다. 가령 시즌 4의 핵심인 '특성'이 추가된 후 듀오 대회에서 등장할 수 있는 조합도 더욱 늘어났다는 평가다.

최근 개편된 '부활 콘솔'도 핵심이다. 교전이나 파밍이 의도대로 풀리지 않아 사망할지라도, 맵 곳곳에 있는 부활 콘솔에서 사망 당시 아이템과 레벨을 그대로 이어받아 부활할 수 있다. 배틀로얄 게임인 만큼 교전 패배는 치명적이지만, 부활 콘솔을 통해 재기를 노릴 수 있어 이전보다 대회가 흥미진진해졌다는 평가다. 이전에는 파트너가 탈락하면 해당 라운드에서의 승리는 물 건너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게임 코어 유저층이 e스포츠에 관심이 높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터널 리턴>은 커뮤니티나 스트리머 주관을 통해 유저 대회가 꾸준하게 열리고 있다. 상품은 '바나나 우유'나 '싸이버거 세트' 등 소박하지만, 꾸준하게 개최되고 있다. 몇몇 대회는 타 e스포츠 대회 양식을 본따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기도 했다. 유저 스스로 가능성을 증명한 셈이다.

 

팀원을 잃더라도 부활 콘솔을 통해 제 2의 기회를 노릴 수 있다. 해당 라운드에서도 중반에 팀원을 잃었던 팀이 우승했다 
(출처 : 아프리카TV)

 

유저 대회는 지금도 꾸준히 열리고 있다. 사진은 4월 경 열렸던 유저 대회 (출처 : 트위치)

 

게임당 참가 인원이 18명이란 것도 강점이 된다. 타 배틀로얄 게임은 100인에 가까운 선수가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대회 준비 및 관리에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인원 수가 이보다 적은 <이터널 리턴>은 이보다 준비가 간편한 편이다.

좋은 예는 6월 17일 진행된 국제 대회 'ERWI 2021'이다. 미국 일본 중국 등 5개 지역 선수들이 참여한 대회였다. 한국과 가까운 지역 선수들은 온라인으로 대회에 참여하고, 미국에서 참여한 두 팀은 입국 후 방역 절차를 준수한 후, 호텔에서 별도 격리된 채 대회를 치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코로나 시국에 진행된 국제 대회임에도 ERWI는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됐다.

'지역 거점 e스포츠 경기장'을 오픈한 지자체들이 <이터널 리턴>을 대회 종목으로 선정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기존 종목인 <리그 오브 레전드>나 <배틀그라운드> 외에 떠오르는 게임이 없어 고민하는 관계자들에게 <이터널 리턴>은 가능성을 보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배틀로얄 게임임에도 참가 선수 관리 및 세팅이 타 게임보다 쉽다는 점도 메리트다.

 

<이터널 리턴>은 지역 e스포츠 대회에 꾸준하게 종목으로 얼굴을 비추고 있다 (출처 : 대전시, 경기도)

 

# 적극 e스포츠화 시도하며 경험치 쌓고 있는 <이터널 리턴>

 

개발사 님블뉴런이 계속해서 대회를 운영해 오며 노하우를 쌓고, 리그화 계획에 대한 초안을 발표했다는 점도 강점이 된다. 서울컵에 참가한 선수 다수는 "대회 규모가 커지고, 계속해서 열리는 것을 보면 전망이 밝다고 느껴진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이터널 리턴>에는 솔로, 듀오, 스쿼드 세 가지 게임 모드가 있다. 이에 님블뉴런은 "어떤 모드를 핵심으로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 왔다. 현재는 게임 템포가 대회 중계와 적절히 맞아떨어지고, 교전이 다양하게 펼쳐져 시청자 반응이 가장 좋았던 '듀오 모드' 위주로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지속적으로 대회를 개최해 얻은 시청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얻어낸 결과다.

 

시행착오 끝에 주요 대회 모드는 듀오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출처 : 아프리카TV)

최근 발표한 리그화 계획도 경기 퀄리티를 높임에 있어 긍정 요소가 됐다. 지속적으로 대회가 열릴 것이라는 사실이 보장되기에, 대회를 준비하는 선수가 보다 게임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컵과 리그화 계획 등 e스포츠화에 대한 규모가 커지면서 각 팀들이 스스로 모여 '스크림'(연습 매치)를 진행하는 모습이 이전보다 많아졌다.

덕분에 서울컵은 이전 대회보다 경기 질적인 면에서 발전했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많았다. 경기 내용을 살펴 보더라도, 압도적인 팀 없이 모든 팀이 각각 우승을 가져가며 마지막 6라운드까지 팽팽한 양상이 이어졌다. 꼭 우승을 하지 않아도 킬을 가장 많이 가져간 팀이 다량의 점수를 획득했단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교전'을 자주 하는 팀이 상위권에 입상할 확률이 높다.

 

11월, 리그화 계획을 발표한 <이터널 리턴> (출처 : 님블뉴런)

 

서울컵 경기 결과. 마지막 라운드까지 팽팽한 경기가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출처 : 아프리카TV)

킬 점수를 높여 배틀로얄 게임 e스포츠의 고민 요소였던 '존버'(교전하지 않고 눈치를 보는 행위)에 대한 문제를 일부 해결한 것도 인상깊다. 대회를 진행하면서 받은 피드백을 통해 <이터널 리턴> e스포츠는 킬 점수의 비중을 높였다. 이에 서울컵에서는 점수 차이를 뒤집기 위해 참가 팀들이 불리한 상황에도 적극 교전을 시도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 어떻게 고유의 재미를 e스포츠로 살려낼지에 대한 고민 필요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이터널 리턴> e스포츠에 비단 긍정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패치의 민감성이다. <이터널 리턴>은 아직 얼리 엑세스 게임인 만큼 2주 단위로 대규모 밸런스 패치가 진행된다. 패치가 대회를 앞두고 진행되는 경우도 있어 준비했던 조합을 대회에서 쓰지 못하거나, 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팀이 본선에서 하위권에 위치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e스포츠의 재미를 위해서는 "메타 순환"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터널 리턴>의 경우에는 패치에 따라 메타 변화가 크고, 대회를 앞두고 패치가 진행되기도 하다 보니 대회 성적에 무시 못할 영향을 준다는 평가다.

한 선수는 "패치 근처 날짜에 대회가 잡히면 기존에 준비했던 전략이나 조합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고 답변했다. 다른 선수는 "솔로 모드 위주로 밸런스 패치가 이루어져 보정치가 좋아도 대회에서 쓰기 힘든 조합이 있다. 패치 영향도 커 어떤 실험체가 너프/버프를 받을지 예측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듀오, 스쿼드 모드는 보정치 위주로 밸런스 패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출처 : 님블뉴런)

 

몇몇 선수는 랭크 게임 관전이나 스크림 리플레이를 통해 루트나 전략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사설 게임 한정 리플레이를 남기지 않는 기능이나, 자기 시점을 보여주지 않는 기능을 원하는 선수도 있었다. 한 선수는 "듀오 모드만의 패치나 대회 클라이언트가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오래 걸릴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실제로 <롤> e스포츠의 경우에는 프로 선수들이 전략 노출을 피하고자, 스크림 경기가 끝나면 모두가 게임을 탈주해 전적을 남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인지한 라이엇 게임즈도 2017년경 스크림을 대회 서버에서 진행할 경우엔 기록이 남지 않도록 조정했다.

 

<이터널 리턴>은 유저 니즈 및 대회에서의 필요성으로 인해 빠르게 리플레이 기능을 개발했다. 다만 아직 테스트 버전인 만큼 안정적이지 않으며, 대회 전용 클라이언트는 개발을 예정한 상태다 (출처 : 님블뉴런)

 

어떻게 <이터널 리턴>만의 '재미'나 '화제성'을 끌어낼 지도 화두다.

e스포츠가 게임계 '핫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많은 게임사가 자사의 게임을 e스포츠화하기 위해 밀어주는 장면은 흔한 모습이 됐다. 그러나 무리하게 e스포츠화를 시도하다 "게임 업데이트나 신경쓰라"는 유저들의 반발을 사거나, 시청자 수나 화제성 면에서 별 소득을 얻지 못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모습이 종종 나오기도 했다.

<이터널 리턴>도 이런 문제점에서 완벽히 자유롭다고 말하긴 힘들다. 지금까지 진행해 온 대회 경험을 통해, 최근에 진행된 '서울컵'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코어 유저들에게 <이터널 리턴> e스포츠의 가능성을 각인시키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e스포츠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선 게임 바깥의 유저들에게도 관심을 끌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게임은 잘 모르지만, 관전만 해도 재미있는 게임 대회 말이다. 가령 <리그 오브 레전드>의 국제 대회 '롤드컵'이 진행될 때는, <롤>을 플레이하지 않아도 대회를 시청하는 유저들이 있다. 세부 게임 시스템까진 모르더라도, 세계 최고의 팀들이 '한타'하는 모습만 봐도 충분한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또한, <이터널 리턴>은 홍보를 통한 게임 유저 유치에 적극적인 게임이다. 우연히 대회를 시청한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하고, 코어 유저가 되어 대회를 지속해서 시청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이 선순환 구조는 대회 퀄리티와 지속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따라서 <이터널 리턴> e스포츠의 매력을 어떻게 살려내고, 많은 게이머에게 어필해야 할지 더욱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터널 리턴>은 간담회를 통해 e스포츠에 대한 의지를 적극 피력해 왔다 (출처 : 님블뉴런)

 

 

# 충분히 기반 다져 정식 출시 후 탄탄한 e스포츠 선보이길

 

2022년은 <이터널 리턴> e스포츠의 기반을 다지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게임즈의 김상구 본부장은 2021년 6월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지금보다 풍부한 캐릭터 풀도 필요하고, 리플레이 등도 명확히 준비되어있어야 자생적인 e스포츠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2022년은 기반을 다지는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본격적인 리소스를 투입하는 건 그다음이 될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이터널 리턴>은 아직 정식 출시 전 게임이다. 크고 작은 대회를 통해 가능성은 입증한 만큼, 어떻게 <이터널 리턴>의 참재미를 살려낼지는 2022년의 행보에 달렸다. 당장의 e스포츠화에 급급해 충분한 기반을 쌓지 않고 "무리수"만 두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업계에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란 좋은 반면교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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