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스팀 PC 카페를 취재한 적 있다. PC방에서 스팀과 계약해 제공하는 게임을 무료로 이용하는 방식. 개중에 눈에 띄는 게임이 있었다. <GTFO>. 국내 유저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FPS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정말 <GTFO>가 가장 어려운 FPS 게임이냐"에 관해선 갑론을박이 오갈 수 있지만, 실제로 개발사에서 제공한 통계를 보면 꽤 까다로운 게임인 것은 확실하다. <GTFO> 알파 테스트는 총 15만 명이 도전해 오직 272명이 생존에 성공했다. 성공률은 약 0.18%. <GTFO>에서 가장 어려운 맵으로 꼽히는 'R2E1'은 2020년 6월 기준 총 6만 명이 도전해 오직 589명이 클리어에 성공했다. 클리어 비율이 채 1%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2019년 12월에 발매된 <GTFO>가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순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난도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친구랑 스팀 PC 카페로 즐겨도 괜찮은 게임일까? 마침 대규모 업데이트도 진행했겠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플레이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게임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플레이어는 죄수 신분으로 '슬리퍼'라는 괴생명체가 득시글거리는 지하 연구소에 투입되어, 죄수를 지휘하는 소장(Warden)이 요구하는 물건을 회수하는 것이다.
<GTFO>는 철저한 협동 플레이가 요구된다. 게임은 4인 Co-Op(협동플레이)을 권장하며, 한 명만 빠져도 난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주인공은 죄수 신분으로 연구소에 투입되기 때문에 무장이 굉장히 빈약하다. 가장 약한 적에게 10대만 맞아도 곧바로 쓰러진다. 협동 플레이가 없다면 살아남기 힘들다. 포스터에서부터 "협동하거나, 아니면 같이 죽거나(Work together or die together)"라고 강조할 정도.
여기에 목표 자체도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임무에 투입되면 '특정 물건을 찾아라'라는 정보만 주어질 뿐, 연구소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물건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다. 숙련자 가이드가 없다면 정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방식으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회수해야 할 물건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맵 곳곳에 위치한 터미널을 조작해야 한다. 터미널은 <GTFO>의 무대에서 여러 명령을 시행할 수 있는 컴퓨터인데,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한다. 다루기 쉽지 않기 때문. 터미널을 조작하면 우리가 익히 아는 윈도우 화면 대신 명령 프롬프트에서나 볼 법한 화면이 떡하니 등장한다. 여기에 직접 명령어를 입력해 원하는 아이템의 위치를 찾아야 한다.
게임 내에서 주어지는 자원도 굉장히 한정적이다. 생각 없이 총기를 난사하다 보면 금세 총알이 바닥난다. 모든 맵을 샅샅이 뒤져 챙길 수 있는 자원은 전부 챙겨야 한다. 게다가 들고 갈 수 있는 자원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진행할지, 언제 보급 아이템을 사용할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GTFO>는 기본적으로 잠입 플레이를 권장한다. 플레이어가 상대하는 주요 적은 슬리퍼라고 불린다. 이름 그대로 연구소 곳곳에서 동면하고 있다. 슬리퍼는 일정 주기로 깨어나는데, 이 때는 절대로 움직이면 안 된다. 슬리퍼는 빛과 소리에 반응하며, 플레이어를 발견하면 괴성을 지르며 주위 슬리퍼를 전부 깨우기 때문. 슬리퍼가 깨어날 때는 빨간색으로 점멸하며 심장 박동 소리를 들려주므로, 여기에 맞춰 조용히 이동해 뒤통수에 망치를 먹여주면 된다.
물론 대규모 슬리퍼 무리와 화끈하게 교전해야 하는 구간도 있다. 새로운 구역(Zone)에 진입하기 위해선 '알람 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알람 문을 열 경우엔 경보가 울리면서 대규모 슬리퍼 무리가 습격해 온다. 따라서 알람 문을 열기 전에는 지뢰나 센트리 건 같은 장비를 예상 습격 지점에 배치해 놓을 필요가 있다.
그 외에도 플레이어를 방해하는 요인은 수없이 많다. 게임의 색감 자체도 어둡고 설정에서 감마 조절도 지원하지 않아 저시력 게이머라면 조금 곤란하다. 게임 배경이 지하 연구소인 만큼, 맵 곳곳에 안개가 낀 지역이 있어 벽을 더듬어 가면서 이동해야 할 때도 있다. 다행히 '안개 제거기'나 '형광봉'같은 아이템도 맵에서 보급돼, 이를 활용해 난관을 극복하는 즐거움도 있다.
정리하면 터미널을 찾아 목표 아이템이 어디 있는지 확인하고, 목표를 향해 조용히 이동하면서 알람 문이 나오면 철저한 준비를 통해 물량 공세를 막아내고, 맵을 하나하나 탐사해 모든 목표를 완수한 후 탈출하는 것이 게임 골자다.
<GTFO> 에서는 시즌을 '런다운' 이라고 부른다. 런다운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새로운 맵과 시스템이 추가된다. 현재 <GTFO>는 4월 30일 런다운 5 '리버스'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이번 런다운의 가장 큰 특징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신규 맵 곳곳에 '스포너'라는 새로운 적이 추가됐다. 스포너는 커다란 주머니 형태로 천장에 붙어 있다. 평소에는 큰 위협이 되지 않지만, 플레이어가 스포너 근처에서 멀어질 경우 새로운 슬리퍼를 생성한다. 기존에는 한 구역에 존재하는 슬리퍼를 정리하면 다시 등장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부스터'라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맵 곳곳에서 소장이 찾고 있는 유물을 모으면 미션을 클리어할 때마다 랜덤한 부스터를 얻을 수 있다. 부스터를 사용하면 총기 데미지가 강해지거나, 보급받을 수 있는 자원이 증가하는 등 게임을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다만 부스터는 사용 갯수에 제한이 있으므로 반복 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부스터를 모아놓을 필요가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언택트 시대가 찾아왔다. 이에 <폴 가이즈>, <어몽 어스>같은 멀티플레이 게임이 인기를 얻었다. 어떻게 보면 <GTFO>도 현재 트렌드에 걸맞는 협동 멀티플레이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저 게임들에 비해 지극히 어려워서 도전 욕구를 자극하긴 하지만, 편하게 즐기기는 버겁다.
위에서 말했듯 <GTFO>는 어렵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고난이도 게임에서만 얻을 수 있는 짜릿한 성취감을 얻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어려운 난이도인 'E 구역'까지 게임을 클리어하고 당당히 전 세계 1%에 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어려운 난이도를 가진 만큼 선행학습은 필수다. 세세한 컨트롤보단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게임. 의외로 스팀 커뮤니티나 유튜브에 검색하면 친절하게 한글로 작성된 가이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꼭 가이드가 아니더라도, 플레이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된다.
개발사 10 챔버스 컬렉티브도 한글화를 약속하며 <GTFO>에 대한 적극적인 현지화 포부를 밝혔다. 2021년 5월 기준으로는 아직 한글 채팅만 지원한다.
- 게임명 : GTFO (Get The F*** Out)
- 장르 : 협동 FPS
- 개발사 : 10 챔버스 컬렉티브
- 플랫폼 : PC
- 출시일 : 2019년 12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