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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기묘한 미스테리의 진상을 파헤치는 게임, '공포의 세계'

독특한 이야기들과 약간의 아쉬움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안규현(춘삼) 2023-10-24 16:02:41
이토 준지와 H. P. 러브크래프트.

(<월드 오브 호러>라는 제목으로 더 잘 알려진) 공포게임 <공포의 세계>에 모티브를 준 두 작가의 이름이다. <공포의 세계>는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에 기반한 스토리, 그리고 이토 준지 화풍의 아트워크가 주축이 되는 게임이다. 

우선 <공포의 세계>는 전문 개발자가 만든 게임이 아니다. 유저들의 시선을 끄는 게임 내 일러스트는 그림판을 이용해 제작됐다. 개발의 주축을 이끈 것은 폴란드의 치과의사 파웰 코즈민스키(Pawel Kozminski, 닉네임 panstasz). 1인 개발로 게임을 제작하던 중, 말레이시아 공포 소설 작가 카산드라 카우(Cassandra Khaw)가 시나리오 작가로 합류했다. 

<공포의 세계>는 2020년 2월 얼리 액세스로 스팀에 출시된 바 있다. 이후 10개월간 업데이트가 중단되는 등 개발이 지연됐으나, 개발자가 "정말 비참한 한 해였다. 곧 좋은 뉴스가 있을 것"이라는 코멘트와 함께 복귀하며 몇 차례의 콘텐츠 업데이트와 함께 지난 20일 정식 출시까지 이르렀다. 참고로 <공포의 세계>는 정식 출시와 함께 한국어화가 진행됐는데, 그 퀄리티가 상당히 괜찮다.

얼리 액세스 기간만 3년 8개월, 정식 출시한 <공포의 세계>를 직접 플레이해 봤다. 작성 과정에서 혐오감이 들 수 있는 사진은 최대한 배제했으나, 무서운 사진에 약하다면 주의하시길.





#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된 5개의 공포 '썰'


<공포의 세계> 속 플레이어는 일본의 한 작은 해변 마을에 발생하는 여러 괴이한 미스테리를 해결하고 고대신의 부활을 막는 것이 목표다. 각 미스테리를 해결하면 열쇠를 얻을 수 있는데, 5개 사건을 해결하고 열쇠를 모아 고대신의 부활이 이루어지고 있는 등대 위로 올라가 부활을 막아내야 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고대신의 부활이 점차 가까워진다. 게임 내에서는 '파멸 수치'라는 시스템을 통해 구현되어 있다. 어떤 행동을 하거나 특정 이벤트를 겪게 되면 파멸 수치가 올라가고, 고대신의 부활을 막기 전 파멸 수치가 100%에 도달하면 그대로 게임 오버다. 캐릭터의 체력이나 이성(일종의 정신력 수치다.)이 0에 도달해도 게임이 끝나게 된다.

원하는 미스테리를 선택해 클리어하면
우편함에 열쇠가 하나 도착한다.

열쇠 다섯 개를 모아
등대에 오를 수 있다.

미스테리는 정식 버전 기준 18개가 존재한다. 게임을 시작하면 18개 미스테리 중 임의로 5개가 해결해야 하는 사건 목록에 등록된다. 첫 미스테리를 고르기 전 원하는 사건이 나올 때까지 5개의 사건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 하나의 미스테리는 일종의 스테이지에 해당하기 때문에, 해당 에피소드를 끝내야만 다음 미스테리를 진행할 수 있다. 클리어 순서는 전적으로 자유다.

다만 각 미스테리마다 많으면 4개까지 분기 엔딩이 존재하는데, 특정 엔딩을 보기 위해 필요한 아이템이 해당 미스테리 내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또는 미스테리의 보스 몬스터가 강력해 충분한 성장 후에 클리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포인트 앤 클릭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진은 대부분 미스테리에서 사용하는 공통 UI.

개별 미스테리의 퀄리티에는 편차가 있다. 텍스트(일종의 수사일지)를 보며 마을, 학교, 병원, 바닷가 등 지역을 탐색하며 이벤트와 전투를 진행하는 것을 반복하는 미스테리가 있는 반면, 완전히 새로운 UI로 구성되어 다양한 단서를 살펴 가며 능동적으로 플레이해야 하는 미스테리도 있다. 

그에 따라 게임의 플레이 경험에도 편차가 있는 편이다. 흥미로운 내용의 미스테리를 플레이할 때는 몰입해서 게임을 진행하게 되지만, 일부 미스테리에선 지루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미스테리의 멀티 엔딩이 다회차 플레이 유인으로 잘 기능하는지는 의문이다. 엔딩 분기에서 선택지 활성화는 대부분 특정 아이템을 요구로 하는데, 그게 무엇인지 그리고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준비된 미스테리 18개 중 랜덤으로 5개를 플레이하게 되고 순서는 플레이어가 고르다 보니 공략을 참고하지 않으면 사실상 특정 엔딩 조건을 만족시키기가 어렵다. 인벤토리가 4칸으로 넉넉하지 않다는 점 또한 장벽으로 작용한다.

엔딩 분기 시점에 해당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 수 없다.


# 약간은 아쉬운 조각모음 공포특급

개별 미스테리는 하나의 사건에서 시작해 그 진상을 밝혀 나가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가령, '갑자기 증가한 자살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PC통신 게시판'이나, '정체불명의 고기를 사용하는 수상할 정도로 맛있는 라멘집' 등으로부터 그 배경을 조사해 나가는 식이다. 

기본적인 진행 방식은 포인트 앤 클릭으로 진행되는 비주얼 노벨에 가깝다. 현상에 대한 파악, 추론, 결정은 텍스트로 제시되고 플레이어는 해당 지역을 클릭하고 '조사하기'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적을 마주하거나 이벤트가 발생한다. 

전투 장면

전투는 턴제로 진행된다. 행동력을 소모해 공격, 방어, 의식 행위를 입력할 수 있다. 다만, 플레이어의 공격은 빗나갈 확률이 있는 반면 적의 공격은 확정적으로 적중하고 일정 확률로 부상 상태를 부여하기 때문에 강력한 무기로 최대한 빨리 처치하는 것이 이득인 편이다. 

물리 공격이 불가능한 '유령' 타입 적의 경우 의식 행위에서 박수와 묵례 커맨드를 조합해 특수 의식을 치룰 수 있는데, 이마저도 장착한 무기를 이용해 공격하는 '세계와의 연결 끊기' 커맨드가 훨씬 효율적이다(...). 

이벤트 결과는 능력치 굴림을 통해 결정되는데,
간혹 불합리하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이벤트는 지역에 따라 랜덤하게 등장하는데, 병원에서 무엇이든 고쳐주겠다는 의사를 만나거나 시내에서 수상한 의식에 참여하라는 단체를 만나는 식이다. 어떤 선택지를 고를지 고민하기보다 능력치 굴림 결과 '성공'이 뜨기를 기대해야 한다. 나쁜 결과가 나오게 되면 체력 또는 이성 수치가 감소하거나 파멸 수치가 증가한다.

<공포의 세계>는 다양한 소재의 미지의 대상에 대한 '무서운 이야기'들을 매력적으로 풀어내려 하지만, 플레이어가 개입할 여지가 적은 게임 플레이와 랜덤 요소가 그 몰입을 해치는 모양새다. 이토 준지와 H. P. 러브크래프트로부터 모티브를 얻은 서사 및 게임의 룩앤필이 충분히 매력적인 한편 (주로 게임 시스템적인 면에서)​ 각각의 조각들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남는 게임이다.


취향에만 맞는다면, 기괴한 미스테리를 재밌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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