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반다이남코게임즈와 윈디소프트 계약, 2007년 1월 <괴혼 온라인> 제작 발표. 그리고 2년의 침묵…. <괴혼 온라인>이 지난 20일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원작 <괴혼>은 일반 상식을 거부하는 엽기적인 캐릭터와 무엇이든 ‘굴려서 해결하는’ 독특한 게임진행으로 사랑을 받은 비디오 게임 시리즈다.
그러나 <괴혼 온라인>의 개발사는 원작자인 반다이남코가 아닌 윈디소프트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유저들 사이에서 ‘원작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걱정은 기우에 그쳤다. 아직 개발 단계지만 원작 <괴혼>의 굴리는 느낌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으며, 독특한 캐릭터 분위기도 여전했다. 디스이즈게임에서 시연회를 진행 중인 <괴혼 온라인>을 직접 찾아가 플레이해 봤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개발 중인 버전을 플레이한 것이므로 게임의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 원작을 즐겨보지 못 한 유저들을 고려해 게임의 기본적인 내용들도 함께 담았습니다.
■ 원작의 그 느낌 그대로
<괴혼 온라인>의 싱글플레이는 원작과 거의 동일하다.
원하는 모드와 맵을 선택한 후 맵마다 주어진 스테이지의 목표를 확인한 다음, 제한 시간 내에 달성하면 된다. 물론 모드와 상관 없이 모든 맵의 해결 방법은 딱 하나. 코어를 굴려 덩어리를 크게 만드는 것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작은 왕자님과 덩어리의 중심핵이 될 코어가 놓여 있는데, 이를 이리저리 굴려서 맵위의 갖가지 사물을 붙여 나가면 된다. 코어의 뛰어난 접착력(…) 덕분에 게임 내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심지어는 건물과 산, 비행기 등)은 가까이만 가도 무리 없이 달라 붙는다.
더 간단히 설명하자면 어린 시절 연탄(코어)을 갖고 눈사람(덩어리)을 만들던 일을 떠올리면 된다. 단
게임의 모드는 크게 네 가지.
가장 무난한 모드인 ‘빨리’는 제한 시간 내에 가능한 빠르고 크게 덩어리를 만들어 목표를 도달하는 것이고 ‘크게’는 제한시간은 좀 더 길지만 더 큰 덩어리를 만들어야 하는 모드다. ‘특정’은 말 그대로 특정한 물건들을 덩어리에 붙여서 모으는 것. 꽃 200송이나 암소(…), 달콤한 물건 등 다양한 주제가 주어진다.
마지막으로 ‘스페셜’은 위의 세 가지가 복합된 모드로 덩어리를 빠르게 키운 후 조건에 맞는 재료를 모으는 과정이 잇따라 진행된다.
네 가지 모드는 원작에 등장했던 스테이지 방식을 편의에 따라 구분해 놓은 것.
덩어리가 커질수록 넓어지는 시야와 왕자턴, 대쉬 등의 스킬은 물론 최소화한 인터페이스, 아바마마의 현란한 정신세계가 엿보이는 대화내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원작의 느낌을 준다.
심지어 적당히 무성의해 보이는 오브젝트와 덩어리에 사람을 붙였을 때 들려오는 비명까지 닮았다. 과장 하나 안 보태고 원작의 PC 버전이라도 해도 믿을 수준이다.
■ 새로워진 조작과 코스튬
온라인 버전의 특징도 있다. 우선 조작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괴혼 온라인>의 기본조작은 키보드의 키패드로 덩어리를 굴리고 쉬프트 + 키패드의 좌, 우 버튼으로 횡이동을, 컨트롤로 180도 왕자턴을 하는 방식이다.
또한 키보드의 W, A, S, D로 덩어리를 움직이고 마우스로 방향을 전환하는 키보드 + 마우스 방식의 조작도 지원한다. FPS 게임이나 키보드 이동방식의 MMORPG를 즐기는 유저들에게는 오히려 익숙한 방식이다.
원하는 방향으로 세밀하게 조작할 수 있다.
두 방식 모두 아날로그 스틱 두 개만을 사용했던 PS2용 원작에 비하면 훨씬 직관적이다.
그만큼 적응하기도 편해서 시연회 현장을 찾은 유저들도 대부분 1~2분 이내에 원하는 방향으로 덩어리를 굴릴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가볍게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많은 온라인게임의 특징을 적절하게 잡아낸 셈이다.
물론 원작이 주는 감동에 충실하게 뭔가를 ‘이리저리 굴린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윈디소프트는 이를 위해 게임패드와 진동기능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마을 역시 보다 ‘온라인게임스럽게’ 달라졌다. 원작에서는 스테이지 달성도에 따라 주어졌던 코스튬이나 캐릭터, 코어 등의 ‘꾸미기용 아이템’이 온라인 버전에서는 상점 판매 방식으로 변경됐다. 또한 캐릭터나 코어에는 각각의 ‘능력’도 추가됐다. 향후 캐시템 역시 이런 ‘꾸미기 아이템’을 중심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수집 + 약간의 성장요소가 추가된 정도로 보면 되겠다.
코스튬이 상점 구입방식으로 바뀐 대신 스테이지에서는 다양한 랜드마크 카드를 얻을 수 있다.
랜드마크 카드란 해당 지역의 특정 오브젝트를 덩어리에 붙였을 때 얻을 수 있는 카드다. 예를 들어 서울 맵에서 63빌딩을 덩어리에 붙이거나 도쿄 맵에서 후지산을 붙였을 때, 그에 해당하는 카드를 얻는 식이다.
개발 중인 버전에는 빠졌지만 앞으로 이 랜드마크 카드를 모아 다양한 추가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다. 물론 랜드마크는 찾기 어려운 곳에 있거나 크기가 커서 쉽게 붙일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이를 통해 유저들 사이에 랜드마크 거래를 활성화하고 같은 맵을 반복해야 하는 목적을 주겠다는 것이 개발진의 생각이다.
재료로 63빌딩이 3개, KTX 2개가 들어가는 제작 아이템이 나올 수도 있다는 뜻. “63빌딩 한 장 싸게 구해 봅니다”란 채팅이 나오지 않을까.
온라인게임인 만큼 멀티플레이 모드도 지원된다.
기본적인 룰은 싱글 플레이와 같지만 맵이 좁고 상대방의 덩어리를 직접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예를 들어 당구대 위에 널려있는 칩50개를 먼저 붙이는 ‘빨리 모드’에서는 상대방의 코어를 대시로 맞춰서 붙어있는 칩을 떨어트리거나 아예 상대방을 당구대의 포켓에 빠트릴 수도 있다.
게임의 진행 자체가 원체 빠른 데다 부딪히는 각도와 세기에 따라 덩어리에서 떨어져나가는 오브젝트의 숫자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한 조작으로도 상당히 긴장감 넘치는 대전을 즐길 수 있다.
■ 여전히 어려운 난이도와 반복 플레이가 관건
아쉬운 점은 비디오게임의 난이도까지 그대로 가져온 탓에 온라인게임치고는 난이도가 제법 높다는 것. 덩어리의 크기에 따라 붙일 수 있는 물건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맵을 파악하지 않으면 정작 붙일 수 없는 물건만 가득한 곳에서 헤매기 십상이다.
실제로 시연회에서도 조작법은 다 익혔는데 정작 스테이지를 클리어하지 못했다며 울상을 짓는 유저들이 많았다.
시연회에서 밝혔던 것처럼 이 게임이 20대 초반의 여성 유저를 타깃으로 고려하고 있다면 대략적인 맵의 구조를 볼 수 있는 전체맵이나 붙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오브젝트를 표시해 주는 화살표 정도는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싱글플레이를 강조한 부분은 마음에 들지만 대전 모드에서 맵을 고를 수가 없다는 점(고정된 맵 3가지만 지원된다)도 아쉬웠다. 이후 정식 테스트버전에서는 이런 점들도 훌륭히 보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