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TA>와 <카오스>를 아시나요? <DOTA>(Defense of the Ancients)는 자동으로 움직이는 양쪽 진영 유닛 사이에서 영웅 하나만을 조작하면 되는 직관적인 게임 방식과 레벨 업, 아이템 등을 통한 RPG적인 캐릭터 성장 등으로 인기를 끈 <워크래프트3>의 모드(MOD, 변형게임)입니다.
국내에서도 이를 기반으로 한 모드인 <카오스>가 공개됐죠. 인기도 엄청나서 오죽하면 유저들 중에는 <워크래프트3>를 <카오스>를 즐기기 위한 클라이언트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후 <아발론>이나 <삼국통일: 대륙의 별>처럼 <DOTA>와 <카오스>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게임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하나의 ‘게임방식’으로 자리잡은 모드랄까요?
그런데 그 <DOTA>의 개발자들이 모여서 사고를 쳤습니다. <워크래프트3>의 모드에서 벗어나 <DOTA>를 한층 가다듬은 자신만의 게임을 만든 겁니다. 바로 오늘 소개할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입니다. 영상부터 보시죠.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게임의 특성상 <카오스>나 <DOTA>와 비교한 내용이 많습니다. 가능하면 국내 유저들에게 친숙한 예를 들기 위해 <DOTA>가 아닌 <카오스>와 비교했습니다.
※ 게임의 약어인 <LOL>은 크게 웃다(laugh out loud)를 나타내는 영어 속어입니다. 우리말로 따지면 ㅋㅋㅋ 정도가 되겠습니다.
※ <LOL>은 PC기반의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입니다. <LOL>의 공식홈페이지에만 가입하면 (//www.leagueoflegends.com) 누구나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패키지를 구입하면 추가 영웅과 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북미에서는 지난 10월 27일 THQ를 통해 패키지가 발매되었습니다. 다만, 지역에 따라서는 완전히 온라인 게임처럼 서비스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텐센트가 퍼블리싱을 맡습니다.
■ 신속하고 치열한 전투의 연속
<LOL>의 게임방식은 기존의 <카오스>와 비슷한데요, 보통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됩니다.
- 자신이 원하는 영웅(소환사)과 진영을 고르고 게임을 시작한다. 양쪽 진영에 일종의 졸개유닛인 미니온이 등장해 자동으로 적의 미니온과 전투를 벌인다. 플레이어는 미니온과 함께 상대 진영을 공격해서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적의 넥서스를 파괴해야 한다.
- 적의 미니온이나 가드타워를 쓰러트릴 때마다 경험치와 골드를 얻는다. 경험치는 영웅의 레벨을 올리는 데, 골드는 영웅을 강화할 아이템을 구입하는 데 쓰인다. 물론 레벨이 오를 때마다 기본적인 능력치가 오르고 새로운 스킬을 배울 수 있다. - 미니온으로 얻는 경험치만으로 부족하다면 필드 곳곳에 있는 중립 몬스터를 잡아서 추가 경험치와 골드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얻은 장비, 아이템, 경험치 등은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즉시 초기화된다. 다음 판에서는 또 다시 레벨 1부터 새로운 전투를 시작해야 한다. |
당연한 말이지만 넥서스를 먼저 부수는 진영이 승리합니다.
<LOL>은 <카오스>와 달리 본진의 방어가 매우 허술합니다. 우선 미니온과 가드타워 이외에는 적의 본진 진입을 막는 장치가 전무합니다. 가드타워도 수비만 없다면 미니온을 방패 삼아 레벨 1에서도 부술 수 있을 정도로 약하죠.
최고 단계인 18 레벨의 영웅이 3명 이상 모였을 경우 본진 넥서스를 모두 부수는 데 30초도 안 걸릴 정도입니다. 덕분에 <LOL>에서는 초반부터 후반까지 꾸준히 상대편 영웅을 견제해 줘야 합니다. 그만큼 영웅 간의 전투가 잦아지고 게임도 플레이어 중심으로 빠르게 돌아가게 됩니다.
<LOL>에서 한 판의 게임이 끝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0~40분입니다. 시간 상으로는 <카오스>와 비슷하지만 실제 접전의 수는 배 이상 되더군요. 레벨 업도 빠르고 최고 레벨 제한도 낮기 때문에 약 10분 정도만 지나면 미니온을 무시하고 상대방 영웅만 공격하는 자신을 볼 수 있습니다.
게임의 흐름이 매우 빠릅니다. 전투와 전투가 끝없이 이어지죠.
특히 <카오스>에서 영웅의 생존을 돕던 ‘무적 귀환’과 ‘안티매직 포션’이 없기 때문에 전투 자체도 매우 공격적입니다. 일단 전투가 벌어졌다 하면 영웅 두세 명이 죽는 것은 일도 아니죠. 실력이 비슷한 팀일 경우 <카오스>처럼 게임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죽지 않은 유저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꾸준히 죽고 꾸준히 죽이는 전투가 쉴 새 없이 반복된다고 할까요?
■ 군살 없이 담백한 게임 시스템
<워크래프트3>라는 한계를 벗은 만큼 게임의 시스템도 세련되게 변했습니다. 특히 초보자를 배려한 ‘친절함’과 군살을 뺀 ‘담백함’이 눈에 띕니다.
대표적인 것이 ‘상점의 일원화’인데요, <카오스>에서는 맵 곳곳에 분리돼 있던 상점이 <LOL>에서는 하나로 통일됐습니다. 아이템을 보기 좋게 능력치 별로 구분했고 해당 아이템을 누르면 제작에 필요한 하위 아이템과 다른 아이템을 섞어서 만들 수 있는 상위 아이템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템 트리가 확실히 보기 편합니다.
덕분에 컨트롤과 아이템 구입 방식이 매우 깔끔해졌죠. 자신의 영웅이 사망한 상태에서도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죽은 상태로 화면만 멍하게 쳐다볼 일도 없어졌습니다.
각 영웅마다 추천 아이템 목록도 준비돼 있는데요, 이게 상당히 효율적이라 초보 유저는 추천 아이템만 구입해도 큰 무리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정도입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스펠도 추가됐습니다. 스펠은 힐, 텔레포트, 대쉬 등 보조계열 스킬로 구성되어 있고 플레이어당 2개씩만 고를 수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영웅의 특성을 한층 살려줄 수도 있고, 반대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도 있죠. 선택은 유저 자신의 몫입니다.
무적 귀환이 빠진 대신 ‘언제든 10초만 있으면 돌아갈 수 있는’ 귀환 스킬이 추가된 것도 특징입니다. 쿨타임 등 사용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언제나 본진과 전장을 오가는 ‘빠른 전투’가 가능하더군요.
테스트에서는 힐 + 텔레포트의 조합이 가장 많이 보이더군요.
■ 총 40명의 영웅과 160종 이상의 스킬
영웅과 스킬 시스템도 한층 진화했습니다. 우선, 마나 대신 체력을 소모하는 스킬이나 쿨타임만 돌아오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등 새로운 스킬 타입들이 추가됐습니다. 평소에는 패시브 스킬로 있지만 버튼을 눌러서 직접 사용할 수도 있는 혼합형 스킬도 생겼죠.
스킬의 효과도 다양해졌습니다. 적을 끌어오거나 밀쳐내는 건 기본이고 사용할 때마다 영웅의 능력치를 영구히 올려주고, 랜덤으로 효과가 발동되는 도박형 스킬도 있습니다. 지정된 시간 동안 플레이어가 죽으면 발동되는 스킬이나 맵 전체를 밝히는 스킬처럼 보조 스킬도 대폭 늘어났죠. 스킬의 수만큼 영웅의 수도 늘어나서 현재 <LOL>에서는 총 40종의 영웅을 지원합니다.
영웅마다 다른 ‘기본특성’도 눈에 띕니다. 영웅에 따라 받는 대미지를 확률적으로 감소 시키거나 상대편 미니온에게 강력한 피해를 입히는 등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 기본특성의 성능이 엄청나기 때문에 영웅별로 자연스럽게 일종의 직업군이 형성됩니다.
정말 독특한 방식의 스킬이 많습니다. 아이디어가 놀라울 정도.
실제로 팀채팅을 통해 서로를 탱커, 딜러, 누커 등 직업군으로 구분하는 유저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랜덤 대전이 아닌 경우에는 서로 어떤 직업군을 맡을 것인지 상의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일종의 파티플레이(?)라고 할까요.
■ 직관적이고 눈이 편안한 그래픽
카툰 렌더링을 사용한 깔끔한 그래픽도 인상적입니다.
<LOL>은 각 영웅마다 신체비율과 스타일 등이 완전히 다릅니다. SD 풍의 귀여운 미이라 영웅이 있는가 하면, 얼굴 가득 진지함을 머금은 8등신의 암살자도 있죠. 하지만 모든 캐릭터를 만화화하는 카툰 렌더링 기법을 사용하고 색감을 통일 시킴으로써 ‘개성 있는 영웅들’을 어색하지 않게 뭉쳐놓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 카툰 렌더링 덕분에 오브젝트와 유닛의 구분도 한층 쉬워졌죠. 덕분에 기존의 <카오스>류 게임에 비해 눈의 피로가 상당히 덜한 편입니다.
■ ‘원조’가 무엇인지 보여준 <커오스>의 완성형
<DOTA>와 <카오스>는 상당히 독특한 장르의 게임입니다. 일단 장르부터 RTS도 아니고 RPG도 아닌 중간 형태를 띠고 있죠. 그래서 국내의 몇몇 게임업체에서는 아예 <카오스>라는 이름을 장르로 내세울 정도입니다.
다만 워낙 독특한 방식의 게임이다 보니 손을 대기가 어렵다는 게 흠이랄까요? 솔직히 말해 ‘제2의 카오스’를 내세우며 나타난 대부분의 게임들도 ‘세계관과 스킬을 바꾸고 한두 가지 시스템 정도를 집어넣는 데 그치고 있죠. 반대로 말하면 <카오스>나 <DOTA>가 그만큼 완성도 높은 모드였다는 말도 됩니다.
<LOL> 역시 겉보기에는 <DOTA>나 <카오스>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신 게임의 전반적인 부분에 걸쳐서 불편하거나 부족했던 부분을 모두 뜯어 고쳤죠.
위에서 설명한 것 외에도 영웅의 모습을 일시적으로 숨길 수 있는 풀숲이나 전황에 따라 업그레이드되는 미니온, 미니맵에 마크를 표시하면 주변의 건물을 자동으로 인식해서 ‘누가 어디 타워를 지키러 가고 있다’ 등의 메시지를 표시해 주는 시스템 등 정말로 수많은 변경점이 있습니다.
스킬 범위를 한 눈에 알려주는 편의성도 마음에 듭니다.
온라인이라는 특성에 맞춰서 계정별 성장과 룬 시스템도 도입했죠. <LOL>에서는 게임이 끝나면 플레이어의 계정에 경험치와 마스터리 포인트가 쌓이는데요, 이를 활용해서 계정 내의 모든 영웅을 강화하는 마스터리를 올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스터리로 공격력 5%와 방어력 5%를 올렸다면 게임을 시작할 때마다 자신의 영웅은 공격력과 방어력이 5%씩 오르는 식입니다. 상점에서 구입하는 룬도 비슷한 역할을 맡죠. 물론 비슷한 레벨 대에서 밸런스에 영향을 줄 만큼 강력한 수준은 아닙니다. 다만 ‘성장과 전투스타일을 정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정도랄까요?
또 상점에서 각종 캐릭터의 새로운 스킨을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역시나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개성을 뽐내기 위해서죠.
튜토리얼과 초보자를 위한 시스템도 충실하기 때문에 기존의 <카오스>를 접하지 못한 유저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카오스>류의 게임의 끝을 보고 싶은 유저, 혹은 기존의 <카오스>에 질렸지만 비슷한 장르의 다른 게임을 원하는 유저에게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