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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보더랜드 ‘판타지 외전’ 리뷰…익숙, 신선, 그리고 불안

새로운 시도는 반갑지만…

방승언(톤톤) 2022-03-01 10:48:34

<보더랜드 2>의 여러 DLC 중에서도 <타이니 티나의 드래곤 요새 습격>(이하 드래곤 요새 습격)은 여러 팬에게 남다른 인상을 남긴 타이틀이다.

 

본편의 주인공 일행이 모여 ‘타이니 티나’가 만든 TRPG를 함께 플레이한다는 내용의 해당 DLC는 ‘극 중 극’처럼 진행된다. <보더랜드>의 코믹한 SF 설정에 판타지 요소까지 가미되면서 독특한 분위기와 웃음을 자아냈다.

 

이러한 <드래곤 요새 습격>의 콘셉트를 계승해 만들어진 독립 타이틀 <타이니 티나의 원더랜드>를 데모 버전으로 먼저 체험했다. 액션RPG/어드벤처 장르인 만큼 짧은 플레이로 게임을 전부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기대에 부응했던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이 명확히 눈에 들어왔다.

 

 

 

# 변함없는 공식, 새로워진 디테일

 

<보더랜드>는 벌써 13년 역사를 자랑하는 루트 슈터(looter shooter) 장르의 ‘대선배’격 시리즈가 됐다. 1편에서 처음 선을 보인 방대한 총기 루팅 시스템은 그 자체로 곧 게임의 인기 요인이었고, 큰 변화 없이 수정·발전하며 시리즈 아이덴티티로 자리매김했다.

 

<타이니 티나의 원더랜드>에서도 총기 루팅은 큰 틀에서 같다. 총기의 브랜드, 속성, 티어, 유형에 따라 무기의 작동방식과 장단점이 무수하게 파생하는 기존의 방대한 메커니즘을 그대로 만나볼 수 있다.

 

제작진은 여기에 판타지 세계관에 맞는 변주를 시도했다. ‘폭발’ 속성이 사라진 대신 ‘흑마법’ 속성이 추가됐고, 총기 브랜드 또한 전부 본편과 달라졌다. 전혀 없던 형태와 위력을 지닌 발사체들, 새롭게 선보인 석궁 유형의 무기 등이 기존과는 다른 재미를 준다.

 

석궁 형태의 무기가 많아졌다.

 

한편 <보더랜드> 총기 시스템의 또 다른 매력은 다른 게임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때로 기괴한) 무기 옵션들의 존재다. <타이니 티나의 원더랜드>에서도 이 전통은 이어진 듯하다. 재장전 시 총기를 던져 대미지를 입히는 익숙한 옵션에서부터, 석궁을 맞은 적에게 근접공격 시 추가 대미지를 입힐 수 있는 새로운 옵션까지 만나볼 수 있었다.

 

이렇듯 무기 조합 혹은 캐릭터 빌드 시너지를 고려해 자신에 맞는 최적의 총기를 찾아내는 <보더랜드>의 전통적 재미는 <타이니 티나의 원더랜드>에서도 유효할 전망이다. 다만, 데모구간에서는 무기의 다양성 수준까지 명확히 확인하기엔 어려움이 따랐다.

 

 

 

# 더 많아진 장비 선택지

 

게임은 총기 이외 부분에서도 <보더랜드>의 장비 시스템을 다양하게 계승했다. <보더랜드>의 실드, 수류탄 모드, 클래스 모드 아이템은 각각 <타이니 티나의 원더랜드>의 와드, 주문, 갑옷에 대응한다.

 

와드는 적 공격을 일정 수치만큼 막아내고, 0에 도달하면 파괴되며, 공격받지 않은 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동 충전된다. ‘파괴 시 이동속도 증가’ 등 특수 옵션이 붙기도 한다. 상세 옵션이 달라진 것을 제외하면 <보더랜드>의 실드와 거의 동일하다. 갑옷 역시 클래스 고유 스킬 강화 및 기타 스탯 버프를 제공하는 아이템으로, ‘클래스 모드’와 기능상 다른 점이 없다.

 

한편 ‘주문’은 수류탄과 비교해 한층 흥미로워졌다. <보더랜드>의 수류탄에도 여러 유형이 있었지만, 결국 ‘투척형 폭발물’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 ‘주문’은 적에게 번개를 떨어뜨리는 것에서부터 히드라를 소환하는 것까지 사용 방식과 활용 방안이 서로 확연히 달라 더 다양한 재미를 준다.

 

여기에 총 2개의 ‘반지’ 아이템 슬롯이 더해져 장비 선택지가 더 많아졌다. 다만 반지 중에서는 ‘수치 버프’ 외에 특수한 능력이나 기능을 더해주는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캐릭터의 지나친 강화를 막으려는 밸런싱 상의 선택으로 보인다.

 

주문으로 얼음 기둥을 솟게 하거나
히드라를 소환할 수 있다.

 

# 신선한 ‘근접 무기’ 시스템

 

기타 장비 시스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근접무기’다. 플레이어들은 4개의 총기 외에 근접무기 1개를 별도로 장착할 수 있다. 근접무기는 총기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브랜드, 속성, 티어, 옵션을 부여받는다.

 

근접 무기는 단순한 공격 수단 추가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근접 무기들에는 ‘스킬 쿨다운 감소’나 ‘받는 대미지 경감’ 등, 총기에 없는 고유한 옵션들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유저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빌드를 구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근접 전투를 ‘장려’하기 위한 여러 장치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적은 치명타(헤드샷)를 입을 때 수시로 ‘그로기’ 상태에 빠지는데, 이때 안전하게 근접 공격을 가할 시간적 틈이 발생한다.

 

 

적의 행동패턴 또한 ‘육박전’에 적합한 형태로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 <보더랜드> 시리즈에서 적들은 엄폐물을 적극 활용하며 중·장거리 교전을 선호하는 유형과, 그렇지 않은 유형이 혼합되어 있었다. <타이니 티나의 원더랜드>의 경우 후자의 비율이 부쩍 늘었으며, 아예 근접전만을 벌이는 적이 많은 편이다.

 

레벨 디자인에서도 이에 맞춘 변화가 감지된다. 대부분의 맵에 ‘고저 차’는 곳곳에 존재하지만, 엄폐물의 숫자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 결과 개방된 전장에서 여러 명의 적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전투 상황이 주를 이룬다.

 

대다수 적이 엄폐를 잘 하지 않는다.

 

 

# 근접 무기 전투 도입에 따른 한 가지 우려사항

 

상술한 근접 무기 시스템의 도입과 그에 맞춘 전투 디자인 변화는 <타이니 티나의 원더랜드>의 전투 콘텐츠를 <보더랜드>와 명확하게 구분 짓기 위한 시도로 이해할 수 있으며, 실제로 두 게임의 전투는 비슷한 듯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다만, 적의 엄폐물 사용 빈도가 확연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적을 쏘아 맞히는 일은 기존보다 훨씬 쉬운 일이 됐다. 이는 ‘슈터’ 게임에서 반기기 힘든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제작진은 ▲적 동선 다양화 ▲적 공격패턴 다양화 ▲적 체력 향상 등 수단을 활용했다.

 

로켓으로 도망가는 적

 

적은 별안간 로켓 추진 팩을 이용해 날아서 도망가거나, 총격을 받으면 옆으로 뛰어 회피하는 등 예상 못 한 움직임 자주 취한다. 공격 패턴 역시 나무통을 뒤집어쓴 채 다가와 플레이어를 공중으로 띄워버리는 적, 유도형 투사체를 다량으로 날리는 적 등 다양한 유형이 동시에 등장하기 때문에 난전이 자주 펼쳐진다.

 

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주문, 고유스킬, 무기 속성을 총동원해 바삐 움직여야 하며, 이는 전투의 박진감을 부여하는 긍정적 요소다.

 

다만 적의 체력이 너무 많아 이러한 전투의 속도감과 입체감을 누그러뜨린다는 인상이다. 전투가 아닌 ‘반복작업’ 같은 인상을 주는 구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가장 낮은 난도에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현상이며, 상위 티어 장비를 확보한 상태에서도 똑같이 발생했다.

 

 

 

# 캐릭터 빌드, 스토리의 아쉬움

 

액션RPG/어드벤처 장르에서 캐릭터 빌드 및 스토리 콘텐츠의 매력은 게임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이는 <타이니 티나의 원더랜드>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아쉽게도 데모 버전의 짧은 플레이 시간 한계상 이를 온전히 확인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이중 ‘캐릭터 빌드’ 시스템은 앞서 언급된 아쉬운 평가를 뒤집을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요소다. 상술한 ‘체력 과다’(불릿 스펀지) 문제는, 캐릭터 성장을 명확히 체감시키기 위한 의도적 장치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제공된 플레이 분량에서는 장비 획득과 스킬 레벨업에 따른 변화가 미미했던 편이다. 빌드를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렸을 때에만 비로소 강력함이 체감되는 체계 자체는 기존 작품들에 공통으로 존재했던 요소이기는 하다. 그러나 적 체력이 향상한 만큼, 해당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의 지루함을 덜어 줄 별도의 방안은 필요해 보인다.

 

'고블린의 자유와 탈출을 위한 모임', 줄이면…

한편 스토리 측면의 아쉬움은 더 크다. ‘TRPG’와 ‘<보더랜드> 세계관’이라는 두 가지 매력적 아이디어의 조합은 생각보다 큰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한다. ‘나사 빠진’ NPC들과 나누는 익살맞은 대화와 우스꽝스러운 상황은 여전히 웃음을 안기지만, 이는 제작진이 그동안 줄곧 사용해 온 익숙한 패턴의 타성적 반복처럼 느껴진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타이니 티나의 독보적 캐릭터, 더 나아가 ‘게임 속 게임’이라는 재기 넘치는 설정을 활용한 재치 있는 장면이나 유머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뜻. 이 게임의 모티브가 된 <드래곤 요새 습격>의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흥미롭고 신선한 스토리텔링을 시도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아쉬움이 더욱 크다.

 

다만 <타이니 티나의 원더랜드>는 <드래곤 요새 습격>보다 월등히 플레이 타임이 긴 스탠드 얼론 게임이다. 모든 스토리 구간을 재치있게 구성하기란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제작진은 사전 인터뷰에서 <타이니 티나>의 스토리가 “테이블에 함께 앉은 친구들, 그리고 게임 속 영웅 및 악당과 형성하는 유대감에 관한 이야기”라고 전한 바 있다. 본편에서는 이를 실감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개되길 기대해본다.

 

타이니 티나의 개성과 '게임 속 게임'이라는 설정은 뻔한 농담으로 활용되는 정도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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