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와 실험적인 콘텐츠를 선보인 <아키에이지>의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CBT)가 끝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울티마 온라인>을 즐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직은 완벽하진 않지만, 샌드박스형 MMORPG로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게임이었거든요.
디스이즈게임에서 살펴본 <아키에이지> CBT1 스케치 2편, 이번에는 하우징과 상호작용 시스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현실도 마찬가지겠지만, 게임에서도 ‘내 집 마련’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더군요. :) /디스이즈게임 권영웅 기자 체험기 1부 보기 ▶▶ 생각보다 탄탄한 아키에이지의 첫인상 [원문보기]
■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운다. 하우징 시스템
<아키에이지>는 유저가 직접 자신의 집을 지을 수 있는 ‘하우징’ 시스템을 지원합니다. 1차 CBT에서는 초보 지역의 특별히 정해진 ‘주거지역’에만 지을 수 있는데요, 앞으로 높은 레벨의 지역에서는 자유롭게 아무 데나 집을 지을 수 있다고 합니다.
집을 지으려면 일종의 집 문서 개념인 ‘집 키트’를 구매해야 합니다. 집 키트는 집의 크기와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다릅니다. 당연히 크고 예쁜 집은 더 비싸겠지요. 집 키트를 사서 클릭하면 마치 RTS에서 건물을 짓듯 반투명 처리된 집이 나오고, 마우스를 움직여 집의 위치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집의 위치를 결정하면 집의 방향을 정하게 되고, 방향까지 정하면 집 짓기가 시작됩니다.
집의 위치를 정하는 장면입니다.
초기의 집은 기초 공사만 겨우 되어 있는 ‘건축 현장’ 상태입니다. 1차 테스트에서 디스이즈게임이 지은 집은 총 400회의 ‘노동’으로 완성되는 집입니다. 집 주인은 1회 노동에 얼마를 지불할 것인지 설정할 수 있고요. 1회 노동에 1실버로 책정하면, 총 400실버를 해당 현장에 예치시켜야 합니다.
집주인은 물론, 해당 집을 짓는 데 도움을 주고 싶은 이들은 건축 현장을 클릭하면 일할 수 있습니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이 있어야 하고, 해당 집을 짓기 위한 재료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다만, 전체 재료 또한 같이 예치시켜서 노동력만 있으면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옵션으로 제공했으면 어떨까 합니다. 현실에서도 일용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재료를 조달해서 일을 하진 않으니까요.
노동에 대한 대가를 설정하면 집 짓기가 시작됩니다.
노동이 진행됨에 따라 집은 점차 완성되어 갑니다. 이번 테스트에 사용된 집은 40회 노동마다 완성돼 가는 모습으로 바뀌더군요. 400회를 채우면 드디어 집이 완성됩니다. 완성된 집에는 가구 등을 설치해 실내를 꾸밀 수 있습니다. 그 외의 기능으로는 ‘문’을 여닫을 수 있습니다. 아직 창문을 다는 기능은 없는데요, 아마 나중에 추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점점 완성되어 가는 집의 모습. 낮과 밤의 흐름도 잘 보이죠?
집 내부에 카펫도 깔고, 침대와 탁자도 설치했습니다.
집 밖에는 나무를 심었습니다. 이제 좀 그럴듯하지 않나요?
여담이지만, 1차 CBT 3일차에 집을 짓느라 단순 몬스터 사냥으로 돈을 계속 벌었습니다. 통 크게 3000실버짜리 집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가장 비싼 집 키트를 샀거든요. 키트만 있으면 집이 완성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울티마 온라인>에선 집 키트만으로 집을 지을 수 있었거든요.
사실 NPC의 건축 재료 판매 목록만 봐도 <아키에이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을 텐데, 큰 집에 눈이 멀었나 봅니다.
결국, 엄청 오랫동안 집을 한 번 지어 보고자 여러 의미의 ‘노가다(몬스터 사냥, 집 짓느라 망치질)’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4일차에 테스터들에게 게임 머니를 일괄적으로 지급했다는 소식을 듣고 말았습니다. 진심으로 울고 싶었습니다….
■ 가능성을 확인한 상호작용 시스템
<아키에이지>의 특징은 ‘변화하는 세계’라는 점입니다. 1차 테스트 버전에서 유저는 나무를 심을 수 있고, 벨 수 있고, 타고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존재하는 모든 나무를 벨 수는 없습니다. 유저가 심은 나무만 벨 수 있었죠.
아무래도 모든 나무를 벨 수 있게 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유저들의 행동에 의해 전 필드가 민둥산이 되어 버릴 수도 있거든요. 이번 테스트에서도 하나의 마을을 온통 나무로 뒤덮어 버린 유저도 나왔으니까요. 모든 나무를 벨 수 있다면 그 유저의 행동은 너무나 쉽게 예측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마을 전체에 나무를 심어 NPC를 찾기도 힘들게 만든 한 유저의 깜찍한 ‘테러’.
단순히 나무로 표현된 ‘베고, 심는다’는 두 가지 행동이 가능한 개체라 테스트에 용이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것은 엄청난 활용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보면, 지금까지 MMORPG의 공성전에서 ‘성벽이 무너지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것’은 한정적으로 가능했습니다. 무너지는 성벽과 무너지지 않는 성벽이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사다리 또한 걸칠 수 있는 곳도 한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아키에이지>의 나무 심기를 응용하면 성벽의 모든 부분에 ‘사다리’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로프를 걸어 타고 올라가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조금 더 신경을 쓴다면 모든 성벽을 부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문으로 들어가거나, 성 뒤편 로프를 타고 가거나 모로 가든 서울만 가면 됩니다.
필드에서 대규모 전투를 벌일 때, 각종 장애물을 설치해 적의 기동을 방해한다거나, 방어에 유리한 간이 요새를 빠르게 만들 수도 있겠죠. 특별한 장애물을 설치해 사냥하기 힘든 몬스터를 수월하게 잡을 수 있겠고요. 혹은 군집을 이루고 있는 몬스터들을 사냥하며 안전한 장소를 만들기 위해 목책을 쌓는 등의 연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용 탈것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키에이지>의 공용 탈것은 다른 게임처럼 실제 플레이와 동떨어진 존재가 아닙니다. 진짜로 실제 거리를 스스로 움직입니다. ‘아차’하고 공용 탈것을 놓쳤을 때, 말을 타고 빠르게 달려서 공용 탈것을 앞지른 후, 거기에서 올라탈 수 있습니다. 왠지 서부시대에 기차를 약탈하는 마적단의 느낌이 들더군요.
유령 마차…? 이미 출발한 것을 쫓아가 올라탈 수도 있습니다.
테스트에서 ‘나무’와 ‘공용 탈것’으로 표현된 해당 시스템들은 거의 모든 오브젝트가 유저와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잇습니다. 자유도가 높은 상호작용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연출과 내러티브는 <아키에이지>의 큰 장점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 1차 테스트를 마치며…
1차 CBT에서 기초를 검증 받고 하나씩 테스트해 보고 싶다던 XL게임즈 송재경 대표의 말처럼, <아키에이지>는 투박한 나무 인형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뭔가 거슬리고, 지루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키에이지>의 청사진도 보였습니다. 시스템에 빠져들자 게이머로서 피가 끓더군요. 다음 테스트에서 보다 확장된 상호작용을 느끼고 싶었던 것은 비단 저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물론 이번 테스트는 ‘유저의 입장’에서는 불편하고 불친절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억의 터’라는 엘프 마을에서 NPC를 찾으려고 엄청난 시간을 허비했던 일은 반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른 테스터들도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니맵이 없는 대신 지도 편집 기능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그 기능은 아직 없었습니다. 단지 미니맵이 없는 것은 문제가 아니겠지만, 그것을 보완해 줄 시스템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 테스터들의 입에선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죠.
다음 테스트에서는 적어도 쾌적한 테스트를 위한 시스템은 어느 정도 갖춰져야 할 것입니다. 구현될 예정인 ‘편의성 높은 유저 인터페이스(UI)’가 절실합니다. 그래서 테스트 환경이 잘 조성돼야 실험적인 핵심 콘텐츠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다음 테스트를 기다려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