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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TIG 퍼스트룩] 잠시 차에서 내려주셔야겠습니다

방승언(톤톤) 2023-06-19 10:01:59
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8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콘트라밴드 폴리스>는 1980년대 가상의 공산국가 ‘아카리스탄 인민 공화국’의 국경 경찰관이 되어 입국 차량을 검문하는 내용의 직업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일명 ‘3D <페이퍼스, 플리즈>’라고도 불립니다. 공산국가의 공무원이 되어 입국 절차를 심사하는 핵심 내용이 동일하기 때문에 <페이퍼스, 플리즈>를 떠올리지 않기가 오히려 더 힘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서류심사라는 한정된 메카닉을 최대한 활용해 이야기를 전했던 <페이퍼스, 플리즈>와 달리 <콘트라밴드 폴리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밀수품 수색과 밀수범 검거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리고 밀수품 적발의 전후 과정에 수반하는 다양한 콘텐츠/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기초 시스템인 검문 과정을 먼저 살펴보면, 입국 서류에 기재된 오류를 찾아내 대상자의 입국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름, 여권번호, 여권 만료일, 수하물 목록 등 정보를 살펴보고, 실제와 다른 바가 없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이때 ‘인지력 포인트’를 사용하면 대상자가 제출한 서류와 여권 정보 및 현재 날짜 등을 항목별로 대조해 자동으로 서류의 오류를 적발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여권 만료일과 달력 아이콘을 대조해 보면 여권이 아직 유효한지 자동으로 체크되는 방식입니다. 처음에는 맨눈으로 일일이 확인해도 큰 무리가 없지만, 게임 후반부로 갈수록 하루에 소화해야 하는 업무량이 점차 가중되기 때문에 인지력 포인트의 활용 필요성은 점점 커집니다.

인지력 포인트를 사용하면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입국의 승인/거절만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인공은 사전에 입수된 용의자 정보를 활용, 밀수범을 검거해야 합니다. 용의 차량의 사이드미러가 부서졌다거나, 용의자의 나이가 39세라는 등의 단편적 정보가 매일 아침 게시판에 공지되며, 이를 잘 기억해 뒀다가 의심되는 운전자가 나타나면 검색을 강화하면 됩니다.

밀수꾼들은 차량의 곳곳과 화물 속에 현금, 무기, 식품 등의 밀수품을 숨겨놓습니다.  차 시트, 타이어 안쪽 등에 숨겨져 있어 맨눈으로 확인 불가능한 밀수품은 UV라이트를 비춰 ‘밀수품 마크’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적발할 수 있습니다. 마크를 발견한 뒤엔 각자에 맞는 도구를 이용해 직접 속을 드러내고 물건을 꺼내면 됩니다.

반면 ‘적당히’ 숨겨진 밀수품은 직접 맨눈으로 발견해야 하는데, 뒤쪽의 작업이 더 어렵습니다. 차량 그레이트 사이사이를 잘 확인하거나, 뒷자리에 실어 놓은 옷 가방을 풀어 헤치는 등의 수작업을 통해 물품을 찾아내야 하며, 샅샅이 뒤졌다고 생각했는데도 한두 개쯤 놓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인게임 차량 모델과 화물의 종류가 상당히 다양한 데다, 물건이 숨겨질 수 있는 위치 또한 제각각이어서 꼼꼼히 검사하는 과정 자체에서 재미를 느낄 만합니다.

화물을 열고

시트를 찢는 수고를 통해 숨겨진 물건을 찾아내면 된다

그런데 주인공의 업무는 검문과 체포로 끝나지 않습니다. 범인을 직접 노동 캠프로 호송하고, 압수한 밀수품을 반납하고, 심지어는 습격자들을 막아 전투를 벌이는 일까지 도맡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은 경찰 공무원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위탁 사업자처럼 직접 벌어들인 돈으로 검문소를 ‘경영’해야 하는데, 경영 활동의 종류가 다양하고 유의미해서 성장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치장을 확장해 수용 인원을 늘리거나, 숙소를 개조해 수면 시 회복되는 ‘인지력 포인트’ 양을 높이는 등, 체감 효용이 좋은 업그레이드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자금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입수하게 됩니다. 우선 입국 심사를 성공적으로 마칠 때마다 주어지는 보상이 주수입원입니다. 심사의 정확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돈을 얻게 됩니다. 서류상 오류나 밀수품 일부를 놓치면 보수가 줄어듭니다. 입국 불가능한 사람을 들여보내거나, 문제 없는 사람을 거절할 경우 아예 '벌금'을 내야만 합니다.

검문소가 습격당하는 이벤트

밀수범 호송이나 밀수품 반납을 마칠 때도 보상이 주어지며, 입국자들과 사소한 생필품들을 거래해 차익을 노릴 수도 있습니다(물론 불법입니다). 심지어는 적발된 밀수 현행범들이 한 번만 봐달라며 건네는 뇌물을 '꿀꺽'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국가 제도를 수호하는 경찰공무원으로선 물론 해선 안 되는 일이겠으나, 나름의 변명거리가 있기는 합니다. 아카리스탄 인민 공화국은 폭압 정치가 펼쳐지는 독재국가입니다. 야당 지도자 암살을 시도하고 민주주의자들을 핍박하는  '이고르 아카로프 제1서기장'에게 저항하여, 반군인 ‘피의 주먹’이 조직되기도 했습니다.

원한다면 ‘피의 주먹’ 편에 서서 일종의 첩자 노릇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피의 주먹’의 방식에도 문제 소지는 있는 만큼, 국가의 편에 서서 경찰로서의 소명을 다하는 것 또한 유저의 선택입니다. 이렇듯 정치적 테마를 십분 활용해 유저에게 딜레마를 선사하는 점 또한 <콘트라밴드 폴리스>의 주요 매력 중 하나입니다.

인접 예르키에 왕국이 암암리 '피의 주먹'을 지원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예르키에 화물을 들여보내지 말라는 정부. 그리고 "가족을 도우러 가야 한다"며 입국을 눈감아 줄 것을 호소하는 예르키에 출신의 한 운전자. 그 사이에서 유저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요? 이와 유사한 상황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펼쳐지며 유저에게 현장감과 고민을 함께 안겨 줍니다.

정부 명령을 따르거나 조국 구호를 위해 싸우라고 말하는 반군 단체 일원

<콘트라밴드 폴리스>는 가상의 공산 독재국가 국경 경찰의 일상을 다룬 직업 시뮬레이터이자 정치 스릴러/액션물입니다. 배경과 소재에 잘 들어맞는 콘텐츠를 알차게 제시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인디 게임에 걸맞게 건플레이 완성도, NPC AI, 그래픽 퀄리티, 스토리 연출 등 다양한 부분에서 다소의 퀄리티 부족을 보여주는 점은 아쉽게 다가옵니다. 가격에 비해 짧은 게임플레이 분량도 주요 불만거리 중 하나입니다.

또한, 직업 시뮬레이터로서의 본질에 간혹 지나치게 충실하다는 점 또한 호불호가 갈릴 만합니다. 이를테면 매번 직접 차량을 운전해 죄수를 마을 반대편까지 호송해야 하는 시스템, 입국 허가/거절 결정을 틀림없이 해냈는데도 서류상 오류 때문에 감점당하는 등의 시스템은, 체감 리얼리티를 높여주지만 일부 유저에게 불편으로 다가올 수 있을 듯합니다.

어떤 유명 장면을 계속 떠올리게 하는 대사

▶ 추천 포인트

1. 독특한 소재
2. 짜임새 있고 풍성한 콘텐츠 
3.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는 재미

▶ 비추 포인트

1. 리얼을 추구하다가 느슨해지는 게임플레이
2. 간혹 몰입을 해치는 퀄리티 문제
3. 짧은 분량

▶ 정보

장르: 액션, 직업 시뮬레이션
가격: 21,500원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PC(Steam)

▶ 한 줄 평 

어허 거 너무 빡빡하게 굴지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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