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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모바일 디비전, 기존 팬도 할 만할까?

난이도 조절 방식에서 호불호 갈릴 듯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3-06-20 19:05:33

슈팅과 아이템 사냥의 재미를 융합한 ‘루터 슈터’ 장르에는 <보더랜드>, <데스티니>, <더 디비전> 등 저마다의 매력을 지닌 좋은 선택지들이 있다. 각자 시장에서의 성적도 뚜렷했던 만큼, 국내외 개발사들이 이를 본받아 동일 장르 게임들을 속속 개발 중이기도 하다.

 

위 언급된 대표적 세 작품 중에서도 무기와 첨단 장비(스킬)를 조합해 화려한 근미래적 전투를 벌일 수 있는 <더 디비전>의 경험은 여지껏 마땅한 대체품이 없다. 덕분에 1편에 쏟아졌던 여러 비판에도 2편 역시 (비록 초기 성적은 기대치 이하였지만) 2020년 기준 1,000만 장 판매를 넘기는 등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더 디비전 리서전스>(이하 ‘리서전스’)는 ‘디비전 경험’을 모바일로 확장하려는 유비소프트의 첫 시도다. 지난 기사에서 모바일 환경에서의 조작감, 그래픽 등 표면적 만듦새를 살펴본 데 이어, 이번엔 시리즈의 핵심 재미인 캐릭터 빌딩과 BM의 상관관계를 들여다봤다.

 

 

 

# 쉽지 않은 모바일 슈터

 

<더 디비전>은 장르상 엄폐물을 중심으로 전투를 벌이는 ‘커버슈터’로도 구분된다. 엄폐물에서 엄폐물로 캐릭터를 이동시키며 전투를 벌이는 커버 슈터는 키보드/마우스에 비해 신속한 캐릭터 조작이 어려운 콘솔 환경에서 자주 시도되었던 바 있다.

 

다만 이것이 여타 슈터 장르에 비교해 느슨한 게임플레이를 의미하지는 않는데, 잠깐의 신체 노출이 곧 죽음을 의미할 수 있는 실제 총격전의 전투 양상을 흉내 내는 방식으로 긴장감을 보완하기 때문이다. 또한 엄폐만으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게끔 적들이 다양한 투척물과 우회 공격, 엄폐물 파괴 둥 수단을 총동원하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 디비전> 시리즈 역시 각자의 행동 패턴과 무기를 지닌 다양한 적 유닛, 그리고 우회로 및 고저 차가 많은 맵디자인을 통해 타이트한 전투 시스템을 마련했던 바 있다.

 

반면 <리서전스>는 콘솔/PC 환경과 비교해 월등히 조작이 어려운 스마트폰 환경을 상정해 만들어진 타이틀이다. 제작진은 터치스크린 조작체계로 감당할 수 있으면서도 긴장과 도전 거리를 안기기에 충분한 전투 시스템을 마련하고자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리서전스>의 전투는 전작들의 요소를 부분적, 제한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우선 빠른 반응과 정확한 사격을 동시에 요하는 유형의 적들은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장애물을 모두 피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자폭병’이나 엄폐물 뒤로 접근해 근거리에서 공격하는 일명 ‘샷건맨’(혹은 번개맨) 등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는 의미다.

 

이들과 비슷한 역할을 맡는 자폭 로봇, 방패병 등은 여전하지만, 둘 다 그 접근 속도와 위력 등에서 비교적 대처가 어렵지 않다. 더 나아가 유저 혼란을 막기 위해 이들은 한 번에 하나씩만 등장한다.

 

반면 다소의 여유를 가지고 상대할 수 있는 적들은 비교적 많다. 밝은 전술조명과 레이저 조준기로 자신의 위치를 훤히 드러내는 저격수, 폭탄 투하 전 경보를 울려 피할 시간을 주는 드론, 엄폐물을 바로 곁에 두고도 몸을 숨길 생각이 없는 대다수의 중화기병, 닿지 않는 거리에서부터 불을 뿜으며 다가오는 화염방사병 등이다.

 

이런 난이도 타협 방식은 원작에서의 더 다양하고 격렬한 전투에 익숙한 유저에게는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단독 모바일 작품으로 떼어 놓고 봤을 때 불가피한 변화로 평가할 만하다.

 


 

# '여러모로' 모바일 게임

 

이처럼 <리서전스>는 <더 디비전>이 확립해 놓은 공식을 모바일 환경에 맞춰 적절히 변주해 낸 타이틀로 볼 수 있는데, 이는 비단 조작법과 전투 난이도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콘텐츠 소비 속도를 제한하고, 이를 BM으로 해소하는 방식에서 <리서전스>는 모바일 게임 유저라면 기시감을 느낄 만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선 <리서전스>의 기본 콘텐츠는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메인(스토리) 미션, 사이드 미션, 월드(필드) 이벤트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기에 시리즈의 상징적인 PvEvP 콘텐츠 ‘다크존’, 그리고 PvP 콘텐츠 ‘분쟁’등이 더해진 형태다.

 

이때 기본 콘텐츠 소비가 종종 ‘성장’에 가로막힌다는 사실을 특기할 만하다. 이는 원작들에서도 비슷하게 존재하던 요소지만, <리서전스>의 경우 템 파밍보다도 ‘자원 소모’를 통해 콘텐츠 난이도를 따라잡도록 디자인한 점에서 그 양상이 적잖이 다르다.

 

기존 <더 디비전> 시리즈의 난이도는 고정 레벨 방식이다. 미션과 지역마다 ‘권장 레벨’이 정해져 있고, 캐릭터를 그만큼 성장시킨 뒤 도전하면 쉽게 클리어할 수 있다.

 

<리서전스>의 미션 난도는 레벨 스케일링 방식이다.

 

따라서 성장도 점층적으로 이뤄진다. 미션을 클리어하면 권장 레벨 수준의 아이템이 드롭된다. 이를 장착해 조금 강해진 뒤 다음 단계로 향하는 식이다. 엔드게임에서는 ‘기어 스코어’를 높인 뒤 더 높은 ‘월드 레벨’에 도전하는 방식으로 유사하게 전개된다.

 

반면 <리서전스>의 난이도는 레벨 스케일링 방식을 따른다. 해금된 미션은 언제든 도전할 수 있지만, 자신의 캐릭터 레벨에 맞춰 적 레벨도 높아져 있다. 따라서 보유한 장비 레벨의 평균치가 캐릭터에 미달한다면,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캐릭터 레벨은 20이지만 아이템이 평균 15레벨이라면 20레벨 미션 클리어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

 

미션을 통해서만 레벨업이 이뤄진다면 캐릭터 레벨업 속도를 아이템 레벨이 미처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은 쉽게 벌어지지 않을 법하다. 그런데 <리서전스>는 ‘일일 미션’ 시스템을 통해 이 격차를 고의적으로 벌린다. 15레벨까지는 일일 미션 하나를 클리어하는 것만으로 1레벨 이상 상승할 만큼 경험치 획득량이 많다.

 

일일 미션은 레벨을 빠른 속도로 올리는 주범(?)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벌어진 레벨 격차를 메우는데 각종 자원들이 활용된다. <리서전스>의 아이템 레벨은 게임플레이로 모이는 각종 자원을 소모해 즉석으로 올릴 수 있다. 아이템 레벨 약 20 미만의 저 레벨 구간에서는 흔한 자원을 요구하기 때문에 레벨업이 쉽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쉽게 누적되지 않는 희귀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아이템만 선별하여 레벨업을 결정해야 한다.

 

물론 이들 ‘희귀 자원’은 모두 인게임 활동을 통해 획득 가능하며, 자원의 정보 탭에 들어가 ‘찾기’(Find) 버튼을 누르면 획득처 또한 바로 알 수 있다. 캐릭터 기본 레벨 및 직업 레벨 상승에 따른 보상, 주간/일일 임무 완수, 튜토리얼 임무 수행, 이벤트 임무 수행 등 아이템 수급처도 다양한 편이다.

 

하지만 희귀도가 높은 자원일수록 평범한 방식으론 얻을 수 없고, 더 어려운 활동(다크존 이벤트 참여 등)을 수행해야 하는 데다, 확률 기반이기 때문에 해당 활동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성장 자원을 얻는 확실하고 빠른 방법은 역시나 과금이다. 관련 과금 상품은 등급마다 아이템을 제공하는 ‘배틀패스’, 캐릭터 레벨업 때마다 보너스 아이템을 얻는 ‘에이전트 커리어 특전’ 등이 있으며, 기본 미션 완수 시 자원 보상을 유료 상품으로 증가시킬 수도 있다.

 

고급 아이템이 드롭되는 '뽑기' BM도 있다.

 

# 불렛스펀지, 또 너야?

 

이처럼 핵심 콘텐츠의 난도 상승을 과금으로 따라잡을 수 있게끔 디자인된 BM에서, 난이도 밸런싱은 다른 경우보다 훨씬 예민한 문제가 된다. 절대다수의 유저가 불합리하게 느낄 만한 어려움을 통해 노골적으로 과금을 유도한다면 반발이 나타나기 쉽다.

 

그런데 <리서전스>의 경우 기존 시리즈 팬들과 신규 유저 모두 다소 반기지 않을 만한 방식으로 난이도를 올리고 있는 점에서 우려를 느낄 만하다. 시리즈의 고질로 지적받는 ‘불렛스펀지’(매우 체력이 높은 적) 요소가 다시 모습을 비추고 있다.

 

원작들에서와 마찬가지로 <리서전스>의 메인 미션은 재도전 가능하며, 이때 난이도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각 난이도는 이전 난이도를 완수해야만 해금되며, 총 6단계가 마련되어 있다.

 

난이도별 적 체력 증가 체감이 확실하다.

 

난이도를 한 단계씩 올리며 동일 미션에 반복 도전해 보면, 적 유닛 등급과 수효가 함께 상승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 각각의 기본 체력과 체력 상승의 폭 모두 낮지 않다는 데 있다.

 

가장 낮은 등급의 기본 적(빨간 체력바)들을 한 탄창 안에 해치우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탄환을 머리에 명중시켜야 하며, 조작 체계상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적 등급이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이들을 해치우기 위한 탄 소모는 간단히 2~3배로 늘어난다.

 

<리서전스>가 디자인상 한 번에 등장하는 적의 숫자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난이도 조절에 불가피한 요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불렛스폰지는 캐릭터 빌딩에 있어 압도적 공격력을 강제한다는 점에서 빌드 다양성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적되어 왔다.

 

더 나아가 <리서전스>는 게임플레이 피로도가 높은 동시에, 과금으로 손쉽게 ‘스펙 업’이 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두 가지가 종합됐을 때, 결과적으로 향후 <리서전스> 유저들은 다양한 기믹의 빌드 구축보다는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다른 변수를 차단하는 이른바 ‘딜찍누’를 더 유의미한 선택지로 생각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자주 사망하면 '스펙 업'을 노골적으로 권한다.

 

실제로 게임은 '스펙 업'과 관련된 여러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아이템 레벨 뿐만 아니라, 부착물 레벨, 캐릭터에 전반적 보너스를 부여하는 'OS 프로토콜', 무기 혹은 방어구를 강화하는 '택티컬 어그멘테이션' 등, 성장 수단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이들 각각에 쓰이는 자원을 세분해 여러 지점에서 '자원 부족'을 느끼게끔 유도한다. 캐릭터가 반복해서 죽을 경우 '아이템 레벨업'을 직접 권하는 UI는 화룡점정이다.

 

본편을 본떠 만든 컨트롤 중심의 본격적 전투 시스템, 방대한 오픈월드와 트리플A급 콘텐츠 분량 등을 고려한다면 <리서전스>는 모바일 게이머들에게 전에 없던 새롭고 알찬 재미를 가져다줄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만 <더 디비전> 시리즈의 장점인 빌드 다양성은 축소되고, 단점으로 꼽히는 불렛스폰지 요소는 재차 도입했다는 점에서, 시리즈 팬들에겐 큰 매력이 없는 작품으로 다가올 공산이 크다.

 

무기뿐 아니라 부착물 레벨도 자원을 통해 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