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봤더니’는?] 디스이즈게임의 새로운 코너 ‘해봤더니’는 다양한 게임들을 ‘가볍게’ 즐기고, 그 느낌을 형식과 분량에 구애받지 않고 ‘가볍게’ 전달하는 게임 소개글입니다.
게임을 철저하게 해 보고 분석하는 정식 리뷰나 체험기와 다르게, 코너명 그대로 “해 본 다음의 느낌”을 기자가 자기 마음대로 솔직 ·담백하게 (주관적으로) 담아내는 글이니 독자 여러분들도 가볍게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악플 자제요~ ㅠ_ㅠ)
새 코너 첫 게임
게임발전국++ (Game Dev Story)
☞ 플랫폼: 아이팟터치/아이폰/우기면 아이패드도 지원(HD 미지원)/안드로이드 OS
☞ 장르: 꿈과 판타지가 가득한 악질 노동력 착취 경영 시뮬레이션 타이쿤
☞ 가격: 세금 빼고 단돈 3.99 달러(미국 앱스토어 기준, 약 4,400 원)
☞ 언어: 영어, 일본어, (비공식) 한국어
[개요]
<게임발전국++>은 게임명만 들으면 어디 게임을 발전시켜 천하를 통일하는 블록버스터 대하 서사시가 연상되지만, 사실은 그냥 ‘게임 개발’을 소재로 하는 캐주얼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오히려 영문명인 ‘Game Dev Story-게임 개발 이야기’가 게임 내용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느낌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경영 시뮬레이션이라고 하기엔 살짝 미묘하다. 모바일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른바 ‘타이쿤’ 스타일 게임에 경영 시뮬레이션 요소를 적절하게 섞었다고 보면 되겠다.
20년 동안 악랄하게(!) 직원들을 혹사시켜 마구 게임을 만들고, 팔아 먹으며 게임잡지(일본 게임전문지 패미통을 패러디한 듯하다)에서 높은 리뷰 점수를 받고, 최종적으로 연말 게임 그랑프리에서 대상을 타는 것이 목적이다.
정식으로 한국어를 지원하지는 않지만, 유저들이 만든 비공식 한글패치가 있다. ‘탈옥’하지 않은 아이폰 유저도 패치를 적용할 수 있다.
달랑 8명의 개발자로 1년에 게임을 몇 개씩 만들어 내는가 하면(심지어 온라인 RPG도 3~4개월이면 뚝딱 만든다), 그렇게 만든 게임이 잘되면 수천만 장(!) 팔리는 등 실제 게임 개발사 경영진 입장에서 보면 판타지도 이런 파워 판타지가 없다.
반면 실제 개발자 입장에서는 ‘마감을 코앞에 두고 체력 떨어졌다고 퇴근하는 개발자’와 ‘믿고 맡겨 놨더니 버그만 죽어라 만들어내는 개발자’가 저렇게 미워 보일 수 없기 때문에, 정신감화 및 교육용으로 아주 그만이다(…).
뭔가 불타오르며 열심히 일한다 싶더니 버그를 만들고 있고(왼쪽), 체력 떨어졌다고 마감 중에 바로 퇴근한다(오른쪽). 대략 난감한 시추에이션.
[게임 개발, 참 쉽죠 잉?]
<게임발전국++>은 자칫 진지하게 다루면 무거운 대하서사시가 될 수 있는 ‘게임 개발’이란 소재를 가볍고 쉽게 풀어냈다.
플레이어는 그저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의 ‘장르’와 ‘소재’를 선택하고, 출시할 게임의 플랫폼을 결정한 후, 중간중간 게임 기획과 디자인, 사운드 작업을 누가 할지 정도만 정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게임은 어디 공장에서 과자가 생산되듯 뚝딱뚝딱 만들어지고, 전문가의 냉혹한 평가를 거쳐 시장에 발매된다.
몇 가지만 지정하면 알아서 게임을 만들어낸다. ‘참 쉽죠잉?’
하지만 그렇다고 ‘게임 개발’ 자체가 극히 단순하다거나, 버튼만 무식하게 연타한다고 해서 모든 게 만사 OK라는 뜻은 아니다.
같은 장르의 게임만 계속 만들면 “팬들이 한 장르로 너무 우려먹는다고 싫어합니다”라며 기껏 모아 놓은 팬들이 떨어지는 것은 기본이요, 심지어 개발자들 또한 같은 일을 연속으로 시키면 “헐, 또 똑같은 일 시킴? 나 삐짐”이라면서 일을 제대로 안 한다.
만들 게임의 장르와 소재를 선택할 때도 ‘RPG+판타지’ 같은 적절한 조합을 고르면 호평받지만, ‘교육+코스프레’ 같이 괴상하고 아름다운 조합을 선택하면 시장의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또한 아무리 좋은 게임이라도 시장 점유율이 낮은 게임기로 발매하면 높은 판매고는 저 하늘의 별이 된다.
이렇듯 플레이어는 여러 주변 변수를 항상 연구해야 한다.
기껏 잘 만들고 있는데 정전이 나서 개발 데이터 절반이 날아간다거나(이야~ 신난다?) 힘들게 독창적인 게임을 만들어 놨더니 다른 개발사가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 장르의 신작을 만들어 팬들의 관심이 반감된다는 등의 ‘랜덤성’을 살린 이벤트도 적절하게 배치돼 있다.
덕분에 늘 긴장을 놓을 수도 없다.
‘게임’(특히 일본 게임업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경우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곳곳에 패러디 요소가 많은 것 역시 <게임발전국++>에서 눈여겨볼 부분이다.
게임기로 ‘PlayStatus’(플레이스테이션)이나 ‘Microx480’(Xbox360) 같은 것이 등장하는 것은 기본이고, 개발자 지망생으로 ‘왈트 시드니’, ‘스테판 잡슨’가 등장하고, ‘올해의 똥게임상’에 Intendro(닌텐도 패러디)에서 만든 ‘Super Mash Sisters’(슈퍼 스매시 브라더즈 패러디)가 수상하는 등 다양한 패러디 요소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곳곳에 다양한 패러디들이 숨어 있다.
[10시간 정도, 미친듯이 몰입할 수 있는 게임]
<게임발전국++>에서 플레이어는 처음에 10만 장 팔리기도 힘든 졸작들만 만들다가(뭔가 이 문장에서 이상함을 느꼈다면 당신은 진 것이다!) 차츰 게임을 진행하면서 100만 장, 1,000만 장 이상 팔리는 블록버스터 대박 게임을 만들게 된다.
이 과정은 결코 지루하지 않으며 오히려 유저들의 끝없는 도전심리를 교묘하게 자극한다. 수시로 터지는 이벤트도 흥미롭고, 각종 패러디 요소를 찾는 것도 재미있다. 게임을 하는 내내 ‘미친듯이’ 몰입할 수 있다.
정말 즐기는 동안의 중독성만큼은 모바일 게임 중에서는 특A급으로 칠 수 있다.
문제점이라면 게임 볼륨이 딱 10시간 정도라는 점이다.
이 게임은 엔딩이 나오는 20년까지 약 10시간 정도 걸리는데 그 이상은 즐기기 힘들다. 물론 엔딩 이후에도 자신의 기존 판매기록을 경신하고, 새로운 장르를 조합하고 도전해 보는 식으로 계속 즐길 수는 있지만… 아쉽게도 이 순간부터는 기존과 같은 몰입감을 느끼기 힘들다.
종합해 보면, <게임발전국++>는 “정말 미친듯이 몰입하면서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중독성 강한 게임이지만, 딱 10시간 정도면 끝나는” 아주 깔끔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 깨쓰통이 <게임발전국++> 를 해봤더니]
1월 3일 0시, 취침 직전에 침대에서 이 게임을 다운로드한 게 생각나 잠깐 플레이해 봤다.
정신을 차려 보니 새벽 4시 30분이었다.
아이패드 배터리가 다 떨어지지 않았다면 2011년 첫 출근부터 큰일 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