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전성시대입니다. 대형 히트작이 나오면 같은 장르나 스타일의 신작이 뒤이어 나오는 경우가 많죠. 검증된 재미요소와 흥행코드를 쫓아가면 ‘대놓고 따라했다’는 눈총을 받을지라도, 흥행은 기대해 보게 되는 게 현실입니다.
이번에 살펴볼 샨다의 <귀취등>, 국내 서비스명 <고스트파이터>는 여러 부분에서 <던전앤파이터>를 강하게 연상시킵니다. 국내 정식 서비스를 위해 첫 테스트를 진행한 <고스트파이터>를 만나보시죠. /디스이즈게임 권영웅 기자
<던전앤파이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
<고스트파이터>는 2D 배경에서 3D 캐릭터를 조종해 적과 싸우는 횡스크롤 액션 RPG입니다. 검사, 무도가, 건슬링어, 술사의 4가지 클래스가 등장하는데요, 각각 전투 방식과 스킬 등이 다릅니다. 게임의 진행은 퀘스트를 받거나 아이템을 사고 팔고 정비하며 다른 유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마을’과 실질적인 게임 플레이가 벌어지는 ‘던전’으로 구성됩니다.
던전은 여러 개의 ‘방’ 스테이지로 구성돼 있으며, 스테이지 안의 모든 적을 처치하면 다음 방으로 갈 수 있는 포탈이 생성됩니다. 어딘가에 있는 보스를 처치하면 해당 던전을 클리어하게 되고, 콤보나 피격 수 등 플레이에 대한 평가와 보상을 받습니다.
보통 처음 <고스트 파이터>를 플레이한 유저들은 첫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나서 이렇게 말합니다. “던파?” 네, 그렇습니다. <고스트파이터>는 게임의 진행방식은 물론, 액션 패턴과 스타일이 <던전앤파이터>와 거의 ‘똑같습니다’.
예를 들어 초반 레벨 검사의 기본 공격은 기본 공격 3타 → 올려베기 → 폭염검입니다. 10레벨이 넘으면 삼단베기와 내려찍기, 연속 찌르기를 배웁니다. 스킬 중간에 ‘캔슬’할 수 있는 ‘확장’ 패시브를 배우면 콤보 연계를 무척 자연스럽게 펼칠 수 있습니다.
또, 일정한 범위 내 캐릭터의 힘과 지능을 올려주는 우피르를 소환할 수도 있습니다. 그 외 다른 스킬 등의 콘셉트나 모션, 심지어 타격 판정과 대미지 유형까지 거의 모든 부분이 <던전앤파이터>와 ‘매우’ 흡사합니다.
참고로 저는 <던전앤파이터>에서 최고레벨 검성 캐릭터를 키우고 있습니다. <고스트파이터>를 플레이하며 느낀 건 <고스트파이터>의 콤보 느낌이 <던전앤파이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모션이나 판정 등이 <던전앤파이터>의 그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었죠.
<던전앤파이터>의 귀검사도 기본 공격 3타 → 어퍼 슬래쉬 → 귀참으로 시작하는 기본 콤보로 초반 레벨을 플레이하고, 레벨을 올린 다음 배울 수 있는 에쉔 포크 → 단공참 → 어퍼 슬래쉬 → 공중 연속베기를 주력으로 씁니다. 추가로 ‘캔슬’ 패시브를 배우면 자연스럽고 다채로운 콤보가 가능합니다. 일정 범위 내 캐릭터의 힘과 지능을 올려주는 카잔을 소환할 수도 있죠.
검사뿐이 아닙니다. 무도가는 격투가와, 건슬링어는 거너와, 술사는 마법사와 클래스 콘셉트 및 스킬 콘셉과 수치 등이 거의 동일합니다. 예를 들어 건슬리어의 ‘탄환-금’은 이름만 듣고도 거너의 ‘은탄’을 연상시키죠.
겉모습은 따라했는데, 정작 재미는 달랐다
‘<고스트파이터>와 <던전앤파이터>가 크게 다르지 않다면 <고스트파이터>도 무척 재미있겠네요?’ 라는 의문이 생기시죠?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그러기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타격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타격감이라고 하면 공격 모션과 피격 모션, 그리고 사운드의 동기화가 기본입니다. 하지만 <고스트파이터>에서는 이런 핵심 요소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타격 모션이 나오고 피격 모션이 나온 후에야 타격음이 들리는 수준이랄까요? 적을 때리는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던전앤파이터> 타격감의 핵심 중 하나는 무기의 종류에 따른 ‘역경직’입니다. 보통 같은 등급의 무기의 경우, 공격 속도가 빠르면 대미지가 약하고, 공격 속도가 느리면 대미지가 강합니다.
쉽게 말해 1초에 한 번 10씩 대미지를 주는 것과 3초에 한 번 30씩 대미지를 주는 것은 같는 거죠. 그래도 한 방의 위력은 당연히 느린 무기가 강한 게 당연하겠죠. 대신 여러 마리의 몬스터를 다중 타격할 때, 느린 무기의 역경직은 상당히 긴 편이라 밸런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요소는 <던전앤파이터>가 가진 타격감에 크게 일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웨펀마스터로 전직하면 쓸 수 있는 광검의 경우 공격 속도가 매우 빠르고 역경직이 매우 약합니다. <스타워즈>의 라이트 세이버를 보는 것 같다고 할까요? 제다이 나이트들이 적을 벨 때는 걸리는 것 없이 순식간에 모든 걸 절단해 버리죠?
<던전앤파이터>의 광검 역시 그 느낌이 잘 살아 있습니다. 약간의 걸림 정도만 느껴지고 확실히 베어 버린다는 느낌이 나거든요. 그에 반해 가장 느리고 강력한 무기인 ‘대검’은 공격 속도가 느리지만 역경직도 매우 큽니다. 원활한 사냥엔 다소 걸림돌이 되기도 하지만, 몬스터를 베기 보다 쪼개는 느낌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그래서 대검은 손맛이 묵직하다는 평가는 받고요.
그런데 <고스트파이터>에는 이런 역경직이 거의 없습니다. 모든 무기가 마치 허공을 가르는 것 같습니다. 얻어맞는 몬스터의 경직은 있지만, 공격하는 입장의 캐릭터는 마치 바위도 두부 자르듯 하는 명검이라도 쓰는 것처럼 거침없이 베어 넘깁니다. 빠른 무기는 어색함이 좀 덜한데, 느린 무기가 경직없이 베어 넘기는 모습은 정말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앞서 언급한 사운드의 비동기 현상과 맞물려 타격감을 나쁘게 만들죠.
게임 스토리의 전달력도 좋지 않습니다. 느낌표로 이어지는 메인 퀘스트는 단지 퀘스트 지문만 나오는 선에서 그치고 있어 주의 깊게 읽지 않으면 어떤 내용인지 잘 모릅니다. 이는 <던전앤파이터>에서 ‘에픽 퀘스트’의 경우 화 연출 및 시나리오가 탄탄한 편이라 게임 내 세계관을 확실히 이해시키는 것과 대비를 이룹니다.
게임 캐릭터 또한 매력적이지 못합니다. <고스트파이터>의 캐릭터는 3D로 만들어져 있는데요, 배경과 너무 이질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캐릭터의 색감이 칙칙하고, ‘포스’ 있는 외양을 갖춘 것도 아니라 캐릭터에 애정이 잘 가지 않더군요.
던전 내부 지도도 불편합니다. 어디에서 ‘보스’가 뜨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죠, 보통 ‘피로도’ 기반의 게임의 경우 대부분 유저들이 특별한 퀘스트를 수행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보스가 있는 스테이지까지 최단 경로로 클리어하는 ‘직 코스’를 선호하는데요, <고스트파이터>는 그것이 불가능합니다. 던전에 진입하기 전, 해당 던전에서 어떤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지 알려 준다거나 하는 편의기능 또한 없습니다. 한마디로 <고스트파이터>는 ‘내공’이 많이 부족합니다.
물론, 개성적인 부분이 있긴 합니다. 바로 적을 처치할 때마다 차오르는 게이지를 모아 ‘폭주’하는 요소입니다. 이때는 캐릭터의 공격력이 강해지고 기본공격의 범위가 넓어질 뿐만 아니라 근처의 적을 끌어당기는 기능도 있어 매우 빠른 사냥이 가능합니다. 심지어 획득 경험치도 2배가 됩니다. 추가로 전체 맵에 NPC를 클릭하면 자동으로 이동하는 시스템은 편리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습니다.
재미의 내공까지는 따라하지 못한 <고스트파이터>
사실 예전부터 많은 유저들은 <던전앤파이터> 역시 ‘따라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습니다. <던전앤드래곤, SOM>과 게임 진행 방식과 흡사하다는 건 서비스 초기부터 있었던 이야기고, 마이스터의 각성 스킬 ‘게이볼그’나 검성의 각성 스킬 ‘극 귀검술 – 폭풍식’ 등이 다른 게임에서 보여줬던 스킬과 비슷하다는 점 등이죠.
하지만 <던전앤파이터>는 그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재미’라는 측면에서 분명 만족을 줬습니다. 횡스크롤 액션 RPG를 온라인에서 지속적으로 플레이하며 재미를 느끼는 토대를 구축했고, <던전앤파이터>만의 매력, 다양한 캐릭터의 개성과 스킬의 화려한 연출 및 짜릿한 타격감을 잘 살렸기 때문에 지금도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고스트파이터>는 재미가 덜합니다. 그래픽 소스는 물론 수치 데이터와 기획 콘셉트까지 따라했지만, <던전앤파이터>의 핵심 재미 요소는 전혀 구현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겉모습에 치중한 나머지 내면의 재미요소에 대한 판단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