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 시선 게임즈의 <메카 브레이크>는 이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는 게임이다. 2024년부터 여러 번의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통해 담금질을 거쳐 오고 있는 이 게임은, 최신 그래픽 속에서 거대한 로봇이 화려하고 빠른 속도로 전투하는 것에 집중한 게임이다.
그렇다고 게임에 PvP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PvP와 PvE가 혼합된 '매시마크' 모드가 하나의 주축 콘텐츠를 담당해 다양성을 더했다. 메카를 세세하게 도색하거나 여러 각도를 통해 이리저리 돌려보며 관람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며, 탑승하는 파일럿의 외관에 대한 세세한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거대 로봇이 대거 등장하는 '메카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늘 '게임'은 아쉬운 개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10년 이후 대규모의 개발비가 투입된 화려한 메카 PvP 게임은 그다지 없었기 때문이다. 2023년 8월 출시된 <아머드 코어 6>가 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10년 만의 신작이었다. 메카 게임은 만들기 쉽지 않고, 도전에 나서는 개발사도 적다.
이런 상황 속 <메카 브레이크>는 웰메이드 메카 게임을 찾는 사람에게 마치 단물과 같은 게임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게임이다. 홍보를 크게 진행하지 않았던 CBT 당시에도 콘셉트만을 보고 자발적으로 테스트에 참여해 온 사람들이 많으며, 기자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이번 오픈 베타를 통해 <메카 브레이크>를 소개하고자 한다.
(출처: 시선게임즈)
# '메카물 덕후'를 위한 다양한 시스템
먼저, 메카의 로망에 핵심을 둔 게임인 만큼 <메카 브레이크>의 게임 시스템 이전에 메카의 디자인과 낭만을 추구한 연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좋을 터다.
<메카 브레이크>는 현실적인 디자인의 메카보단 과거 화려했던 메카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다듬은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메카 디자인에 참가한 디자이너 역시 상당히 유명한데, 이시가키 준야(기동전사 V건담 외), 야나세 타카유키(기동전사 건담 수성의 마녀, 아머드 코어 시리즈 외)가 참여했다.
메카물에 진심임을 보여주고 싶은 듯 여러 연출을 통해 '낭만'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메카 브레이크>를 실행하면 먼저 튜토리얼이 시작되는데, 우주에 위치한 기지가 습격받고 주인공이 탈출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라이브 서비스임에도 콘솔 패키지 게임에 준하는 연출이 들어갔으며, CBT 시절과 비교하면 오히려 오픈 베타에서 연출력을 더욱 강화해 돌아왔다. 매시마크에 관한 튜토리얼도 신설됐다.
튜토리얼을 완료하면 일련의 게임 콘텐츠 소개가 이루어진다. 여기서도 낭만에 대한 여러 편린을 엿볼 수 있다. 메카를 해금하면 스킵 불가능한 소개 연출이 나온다던가, 게임 모드에 진입할 때 커스터마이징한 파일럿이 메카에 탑승하고, 로딩을 기다릴 때는 메카가 동력 케이블을 연결하고 기다리다 출격하는 장면이 재생된다.
튜토리얼 연출이 CBT와 비교해 더욱 강화됐다. 매시마크 모드에 대한 튜토리얼도 추가됐다.
출격 연출이 상당히 멋진 편
등장 메카에 대한 도색 기능도 당연히 존재한다. 메카의 세부적인 부분의 색깔을 직접 정할 수 있으며, 도색 아이템은 게임플레이를 통해 획득이 가능하다. 당연하게도 CBT 시절부터 기체를 모조리 빨간 색으로 도색하거나 흰색과 푸른색을 중점으로 커스터마이징한 기체가 자주 보이는 편이다.
이번 오픈 베타를 통해 새로이 등장한 ‘격납고 시스템’도 있다. 직접 커스터마이징을 한 파일럿을 조종해 격납고를 돌아다니며 여러 이야기를 듣거나, 사람의 눈에서 커스터마이징한 메카를 직접 올려다볼 수 있다. 개발사에 따르면 추후 다양한 시나리오와 비즈니스 협업을 통해 콘텐츠를 채워 나갈 예정이다.
메카 색깔 커스터마이징
파일럿에 대한 커스터마이징도 가능
오픈 베타에서 새롭게 추가된 격납고 탐색 콘텐츠
커스터마이징한 파일럿을 조작하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다.
# 각 메카의 역할 수행이 중요한 PvP
게임의 콘텐츠에는 타인과 전투하는 PvP 모드 그리고 AI 적 및 다른 사람과 전리품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매시마크' 모드가 존재한다. 후술하겠지만 두 모드는 서로 얽혀 있기에 가능하면 모두 플레이할 것이 권장된다. PvP 모드에도 효과를 미치는 기체의 부품은 매시마크에서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PvP에 대해 설명하자면 6vs6으로 나뉘어 수레를 목적지까지 이동시키거나, 일정 시간마다 생성되는 아이템을 얻어 목표 지점에 넣거나 하는 등 주어진 임무를 최대한 수행하는 모드가 주요 콘텐츠다.
메카의 움직임에 대해 비교적 최신작에 비유해 설명하자면 <아머드 코어 6>처럼 빠른 편은 아니다. (이 질문을 하도 많이 받아서 쓴다.) 굳이 <아머드 코어> 시리즈로 따지자면 <아머드 코어 5>와 가장 근접한 느낌이다. 메카가 너무나 화려한 속도로 움직이기보단, 부스트 등을 통해 어느 정도의 속도감은 보장하되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이동하지는 않도록 해 놓은 느낌이다.
<메카 브레이크>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메카의 기본적인 이동 속도가 느리기 때문. 대신 EN 게이지를 사용해 부스트를 발동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부스터 버튼을 유지해 EN을 지속적으로 소모하며 움직이거나 체공할 수도 있다. EN 게이지 관리는 상당히 중요한데, 가령 적에게 근접 공격을 당하면 메카가 불안정한 상태에 빠진다. 불안정한 상태에서 탈출하려면 부스터를 사용해 탈출해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EN 게이지가 모조리 소비된 상태에서 적의 집중 포화를 받았을 때는 꼼짝 없이 당한다.
조준은 기본적으로 일정 거리에 적 메카가 위치할 경우 락온을 거쳐 자동 조준이 가능하며, 자동 조준이 되지 않는 원거리의 경우라도 별도로 락온하지 않고 발사해 에임이 좋다면 맞출 수 있다.
정해진 포지션이 있어 메카마다 움직임의 차이가 크기도 하다. <메카 브레이크>는 자신이 메카를 다리부터 머리까지 직접 커스터마이징하는 게임은 아니다. 정해진 무장과 특수 능력을 가진 메카가 있으며, 이 중 하나를 선택해 플레이하는 방식이다. 팀에 이미 존재하는 중복 메카는 선택 불가능하다.
메카의 역할은 공격, 저격, 방어, 지원, 격투로 나뉜다. 그리고 이 역할마다 주어진 능력에 잘 맞춰 해야 할 일을 해 주는 것이 승리의 핵심이다. 가령, 아퀼라와 같은 대형 저격기는 방치하면 무지막지한 에너지 빔을 아군에게 계속해서 발사한다.
사거리 내의 적을 일정 시간 조준하면 세모 표시로 락온된다.
EN이 바닥난 상태에서 다수에게 집중 포화를 당하면 꼼짝 없이 터지기에 잘 관리해야 한다.
그렇다면 상대에 아퀼라가 있을 경우에는 팔콘과 같은 공격기의 존재가 중요해진다. 팔콘은 몸이 약하지만 가변을 통해 전투기처럼 빠르게 이동하며 전투할 수 있는 기체로, 아퀼라와 나루카미와 같은 저격기를 괴롭히는 데 일가견이 있다. 이런 저격기는 팔콘보다 이동 속도와 부스터 성능이 나쁘기에 아군이 돕지 않는다면 도주가 어렵다.
즉, <메카 브레이크>의 기본적인 시스템은 히어로 슈팅 게임에 더욱 근접해 있다. 가변 가능한 공격기는 하늘을 날며 서로 전투하고, 방어기와 격투기는 최전선에서 힘싸움을 담당한다. 지원기는 적의 공격기나 저격기의 견제를 피해 이리저리 움직이며 아군을 지원해야 한다. TTK가 짧지 않기에 아군과의 협력은 더욱 중요하다. 덕분에 수준 높은 게임에서는 서로의 역할에 맞춰 메카를 조종해 전투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출되며, 여기서 발생하는 재미도 상쾌한 편이다.
근접 공격 위주의 공격기는 액션 게임이 생각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근접 공격은 적의 에너지 쉴드를 무시하고 체력에 피해를 입힐 수 있어 중요한데, 두 메카가 동시에 근접 공격을 하면 서로가 경직 상태에 빠진다. 적이 공격하는 타이밍에 방패를 전개해 '패링'시킬 수도 있다. 점프한 후 적을 락온해 공격하면 방어를 무시하는 내려찍기 공격을 하기도 한다. 덕분에 근접 공격기끼리는 대전 게임과 같은 심리 싸움이 발생하기도 한다.
마치 <배틀필드>처럼 서로의 역할에 맞는 전투가 펼쳐지는 것이 <메카 브레이크>의 매력이다.
지원기를 하는데 아군이 알아서 공격기나 저격기를 견제해 주거나
체력이 없을 때 지원기가 달려와 세이브해주는 모습이 보이면 즐거울 수밖에 없다.
적 메카를 격파하고 별도의 처형 연출을 발동시킬 수도 있다.
# 대폭 개선된 PvPvE 모드 '매시마크'
일종의 익스트랙션 장르라고 볼 수 있는 '매시마크'는 <메카 브레이크> 개발진 측에서 상당히 힘을 주고 밀어주는 것으로 보이는 모드다.
총 3인이 팀을 짜 거대한 맵에서 게임을 시작해, AI 적을 격파하며 로봇에 장착할 설계도나 무기의 부품을 얻고, 최종적으로는 거대한 폭풍이 오기 전에 맵에서 안전하게 탈출해야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른 플레이어의 팀과 만날 수도 있으며, 상대를 격추해 전리품을 모조리 빼앗을 수 있다.
AI 혹은 다른 플레이어와의 전투를 통해 부품과 자원을 얻고 탈출하는 '매시마크' 모드
폭풍이 다가오기 전에 맵의 지정된 포인트로 이동해 탈출하면 된다.
CBT 시절과 비교하면 '매시마크' 모드는 상당히 개선된 편이다. 이전에는 6인이 한 팀이었기에 다소 정신이 없는 감이 있었으며, 메카별 기본 무장만 사용 가능했기에 다수의 AI 적과 전투하는 것이 중요한 만모드였던 만큼 성능 편차가 있었다.
오픈 베타에서는 3인이 한 팀으로 이루어지기에 복잡도가 덜해졌으며, 사전에 매시마크 모드에서만 사용 가능한 무기를 추가 세팅하고 보급받을 수 있도록 해 서포트 기체라도 원활한 전투가 가능해졌다. '글라이더'와 같은 탈것을 만들어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며, 중간마다 고가치 아이템을 가진 보스가 등장해 도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죽으면 한 게임에서 얻었던 전리품을 모두 잃는다는 익스트랙션 장르의 무게감을 덜어내기 위한 시스템도 있다. 꼭 탈출이 아니더라도 발사대를 호출해 일정 수 이상의 부품은 미리 거점으로 안전하게 보낼 수 있다. 아군이 메카를 잃더라도 별도 비콘을 호출해 즉시 재투입이 가능하다.
이 매시마크 모드의 보상은 PvP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여기서 전리품을 얻어 랜덤한 기체의 부품을 얻을 수 있는데, 이 부품은 PvP 모드에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 부품은 이로운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동시에 공존하는 방식이다. 가령 락온 속도를 빠르게 해 주는 대신 락온 범위가 하락하는 식이다. 더불어 부품 하나의 효과 자체는 크지 않기에 원하는 콘셉트를 갖추려면 여러 부품을 장착할 필요가 있다.
매시마크 무기에서 무기 설계도를 파밍하고 제작한 후, 이를 호출해 사용할 수 있다.
덕분에 지원기라도 AI 적과 원활한 전투가 가능하다.
PvP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부품을 보상으로 제공하기에 사실상 필수 콘텐츠
그 외에도 <메카 브레이크>에는 메카별로 조작법을 익힐 수 있는 튜토리얼, 메카별로 주어진 고난이도의 콘텐츠를 완료하고 업적 및 칭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상급 도전' 그리고 3vs3으로 진행되는 에이스 아레나와 같은 콘텐츠가 존재한다.
고난이도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메카별 칭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상급 도전'
# 메카 게임 가뭄 속 단비와 같은 타이틀
최근 스팀에서 중국 게임이 준수한 퀄리티를 보이는 가운데, <메카 브레이크>도 이런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걸 카페 건>, <스노우 브레이크>를 서비스했던 시선 게임즈가 상당히 힘을 주고 개발하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 시선 게임즈는 지난 게임스컴 2024에 <메카 브레이크>로 참여했는데, 당시 부스의 위치나 규모를 고려해 봤을 때 글로벌 흥행에 상당히 집중하고 있는 게임으로 보였다.
무엇보다도 단순히 시장성을 위해 '쉬운' 게임 시스템에만 집중하지 않고, 중후한 메카의 움직임이나 여러 연출을 구현해 집중하는 등 '메카물'을 정말로 사랑하는 개발진이 기회를 잡고 많은 공을 들여 도전하고 있는 타이틀로 여겨지다는 점이 <메카 브레이크>의 강점이다. 등장 메카의 디자인도 유명한 디자이너를 영입해 만들어졌으며, 탑승 파일럿에 대한 세세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 만족감을 더한다.
<메카 브레이크>는 23일 오픈 베타를 시작해 개발진이 별도 공지하기 전까지 테스트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현재 스팀 상점 페이지에서 다운로드 가능하며, 2025년 초 출시를 예고한 만큼 오픈 베타가 종료되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정식 게임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메카물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분명 한 번쯤 플레이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