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가의 소셜게임 <엠파이어스&앨라이스>(이하 E&A)가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비스 시작 9일 만에 MAU(Monthly Active User) 1,000만 명을 넘겼고 지난 7월 10일에는 5,300만 MAU를 넘겼습니다. 페이스북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틀어 두 번째로 높은 성적입니다.
<E&A>가 이처럼 단기간에 많은 인기를 끈 이유는 지금까지 <시티빌> 등을 통해 쌓은 징가의 노하우와 ‘전쟁과 침공’이라는, 기존의 소셜게임에서는 흔치 않았던 소재가 적절히 어우러졌기 때문입니다. 친숙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사로잡은, 징가의 소셜게임 ‘끝판왕’이랄까요?
게임 플레이를 위해서는 많은 친구가 필요하고, 친목이라는 핑계(?)로 ‘도배에 가까운 홍보’를 해야 했던 기존 소셜게임의 단점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도 많이 보입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전쟁과 침략, 그리고 소셜게임의 만남
<E&A>의 목적은 ‘사악한 어둠의 동맹을 격퇴하는 것’입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작은 섬 하나가 주어지고 여기에 다양한 상업·군사 시설을 지어 병력을 생산하며 적의 공격에 대비해야 하죠. 평화와 번영만을 외치는 다른 소셜게임에 비하면 신선한 소재입니다.
당연히 콘텐츠도 전쟁에 집중돼 있습니다. <E&A>의 기본적인 게임 방식은 지금까지 나온 소셜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종의 행동력인 에너지와 자원을 이용해 건물을 짓고 건물에서 더 많은 자원을 얻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에너지가 회복되고 그때까지 모인 자원으로 더 좋은 건물을 짓죠. 건물을 지을 공간이 부족하면 새로운 땅을 구입합니다. 무한반복이죠.
<E&A>는 여기에 유닛과 전쟁을 추가했습니다. 병영과 조선소, 군사 기술 훈련소처럼 전쟁에 필요한 건물을 지어 병력을 생산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유저들끼리 서로의 땅을 침략하거나 스토리 전개에 맞춰 NPC와 싸우는 미션도 있습니다.
귀향 군인을 위한 막사를 세우거나, 적의 공습을 막아 내는 등 퀘스트나 시스템 설명에서도 최대한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담았더군요. 게임 도중 오류가 생겼을 때도 ‘어둠의 동맹이 회선에 침입했다’는 재치만점의 문구를 보여주죠. 소셜게임과 전쟁의 적절한 만남입니다.
■ 단순하지만 의외로 고민이 필요한 전략
<E&A>의 전쟁은 크게 2종류로 구분됩니다. 어둠의 동맹을 격퇴하는 미션과 친구의 영토를 침공하는 침략입니다. 어둠의 동맹은 레벨에 맞춰 미션 방식으로 등장하며 승리할 경우 영토를 넓히는 데 사용하는 전시채권과 경험치, 새로운 무기 생산법 등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른 유저의 영토를 침략하면 침략한 구역에 지어진 건물에서 일정량의 자원을 강탈하게 되죠. 예를 들어 유정탑이 가득 지어진 구역을 침략하면 원유를, 주택가를 침략하면 코인을 얻는 식입니다. 침략은 상대가 나를 쫓아낼 때까지 유지되며 4시간 단위로 새로운 자원을 얻습니다.
<E&A>는 소셜게임인 만큼 전투 방식은 매우 단순합니다. 지정된 전장에 맞춰 유닛을 배치하고 공격에 참여할 아군과 공격할 적을 선택해 주기만 하면 됩니다. 공격에는 에너지가 소요되고 매 공격마다 목표를 바꿔 줄 수 있습니다. 글로 써 놓으니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공격할 유닛을 고르고 목표를 정한 후 마우스 연타만 하면 끝납니다.
물론 아무나 때리면 되는 건 아닙니다. 각 병력은 가위바위보 방식의 상성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탱크는 지상에서는 병사에 강하지만 대포에 약합니다. 공중에서는 전투기에 강하지만 폭격기에 약하고, 해상에서는 포함에 강하지만 전함에 약하죠. 해군과 공군도 마찬가지입니다. 육/해/공을 가리지 않고 모든 유닛을 3종류로 구분했다고 보면 됩니다. 참 쉽죠?
다만 상성이 서로 물고 물리는 만큼 병력을 조금이라도 더 아끼고 싶다면 많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만약 상대가 탱크 2기와 대포 2기를 갖고 있다면 보병과 대포를 함께 내보내 ‘보병으로 대포를, 대포로 탱크를 빠르게 처치’하면 되지만 반대로 내 보병이 상대의 탱크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도 있죠.
오히려 탱크에 유리한 대포만 내보내 탱크를 쉽게 처치하고 대포와 대등하게 싸우는 방법도 있습니다. 내가 가진 유닛과 배치할 수 있는 유닛의 수, 상대의 강함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유닛의 종류도 40개가 넘고, 유닛마다 총 5단계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며 전투 중에 다양한 아이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의 폭은 더욱 넓어집니다. 단순하지만 의외로 머리를 굴려야 하는 전투 방식입니다.
■ 유저의 기다림을 최소화하다
전투를 주요 콘텐츠로 내세우다 보니 게임도 매우 활동적입니다. 건물을 몇 개씩 짓고 느긋하게 에너지가 채워지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유닛을 생산해 적극적으로 적과 친구의 영토를 공격해야 하죠. ‘건물을 세우고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리던’ 기존 소셜게임과 <E&A>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모든 행동을 할 때마다 소비되는 에너지도 5분에 1번씩 채워지고 에너지의 전체 양도 매우 많습니다. 친구의 영토에서 대신 작업해 주거나 전투에서 치명타 대미지를 입혔을 때도 에너지가 채워지죠. 에너지가 아예 없을 때도 유닛 생산과 건물 이동 등 몇몇 행동은 가능합니다.
자원이나 경험치를 얻을 때 화면에 자원이 아이콘 형식으로 표시되고 이를 클릭하면 보너스를 얻는 일종의 미니게임도 있습니다. 그만큼 손이 노는 시간도 적죠.
목적성도 확실합니다. ‘무슨 건물을 지어라’보다 ‘누구를 쓰러트려라’ 쪽이 훨씬 와 닿죠. 레벨 마다 쓰러트려야 할 대상이 공개되고 이 적을 쓰러트릴 때가 되면 또 다음 레벨 업이 다가오기 때문에 목적을 잃고 방황할 일도 없습니다.
다른 유저의 영토에서도 마냥 일손만 돕는 게 아니라 ‘경계가 허술한 구역’을 발견하면 곧바로 침략에 돌입할 수 있습니다. 침략은 직접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다른 유저의 영토를 자주 찾아가야 할 목적을 주죠. 느긋한 패턴의 기존 소셜게임에 질린 유저라면 두 손 들고 환영할 만한 부분입니다.
■ 부담을 확 줄인 침략 전쟁
밥 먹듯이 친구의 영토를 침략하고 자원을 약탈하는 게임. <E&A>는 얼핏 보면 전쟁을 내세운 웹게임에 가까워 보입니다. 하지만 <E&A>는 전쟁 웹게임과도 확실히 선을 긋고 있습니다. 피해 보다는 이득을 강조했고, 빼앗긴다는 개념을 없애 유저의 부담을 덜었죠.
<E&A>에서 친구의 영토를 침략해 방위군을 물리치고 자원을 얻더라도 정작 친구에게 거의 피해가 가지 않습니다. 친구의 방위군은 전투가 끝나면 그대로 복구되고 자신이 얻는 자원도 친구의 자원을 뺏는 게 아닌 ‘새로운 자원이 보상으로 생기는 것’이죠.
친구에게 가는 피해는 빼앗긴 구역의 침략군을 물리칠 때까지 에너지가 추가로 소비된다는 것 하나뿐입니다. 그나마도 (나의) 침략군을 (친구가) 물리치면 내가 얻은 자원과 같은 양의 자원을 친구에게 보너스로 줍니다. 침략하는 쪽이나 침략 당하는 쪽이나 결과로만 보면 이득이죠.
이는 <E&A>의 독특한 시스템 때문인데요, <E&A>에서는 자신이 조작할 때만 유닛이 손실을 입습니다. 기껏 만든 유닛이 자고 일어나는 사이에 다른 유저의 손에 모두 파괴되는 일은 없다는 거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유저가 오후 2시에 B라는 유저를 침략하고 B가 오후 3시에 이를 눈치채고 A를 쫓아냈다면 침략 과정에서는 A의 병력만, 퇴치 과정에서는 B의 병력만 손실을 입습니다. 상대방에게는 피해가 전혀 없죠.
덕분에 <E&A>의 침략과 경쟁은 부담이 적습니다. 친구의 영토를 마음대로 공격해 들어가도 욕을 먹거나 우애가 상할 일은 없죠. 새벽 3시에 적이 나를 침공한다는 경고를 받고 잠에서 깨어나 부랴부랴 PC를 켤 일도 없습니다.
오히려 침략군을 쫓아냈을 때도 보상을 주기 때문에 침략당한 친구를 열심히 구하는 훈훈한(?)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만 레벨이 오르면 상황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병력이 비싸지면서 친구를 침공하는 것도, 침공한 병력을 쫓아내는 것도 살짝 부담이 되죠. 때문에 레벨 30 이후에는 은근히 눈치 작전을 벌이게 됩니다. 본격적인 경쟁의 시작이랄까요?
그래도 우애가 상할 정도의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건 여전히 불가능합니다. 오히려 전투를 통한 레벨 업이 빠른 만큼 자원보다는 순수한 전투 경험치를 노린 침략이 자주 벌어지죠.
돈과 원유와 시간이 조금씩 부담되긴 하지만 그래도 죽자 살자 싸울 정도는 아닙니다.
■ 강제가 아닌 ‘이득을 위한’ 친구 초대
친구목록의 의존도가 낮다는 것도 <E&A>의 장점입니다. <E&A>에서 친구가 필요한 경우는 정부건물을 지은 후 직원을 모집할 때와 각종 유닛 업그레이드 2가지뿐입니다. 업그레이드도 꼭 필요한 것은 아니고 정부건물의 직원도 많아야 12명 내외로 끝낼 수 있습니다.
물론 친구가 많을수록 당연히 게임은 잘 풀립니다. 친구의 영토를 방문해 에너지를 얻고 침략으로 자원을 강탈할 수 있고, 개인마다 1종류로 제한된 광물을 교환할 수도 있죠. 총 5종류의 광물 중 개인이 생산할 수 있는 건 1종류밖에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침략하거나 거래를 통해’ 다른 종류의 광물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침략과 아이템 요청 등 친구가 꾸준히 응해 줘야 하는 콘텐츠가 많은 만큼, 숫자만 많은 친구보다는 적더라도 꾸준히 침략과 방어를 즐기고 각종 업그레이드 요청에 응해 주는 친구 몇 명이 훨씬 낫습니다.
그만큼 <E&A>에서는 스팸에 가까운 무분별한 초대 메시지를 보낼 일도 적습니다. 사실 침략이 기본이 게임에서 (페널티는 적다고 하지만) 다짜고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초대해서 침략부터 걸기도 좀 그렇잖아요? 오히려 게임을 하다 보면 ‘편하게 즐기기 위해’ 주변에서 꾸준히 <E&A>를 즐길 만한 사람을 꼬드기게 되죠.
건물 하나 세울 때마다 페이스북 친구 전체에 스팸 메시지가 전송되는 일부 게임들은 좀 보고 배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그래픽부터 시스템까지 없는 것 없는 끝판왕
전쟁 이야기만 실컷 했지만, <E&A>는 전쟁 이외의 부분도 뛰어납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정교한 그래픽은 소셜게임 중에 최고 수준입니다. 징가의 전작 <시티빌> 그래픽도 충분히 뛰어나다고 생각했는데 <E&A>는 약간의 3D 느낌을 줌으로써 그래픽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습니다.
특히 자연스러운 애니메이션 효과가 눈에 띕니다. 땅에 떨어진 자원 아이콘을 클릭하면 화면을 가로질러 보너스에 흡수되고 적에게 치명타를 입히면 각종 경험치와 에너지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죠. 유닛들의 움직임도 한층 귀엽고 볼 만합니다.
텍스트 대신 아이콘을 내세운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덕분에 별다른 가이드 없이도 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건물을 옮길 수 있어서 섬을 꾸미는 일에도 한층 몰입할 수 있죠. 매일매일 섬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소 유치하지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퀘스트도 좋습니다. <E&A>에서는 징가가 지금까지 쌓은 소셜게임 노하우와 그 과정에서 생긴 고민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뻔한 ‘빌’ 시리즈에 질린 유저, 하지만 가볍게 즐길 만한 소셜게임을 찾는 유저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페이스북에 10명 이상의 (게임을 꾸준히 즐기는) 친구가 있다면 바로 시작하세요. 깔끔한 한글 서비스도 지원하는 만큼 후회 없이 즐길 수 있을 겁니다.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은 <시티빌> 이상입니다. 정말 귀엽게 움직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