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장르 중 하나로 여겨졌던 1인칭 슈팅(FPS) 게임을 ‘국민 장르’로 자리 잡게 만든 게임이 <스페셜포스>입니다. 그리고 2011년인 올해 후속작이 나왔습니다. 화려하고 디테일한 그래픽과 현장감 넘치는 사운드는 치열한 전장의 한복판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전달합니다. 묵직한 타격감이 ‘쏘는 맛’을 확실하게 전달하며 유저를 즐겁게 합니다. 오랜만에 수작 FPS 게임 하나가 등장한 것 같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권영웅 기자
■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 말이 어울리는 속편
언리얼 엔진 3로 만들어진 <스페셜포스 2>는 훌륭한 수준의 그래픽을 자랑합니다. 배경과 오브젝트의 세밀한 묘사와 적절한 광원 효과는 치열한 전장의 분위기를 전해 주죠. 각국의 특수부대 캐릭터가 입고 있는 군복 디자인과 총기의 묘사도 사실적이고요. 특히 조준 사격에서 볼 수 있는 각 총기 고유의 가늠좌가 인상적이더군요.
총기별 가늠좌의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인다.
전작 <스페셜포스>의 경우 퀄리티 낮은 그래픽과 비현실적인 총기 반동, 어색한 캐릭터 움직임이 아쉬웠습니다. 특히 ‘대각선으로 달리면 더 빠르다’는 묘한 특징도 있었죠.
<스페셜포스 2>가 전작에서 이어받은 것은 ‘온라인게임’이 갖는 장점인 편의성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모든 부분에서 발전했고, 패키지 게임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FPS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작 <스페셜포스>에서 들을 수 있었던 ‘전방 수류탄!’ 같은 한국어 라디오 메시지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스페셜포스 2>는 영어 라디오 메시지만 지원되고 있는데, 나중에라도 한국어 음성도 추가되었으면 합니다.
‘아… 여기가 전장이구나!’ 하는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 치열하게 전개되는 다양한 게임 모드
<스페셜포스 2>는 일반적으로 흔히 즐기는 데스매치나 폭파임무 외에 탈출이나 기밀탈취 등의 게임 모드도 있습니다. 특히 탈출 미션은 공격 측이 통신기로 구조를 요청한 후 헬기 착륙 지점으로 이동해야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단순히 특정 지점을 방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게임 진행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핵심 거점이 달라지는 방식이라 매우 역동적으로 진행됐습니다.
기밀 탈취 미션의 경우에도 기밀 탈취 후 이동 장소가 시작 지점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존 게임과는 다른 양상으로 게임이 흘러갑니다. 전체적으로 <스페셜포스 2>의 게임 모드는 매우 치열하게 진행되는 편이었습니다.
게임 내 인터페이스를 통해 목표 지점을 알려준다. 처음 보는 맵도 덜 헤맬 수 있다.
라운드 단위로 하나의 목숨만을 가진 폭파 및 탈취, 탈출 미션과 다르게 팀 데스매치는 일정 점수에 먼저 도달한 팀이 이깁니다. 그런데 이 모드에서는 사망 후 리스폰이 매우 빠르게 이뤄집니다.
보통 다른 게임의 경우 짧게는 5초, 길게는 10초 정도의 리스폰 타임이 주어지는데, <스페셜포스 2>는 체감상 사망 모션이 나온 후 거의 ‘바로’ 리스폰됩니다. 따라서 사망 후 리스폰을 기다리는 시간이 매우 짧아, 같은 시간을 플레이해도 훨씬 밀도 있는 진행이 가능했습니다.
사망 모션 연출 보고 나면 바로 리스폰됩니다!
팀 데스매치 점수 계산 방법은 무조건 ‘킬’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한 유저가 적을 사살하면 40점을 받는데, 다른 유저의 공격도 같이 명중했다면 그 유저의 공격은 ‘도움’으로 집계돼 10점을 받습니다.
따라서 혼자서 적을 10킬 하면 팀 내에 400점이 추가되지만, 두세 명이 서로 힘을 모아 10킬을 하면 500점이 추가됩니다.
결국 뛰어난 고수 한 명의 원맨쇼가 주로 이뤄지는 팀보다는 협동 플레이가 유기적인 팀이 더욱 높은 점수를 얻게 됩니다. 성적 표시도 킬·데스·도움으로 나와서 다 잡아 놓은 적을 다른 유저가 죽여도 다른 FPS 게임을 즐길 때보다는 덜 화납니다.
같은 수를 쓰러트리더라도 협동하면 점수가 더 높아진다.
■ 뛰어난 몰입감의 전장 체험
<스페셜포스 2>는 뛰어난 몰입감을 자랑합니다. 앞서 말했듯 그래픽과 사운드가 좋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운드가 다른 온라인 FPS 게임에 비해 월등히 뛰어납니다. 총기의 발사음은 물론, 총탄이 날아가는 소리나 총탄이 벽이나 오브젝트를 맞출 때 나는 소리가 매우 사실적이죠.
여기에 총탄의 발사 궤적이 빠르게 그려집니다. 핑~ 퓽~ 퍽! 하는 총탄의 소리는 헤드셋을 끼고 게임을 플레이할 경우 정말 사실적인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총탄이 내 귀를 스쳐지나가 등 뒤의 벽에 박히며 짜릿한 긴장감을 선사하거든요.
총기 발사음, 피탄음, 궤적음은 매우 사실적이다.
적의 사격에 맞으면 순간적으로 시야가 흐려지면서 화면 가장자리에 혈흔이 번집니다. ‘아 총에 맞았구나’ 하는 느낌이 그대로 유저에게 전달됩니다. 뭉게구름처럼 피어 오르는 연막탄이나 강렬한 빛에 노출된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는 섬광탄 연출도 수준급이고요.
특히 꽤 오랫동안 시야를 제한하는 섬광탄은 그 효과가 너무 강해서 유저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섬광탄에 당하면 처음에는 화면 전체가 하얗게 된 후 꽤 긴 시간이 지나야 시야가 회복되는데, 시야가 회복돼도 섬광을 맞기 전 화면과 현재 화면이 겹쳐 보이게 됩니다. 따라서 섬광탄을 제대로 맞았다면 ‘아 죽었구나’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마음 편할 정도였습니다.
어떤 게임에선 섬광탄 쓰면 ‘비매너’라고 하더군요.
적을 죽일 때 표시되는 ‘킬 메시지’도 매우 다이내믹해 재미를 더합니다. <스페셜포스 2>는 킬 메시지의 종류가 꽤 다양한 편입니다. 멀리 있는 적을 조준 사격으로 잡으면 ‘LONG SHOT’ 메시지가 뜨고, 자신을 죽였던 상대를 쓰러트리면 ‘REVENGE’가 뜨며, 유저의 복수심을 만족시키는 묘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줍니다. 연출 또한 적절한 표시 시간과 텍스트 움직임으로 인해 매우 흥겹습니다.
킬 메시지 연출도 흥을 돋웁니다.
■ 사격의 난이도는 다소 높은 편?
FPS 게임을 잘하지 못하는 필자는 <서든어택> 등의 온라인 FPS를 할 때 ‘라이플’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스페셜포스 2>의 라이플에 빠르게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스페셜포스 2>는 최근 FPS의 트렌드에 맞게 ‘지향 사격’과 ‘조준 사격’이 분리돼 있는 방식입니다. 사실성에 근거해 <스페셜포스 2> 역시 지향 사격으로는 매우 가까운 거리의 적이 아니라면 정확히 맞추기 쉽지 않습니다. 조준 사격 역시 그리 쉽게 맞출 수 있는 게 아니더군요.
개인적으로 AK-47를 가장 좋아하지만 <스페셜포스 2>의 오픈 리허설 테스트 기간에 가장 많이 사용한 총기는 대미지가 낮은 대신 명중률이 뛰어난 P90이었습니다. 도무지 라이플로는 적을 제대로 맞출 수 없었거든요.
진짜 AK로는 도저히 맞추질 못하겠더군요.
<스페셜포스 2> 역시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로 총기마다 고유의 반동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서든어택> 등에서 매우 높은 집탄성을 가진 소총으로 표현되는 M4도 <스페셜포스 2>에서는 연발 사격에서 2~3번째 탄환부터 조준점이 크게 흐트러지고, AK는 그 정도가 특히 심해 점사를 해도 초탄을 제외하면 원하는 지점을 제대로 맞추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두세 시간 플레이한 후, 해당 총기의 반동과 연발 사격으로 흩어지는 조준점에 익숙해지고 나서는 한결 나아졌지만, 초반 플레이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SMG나 스나이퍼 라이플의 경우엔 기존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스나이퍼 라이플을 주로 쓰는 유저들은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적 창이 참 단출하면서도 직관적이다.
■ 칼전은 없다, 대신 특수 무기가 있다
FPS 게임은 대부분 무기 설정이 라이플 종류의 주무기, 권총 종류의 보조무기, 칼 종류의 근접 무기, 수류탄 종류의 투척 무기로 구성됩니다. 하지만 <스페셜포스 2>는 근접 무기가 존재하지 않고, 대신 특수 무기가 존재합니다.
원하는 지점으로 화살을 발사하는 ‘석궁’과 고유의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구르카 나이프’로 구성돼 있죠.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 무기들을 어떻게 써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구르카 나이프는 엄폐물 뒤에서 특정 지점에 캠핑하고 있는 적을 처리하기에 좋을 것 같고, 석궁은 반대로 엄폐물 뒤에 숨은 적을 처리하기에 좋을 것 같긴 합니다.
음… 개인적으로 이거 어떻게 써야 잘 썼다는 소문이 날지 모르겠습니다.
오픈 리허설 테스트 기간 내내 이 무기를 제대로 쓰는 유저를 만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단 한 번, 근접 거리에서 구르카 나이프를 던져 적을 쓰러트리는 유저를 본 적이 있는데요, 딱히 구르카 나이프가 아니라 라이플로 사격해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근접 무기 ‘칼’은 F 키를 누르는 빠른 근접 공격으로 여전히 존재합니다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F 키를 누르면 총기의 개머리판으로 빠른 근접 공격을 하는 것으로 변경하고, 근접 무기 ‘칼’을 다시 부활시켜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근접 무기가 사라진 <스페셜포스 2>에서는 유저들끼리 신나게 ‘칼전’을 즐기는 장면을 보기 힘들어서 아쉽더군요.
칼전도 나름 재미있는데 말이죠.
■ 잘 만든 FPS 신작이 나왔다
<스페셜포스 2>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로딩’이 매우 짧다는 점이었습니다.
언리얼 엔진 3로 만들어진 그래픽이 무색할 정도로 빠른 로딩 속도를 보여줍니다. 더 낮은 사양에서 돌아가는 다른 FPS 게임보다 훨씬 짧은 로딩 시간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옵션을 낮추고 해상도를 조절하면 그리 높은 사양이 아니라도 게임 내에서도 원활한 플레이와 만족스러운 그래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스페셜포스 2>의 오픈 리허설 테스트는 그래픽과 게임성에 안정성까지 겸비한 수작 FPS 하나가 등장했음을 알리는 신호탄 같은 느낌입니다. 새로운 온라인 FPS 게임을 기다려 왔다면, <스페셜포스 2>에 주목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는 8월 11일 정식 오픈 이후 어떤 반향이 일어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