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길드워 2>가 지스타 2011을 통해 국내에서 첫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총 50대의 체험대를 열고 튜토리얼부터 레이드, PvP까지 담은 다양한 체험버전을 공개했죠. 지금까지 나온 해외 체험버전의 총집합편인 셈이죠.
체험을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벤트와 논타겟팅과 타겟팅을 적절히 섞은 반타겟팅 방식의 전투가 매력적이더군요. 뭔가 익숙해질 법 하면 새로운 것이 나온다고 할까요? 40분으로는 풀어내기 아쉬울 만큼 콘텐츠를 꽉꽉 눌러 담은 <길드워 2>의 체험버전을 디스이즈게임에서 즐겨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길드워 2>의 지스타 체험버전 정보
지스타 2011에 나온 <길드워 2>는 지금까지 나온 체험버전의 종합버전입니다. 체험버전에서는 5개의 종족(차르, 인간, 노른, 아수라, 실바리) 중 인간만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직업은 워리어, 엘리멘탈리스트, 레인저, 네크로맨서, 가디언, 어새신, 엔지니어가 준비돼있으며 마지막 8번째 직업에는 물음표가 그려져 있습니다. 당연히 선택도 불가능하죠.
캐릭터의 기본 외형과 커스터마이징은 한국에 맞춰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캐릭터는 보다 동양적인 외모를 갖추고 있으며 머리, 눈, 코, 입술, 턱 등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죠. 얼굴 이외에 의복도 부위별로 따로 색을 입힐 수 있습니다. 엔씨소프트에서는 <아이온>과 비슷한 수준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할 것이라 설명하더군요.
캐릭터의 외형을 정리하고 나면 배경을 선택할 차례입니다. 배경은 괄호 안에 들어갈 단어를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배경스토리에 영향을 미칩니다. 체험버전에서는 일부 배경만 적용됩니다.
체험버전의 총 플레이시간은 40분이고 레벨 1부터 레벨 10정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중간과정을 일부 생략했는지 레벨 업이 매우 빠르더군요. 메인 퀘스트와 별개로 각 지역마다 자동으로 진행되는 월드퀘스트도 자동으로 열립니다.
스토리를 모두 클리어하거나 체험시간을 약 10분 남기면 ‘레이드’에 참여하라는 메시지가 나옵니다. 만약 거부할 경우 두 번째, 세 번째 레이드에 참여를 권유하며 세 번의 레이드 기회를 모두 거부하면 시간이 끝난 후 체험이 종료됩니다.
레이드는 총 3가지로 구성됐으며 레이드에서는 레벨 65 레벨의 준비된 캐릭터를 사용하게 됩니다. 레이드가 끝날 때까지는 시간제한도 없어지죠.
방향은 자동조절, 거리는 수동조절. 반타겟팅 전투
<길드워 2>의 전투는 논타겟팅과 타겟팅을 섞어놓은 방식입니다. 모든 캐릭터는 스킬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방향을 전환해 주변의 적을 공격합니다. 타겟팅 중인 적이 있다면 해당 적을 자동으로 조준해주고, 타겟팅 중인 적이 없다면 제일 가까운 적을 찾아서 바라보고 스킬을 사용합니다.
다만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건 어디까지나 방향뿐, 거리는 플레이어가 직접 조절해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의 등 뒤에 멀리 떨어진 적을 겨냥해 근거리 스킬을 사용한다면 방향은 180도 돌지만 스킬은 허공에 사용하는 식입니다.
여기에 모든 캐릭터가 긴급회피 버튼을 갖고 있습니다. 적과 마찬가지로 플레이어의 캐릭터도 범위에서 빠르게 벗어나면 적의 공격을 피할 수 잇죠.
덕분에 <길드워 2>의 전투는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편하면서도 재미있습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만만한 적을 상대할 때는 적당히 스킬 버튼만 눌러주면 되지만, 어려운 적을 상대로 효율적인 전투를 하고 싶다면 거리와 회피를 꾸준히 신경 써줘야 하죠.
특히 가까운 적을 세 번에 걸쳐 공격하는 어새신의 죽음의 꽃이나 전진하는 경로의 모든 적을 베는 워리어의 소용돌이 공격처럼 <길드워 2>에는 거리에 따라 대미지와 효율이 달라지는 공격도 있습니다. 부담은 덜되 조작의 재미는 한층 끌어올린 전투방식이랄까요?
모두가 힐러이자 딜러! 자유로운 직업구분
<길드워 2>에서는 같은 직업이라도 무기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완전히 다릅니다. 무기 별로 스킬이 구분돼있기 때문인데요. 적을 쓰러트릴 때마다 해당 무기의 숙련도가 오르고 스킬이 해제되는 방식입니다. 일종의 무기 숙련도 시스템이죠.
무기에 따라 주무기 스킬과 보조무기 스킬도 정해져 있어서 어떤 조합으로 무기를 드느냐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스킬과 전투방식이 달라집니다.
워리어의 예를 들면 처음에는 검을 들고 흉포한 도약 스킬만 사용할 수 있지만 검을 사용해 적을 쓰러트릴 때마다 숙련도가 오르고 스킬이 하나씩 추가됩니다. 최종적으로 주 무기스킬 3개와 보조무기 스킬 2개, 총 5개의 검 관련 스킬을 배우게 되죠.
여기서 만약 보조무기를 도끼로 바꾼다면 검의 주무기 스킬 3개와 도끼의 보조무기 스킬 2개가 스킬 창에 등록됩니다. 거꾸로 주무기에 도끼를 낀다면 도끼의 주무기 스킬 3개와 검의 보조무기 스킬 2개가 등록되겠죠. 당연한 말이지만 보조무기로 사용할 수 없는 장궁과 도끼 같은 양손무기는 5개의 스킬이 모두 주무기 스킬입니다.
직업마다 사용할 수 있는 무기도 각양각색입니다. 어새신만 봐도 검, 단궁, 단검, 권총, 작살, 작살총의 6개 무기를 갖고 있죠. 극단적으로 워리어가 장궁을 들면 원거리딜러로 활약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엘레멘탈리스트는 반대로 근거리에서 단검으로 근접전을 벌일 수도 있죠.
실제로 엘레멘탈리스트의 스킬 중 대부분은 단거리에 특화된 공격마법입니다. 무기가 직업의 세부성격을 가르는 기준이 되는 셈이죠.
여기에 모든 직업마다 회복 스킬과 직업 고유스 킬을 갖고 있고 약 10개의 기본 스킬 중 원하는 스킬을 3개까지 장착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조합이 만들어집니다. 전작 수준의 무궁무진한 조합은 아니지만 무기와 스킬 몇 개 바꾸는 걸로 완전히 다른 직업처럼 보일 정도에요.
<길드워 2>를 개발하는 아레나넷에서는 과거 수 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탱커, 딜러, 힐러로 구분되는 조합을 없애겠다고 밝혔는데요. 체험버전을 보면 그 말이 과장이 아닌 듯합니다.
자신만의 이야기와 시시각각 달라지는 세계
<길드워 2>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장점은 자신만의 이야기와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계입니다. 우선 캐릭터를 만들 때 자신의 목적이나 후회, 출신성분, 신앙 등의 몇 가지 배경을 정하게 되는데요. 이때 정한 배경은 곧바로 게임 스토리에 영향을 미칩니다.
대표적으로 지스타 체험버전에서 어떤 출생성분을 고르냐에 따라 초반 오프닝이 조금씩 변합니다. 귀족의 삶을 골랐다면 의무감에, 평민의 삶을 골랐다면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해서 떠나는 주인공을 볼 수 있죠. 아직까지 어떤 효과를 더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처럼 소소한 변화만으로도 이야기에 훨씬 집중이 됩니다. 내가 정한 캐릭터의 길을 걷는 느낌이랄까요?
월드 이벤트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하는 세계도 인상적입니다. <길드워 2>를 플레이 하다 보면 맵 곳곳에서 월드 이벤트라는 일종의 공용퀘스트를 접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게임 초반에 세무어 주민들을 보호하러 달려가다 보면 세무어 요새를 켄타우르스로부터 지키라는 월드 이벤트가 시작됩니다.
월드 이벤트는 일정시간마다 진행되며 해당 장소에 있는 모든 유저들이 자동으로 참가하게 되죠. 물론 귀찮다면 월드 이벤트를 보고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재미난 점은 월드 이벤트의 결과에 따라 다음 이벤트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켄타우르스의 습격으로부터 성을 지켜냈다면 이후에 켄타우르스의 잔당을 처치하는 월드 이벤트가 진행되지만 참가유저가 적어서, 혹은 다들 이벤트를 기피해서 요새를 빼앗겼다면 이번에는 잃어버린 요새를 되찾는 월드 이벤트가 진행되는 식입니다.
월드 이벤트 결과에 따라 마을의 중요 NPC가 몬스터의 습격을 피해 자리를 비우거나 플레이어의 갈 길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행동 하나하나가 실제 세상에 영향을 준다고 할까요?
지스타 체험버전에만 5개가 넘는 월드 이벤트가 나올 만큼 종류도 다양하죠. 그만큼 꾸준히 변화하는 세계를 볼 수 있습니다. 앞의 자신만의 배경스토리와 맞물려 ‘실제로 세상을 살아 간다’는 느낌을 주더군요.
새로운 재미의 연속
<길드워 2>는 체험시간 내내 계속해서 새로운 재미를 부여합니다. 캐릭터의 배경스토리를 고민하고 나면 반타겟팅 방식의 전투가 등장하고 여기에 익숙해질 때쯤이면, 새로운 월드 이벤트가 계속 이어집니다. 월드 이벤트를 어느 정도 마치고 나면 무기 종류를 바꾸며 확 달라지는 전투를 경험할 수도 있죠.
40분이라는 제한시간 탓도 있겠지만 이 정도로 다양하고 밀도 있는 콘텐츠 분량을 보여주는 MMORPG도 오랜만입니다. 솔직히 말해 <길드워 2>에서 보여준 많은 시스템들은 하나하나가 게임의 특징이라고 내세워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MMORPG에 익숙한 유저라면 큰 어려움 없이 곧바로 게임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친숙함과 신선함 사이에서 개발팀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실사 뺨치는 고퀄리티 그래픽과 화려한 액션은 없지만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느낌’은 그 어느 게임보다도 확실히 전해줍니다. 플레이시간도 한 없이 부족해서 40분의 체험버전이 아닌 장시간의 테스트를 자연히 바라게 되더군요.
한 마디로 ‘기대에 모자라지 않는 게임’입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