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더 쇼(THE SHOW)> 시리즈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의 콘솔용 야구게임이다. EA의 <피파> 시리즈나 코나미의 <프로야구 스피리츠> 시리즈처럼 매년 신작이 나오는데, 2012년 야구 시즌을 앞두고 <MLB 12 더 쇼>의 PS3 버전과 PS Vita 버전이 발매됐다.
PS Vita 하드웨어가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에, PS3 게임을 PS Vita로 이식한 경우는 많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휴대용 게임기인 PS Vita 버전의 이식은 제법 훌륭한 수준이다. PS3 버전에 있는 대부분의 모드를 가져왔고, 야구장의 현장감도 살아 있다. 골수 야구 팬에게는 다음 시리즈가 발매될 때까지 즐겁게 즐길 만한 게임이다. /디스이즈게임 달식
■ 실제 야구를 즐기는 듯한 현장감
<MLB 더 쇼> 시리즈는 ‘리얼함’을 내세운 야구게임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를 기반으로 현실감 있는 야구를 원하는 게이머들에게 어필해 왔다.
PS Vita용 <MLB 12 더 쇼> 역시 실제 야구를 즐기는 듯한 현장감이 잘 살아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세밀한 외모와 투구·타격 자세를 구현해 놓았고, 경기 중에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묘사도 뛰어나다.
<MLB 12 더 쇼>에 등장하는 메이저리그 각 구단의 주전 선수들은 실제 모습과 상당히 닮았다. 메이저리그를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한눈에 누가 누구인지 외모만 보고 판별할 수 있을 정도다. 메이저리그 팀이 30개고, 구단별 주전 선수가 40명인 것을 감안하면 휴대용 게임기 치고는 대단한 편이다.
선수 데이터도 자세한 편이다.
또, 외야 폴대로 아슬아슬하게 날아가는 공을 친 타자가 공이 페어 존으로 떨어지기를 바라는 동작이나, 아깝게 아웃된 주자가 안타까워하는 모습 등을 게임에서도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 대부분의 구장도 게임 속에 구현돼 있다. 여기에 경기 상황에 맞는 해설과 선수가 등장할 때 흐르는 응원가 등이 현장감을 더해준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 선수도 등장한다.
■ 내년 신작이 나올 때까지 충분히 즐길 만한 콘텐츠
PS Vita용 <MLB 12 더 쇼>는 야구게임이 보여줄 수 있는 대부분의 컨텐츠를 담고 있다. PS3 버전의 주요 게임 모드 역시 PS Vita 버전에 그대로 옮겨왔다.
가볍게 한 게임을 뛰고 싶을 때는 친선경기 모드를, 특정 구단을 골라 한 시즌을 진행하며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노리고 싶다면 시즌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또, 선수 육성을 즐기고 싶다면 로드 투 더 쇼 모드를 통해 한 명의 선수를 키우거나, 아예 프랜차이즈 모드로 구단 전체를 경영할 수도 있다.
로드 투 더 쇼, 시즌, 프랜차이즈 모드에서는 직접 조작하지 않고 시뮬레이션으로 경기를 진행시킬 수 있어서,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으로서의 매력도 충분하다.
빠르고 간략하게 경기 내용을 알 수 있어서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선수 육성 모드에서는 한 선수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나 로드 투 더 쇼 모드 같은 경우에는 몇 시즌을 연속으로 플레이하게 되는데, 9이닝을 마무리하려면 2시간 정도 게임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의 162경기를 모두 직접 조작하려면 적어도 324시간을 플레이해야 하는 셈이다.
<MLB 12 더 쇼>의 조작방식은 투구 4가지, 타격 4가지가 있어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경기 중에 수비 이닝 등을 건너뛸 수도 있고, ‘슬라이더’라는 게임 난이도 조절 부분에서 플라이 볼 발생 빈도, 장타 확률 등의 세밀한 난이도 조절이 가능하다.
이렇듯 모드가 다양하고, 오랫동안 즐길 수 있어 <MLB 12 더 쇼>는 내년에 후속작이 나올 때까지 즐길 만한 양의 콘텐츠를 담고 있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리는 경영 같은 부분도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빠르고 쉽게 즐기거나, 꼼꼼하게 즐길 수 있다.
하루 종일 콘솔 게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축복받은 게이머가 아닌 이상 이런 콘텐츠의 양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 PS Vita 버전은 이런 현실적인 제약이 덜하다. 방에서도 게임을 할 수 있고, 출퇴근 시간에도 가능하다. <MLB 12 더 쇼> 특유의 빵빵한 콘텐츠 볼륨과 PS Vita의 휴대성이 만나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낸 느낌이다.
■ 실제 야구를 ‘잘 아는’ 사람에게 추천
전체적으로 <MLB 12 더 쇼>는 야구 초보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게임이다.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규칙이 어렵기도 하지만, 다른 야구게임과 비교해 보면 <MLB 12 더 쇼>는 야구를 제대로 모르면 즐기기 어렵다.
한 예로, 로드 투 더 쇼는 더블A로 갓 데뷔한 신인 선수를 키우는 모드인데, 궁극적으로 자신이 만든 선수를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로 키워내는 게 목표다. 한 명의 선수를 조작하는 만큼 한 가지 포지션을 맡아 게임을 진행하는데, 야수를 키운다면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까지 해야 한다.
내야 수비 같은 경우는 주자 상황에 따른 수비 위치나 작전 등을 이해해야 제대로 플레이할 수 있다.
2루에서 3루로 뛰는 상황에서는 등 뒤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주루 코치의 사인을 보고 뛰어야 한다. 그런데, 주루 코치의 사인이 어떤 의미인지를 모르면 아예 의미가 없다. 팔을 빙빙 돌리는 동작이 계속 뛰라는 의미인지 모른다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작전 코치의 지시도 마찬가지다. 히트앤런이 무엇인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야구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이는 곧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진입장벽이 된다.
3루를 향해 뛸 때는 뒤를 볼 수가 없다. 오로지 주루 코치의 사인만을 보며 뛰어야 한다.
또한 타격 난이도 등이 현실적이지만, 그만큼 쉽지 않다. 제대로 공을 때려도 수비수에게 아웃되는 상황이 자주 나온다. 타격 난이도가 높아서 야구게임 초보자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결론을 내리자면 ‘야구에서 센터라인 수비수를 모두 말하시오’라는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정도의 야구팬, 또는 사회인 야구 등을 하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게임이다. 그 정도로 야구에 대한 지식 없이는 방대한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기 힘든 게임이다.
■ PS Vita 이식은 합격점, 그러나 조작은 살짝 아쉽다
<MLB 12 더 쇼>는 PS3의 중요한 모드를 대부분 이식해 게임성이 탄탄하다. 경기장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수비 애니메이션도 대부분 그대로 가져왔고, 그래픽적인 부분이 아쉬울 수도 있지만 볼륨을 생각하면 감안할 수 있는 수준이다.
조작의 경우도, PS Vita에 아날로그 스틱이 2개인 점을 활용해 큰 변화 없이 PS3의 조작을 그대로 사용했다. 덕분에 아날로그 조작의 섬세한 맛이 살아 있다. PS3로 전작을 꾸준히 즐긴 플레이어라면 PS Vita 버전만의 조작법을 따로 배울 필요가 없다. 다만, PS Vita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추가된 조작 방식은 조금 아쉽다.
한 예로, 도루할 때는 PS Vita의 L 버튼을 누르거나, 뒷면 터치패드를 두 손가락으로 밀어주면 된다. 그런데, PS Vita를 양손으로 잡은 자세에서 두 손가락으로 뒷면 패드를 정확한 타이밍에 밀기가 쉽지 않다. 잘못하면 게임기를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에 몇 번 시도해 보고는 그냥 버튼으로 조작하는 게 낫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종합적으로 <MLB 12 더 쇼>를 평가하자면, 시리즈의 특징상 야구팬에게 적합한 게임이다. 콘텐츠의 양과 완성도 면에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이식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