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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꿈은 좋았다. 그러니까 꿈만… 심시티

10년 만에 돌아온 다섯 번째 ‘심시티’ 리뷰

현남일(깨쓰통) 2013-03-26 09:01:07

<Simcity> is Back!

 

그러니까, 10년 전이었을 것이다. 때로는 최첨단 도시를 만들고, 때로는 석탄 냄새 가득한 공업 도시를 만들기도 하면서 나만의 도시를 만들며 노는 것에 푹 빠져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비록 모니터 속의 가상 도시이기는 했지만, 그 시절 나는 ‘시장’이었으며, 또 수틀리면 각종 재해를 불러일으켜서 학살(?)을 자행할 수도 있던 막강한 권력을 가진 ‘신’이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바로 맥시스에서 개발한 <심시티 4>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만의 도시를 만들고 파괴하는(?!) 재미가 훌륭했던 <심시티 4>. 10년 전 게임이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정말 즐거웠던 삽질’의 추억하지만 아쉽게도 이 게임 이후 나는 시장의 꿈을 펼칠 기회가 없었다. 야속하게도 맥시스는 <심시티 4> 이후 자그마치 10년 동안이나 이렇다 할 후속작을 선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심시티>에 버금가는 무언가 대단한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이 나왔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은 <심시티>다. 그렇다. <심시티>가 아닌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은 상상도 하기 힘들다. <심시티>의 정식 후속작이 발매되지 않는 이상 내가 두 번 다시 시장의 꿈을 펼칠 기회가 오지는 않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일까? 지난 2012 GDC에서 EA맥시스 관계자가 Simcity is Back!”을 처음으로 외쳤을 때 나는 뛸 듯이 기뻤다. 다시 한 번 시장의 꿈을 펼칠 수 있다! 현실 속의 이 삭막한 도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나만의 멋진 도시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가슴을 펴고 당당히 외칠 수 있다. “이런 심시티하고 자빠졌네!”

 

이번 신작은 엄밀히 따지자면 <심시티 5>라는 이름으로 발매되어야 했겠지만, EA의 게임명 리부트 정책으로 넘버링이나 부제를 제외하고 <심시티>라는 게임명 그대로 나왔다.

 

 

다섯 번째 심시티, 무난했던 첫 시작

 

<심시티>의 판매가 시작된 지난 3 5 0(한국 기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게임을 설치할 때는 정말 ‘EA 오리진답지 않게’ 빠른 속도로 클라이언트가 설치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라워했다. 그러니까, 이 때만 해도 이후에 벌어질 참사 같은 것은 조금도 그 징조를 느낄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10년 만에 복귀한 시장업무는 그렇게 순조롭게 시작되었다.

 

주거/상업/산업 지역을 설정하고, 각종 편의시설을 배치하고.

기본적인 플레이는 전작들과 많이 다르지 않다.

 

이번 <심시티> 최신작은 2.5D였던 전작과 다르게 풀 3D로 그래픽이 일신됐고, 게임 시스템도 세부적으로 보면 많은 부분들이 바뀌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플레이 방법은 전작들과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게임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도로를 건설해야 하고, 주거지역(R), 상업지역(C), 산업(공업)지역(I)를 설치해서 구역을 정해야 한다. 풍력발전소나 석탄발전소 같은 발전소를 건설해 도시에 전력을 공급해야 하며, 수도를 공급하고, 소방서나 경찰서 같은 각종 편의시설들도 순서대로 설치해야만 한다.

 

이런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는 전작들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게임에 적응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질 않았다. 아마 이건 나뿐만 아니라 과거 <심시티> 시리즈를 한 번이라도 해봤던 시장들이라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인 이야기일 것이다.

 

이제는 도로가 수도망이나 전력선의 역할을 모두 겸하기 때문에, 한층 더 손쉽게 전력과 수도를 관리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심시티>가 전작들과 무작정 똑같기만 하다는 뜻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도시에서 살아서 움직이는 시민들의 움직임이나, 차량 같은 오브젝트들의 행동이 굉장히 ‘리얼’해졌다. 특히나 놀라운 것은 바로 도로. 전작은 배치를 잘못해서 도로가 꽉 막히더라도 “아 그러세요?”라면서 콧구멍 한번 파주고 무시했던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제 현실 속의 도시와 마찬가지로 도로가 막히면 곧 도시의 혈관이 막히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에 굉장히 신경을 써야 한다.

 

예를 들어 도시 한 구역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서에서 소방차가 출동한다. 하지만 만약 도로 설계 실수로 가는 길마다 정체가 발생한다면? 결국 소방차는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고 건물은 그대로 홀라당 타버린다. 이런 식으로 도시와 도로가 굉장히 리얼하게 돌아간다는 점에 신경 써야 한다.

  

도시 속에서 살아 가는 시민들도 하나하나가 생활 패턴을 갖고 있다. 덕분에 과장 좀 보태 ‘도시가 살아 움직인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경찰서나 소방서 같은 주요 시설은 메인 건물 외에 별도로 애드온을 설치해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게임을 플레이한 첫날 받은 인상은 간단했다. 무언가 전작들에 비해 혁신적으로 달라진 점은 잘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심시티> <심시티>라고, 그 재미는 여전했다.

 

발매일인 3 5 0, 잠깐만 게임을 하려고 설치했지만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작은 시계바늘은 5를 넘어서 6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거 <문명> 이후 정말 오랜만에 보는 타임머신이네.’ 투덜거리며 그날 가뿐하게 지각을 하게 되었다. 이후 벌어질 참사는 짐작도 하지 못 한 채….

 

 

온라인에서 발생한 재해

 

비교적 무난했던 첫날. 하지만 재앙이 시작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5일 오후부터 <심시티>는 소위 말하는 ‘서버 접속 폭주’로 인해 몸살을 앓기 시작하더니 6일이 되면서부터는 아예 게임 플레이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심시티>는 유저가 반드시 EA 오리진에 로그인한 후 서버에 접속해야만 즐길 수 있는 사실상의 ‘온라인’ 게임이다. 이 점은 지난해 발매된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3>와 유사한 케이스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 아쉬운 것은 서버 상태마저 <디아블로 3>와 유사했다는 점이다. 이내 <심시티> 속 게임세상은 불지옥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그나마 한 가지 나았던 점은 ‘에러 37’은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 정도일까?

 

서버 접속불가로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예사. <심시티>는 온라인을 통한 실시간 저장기능을 지원하는데(다시 말해 세이브·로드가 없다), 서버 동기화 문제로 인해 도시가 제대로 저장되지 않고 롤백되는 문제도 속출하기 시작했다. 특별시 수준으로 만들어 놓은 도시가 5시간 전의 시골로 되돌아갔을 때의 그 상실감이란…. 경험해 보지 못하면 짐작하기도 힘들 것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튕김 현상과 에러는 기본으로 따라줬고,  친구에게 보낸 초대가 제대로 가지 않거나, 친구는 멀쩡히 접속할 수 있는 서버에 나는 접속을 못한다는 등의 문제도 빈번했다.(강제 이산가족화!), 정상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의 서버 상태를 보여줬다고 할까? 내가 지금 도시를 건설하는 건지 도를 닦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정신이 혼미해졌고, 그 상태가 거의 4~5일은 계속됐다.

 

이 와중에 EA 한국 페이스북 지기가 한 실언은 두고두고 욕을 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서버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EA맥시스는 게임의 속도조절 중 최고단계인 ‘치타’를 막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이로 인해 치타 속도에 익숙해진 유저는 이후 게임 속도에 적응을 제대로 못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만능도시’ 건설 불가능. 온라인에서 다른 유저와 힘을 합쳐라

 

대체 왜 EA맥시스가 <심시티>를 온라인 전용으로 만들었는지왜 오프라인 플레이를 지원하지 않는지는 회사 관계자가 아닌 이상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DRM(복사 방지)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진실’로 믿는다면, 결국 이렇게 게임을 만든 이유는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게임의 기획의도,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다른 유저들과의 ‘협력 플레이 활성화’다.

 

이번 <심시티>를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이라고 하면 바로 ‘광역’ 시스템의 도입을 들 수 있다. 광역이란 쉽게 이야기하면 거대한 광역이 존재하고, 광역에 속한 여러 도시를 유저들이 서로 나눠서 플레이하는 개념이다. 광역 내 도시들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으며, 유저들은 서로 시설을 공유하거나 자원을 거래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전작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온라인게임스러운’ 재미를 <심시티>에서도 맛볼 수 있다.

 

여러 도시가 서로서로 영향을 주면서 하나의 거대한 ‘광역’을 이룬다.

 

게다가 이번에는 유저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도시 하나만으로는 ‘만능’ 도시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밸런스가 설정돼 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해 맵의 크기가 너무 작게 설정돼 있다.

 

전작에서는 유저가 노력하기에 따라서 주거와 상업, 산업이 모두 균형을 이루고 하나의 도시 안에서 모든 것이 자급자족되는 ‘완벽한 도시’를 만든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주요 기반시설들만 모두 설치해도 꽉 찰 정도로 맵의 크기가 작다. 지형 에디터를 별도로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특히나 산악 지형 맵에서는 건물을 설치할 공간이 더욱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유저들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며, ‘콘셉트’에 충실할 수 밖에 없다그러니까 광산이면 광산 도시, 관광이면 관광 도시, 무역이면 무역 도시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맵의 크기가 너무 작기 때문에 도시마다 하나의 콘셉트에 집중하게 된다.

또 만성 땅부족에 시달리다 보니 각 구역의 밀집도를 높이는 일에도 주력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결국 이번 <심시티>에서는 도시 하나만으로는 자생하기 힘들며, 가급적 여러 개의 도시를 동시에 운용해야만 한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다른 유저들과 함께, 동시에 여러 도시를 육성해야만 보다 쉽고 빠르게 도시를 키워 나갈 수 있다.

 

혼자서 여러 도시를 키우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유저들과 동시에 여러 도시를 키워나가는 것과 비교하면 효율이나 성장 속도 면에서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효율이 떨어진다.

 

자원이 부족하면 서로 자원을 거래할 수도 있고, 파산한 도시에 돈을 지원할 수도 있다.

 

일종의 ‘레이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대역사 시설. 하나의 도시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많은 자원을 투자해야만 건설할 수 있는 시설로, 다른 유저들과의 협력을 통해 지을 수 있다.

 

 

가장 큰 적은 바로 다른 유저?

 

서버 문제로 몸살을 앓고, 첫 주말을 넘기면서야 겨우겨우 <심시티>는 안정되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 서버 문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지만,  최소한 접속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수준까지는 안정되면서 드디어 본격적으로 도시 만들기에 열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위에서 설명한대로 혼자서 도시를 만드는 것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효율도 좋지 못하기 때문에 대략적인 시스템을 익인 후에는 바로 ‘공개’ 방을 만들어 다른 유저들과 함께 게임을 시작했다. 그리고 좌절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여러 명의 유저들이 힘을 합쳐서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게임을 즐기고, 혼자서는 달성하기 힘든 거대한 목표를 이룬다.

 

좋다. 이런 게임의 기획의도는 정말 좋다. 만약 위의 문장 그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아마 이번 최신작은 기존 <심시티>의 패러다임을 바꾼, 그야말로 새로운 <심시티>의 시작을 알리는 명작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어쩌나 현실은 개발자들의 기획의도와는 정반대로 흘러가는 것을.

 

누군가 공개방에서 도시를 망쳐 놓은 후 그냥 버리고 떠나면 현실에서 만나 욕이라고 해주고 싶어진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유저. 공개 광역을 만들고 다른 유저들과 함께 게임을 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과연 다른 유저들은 내가 의도한 대로, 혹은 내가 원하는 대로 도시를 육성하고, 또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하하 호호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게 될까?

 

천만에. ‘도시를 말아먹고’ 버리고 떠나지만 않으면 다행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온라인상에는 개념이 없는 유저(이른바 트롤러)들이 넘쳐난다.

 

그나마 게임의 초보라서 잘 못하는 수준이라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지. 아예 고의적으로 범죄자를 양산해 주변 도시에 피해를 입히고, 의도적으로 대기오염만 유발시키는 건물을 잔뜩 지어 광역의 모든 유저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식의 ‘고의 트롤링’을 일삼는 유저들도 수두룩하다.

 

그렇다고 해서 무언가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해당 유저에게 무언가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된 도시를 리셋해서 처음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공개방으로 게임을 시작했는데, 트롤링’을 일삼는 유저가 한 명이라도 들어온다면? 그 광역은 그냥 버려야 한다. 도저히 게임을 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LOL>에서 10시간짜리 게임을 하는데, 팀원 중 한 명이 트롤링을 일삼는 것을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이런 문제로 인해 결국 대부분의 유저는 비공개방을 만들고 신뢰할 수 있는 지인이나 친구들과 게임을 즐기게 된다.

 

하지만 친구라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내가 원하는 대로 100% 완벽하게 도시를 육성한다는 법은 없다. 지인 중 한 명이라도 도시를 잘못 육성해서 “야, 광역 옮기자”는 소리가 나오면 분위기는 순식간에 찬물 끼얹은 것처럼 가라앉는다.

 

결국 이 <심시티>라는 게임에서 가장 큰 적은 바로 내가 아닌 다른 유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문제로 인해 많은 유저들이 효율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홀로’ 하나의 광역에서 동시에 여러 도시를 육성하는 길을 택하게 된다. 차라리 그 쪽이 속 편하니 말이다.

 

 

현재진행형인 서버 문제, 그리고 인공지능

 

현재 <심시티>는 대부분의 서버에서 접속과 게임 플레이 자체는 원활하게 진행된다. 그렇다면 이제 서버 문제는 완벽하게 해결된 걸까? 아쉽지만 실시간 서버 연동에서 아직까지도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내가 하는 행동이 실시간으로 다른 도시에 영향을 주지 않고 짧게는 30분, 서버 상태가 좋지 않으면 몇 시간이 걸리는 것은 예사다. 대역사 시설 건설에서는 분명히 건설에 보탠 자원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몇 시간 후 반영되는 등의 문제도 계속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서버 문제로 인해 제한된 일부 기능들의 경우, 언제 정상으로 돌아올지 도대체가 감도 안 온다는 사실이다.

 

<심시티>는 총 3단계로 게임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마지막 3단계인 ‘치타’는 서버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막혀서 출시 후 보름이 넘은 시점까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또 유저들이 만든 무역품의 시세가 계속 변동되는 시스템 역시 서버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막혀서 일부 무역품이 지나치게 높은 시세를 유지하는 등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현재 같은 돈을 들여도 TV가 컴퓨터에 비해 비싼 가격으로 팔리기 떄문에 누구나 TV 공장만 짓고 있다. 시세 변동 시스템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다.

 

한편 인구수가 20만을 넘어가게 되면, 반드시 도시 내 교통정체 때문에 많은 고생을 하게 되어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도시가 비교적 현실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잘 마련하지 않고 도로를 대충 설계하면 학생들이 (차가 막혀) 학교를 가지 못하고, 경찰이 (차가 막혀) 범죄자를 잡지 못하고, 근로자가 (차가 막혀) 출근하지 못하고, 소방차가 (차가 막혀) 화재를 진압하지 못하는 등. 그야 말로 차가 막혀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도시가 무너지는 꼴을 보게 된다.

 

하지만 유저가 아무리 최고급 도로를 바둑판처럼 깔아 놓는다고 해도 ‘인공지능’이 발목을 잡는다.

 

그러니까 <심시티> 차량들의 인공지능은 최단거리만 추구한다. 뻔히 우회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최단코스로만 이동한다고 할까? 아무리 유저가 도로를 잘 설계한다고 해도 결국 인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해결되지 않는’ 교통정체에 골머리를 앓게 된다.(뭔가 현실 속 도시와 비교했을 때 리얼하다면 리얼하다고도 할 수 있다)

 

참고로 대역사 시설 중 일부는 오히려 도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들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생태 환경 단지’는 건설하면 도시에 어마어마한 교통체증을 유발시켜서 도시를 망하게 하는 주범으로 손꼽힌다.(건설하면 철거도 불가능하다…)

 

 

꿈은 좋았다. 그러니까 꿈만

 

공개방 몇 번 만들었다 광역 자체를 폭파하길 수 차례. 친구들이나 아는 지인들과 게임을 했다가 다시 또 폭파하고 새로 시작하기를 수 차례…. 진짜 다른 게임 같았으면 진작에 ‘언인스톨’을 누르고 GG!”를 외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게임을 계속 붙잡고 보름 이상 100시간이 넘도록 끈질기게 플레이한 것은 <심시티>라는 게임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재미 자체가 워낙 훌륭하기 때문이었다. 1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재미있다. 휑했던 도시가 북적이는 거대 도시로 성장해 나가는 것을 보는 재미는 역시 <심시티>가 아니면 느끼기 힘든 묘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앞에서 언급했던 다양한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면서 재미도, 도시를 키워 나가는 열정도 서서히 식었다. 무엇보다 게임의 깊이가 전작들만 못하다는 점에서 100시간을 즐겨도 과연 300시간 이상은 즐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심시티> 최고의 빅(BIG) 재미라고 할 수 있는 ‘열심히 지은 도시 재해로 때려부수기’(그리고 재해 발생 이전 시점으로 로드)를 경험할 수 없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에도 재해는 있지만, 그 효과 범위가 대폭 축소됐고 사실상 마음대로 쓸 수도 없다.

 

종합하자면 이번 <심시티>는 기본적인 재미는 여전히 탁월하다. 하지만 EA맥시스는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려다가 많은 부분에서 잡음을 자초하고 말았다. 서버 문제야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해결될 것이라고 꿈과 희망을 가진다고 쳐도, 유저들과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면서 정작 그 유저들의 행동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것은 너무나도 치명적이었다.

 

여기에 온라인 기능을 붙이면서 지형 에디터 제외를 포함해 맵 크기 제약 등 유저들의 자유를 상당 부분 제한했다. 그리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시리즈가 갖고 있던 특유의 게임성과 깊이를 많이 없애는 악수로 돌변하고 말았다.

 

만약 지형 에디터가 있었고, 맵이 넓었다면 유저들 입장에서는 하나의 맵 위에서 수십 가지 콘셉트의 도시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직 하나의 도시에서 하나의 콘셉트만을 추구할 수 있다. <심시티>가 가진 장점을 스스로 깎아먹은 셈이다.

 

<심시티 4>의 헉 소리 나는 초대형 도시는 이번 <심시티>에서는 볼 수 없다.

 

10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심시티>.은 좋았지만 그 꿈을 제대로 현실화하지 못한, 여러 가지 의미에서 안타까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하는 만큼, 일단 제대로 빠지면 누구나 타임머신을 탄 듯한 경험을 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저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