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 온라인 슈팅 장르에서는 PvP(Player vs Player) 요소가 강한 게임들이 대세였다. <서든어택> <스페셜포스> <아바> 등을 보면 PvE 모드가 꾸준히 나오더라도 항상 메인은 PvP였다.
‘최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근 PvE(Player vs Environment)를 핵심 콘텐츠로 내세우는 슈팅게임들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3인칭 슈팅(TPS) 시점과 RPG 요소를 도입해 ‘RPS’(롤플레잉 슈팅)이라는 신 장르를 사용하는 게임이 있다. <하운즈>다.
<하운즈>는 임무를 진행하는 PvE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우고, RPG의 역할 분담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화제가 됐다. 과연 <하운즈>의 과감한 시도는 통했을까?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학살’의 맛
<하운즈>는 PvE 모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TPS와 RPG의 결합을 시도했다. 그러면서 ‘임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PvE 모드에서는 몰려나오는 윅브로크(외계인에게 감염된 변형체들. 일종의 좀비)들을 손쉽게 학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하운즈>의 임무는 20레벨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아주 쉬움’과 ‘쉬움’ 난이도로 플레이할 수 있다. 쉬움 난이도까지는 레벨이 어느 정도 높아지고 익숙해지면 권총만으로도 적을 학살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 몇몇 특수한 무기를 제외하면 대충 연사해도 적을 쓰러뜨릴 수 있도록 무기도 구성돼 있다. 쉽게 몬스터를 학살하는 맛을 느껴 보라는 의도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간단한 난사만으로 다수의 적을 쓰러뜨릴 수 있다.
PvP 기반의 FPS나 TPS에 익숙한 유저들이라면 레벨을 올리기 위해 낮은 난이도에서 게임을 해야 한다는 것이 지루할 수 있겠지만, 쉬운 난이도에서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는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초반 난이도가 쉽기에 TPS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쉽게 적을 제압하며 ‘쏘는’ 맛 자체를 느낄 수 있다. 더욱이 최대 6명이 파티를 맺고 미션을 진행하기에 초보자는 잘하는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미션 진행이나 적절한 대응 등을 배울 수 있다.
PvE 기반의 게임이 갖는 최대 장점은 적어도 각박한 PvP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는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FPS 등에서 계속 죽으며 게임을 배우는 것과는 달리 스트레스가 적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 짜임새 있게 구성돼 있는 임무들
<하운즈>의 메인 미션은 큰 스토리를 따라 진행되고, 서브 미션은 말 그대로 부가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느낌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돋보이는 건 각 임무들이 스토리나 전투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상당히 잘 짜여져 있다는 점이다.
각 미션들은 상황을 제시하고, 그에 따라 임무를 자연스럽게 수행하도록 했다. 임무의 자연스러운 진행을 위해서 무전 음성이 적극 활용된다. 왜 유저가 이곳에 있는지, 어떤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지는 무전 음성을 통해 전달받게 했고 급박한 상황을 앞뒀을 때는 선발대의 비명 섞인 무전음성을 들려주는 식으로 미리 긴장하도록 유도했다.
심지어 긴장을 풀어야 할 때는 무전으로 농담을 하기도 하고, 몬스터가 몰려오는 상황 등에서는 배경 음악도 긴장감 있는 음악으로 바뀌며 분위기를 조성해준다.
주변 환경을 통해서도 곧 전투가 벌어질 것을 암시한다.
앞에 발생할 상황에 대해 미리 대비시켜주는 건 무전뿐 아니라 컷씬이나 맵 구조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컷씬에서 미리 보스 몬스터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몬스터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는 구간 전에는 항상 탄약 자판기 등을 배치해 정비를 하며 잠깐씩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미션에서도 긴장을 줘야 할 구간과 긴장감을 풀어줘야 할 부분의 ‘강약 조절’을 잘 해 두었기에 미션을 진행하는 그 순간만큼은 재미있게 몰입해서 즐길 수 있다.
숨가쁜 전투 뒤 만나게 되는 탄약 자판기
■ TPS지만 RPG같은 역할 수행을 강조했다
<하운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4가지 병과 특성에 따른 역할 분담과 수행이다. <하운즈>에는 방패로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돌격 병과, 화끈한 화력을 담당하는 전투 병과, 후방에서 저격을 담당하는 지원 병과, 아군에게 탄약을 공급해줄 수 있는 원조 병과가 존재한다.
각 병과는 특징적인 무기를 하나씩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스킬 구성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스킬들을 장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돌격 병과라면 적의 공격을 최대한 많이 받아낼 수 있도록 연막 엄폐나 체력증가 등의 스킬을 배울 수 있는 식이다.
병과 별로 특징에 맞게 스킬들을 장착해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다.
각 병과는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명확하게 구성되어 있다. 앞서 설명한 돌격 병과는 방패를 이용해 공격을 안전하게 받아낼 수 있는 만큼, 장거리 공격이나 화력 면에서는 뒤떨어진다. 이런 병과 별 특징이 명확하기에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 지 배울 수 있다.
이렇게 병과 특성을 배운 뒤에는 자연스럽게 다른 유저들과 호흡을 맞추게 된다. 돌격 병과는 자연스럽게 방패를 들고 앞으로 나서게 되고, 지원 병과는 뒤에서 가장 위협이 되는 몬스터부터 처리해주는 식으로 말이다. 미션 진행 자체가 여러 병과들이 호흡을 맞추면 쉽게 플레이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에 병과 별 특징이 유저 간 협력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돌격 병과는 방패로 아군을 보호한다. 화력을 담당하는 병과는 돌격 병과 뒤에서 안전하게 적을 처리하면 된다.
그렇다고 <하운즈>가 MMORPG처럼 꼭 어떤 파티 구성을 만들어 게임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보스 전투를 제외한 대부분의 미션은 어떤 구성으로 게임을 하더라도 진행해도 큰 무리가 없다. 맵 구성도 꼭 여러 병과를 섞어야만 진행할 수 있기 보다는, 그냥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하지는 않으면서 여러 병과가 협력하면 더욱 편안한 구성이다.
예를 들어 난간이나 2층 창문 등에서 총을 쏘는 몬스터가 나타나더라도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어썰트 라이플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등장한다. 굳이 스나이퍼 라이플을 사용하는 지원 병과를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있으면 더욱 쉽게 돌파할 수 있는 구성이다.
이렇게 <하운즈>의 PvE모드는 파티 모집의 스트레스는 줄이면서 유저 간 역할 분담과 협력을 강조하는 적절한 밸런스를 잡았다.
2층에서 몬스터가 등장하는 패턴. 하지만 굳이 저격이 필요하지는 않다.
보스 몬스터 전투를 제외하면 랜덤매칭으로 임무를 진행해도 큰 지장이 없을 정도다.
■ 마치 MORPG처럼 더 좋은 아이템을 모아라!
<하운즈>에서 RPG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부분은 바로 아이템 수집이다. 5레벨 단위로 자신의 레벨에 맞는 아이템을 장비할 수 있는데, 레벨대가 달라지면 무기와 방어구가 확실히 느껴질 만큼 좋아진다. 덕분에 마치 MORPG에서 열심히 레벨을 올리고 장비를 바꾼 뒤에 강해진 자신의 캐릭터를 보며 느끼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하운즈>에서 아이템을 수집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임무를 성공하면 보상으로 랜덤하게 등장하기도 하고, 게임을 하며 모은 ‘토큰’을 통한 교환이다. 이것도 싫다면 경매장에서 원하는 아이템을 구매하면 된다.
임무 도중 얻게되는 토큰을 사용하면 레벨에 맞는 아이템으로 교환해 준다.
어쨌거나 경매장을 제외하면 임무만 열심히 진행하면 당장 필요한 아이템을 어느 정도는 모을 수 있는 수준이다. 토큰을 교환하면 자신의 레벨대에 맞는 아이템을 주고, 토큰을 획득할 수 있는 양은 크게 쪼들리지 않는다. 물론, 최고급 아이템을 원한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대부분의 MORPG와 비슷한 수집 구조다.
더불어 각 병과 별 무기나 방어구의 특징도 명확하게 분류가 되어 있다. 각 아이템에는 여러 옵션이 붙을 수 있는데, 특히 방어구의 경우 어떤 병과가 착용하기에 좋은지에 따라 그에 맞는 옵션들이 붙어있다. 후방에서 강력한 한 방 저격을 해야 하는 지원 병과는 착용하는 방어구의 기본 방어력은 낮은 대신, 사격 피해를 증가시켜주는 옵션이 붙어있는 식이다.
임무를 성공하면 결과 화면에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MORPG와 비슷한 구성이다.
이렇게 병과 별 아이템의 특징이 명확하고, 미션을 통해 아이템을 수집하고 캐릭터를 점차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 때문에 MORPG의 느낌을 받게 된다. 심지어 필요 없는 아이템은 분해해서 아이템 강화에 필요한 재료로 만들 수 있고, 이렇게 수집하고 강화시킨 장비들은 PvP모드에서도 그대로 쓸 수 있다.
이런 시도는 <하운즈>가 PvP가 중심인 게임이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보통의 PvP기반의 FPS나 TPS는 기본적으로 평등한 조건으로 시작해야 하니까. 하지만 <하운즈>는 MORPG의 방식으로 접근했다. 사냥을 통해 아이템을 모으고, 결투장에서는 그 동안 모은 장비를 착용해 진검 승부를 벌이는 것과 유사하다.
<하운즈>의 PvP모드에서는 아예 PvP보다는 PvE가 중심인 게임이기에 장비에 따른 차이가 당연하게 느껴진다. PvP에서 나보다 좋은 장비를 착용한 상대에게 사망했더라도 얼마든지 측면 등에서 기습하면 이길 수 있고, 나도 좋은 아이템을 수집하면 된다는 느낌을 준다.
임무를 통해 얻은 장비는 PvP에서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 <하운즈>의 최종 목표, 보스 몬스터와의 전투
<하운즈>의 진짜 맛을 보려면 보통 난이도를 플레이해 봐야 한다. 20레벨이 넘어야 입장할 수 있는 보통 난이도는 그 전과는 확연히 다른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쉬움 난이도에서는 권총 한두 발에 픽픽 쓰러지던 일반 몬스터들이 보통 난이도부터는 소총으로 난사해야 죽는 수준이다. 쉬움 난이도에서 편하게 게임을 배우며 학살하는 맛을 봤다면, 보통 난이도부터는 본격적으로 다른 유저에게 나의 등을 맡기는 느낌으로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그 만큼 난이도가 급격하게 상승한다.
때문에 전체적인 콘텐츠 구성을 보면 보통 난이도에 입장하기 전까지는 사실 튜토리얼에 가까운 느낌이다. 심지어 쉬움 난이도에서는 직접적으로 싸우지 않았던 보스 몬스터와 사투를 벌이는 것도 보통 난이도부터다.
패치 전에는 최고 레벨인 30레벨이 되어야 보통 난이도에 입장할 수 있었다. 보통 난이도부터 진짜 <하운즈>가 시작된다.
<하운즈>의 병과에 따른 역할 분담과 임무 수행은 보스전을 치를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 챕터1의 보스인 ‘해츨링’의 경우 땅속에서 솟아나와 유저를 공격하는데, 전투를 벌이는 넓은 공간에 다른 몬스터들도 등장하기 때문에 역할 분담에 따른 공략이 중요해진다.
마치 MMORPG의 레이드 콘텐츠처럼 탱커를 맡을 유저가 보스의 주의를 끌며 도망 다니고, 나머지 유저들은 화력 집중 또는 주변 몬스터 처리를 맡게 된다.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병과에 맞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긴밀하게 협력하게 된다. TPS임에도 역할 수행을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다.
<하운즈>의 보스전은 역할 수행이라는 면에 있어서 상당히 괜찮은 시도다. 뿐만 아니라 PvE 중심의 TPS만이 줄 수 있는 재미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챕터2 보스 몬스터인 워록.
■ 지나친 잔인함이 거부감을 들게 한다
<하운즈>를 처음 접할 때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바로 지나칠 정도로 잔혹한 표현이다. 정말 쓸 데없을 정도로 잔혹하다. 다른 좀비 소재의 게임들도 잔혹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하운즈>의 표현은 그중에서도 상당히 수위가 높은 편이다.
일반 몬스터들은 머리를 쏘면 머리가 없는 상태로 달려오는 것은 예사고, ‘코쿤 브리더’ 같은 경우에는 부풀어 올라 있는 모양새도 모자라 폭발하기까지 한다. ‘CCS’라는 근접 스킬은 더하다. 적을 메치고 칼로 내려찍는 걸로 모자라서 척추나 심장을 도려내는 연출까지 등장한다.
수만 많을 뿐 멍청하게 달려오는 몬스터를 학살하는 맛을 위해서 어두운 배경이나 감염자라는 소재를 택한 것 자체는 괜찮았지만, 정도 이상의 잔혹한 표현이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인상을 찡그리게 만드는 잔혹한 표현만 줄였더라도 거부감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상대를 칼로 찌르는 것으로는 부족했을까. 몬스터들은 심심하면 사지가 분리된다. 어두운 분위기 때문에 더욱 잔혹하게 느껴지는 표현들이다.
■ 잘 만든 임무, 그러나 부족한 콘텐츠가 발목을 잡는다
<하운즈>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TPS에 RPG의 게임성을 성공적으로 결합해 만든 게임이다. 개발진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오픈베타 이후 콘텐츠가 적다는 문제는 치명적인 독이 됐다.
<하운즈>의 콘텐츠를 보면, 최소 20레벨까지는 퀘스트를 통해 여러 임무들을 수행하며 레벨을 올리게 된다. 오픈베타 버전을 기준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임무는 총 28개. 퀘스트를 통해 최대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유도하고는 있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몬스터 등장 위치까지 외워 버릴 정도로 같은 임무를 여러 번 플레이하게 된다.
20레벨을 넘어서면 보통 난이도에 도전할 수 있지만, 사실상 임무 진행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 콘텐츠가 다양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럼 최고 레벨이 되면 달라질까? 아니다. 보스 몬스터를 반복해서 잡는 일과 PvP가 남을 뿐이다.
사실 보스 몬스터 공략이라고 해도 같은 미션을 반복하는 것이라 지루함은 어쩔 수 없다. 처음 공략할 때의 그 긴장감은 반복되는 전투 속에서 금세 약해진다.
그렇다면 매번 다른 유저들과 만나게 되는 PvP만이 남는다. <하운즈>의 PvP는 온라인 FPS에서 기본적으로 가져가는 데스매치, 폭파미션, 점령전도 있고, AOS 방식을 차용한 진격전도 있다. 하지만 PvP 모드를 즐기는 유저는 전체 유저 중에서는 적은 편이다.
AOS의 진행 방식을 차용한 진격전 모드도 있다.
몬스터를 상대로 싸우는 PvE 중심의 게임에서 사람을 상대하는 PvP를 즐기는 유저들은 적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PvP를 할 때도 장비 수리비를 지불해야 하기에 ‘돈을 쓰면서’ PvP를 해야 한다. 아무리 PvP를 통해 쌓이는 마일리지로 유용한 아이템을 교환할 수 있게 해 줘도 PvP를 즐기는 유저가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PvE 임무를 계속해서 추가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안타깝게도 <하운즈>의 업데이트 속도는 유저들의 콘텐츠 소모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오픈 초기 1~2개 채널이 포화 상태였던 <하운즈>는 현재 1채널조차 가득 차지 않는 상황이다. 계속해서 임무들만 빠르게 추가됐더라도 더 많은 유저들을 잡아둘 수 있지 않았을까?
<하운즈>가 시도한 TPS와 RPG의 결합 자체만 놓고 보면 상당히 성공적이다. 게임 자체는 재미있다. 하지만 부족한 콘텐츠는 <하운즈>의 발목을 제대로 잡았다. 분명 잘 만든 게임이지만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