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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티뷰] 선정성에 가려진 맛있는 게임성, 언리쉬드

유스티스의 전략 카드배틀 ‘언리쉬드’, TIG 기자들의 돌직구 평가는?

김승현(다미롱) 2013-09-06 22:56:07


[‘모씨의 막나가는 리’란?] 다양한 성향의 디스이즈게임 기자들이 모여 최신 모바일 게임을 즐겨보고, 느낀 바를 각자의 주관을 듬뿍 담아 솔직담백하게 리뷰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기존의 예의 바르고 객관적인 리뷰는 찾기 어렵지만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기자가 쓴 리뷰는 독자에게 오히려 ‘이 게임이 정말 재미있는지’를 알려주는 좋은 평가기준이 될 것입니다.

오늘 소개할 게임은 유스티스에서 개발한 ‘신사들의 카드배틀’ <언리쉬드>입니다.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과 정교한 전략성을 내세운 <언리쉬드>를 디스이즈게임 기자들은 어떤 감상을 받았을까요?


■ <언리쉬드>는 어떤 게임?

만지면 흔들린다? 신사들을 위한 카드배틀. <언리쉬드>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 카드배틀다운 미려한 일러스트에 더해 화면을 터치하거나 스마트폰을 흔들면 캐릭터의 의상과 신체 부위가 흔들린다. 등장하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무브먼트(?)’를 추가한 신사·숙녀들의 게임

스펙 대신 전략이 있는 수동전투. 기존 카드배틀의 스펙 싸움을 거부하는 게임. 게임의 특성 상 아군의 스펙을 뛰어넘는 적들이 차고 넘치고, 유저는 이를 한정된 카드와 스킬로 극복해야 한다. 스킬은 한 전투에서 캐릭터당 하나씩만 쓸 수 있기 때문에 언제 어떤 스킬을 쓰느냐가 중요한 변수.

랜덤박스는 그만. ‘가챠’ 없는 카드게임. 카드배틀의 핵심 콘텐츠(?)인 확률뽑기가 없는 게임. 카드를 얻고 싶으면 카드가 등장하는 스테이지에서 반복 작업을 하거나, 해당 카드를 보상으로 주는 DLC(다운로드 콘텐츠)를 사면 된다. 과금모델에 확률형 아이템 자체가 없기 때문에 마음 편히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다.




■ TIG 기자들의 막나가는 ‘돌직구’ 리뷰


갤럭시 노트, 최고레벨 10, 결제액 1만 원(사전등록유저)

 

고상한 척의 끝에 달한 SF + 열혈덕후.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만족시켜주기 위한 과장된 여성상을 ‘극도로’ 싫어한다. 게이머 인생 10년 동안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여성 캐릭터를 골라본 적이 손에 꼽히고, 소위 말하는 ‘학원물’이나 ‘하렘물’에는 손도 대지 않는다. 라이트노벨에 대한 편견도 심한 만큼 <언리쉬드>와는 최악의 궁합이다. 사실 게임 나오기 전까지는 내가 이 게임을 하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재미있다. 정말 재미있다. 너무 재미있다. 근데 일러스트는 도저히 감당 못하겠다”

 

절대 안 하겠다던 게임을 ‘미소녀 덕후가 아닌 사람도 평가해봐야 한다는 이유로’ 설치한 후 일주일 내내 밤을 새우며 즐겼다. 대체 저 가녀린 몸과 저렇게 큰 가슴이 게임에 왜 필요한지, 헐벗은 어린애들이 왜 나와야만 하는지, 저런 무의미한 문장은 어째서 여기에 들어 있는지, 내 상식으로는 끝까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어놓지를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말 재미있으니까.

 
아이러니하게도 <언리쉬드>는 지금까지 즐긴 스마트폰 게임 중 옛날 RPG의 추억을 가장 잘 살려낸 게임이다. 턴 방식의 전투와 치밀하게 이어지는 스킬, 눈에 띌 만큼 강해지는 적은 카드의 조합을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들고, 전략이 성공했을 때의 쾌감은 끝내준다. 
 
AP(일종의 피로도)가 빠르게 차고 언제나 재도전이 가능한 덕분에 패배의 리스크도 적고, 그만큼 부담 없이 다양한 전략을 실험하며 ‘놀’ 수 있다. 뽑기가 아닌 ‘노동을 통한 성장만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 DLC로 얻는 카드 효과가 너무 좋긴 하지만 이 정도는 애교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역시나 일러스트. 아무리 취향 존중이 중요하다지만 소위 말하는 ‘4로리’나 ‘케잌녀’ 등은 눈살이 찌푸려진다. 현재 <언리쉬드>의 심의등급은 15세 이상. 하지만 자기 주변의 15세 동생이나 친척에게 이 게임을 자신만만하게 추천해 줄 수 있는 유저가 얼마나 될까?
 
아동청소년 보호법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일반인의 상식으로 생각해 봐도’ 겉모습 4~5세 아동이 야릇한 소리를 내거나, 중요부위를 생크림으로만 가린 여성이 “먹어도 돼….” 같은 대사를 날리는 게 정상으로 보이진 않는다.
 
홍보를 위한 게 아니라면 굳이 이런 캐릭터들을 넣지 않아도 충분히 시장에 먹히고 남을 게임성인데, 굳이 이 정도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한낮은 이 게임을 계속 할까, 말까?

안 한다. 일반 리뷰라면 게임성에서는 9점 정도를 줬을 거다. 그만큼 재미는 확실하다. 하지만 하루 종일 실루엣 모드만 켜놓고 살 것도 아니고, 정도 이상으로 민망한 일러스트를 계속 보며 견딜 자신도 없다. 평소에 남의 눈을 신경 쓰지 않는 편이지만 이 게임만큼은 견디기 어렵다.

패널 댓글(Pannel Comment)
 
버징가: 난 행복합니다. 난 행복합니다. 여캐 천지라서 행복합니다~♬
 
다미롱: 섹스어필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나, 필요 이상으로 과해 게임의 다른 특성을 가리는 느낌. 조금만 자제했다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리스키: 치밀하게 짜여진 전투는 정말 요 근래에 해본 어떤 카드게임과도 차별되는 부분. 일러스트 자체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19세 이용가 등급이 알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래서 좋아하는 거지만….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언리쉬드>를 위해 마련한 갤럭시S2, 최고 레벨(10), 결제액 2만2,000 원(사전등록 유저)
 
학창시절 동네 게임센터에서 처음 만난 <데드 오어 얼라이브>(이하 DOA)의 컬처쇼크 이후로 바스트 모핑은 버징가가 플레이할 게임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됐다. 그리고 <섬란카구라>를 플레이하며 ‘진성 오덕’이 게임을 잘 만든다는 편견까지 생겼다. <언리쉬드> 역시 흔들리는 편안함(?)으로 버징가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마음까지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선정성에 가려진 맛있는 게임성, TCG계의 <DOA>”
 
개인적으로 <DOA>를 3D 대전격투 게임의 최고봉으로 꼽는다. <DOA>는 트레이드마크인 샴푸 향기가  화면을 뚫고 나올 것 같은 아름다운 여성 캐릭터들과, 남정네들의 눈길이 머무를 수밖에 없는 바스트 모핑 덕분에 얼핏 보면 이른바 ‘오타쿠’ 게임으로 오해하기 쉬운 외향을 가졌다.
 
그러나 <DOA>를 직접 파고들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심리전 육질’을 감춘 칠면조의 ‘꽁지깃’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카스미의 흔들리는 ‘모성애의 상징’에 가는 눈길이 점점 줄고, 어떻게 하면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을까를 연구하게 된다. 그야말로 ‘덕심’과 게임성의 완벽한 조화다.
 
이처럼 터치에 캐릭터의 신체와 의복이 반응한다는 설정으로 ‘신사’를 표방한 <언리쉬드>도 속에 맛깔나는 게임성을 감추고 있다. 만지면 흔들리는 그녀들에게 먼저 눈길이 갈지언정, 결국 어떻게 덱을 구성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지 고민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신기하지 않은가? ※ 신사: 야한 게임을 즐기는 유저를 높여 표현하는(?) 일본 유명 개발자의 언사에서 유래한 은어.
 
이런 류의 카드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육성하는 것으로는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벽’과 마주하곤 한다. 기존 TCG에서는 ‘레벨 노가다’를 통한 스펙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공략법의 대부분이었지만 <언리쉬드>는 다르다. 전투를 수동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리쉬드>는 자동전투가 당연했던 기존 모바일 TCG의 틀을 깼다. 내 덱의 공격 순서와 대상, 스킬 타이밍을 직접 하나하나 결정할 수 있어서 덱의 구성과 전투 조작에 따라 전투 결과가 천차만별로 갈린다.

현재 스펙의 덱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었던 적을, 적과 나의 스킬·스펙을 분석해 준비한 덱으로 쓰러뜨렸을 때의 희열은 여느 RPG 못지않다. 여기엔 치밀하게 구성된 기획자의 레벨 디자인도 한몫한다. 덕분에 <언리쉬드> 공식 카페에는 나만의 덱 구성과 공략법 공유가 넘쳐흐른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레이드 모드에서는 한 턴, 한 턴이 지나갈 때마다 레이드에 참여하고 있는 친구들이 적에게 입히는 대미지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화면에는 없지만 진짜 함께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레이드 모드 역시 어떻게하면 대미지를 더 줄 수 있을까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물론 이 게임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덕력’이 부족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패러디들, 진부한 캐릭터 설정과 이야기 전개, 으레 발견하는 맞춤법 틀린 문장과 번역체에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차차 개선되고는 있지만, 카드 육성이 어렵고 카드 육성과 레이드 외엔 이렇다 할 콘텐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적을 공략하는 데서 오는 쫀득쫀득한 재미가 (차마 나만의 금빛 요정을 들킬 수 없어서)부모님과 함께 식사할 때를 제외하면 휴대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지하철에서야 내 얼굴을 보고 “뭐야, 흔한 오덕이네.”라며 지나갈 수 있겠지만, 부모님께 아직 나는 잘생긴 아들이니까.
 
버징가는 이 게임을 계속 할까, 말까?
 
한다. 나에게 있어 <언리쉬드>는 현존 TCG 중 가장 완벽한 게임이다. 뽑기 운이 없는 덕후인 내게 ‘가챠’ 없는 카드게임은 축복이다. 일러스트들의 지나친 섹스어필에 거부감을 느끼는 게이머들이 이 게임을 플레이해 보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공략하는 재미가 있다.

패널 댓글(Pannel Comment)
 
한낮: 게임성 하나는 확실하지. 사실 일러스트를 모두 남성이나 동물로 바꾸더라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게임이니까. 근데 이 재미있는 게임을 하면서 굳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는 게 아쉬울 뿐.
 
다미롱: 카드배틀계의 <DOA>라는 표현에 100% 공감. 나는 분명 ‘전략 카드배틀’을 하고 있는데, 보는 사람마다 ‘오덕’ 게임을 한다고 오해(?)한다.
 
리스키: 신사의 즐거움과 전투의 재미가 모두 살아 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기에 충분함. 단지 ‘아저씨 게이머’ 입장에서는 초반부터 공략이 필요한 난이도의 적이 등장한다는 건 약간 호불호가 갈릴지도?


언제 어떤 스킬을 사용하느냐가 전투의 승패, 아니 캐릭터 생사를 좌우한다.



안드로이드, 옵티머스 G, 9레벨, 결제액 1만 원(사전등록 유저)
 
<슬레이어즈>(국내에서는 ‘마법소녀 리나’라는 애니메이션으로 유명)로 라이트노벨에 입문해 현재는 <공의 경계>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삼천 세계의 까마귀를 죽이고> <소드 아트 온라인> 등 장르 불문, 취향(?) 불문의 잡식형 독자가 된 인물. 다양한 이야기를 즐기는 취향에 따라 게임 또한 스토리와 설정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편이다. ‘스토리 덕후’ 다미롱에게 <언리쉬드>의 이야기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이야기 전달력은 최고, 하지만 아직 평이한 시나리오”

사실 이야기를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사전에 취재하며 <언리쉬드>의 ‘신사력’이나 전략성에 대해선 충분히 들을 수 있었지만, 이야기에 대한 정보는 딱히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기분 좋게 무너졌다. 약 5분에 이르는 오프닝 덕분이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오프닝의 전달 방식이었다. 어지간히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5분 넘는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기는 힘들다. 하지만 <언리쉬드>는 파격적인 전개와 함께 ‘추가 데이터 다운로드’ 과정에 오프닝을 배치한다는 수로 유저들에게 이야기를 각인시켰다.

이러한 효과적인 이야기 전달은 본 게임에서도 계속됐다. 예를 들어 평상시에는 대사 한 줄 없는 녹스(캐릭터 카드)지만, 일러스트나 태그(일종의 카드 속성)는 물론, 스킬의 이름과 효과 등을 통해 그야말로 온 몸(?)으로 자신에 대해 알린다. 
 
 DLC 시나리오인 ‘스페이스 터미널’은 잘 짜인 이야기 외에도 녹스의 스킬 디자인과 스킨만으로도 캐릭터의 개성을 나타냈다. 여린 성격의 ‘디니에’는 스킬의 이름도 자신감이 없어 보이고, 스킬 효과도 방어적이다. 물류관리 요정으로 태어났지만 아이스티 요정을 꿈꿨던 ‘하모리’는 공간을 왜곡시키는 능력을 가졌지만, 추가 스킨은 그가 죽기 전까지 꿈꿨던 웨이트리스 복장인 식이다. 덕분에 터치 미스로 DLC 스토리를 놓쳤지만 캐릭터의 성격이나 설정은 이상할 정도로 잘 알고 있다. TIG에는 메인스토리는 몰라도 주력 캐릭터의 성격과 인간관계는 잘 아는 유저가 있을 정도다.

이렇게 퀘스트를 통하지 않고 유저에게 전달된 이야기들은, 게임의 시나리오와 만나 재미와 여운을 더한다. 우주괴수 ‘리바이어선’에 맞서 끝까지 자신의 일을 완수했던 ‘스페이스 터미널’ 요정은 추가 스킨으로 그들이 평소 꿈꿨던 직업의 복장을 마련해 유저가 지갑을 열도록 유혹하고, 두 번째 DLC에서는 이전에 아무렇지 않게 흘렸던 ‘전설의 은하 아이돌’의 이야기를 들고 나와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외에도 게임머니 ‘풍뎅이’의 설정에서 이어지는 콘텐츠인 ‘식물∙동물형 녹스 등장’과 ‘거대 녹스 레이드’, 메인 퀘스트에서 엿볼 수 있는 복제된 생명체(녹스)의 정체성 고민 등 게임은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 이야기를 강화하고, 후속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연출 대신 견실한 정보 배치로 유저를 <언리쉬드>의 세계에 몰입하게 한 셈이다.

다만 게임의 메인스토리는 고저 없이 무난한 진행을 보여 아쉬웠다. 사실 <언리쉬드>의 메인스토리는 딱히 흠잡을 곳이 없는 이야기다. 간간히 보이는 일본어 번역체가 거슬리긴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물론이고 이야기와 시스템의 조화는 어긋남이 없다.

하지만 아직 게임 초반이라 그럴까? 메인스토리 속에는 유저를 이야기에 몰입하게 할 만한 갈등이 없어 허전함을 남겼다. 적어도 10레벨 콘텐츠(현존 최고레벨)까지는 알아도 좋고, 몰라도 상관없는 평범한 이야기라는 느낌이었다. 물론 이는 이야기가 진행되면 자연히 해결될 문제다. 하지만 게임 대부분의 요소들이 온몸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정작 이야기의 주체가 되는 메인스토리는 밋밋한 전개로 호기심에 찬물을 끼얹어 앞으로 더해질 이야기의 재미까지 놓치게 하는 건 아닐지 염려된다.
 
다미롱은 이 게임을 계속 할까, 말까?
 
한다. 그야말로 온몸(?)으로 이야기하는 게임. 아직은 평이한 메인스토리가 아쉽지만, 이야기와 시스템의 조화, 그리고 이야기의 전달력은 나무랄 데가 없다. DLC 시나리오를 통해 좋은 이야기를 들려준 만큼, 밋밋한 메인스토리도 이야기가 진행되면 조금 더 집중할 만한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다만 처음부터 ‘마니아’를 노린 게임이기 때문에 서브컬처에 익숙하지 않다면 게임의 문체나 각종 ‘드립’에 거부감을 느낄 여지가 다분하다.

패널 댓글(Pannel Comment)
 
한낮: 서브컬처는 논외로 하더라도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감동코드 DLC에 놀랐다. <확산성 밀리언아서> 같은 게임에 비하면 이 정도는 텍스트가 오글거리는 수준도 아님.
 
버징가: 주인공만 봐도 ‘츤데레’부터 ‘중2병’까지 워낙 광대한 범위를 마크하다 보니, 서브컬처에 익숙한 이들이 보기에는 매우 진부하고 방어적인 스토리. 그런데 이게 카드게임으로 이제 막 덕후계’에 발을 들인 유저들에겐 오히려 좋은 입문서가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설정이 풍부하니까.
 
리스키: 녹스(캐릭터)들이 가진 태그와 스킬 이름으로 캐릭터성과 인간관계 등등을 너무 잘 살렸다. 단적인 예로 ‘세피아’ 대위와 ‘레이든’ 근위대장은 같은 소속의 태그를 가지고 있는데, 레이든의 스킬 이름이 “대위님, 제 아이를 낳아줘요!”였지….


메이드, 아니 웨이트리스복이 좋아서 사는 것이 아니다. 한 소녀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 사는 거다!



안드로이드, 갤럭시 노트, 9레벨, 결제액 1만6,000 원(사전등록 유저)
 

덕질에 영혼마저 팔아치운 남자. 온라인게임을 하면서도 무기를 맞추는 데는 게임머니 한 푼마저 아까워 하는 주제에 꾸미기 옷 등에는 몇 십만 원씩 결제해 버리는 real 호갱님. 뽑기를 매우 싫어해서 다른 모바일 카드게임에서는 무결제의 철칙을 지켜왔는데, <언리쉬드>에서는 DLC와 스킨을 보자마자 먼저 결제 버튼부터 누르고 생각했다고….

 

“운에 맡기는 뽑기가 아닌, 정당한 구매가 인상적” 
 
최근 모바일게임 중 카드 or 몬스터 수집 게임은 많이 해봤지만, 확률 뽑기, 속칭 ‘가챠’가 없는 카드게임은 개인적으로는 처음 본다. 어떠한 카드를 얻고 싶으면 유료 뽑기에 돈을 쓰고, 거기에서 확률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는 것은 <언리쉬드>에선 통용되지 않는 이야기다.
 
<언리쉬드>에서 과금 요소는 크게 4가지. 주인공의 스탯 초기화와 DLC 던전, 그리고 각 캐릭터(녹스)의 추가 스킨, 행동력(AP) 회복이다. 4가지 모두 랜덤 요소 같은 기름기를 쫙 뺀, 담백한 콘텐츠 구매 방식이다. 신규 캐릭터를 갖고 싶다면, 그 캐릭터가 나오는 던전을 구매하면 끝이다. 
 
캐릭터의 추가 스킨을 구매하는 것은 꽤 참신했다. 특히 DLC를 통해 기본적으로 방어력이 높은(?) 캐릭터를 얻고 스킨을 구매해야 제대로 된 옷을 입는 방식은 컬처쇼크였다. 처음에는 이래서 장사가 될까 싶었는데, 막상 지하철에서 플레이해 보니 의미를 알 것 같더라.(…)
 
다른 게임처럼 확률에 의존하는 가챠가 없다는 시점에서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금전적인 부담감은 덜해진다. 기본적으로 결제 없이도 충분히 플레이가 가능하고, 결제하더라도 정확히 얼마를 쓰면 어떤 캐릭터, 혹은 스킨을 얻을지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단, 결제와는 별개로 <언리쉬드>는 다른 부분에서 진입장벽이 높다. 바로 PC용 MMORPG를 연상하게 만드는 레벨 작업이다. 스토리 진행 및 주인공 레벨 확장, 레이드 등 새로운 기능을 개방하기 위해서는 스토리 퀘스트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 스토리 퀘스트의 난이도가 너무 어렵게 설정돼 있다.
 
다른 카드게임에서는 일정량의 경험치만 채우면 레벨이 상승하고 다음 스토리를 진행하게 되는데, <언리쉬드>에서는 스토리 퀘스트의 강력한 보스를 쓰러트려야 주인공의 다음 레벨이 열리고 파티 코스트도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파티원 캐릭터의 레벨업 작업이 필수다.
 
이는 빠르게 스토리를 진행하고 싶거나 레이드 등의 콘텐츠를 빨리 즐기고 싶은 유저에게는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다. 게임 초반부터 PC용 MMORPG를 하듯이 시간을 아주 느긋하게 잡고 레벨업 작업을 해야 하는데, 모바일로 짬짬이 게임을 즐기는 유저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리스키는 이 게임을 계속 할까, 말까?
 
한다.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은 노가다? 그런 손바닥 만한 노가다로는 <언리쉬드>가 가진 은하수와 같은 신사력을 덮을 수 없다. 게다가 확률 뽑기도 없어서 내가 원하는 건 노력만 하면 전부 얻을 수 있다. 느긋하게 플레이하면서 AP 채우는 동안 아름다운 아낙들도 한 번씩 터치해주고 그야말로 신선놀음, 아니, 신사놀음을 즐기기에 이만한 게임이 또 있을까?

패널 댓글(Pannel Comment)
 
한낮: 난 오히려 노동을 통한 성장이 마음에 들었음. 현실의 돈을 쏟아 붓는 것보다는 게임 내에서 노력해서 무언가는 얻는 행동. 지극히 당연한 건데 지금까지 모바일게임에서는 아니었지. 오랜만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돌아간 게임이라고 봐.
 
버징가: 격동의 세기, 골목에서 흔히 마주치던 야바위꾼 같은 가챠에서 벗어나, 이제 겨우 21세기 시장 모델에 근접한 느낌이다. 돈 내면 준다. 시장경제에서 이 얼마나 당연한 일을 외면해 왔던가? DLC? 스킨? 모두 구매해 주겠다.

다미롱: 이제 ‘케이크’(언리쉬드 반복작업의 성지)는 쳐다보기도 싫다. 소수의 카드만 주력으로 육성한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언리쉬드>는 특성 상 점점 다양한 카드가 나오고, 또 필요해진다. 새로 얻은 카드를 제 몫을 할 때까지 키우는 과정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


유료 콘텐츠 중 확률이 관여하는 것은 없다. 이미지는 유료 콘텐츠 중 하나인 DLC 시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