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정복자, 닥터 매드 독(강아지)은 어느 날 서울에 광범위한 바이러스를 뿌려 인간을 짐승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인간(집사)들이 차츰 짐승으로 바뀌면서 더 이상 고양이들의 밥과 화장실을 챙겨주지 못하자, 그 동안 정체를 감추고 애완동물로 위장해있던 고양이 별의 이주자들이 인간을 돌려놓기 위해 들고일어난다.
조금 정신이 나가 보이는 이 이야기가 안드로메다게임즈에서 개발한 <별에서 온 냥이>의 프롤로그다. 이름부터 콘셉트까지 ‘일편단심 고양이’를 외치는 게임. <별에서 온 냥이>를 체험했다. 먼저 플레이 영상부터 보자.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별에서 온 냥이>의 기본구조는 비행슈팅게임이다. 플레이어는 UFO를 타고 있는 고양이를 조작해 4개의 스테이지를 랜덤하게 플레이하게 되며, 플레이가 진행될수록 당연히 적들이 점점 강해진다.
<드래곤플라이트>나 <플라잉걸스>처럼 이동이 좌우로 제한된 비행슈팅과 달리 모든 방향으로 움직이며 플레이한다는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1942> 시리즈나 최근 모바일로도 출시된 <건버드> 같은 일반적인 비행슈팅게임을 떠올리면 된다.
특이한 점은 고양이마다 갖고 있는 스킬이다. 기본 고양이(?)인 네로냥을 비롯해서 소녀냥, 신나냥, 닌자냥 등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고양이들은 각각의 스킬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네로냥은 스킬 게이지가 가득 차면 화면에 고양이 발자국 모양의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고, 닌자냥은 자신의 분신을 소환해서 수리검 공격을 한다.
스킬의 종류가 고양이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르고, 타이밍에 맞춰서 사용하거나 충전되는 대로 자동으로 사용하는 오토스킬을 활성화할 수도 있어서 단조로운 슈팅 진행에 재미를 더한다.
다양한 고양이를 볼 수 있다.
고양이마다 사용하는 스킬이 다르다.
시작부터 끝까지.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게임명에서부터 알 수 있듯 <별에서 온 냥이>는 고양이에 모든 콘텐츠를 집중했다. 게임의 주인공은 미친개(매드독) 박사를 막으려는 고양이들이고, 스테이지마다 구해낸 집사(인간)들에 따라 보너스가 주어진다. 주인공에 따라 고양이의 종도 다르다.
장착할 수 있는 아이템이나 UFO도 고양이의 소지품에 맞췄다. 박스나 쥐장난감, 사료 등이 등장하고 펫으로 쥐를 데리고 가면 체력이 오르는 등 미묘한(?) 현실성도 갖고 있다. 심지어 오픈 이벤트로는 고양이 사료를 주고, 페이스북에서는 마스코트인 ‘진짜 고양이’의 삶이 연재되고 있다.
콘텐츠부터 마케팅, 운영까지 모든 것을 고양이에 올인한 셈.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게임보다도 일관적인 마케팅이다. 공식 홈페이지를 겸하는 페이스북만 봐서는 이게 게임인지 고양이 이야기인지 모를 지경.
개와 고양이의 싸움.
<별에서 온 냥이> 페이스북. 여러 의미로 굉장히 일관적이다.
친밀도가 높을수록 보상이 늘어난다. 짝궁 시스템에 집중
<별에서 온 냥이>는 비행슈팅 장르의 게임이면서도 커뮤니티 요소를 잘 살렸다. 단순히 방울(스태미나)을 주고받는 것 외에도 다른 유저와 ‘짝꿍’을 맺으면 별도의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짝꿍은 한 번 플레이에 한 명씩 데리고 나갈 수 있으며, 플레이어가 대미지를 입었을 때 잠시 나타나서 주변의 적 정리를 도와준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존 카카오 연동 게임과 비슷하지만 <별에서 온 냥이>는 추가로 짝궁에게 경험치 및 골드를 제공한다. 플레이에 데리고 간 짝꿍에게는 자신이 얻은 골드와 경험치의 일부가 보너스로 주어지며, 짝꿍과의 친밀도가 높을수록 그 획득량이 늘어난다.
매일 한 번씩 짝꿍마다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으며, 친밀도가 높은 짝꿍에게서는 그만큼 좋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참고로 <별에서 온 냥이>는 응모권과 스탬프 등을 통해서 매주 현물 아이템에 응모할 수 있는데, 응모권과 스탬프 역시 짝꿍 시스템을 통해 얻게 된다. 자연스럽게 게임 플레이에 집중하는 유저들을 ‘짝꿍’으로 모아주는 구조다.
짝꿍 시스템으로 경험치와 아이템을 얻고, 이를 현물 아이템 받기에 이용한다.
기본기는 좋지만 시스템적인 독특함이 아쉽다
아쉬운 점은 ‘플레이 상의 특징’이다. <별에서 온 냥이>는 시스템적으로 기존의 종스크롤 슈팅게임들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등장하는 적이 인간으로, 보스는 장난감 병정과 거대한 꽃게로, 떨어지는 운석은 미사일로 바뀌었을 뿐이다.
집사를 구한다는 독특한 설정 역시 게임에서는 그냥 처치한 적의 숫자를 보여주는 결과물에 불과하다. 등장하는 보스도 생뚱맞다.
차라리 고양이를 적극적으로 내세울 목적이었다면 개의 손에 납치되는 집사를 최대한 총알에 맞지 않도록 구해내야 한다거나, 고양이가 품종에 따라 다른 특징을 지닌다거나, 레벨업 과정에서 단순한 돈이 아닌 사료라도 구입해서 성장시킨다거나 하는 시스템이라도 들어 있었다면 어땠을까?
4차원 수준의 설정까지 들이대며 고양이를 적극적으로 내세우려 한 게임인 만큼 기발한 설정에 못 미치는 평범한 시스템이 아쉽다.
다만 비행슈팅 부분만 놓고 봤을 때 기본기는 좋은 편이다. 밸런스도 적절하고, 적이 등장하는 위치나 공격 방식 역시 적당한 도전욕구를 이끌게 만든다. 비행슈팅게임을 좋아하거나 평소 고양이의 귀여움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는 유저에게 추천한다.
고양이와 전혀 관련 없는 보스. 기본기는 좋지만 조금만 더 독특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