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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해머딘’의 귀환, 디아블로3 확장팩 신규 직업 ‘성전사’ 만렙 체험기

‘디아블로2’ 시절 팔라딘의 감성에 도리깨의 차진 손맛을 더한 직업

주재상(버징가) 2014-03-27 13:55:56

25일 새벽 3시, <디아블로3> 확장팩 <영혼을 거두는 자>가 열리면서 신규 직업 ‘성전사’가 성역에 찾아왔습니다. 전작 <디아블로2>에서 소서리스와 함께 아이템 파밍의 제왕으로 불렸던 ‘팔라딘의 이웃사촌이라는데요, 실제 플레이하는 느낌은 어떨까요? 직접 성전사로 70레벨까지 달려본 뒤의 소감을 전합니다. 아직 아이템 파밍 상태가 ‘저질’이므로 가볍게 읽어주세요. :) /디스이즈게임 주재상 기자


 


 

 

야만용사+마법사+수도사? 성전사는 하이브리드 캐릭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성전사는 야만용사와 마법사, 수도사을 한데 섞어 놓은 듯한 캐릭터입니다. 스킬 목록을 살펴보면, 야만용사의 탱킹 스킬과 마법사의 원거리 공격 스킬, 수도사의 파티 지원 스킬이 고루 섞여 있음을 발견할 수 있죠. 단, 근접전 중심의 직업임에도 대미지 감소 효과는 없어서 방패를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방패 가격’, ‘축복받은 방패’ 등 방패를 착용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스킬 때문에 반강제로 방패를 착용해야 해서 공격력이 낮아지는 상황이 더러 발생하는데요, 패시브 스킬 ‘천부의 힘’을 사용하면, 이동속도 15%를 희생하는 대신 방패와 양손무기를 동시에 장착할 수 있어서 공격력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도 있습니다.

 

성전사의 자원인 ‘진노’는 수도사, 마법사와 비슷하게 활용됩니다. 가만히 있으면 느리게 차오르고, 주공격 스킬을 활용하면 빠르게 차오릅니다. 언제나 노여움이 차올라서 악과 싸운다는 콘셉트죠.

 

두꺼운 철갑과 거대한 방패. 크고 아름다워…!



10년 전 ‘해머딘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성전사를 플레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디아블로2> 팔라딘의 향수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특히 팔라딘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축복의 망치’(블레스드 해머)는 그대로 성전사가 이어받았습니다. 이번에는 룬 효과로 망치가 업그레이드돼서 망치에 불이 붙기도 하고, 전기폭풍이 휘몰아치기도 합니다.

 

이밖에도 이름이나 스킬 효과가 비슷한 스킬이 여럿 있습니다. ‘방패 가격’ 스킬은 전작의 ‘차지’ 스킬처럼 방패를 앞세워 적에게 돌진하고요, ‘천상의 주먹’은 ‘헤븐즈 피스트’처럼 하늘에서 빛줄기가 꽂힙니다. 오라 스킬들은 효과가 더 다양해지면서 ‘율법’ 스킬로 계승됐습니다.

 

물론 팔라딘과 차별점을 두려고 한 흔적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탱킹 능력 강화가 대표적이죠. 방패에서 태양권(?)을 발사해서 잠시 적의 눈을 멀게 한다거나, 적을 조롱해서 도발하고, 멋진 군마를 타고 적진 한가운데로 파고드는 모습 등은 전작의 팔라딘에선 볼 수 없던 것들입니다.

 

앗! 성전사 주위를 휘감는 이것은?!

이젠 망치에 불도 붙는다.


육중한 무게감과 차진 도리깨의 손맛

 

‘아카라트의 용사’로 잠시 거대하게 변신해서 싸우다 보면 야만용사같고, ‘추적의 망치’ 룬을 사용하면 유도탄으로 적에게 날아가는 ‘정의’ 스킬을 보니 마법사 같고, 다양한 율법(오라) 효과와 장판을 보면 수도사 냄새가 심하게 요동칩니다만, 어쨌든 멋진 판금갑옷과 큼직한 방패, 도리깨는 성전사 고유의 정체성입니다.

 

특히 거대한 추를 휘둘러 적을 으깨는(!) 무기인 도리깨의 차진 손맛 하나는 기가 막힙니다. 적을 내리칠 때마다 쿵쿵 울리는 타격감이 심장에 와 닿더군요. 성전사는 방패와 양손무기를 동시에 들 수도 있는데요, 양손무기를 오른손에 높이 들고, 육중한 갑옷을 두른 채 적들을 향해 달려드는 성전사의 모습은 정말 탱크스럽습니다.

 

물론 반드시 도리깨를 착용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무기를 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성전사 특유의 타격감과 ‘각진 모습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오랜 기간 금욕(…)과 수행을 통해 단련한 신의 전사다!’라고 외치는 듯한 절도 있는 모션이 성전사의 모든 스킬에 배어 있습니다.

 

적이 으깨지는 것 같은 차진 손맛!


다양한 세팅 가능성이 돋보이지만, 긴 쿨타임 극복과 자원 수급이 관건


앞서 설명했듯 성전사는 플레이스타일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방어 스킬에 올인해 선봉에 서서 적의 공격을 모조리 받아낼 수도 있고요. 근거리 스킬들로 무장해서 야만용사처럼 싸우거나, 원거리 스킬로 마법사처럼 싸울 수도 있죠. 혹은 각종 군중제어 스킬과 버프, 회복 스킬들로 무장하면 전장의 후방에서 파티원들을 든든하게 지원해줄 수도 있습니다.

 

…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플레이해봤습니다만, 레벨이 올라갈수록 결국 도망 다니며 원거리에서 망치만 던지게 되더군요. 마치 전작의 ‘해머딘’처럼요.

 

야만용사, 수도사와 다르게 근접 피격 30% 대미지 감소 보너스가 없어서, 그저 살고자 하면 자연스레 생존형 스킬로 둘둘 말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공격 스킬을 넣을 공간이 없어서 정예 몬스터와 마주치기만 하면 ‘영혼의 맞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피곤하죠. 자연스레 게임의 난이도를 낮추게 됐습니다.

 

쿨타임이 돌아올 때까지 정예 몬스터로부터 도망다니기 바쁜 성전사.

또한, 성전사의 기능성 스킬들은 대부분 재사용 대기시간(쿨타임)이 길거나 자원 소모가 크다는 제약이 붙어 있어서 적시에 활용하기 까다롭습니다. 특히 순간 이동기인 ‘천벌의 검’의 재사용 대기시간은 무려 30초, 자원 소모는 25나 됩니다. 정신없이 진노를 소모하며 싸우다가는 정작 위험할 때 쓸 수 없을 정도입니다.

 

스킬의 긴 쿨타임은 여러 군중제어 스킬을 동시에 단축창에 넣어서 번갈아 쓰는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만, 당연하게 그만큼 공격 스킬을 사용할 수가 없으니 대미지가 낮아지기도 합니다. 공격 스킬을 최소화해서 세팅해도 긴 쿨타임과 언제나 부족한 ‘진노’에 시달리게 됩니다. 으아~ 행복할 수가 없어!!

 

보조 스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긴 쿨타임과 비교하면 스킬 효과의 지속시간이 좀 많이 짧죠.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려면,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와 ‘극대화 적중 시 진노 회복’ 옵션이 달린 장비를 장만해야 합니다. 아이템 연구와 파밍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이템 옵션에 맞춘 스킬 연구와 콤보 개발도 필요하죠.

 

정신없이 싸우다 보면 금세 바닥나는 ‘진노. 이를 수급해줄 아이템을 구하는 게 최대의 난제다.


악과 싸우는 성전사는 역시 ‘빡쳐야 제맛’ 


요즘 가장 ‘핫한 성전사 스킬은 ‘하늘의 분노 - 넘치는 분노 룬’입니다. 거대한 빛을 내리꽂아 6초 동안 지속 대미지를 주는 스킬인데요, 6초간 적의 발을 묶고 극대화 확률을 80% 높여 주는 ‘심판 - 단호함 룬’과 함께 사용하면 효율이 아주 좋습니다. 그야말로 몬스터들이 촛농처럼 녹아내려요.

 

물론 이 스킬 조합이 만능은 아닙니다. 특히 파티플레이를 할 때는 한 번 스킬을 사용하고 쿨타임이 돌아오는 동안 다른 파티원을 멀뚱멀뚱 쫒아다니기만 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집니다. 결국 앞서 설명했듯, 진노 수급과 쿨타임 감소를 아이템으로 파밍으로 해결해야 더 높은 난이도를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거죠.

 

스킬 쿨타임이 긴 대신 한 방 대미지를 높이려고 양손무기와 방패를 함께 착용했을 때 받는 이동속도 페널티도 은근히 거슬립니다. 특히 2막 보스인 벨리알처럼 바닥에 까는 스킬을 난사하는 몬스터를 만나면 그 난감함이 배가 되죠. 대신 이동속도 페널티를 없애 주는 성전사 방패도 있습니다. 살길은 오로지 아이템 파밍!

 


으아아아! 하늘의 분노를 맛봐라!


현재보다 앞으로의 기대가 더 큰 신규 직업

 

성전사는 ‘탱/딜/힐’ 모든 것에 능한 ‘만능형’ 캐릭터는 아니지만, 한 가지 특성에 올인하면 그만큼의 능력을 뿜어내는 캐릭터기도 합니다. 방어형 스킬과 아이템으로 둘둘 말면 ‘성박휘’(성전사+바퀴벌레)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잘 죽지 않고요. 앞서 설명했듯 딜러 쪽으로 세팅하면 정예 몬스터들도 제법 잘 녹입니다.

 

여러 <디아블로3> 관련 커뮤니티에서 성전사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니, 현재 성전사의 성능에 답답해하는 유저들이 많더군요. 반면, 손맛이 좋고, 육성하면서 스킬 찍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의견과, 확장팩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앞으로 얻게 될 아이템들로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도 많았습니다.

 

이미 많은 연구가 이뤄져 고효율 세팅들이 유행하고 있는 기존 직업들과 비교하면 성전사의 플레이가 아직 답답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디아블로3> 오리지널 초기 암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야만용사가 사랑받는 직업으로 거듭났던 것처럼, 앞으로 성전사도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것도 사실입니다.

 

당장의 어중간한 성능에 실망하기보다는, 낮은 난이도에서 마음 편하게, 육중한 무게감과 차진 도리깨의 손맛을 자랑하는 성전사로 성역 여행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써는 재미는 없지만, 연구하는 재미가 쏠쏠한 성전사 하세요! 아무도 가지 않은 눈밭을 밟는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