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가 높은 건 확실한데 내세우는 특징은 아직 잘 모르겠다” <리니지 이터널>의 지스타 체험버전을 플레이한 후 느낀 솔직한 생각입니다.
엔씨소프트가 야심작 <리니지 이터널>의 체험버전을 공개했습니다. 지스타 2011에서 첫 트레일러를 공개한 지 무려 3년만의 체험버전인데요. 체험버전임에도 불구하고 스킬과 아이템 구성, 복식, 디테일한 그래픽까지 꼼꼼히 갖추며 ‘역시 엔씨소프트’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확실한 완성도를 보여줬습니다.
다만 <리니지 이터널>이 내세우던 ‘마우스 드래그 스킬’과 ‘MMORPG로의 재미’를 느끼기에는 체험버전에서 보여준 콘텐츠가 너무나 적었습니다. 쿼터뷰 액션을 강조한 부분도 자주 눈에 띄었고요. 디스이즈게임에서 엔씨소프트의 ‘야심작’ <리니지 이터널>을 직접 플레이 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리니지 이터널>의 지스타 체험버전은 35분의 제한시간과 함께 시작됩니다. 체험버전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직업은 수호전사와 원소술사라는 2개의 직업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성능(?)이 예상되죠. 네. 예상 그대로 탱커와 딜러입니다. 참고로 3번째 직업인 암살자는 현재 잠겨있습니다.
캐릭터를 선택하고 나면 간단한 커스터마이징 메뉴가 등장하는데요. 세심한 부분까지 많은 신경을 쓴 점이 눈에 띕니다. 옷의 장신구부터 머리 모양, 색깔은 물론이고 얼굴의 세부적인 요소까지 바뀝니다. 캐릭터를 꼼꼼히 살펴볼 일이 없는 쿼터뷰 액션게임에서 굳이 이 정도 정성을 들여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에요. 일단 수호전사를 선택한 후 체험에 나섰습니다.
보는 맛 하나는 제대로 살아있는 시원시원한 액션
<리니지 이터널>의 기본구성은 쿼터뷰 액션방식의 MMORPG입니다. 기존의 엔씨소프트의 MMORPG와 달리 액션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솔직히 엔씨의 게임에서 보기 힘든 핵앤슬리시 방식의 게임이라는 점도 나름 생소했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곧바로 공성전(?) 한복판에 투입됩니다. 2년전 영상으로 볼 수 있었던 바로 그 장소, 그 상황에 유저들은 투입됩니다. 이내 퀘스트 목적지가 표시되고, 목적지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죠.
성문 입구를 가로막는 제국군을 처치하고 나면, 사다리차를 이용해 성벽 위로 올라가라는 퀘스트가 나오고, 다시 성벽 위의 제국군을 처치하라는 퀘스트로 이어지는 식입니다. 대부분의 퀘스트는 따로 NPC에게 보고할 일이 없으며 곧바로 다음 퀘스트로 이어집니다. 자연스럽게 진행에 몰입할 수 있죠.
연출도 단순히 연출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적의 포격으로 부숴진 다리는 로프를 걸쳐서 건너갈 수 있고, 천정에서 떨어지는 철퇴를 잘 이용하면 적을 일격에 처치할 수 있습니다. 밧줄을 타고 내려오는 적이나 혼령이 들어가서 움직이는 석상 등 자연스러운 적의 등장에도 초점을 맞췄죠. 흔히 말하는 상호 작용에 따른 액션도 볼거리 입니다.
참고로 <리니지 이터널>의 체험버전은 솔로플레이와 파티플레이가 구분돼있습니다. 체험버전의 초반 20분 가량은 솔로플레이로만 진행하게 되는데요. 솔로플레이 구간에 한해서는 거의 패키지게임 수준의 연출과 효과들이 쏟아집니다.
앞서 캐릭터가 지나칠 만큼 세심하게 묘사됐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여기에 과하지 않은 이펙트가 더해지고, 잊을 만하면 새로운 연출이 등장하고, 거기서 곧바로 전투가 이어지다 보니 ‘보는 맛’ 하나는 확실히 좋습니다. 시원시원한 플레이도 쉴 새 없이 계속 이어집니다.
부가효과를 잔뜩 넣은 전략적인 전투
<리니지 이터널>에서는 캐릭터가 총 8개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킬의 숫자가 적어 보이지만 스킬마다 2~3개씩의 디버프나 버프 효과가 준비된 만큼 크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수호전사의 수호의 일격은 적에게 피해를 입히면서, 방패 방어력만큼의 피해를 추가로 주고, 명중된 적을 1.5m 밀쳐내고, 주변의 적을 기절시키며, 적의 방어력을 6초 동안 감소시킵니다. 스킬 하나에 4가지 효과가 붙은 셈입니다.
여기에 스킬트리에 따라 같은 칸에 위치한 스킬도 성능이 달라집니다. 수호전사의 기본공격은 2m 내의 근접한 적을 공격하는 ‘광역 타격’이지만, 딱 한 명의 적만 공격하는 ‘집중 타격’으로 바꾸면 3타 명중 시 100% 추가피해를 주고 명중 시 5초 동안 공격속도를 높여주는 부가효과가 붙습니다.
‘광역 타격’은 다시 공격력을 130%로 높이는 대신 범위를 1.5m로 줄이는 ‘전방위 타격’과 범위를 3m로 넓히는 ‘광역 타격’ 2단계 중 하나로 진화시킬 수 있죠. 같은 방식으로 원소술사는 속성별 스킬트리를 연마할 수 있습니다.
버튼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정해져 있지만 해당 스킬을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커스텀하는 방식입니다. <블레이드 & 소울>에서 보여줬던 스킬 수련과도 비슷하죠. <리니지 이터널>이 조작 하나하나에 민감한 쿼터뷰 액션인 점을 감안한다면 스킬 트리의 변화에 따라 꽤나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리니지 200년 후의 이야기! 드문드문 보이는 과거의 흔적들
<리니지 이터널>의 설정은 <리니지>의 200년 이후입니다. 영웅 데필(아마도 데포로쥬)이 반왕 켄라우헬을 꺾고 아덴을 구했지만 아덴성은 결국 안타라스의 침략으로 무너지고 맙니다.
그 과정에서 왕비 베르테아가 죽고, 데필은 요녀 케레니스에게 복수할 힘을 얻습니다. 그 대가로 피물림되는 저주를 얻고 스스로 암흑 황제에 오르죠. 이후 데필은 100년간 세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데필을 쓰러트릴 새로운 영웅이 되어 제국군을 몰아내고 반격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리니지 이터널>의 부제도 레지스탕스입니다. 굵직한 줄기를 가져온 만큼 게임 곳곳에도 <리니지>의 흔적들이 남아있죠. 예를 들어 이번 지스타 체험대에 등장하는 지역은 <리니지>의 시작지점인 ‘말하는 섬’이고 상업으로 유명한 ‘기란’이나 ‘켄트’ 등의 친숙한 지명도 등장합니다. 화폐도 역시나(?) 아데나입니다.
쿼터뷰 액션으로 즐기는 MMORPG의 레이드
솔로플레이가 끝나면 마을로 이동한 후 본격적인 파티플레이가 시작됩니다. 파티플레이는 2마리의 보스 몬스터를 체험대에 참가한 모든 유저가 힘을 합쳐 잡는 방식인데요. 보스 몬스터에게 입힌 피해에 따라 기여도 순위가 매겨지고, 순위가 높을수록 더 좋을 보상을 줍니다. 최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월드 이벤트 방식의 레이드입니다.
체험버전인 만큼 보스의 패턴과 공략방식은 매우 단순했는데요. 화로를 켜서 무적상태를 제거하거나 기절 게이지를 쌓아서 쓰러트리는 방식입니다. 참고로 기절게이지는 짧은 시간에 연속으로 공격을 가하면 쉽게 쌓입니다. 기절 게이지가 모두 쌓이면 2~3초 가량 보스의 공격이 멈추면서 집중적으로 체력을 줄일 기회를 얻게 되죠.
<리니지 이터널>에서는 쿼터뷰 ‘액션’답게 보스가 가하는 대부분의 공격을 피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반대로 보스의 공격 대부분이 광역투성이라 타겟이 되는 유저가 어떤 방향으로 공격을 피할지 여부가 매우 중요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필드에 보스 몬스터가 존재하고, 현재 필드에 있는 유저가 즐긴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블레이드 & 소울>의 천령강시 같은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진형을 짜고 공격을 피하고, 서로 자리를 잡는 플레이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그렇게 어렵지 않게 2마리의 보스를 처치하고 나면 체험이 종료됩니다.
아직은 의욕이 더 큰 마우스 드래그 스킬
<리니지 이터널>은 게임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마우스 드래그 스킬’을 내세웠습니다. 우클릭을 한 채로 마우스를 움직이면 그 궤적에 따라 스킬이 발동되는 방식입니다. 지스타 체험버전에서는 원소술사와 수호전사 각각 1종류의 마우스 드래그 스킬을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수호전사는 마우스의 궤적을 따라 거대한 황소가 달려나가는 ‘힘의 돌진’을, 원소술사는 마우스의 궤적을 따라 화염장벽이 펼쳐지는 ‘화염장벽’을 각각 사용해볼 수 있었죠. 드래그 조작을 이용하는 만큼 ‘손맛’은 확실히 신선했습니다. 적이 몰려오는 방향을 예측해서 황소를 던지(?)거나 세심하게 불길을 배치해서 피해를 극대화할 수도 있죠.
다만 드래그 스킬의 조작이 우클릭과 겹치다 보니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발동되거나 우클릭에 배정된 스킬이 마우스를 약간만 움직여도 드래그 스킬로 인정돼서 발동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나마도 직선으로 사용법이 직선으로 한정되다 보니 아직은 게임의 재미를 좌우할 수준까지는 안됐죠. 사실 체험대에서도 일부 경우를 빼고는 그냥 드래그 스킬 없이 싸우는 게 더 편했을 정도입니다.
재미는 그럭저럭. ‘독특함’을 보여주기엔 부족했던 시연버전
단순히 재미에서만 보자면 <리니지 이터널>의 체험버전은 호사스럽습니다. 연출은 확실히 뛰어나고, 체험버전인 만큼 연출의 밀도도 높고, 다수의 적을 쓸어버리는 느낌도 확실하죠. MMORPG라는 점도 인상적인데요.
체험대에서도 약 20명의 유저가 한 장소에 모여서 싸우다 보니 별별 일이 다 생깁니다. 화로를 켜는 타이밍이 어긋나서 보스를 때리지도 못한다거나, 예상치 못하던 순간에 저 멀리서 수호전사가 다가와 탱킹을 이어 받는 식이죠.
다만 그것만으로 <리니지 이터널>만의 특징을 느끼기에는 조금 부족했습니다. 2년전 영상을 통해 눈으로만 보던 그 느낌을 체험했다는 점에서는 분명한 재미를 줬지만 정작 <리니지 이터널>이 내세운 특징을 35분의 게임쇼의 체험 버전에서는 명확하게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지스타 프리미어 행사를 통해 발표한 쿼터뷰 액션을 다수의 유저가 함께하는 MMO로 즐길 때의 재미와 마우스 드래그를 적극 이용한 새로운 조작방식, 랜덤하게 생겨나는 필드를 이용한 반복의 재미 등은 이번 체험판에 담겨있지 않았죠.
결국 본격적인 <리니지 이터널>의 재미와 특징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최소 클로즈 베타테스트까지는 기다려봐야 할 듯 합니다. 그리고 2015년 상반기에는 이를 분명히 전달해주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