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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조작하는 재미에 코믹한 스토리 더한 ‘낭만무림’

2X2 독특한 시스템의 퍼즐 RPG

Pelind 2014-12-26 19:03:56


 

제목만 들어서는 무림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라이트 노벨이나 미연시의 느낌도 살짝 난다. 하지만 <낭만무림>은 퍼즐 게임이다. 겅호의 <퍼즐앤드래곤>의 국내 론칭 이후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 사라져 가야만 했던 비운의 장르퍼즐 RPG.

 

국내에서 퍼즐 RPG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 밖에 없다. 자동 진행이 대세가 되어버린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그런 게임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유저들이 그런 게임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낭만무림>이 퍼즐 RPG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기존 게임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낭만무림>을 살펴봤다. /필진 Pelind



자동전투 NO! 2X 2 사각형을 맞추는 독특한 게임방식


​최근 흥행하고 있는 자동전투 기반 모바일게임을 보면 힘들게 연구하거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게임 진행이 가능하다. 학업과 일에 치여 살고 있는 현대 대한민국의 게이머들에게 대리만족을 부여해주기에는 충분하다. 하지만, 다들 한 번씩 느껴 보았을 것이다. 내가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인지. 게임이 내 생활을 컨트롤 하고 있는 것인지?

 

호접지몽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나는 나비의 꿈을 꾼 장자인가? 장자의 꿈을 꾸고 있는 나비인가? 최근의 자동진행 게임을 플레이 하다 보면, 장자의 꿈을 꾸고 있는 나비가 된 듯 한 기분이 든다.

 

퍼즐 RPG 낭만무림은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자면, 일반적인 유저들이 원하는 형태의 게임은 아니다. 관건은 익숙함이다. 낭만 무림은 분명 이런 유형의 게임을 접해보지 못한 게이머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있다. 퍼즐앤드래곤에서 같은 색상의 블록을 3개 잇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독창적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보기에도 생소한 2x2의 사각형을 맞춰야 한다. 퍼즐앤드래곤을 플레이 했던 유저라면 금방 익숙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낭만무림의 2x2 퍼즐은 퍼즐앤드래곤의 3 매치와 다른 느낌을 준다. 다분히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3 매치가 조각 맞추기 라면, 2x2 매치는 창고정리에 비유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꾸준한 플레이를 통해 장비를 구하고 성장시키는 것은 기본이고, 여기에 상대하는 적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연구하여, 최적의 조합을 갖춰 공략해 나가야 한다. 등급도 높고 최고로 강화되어 있지만 상성이 고려되지 않은 장비로 쓰러뜨리기 힘든 적을, 적당히 성장시킨 좋은 상성의 장비 조합으로 공략해 낼 수 있다. 

 

플레이어의 전략 수립 능력과 퍼즐실력이 좋다면, 남들 보다 뒤쳐지는 장비를 가지고도 고 난이도 컨텐츠를 공략해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일반적인 퍼즐 RPG와는 달리 3속성으로 단순화 하고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퍼즐앤드래곤>의 드롭 변환과 같은 스킬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너무나도 손쉽게 모든 큐브를 한가지 색상으로 맞춰 버릴 수 있다. <낭만무림>의 콤보 카운트 방식상 모든 큐브를 하나의 색상으로 통일시키면 최소 24콤보가 만들어 진다. <퍼즐앤드래곤>에서 1콤보로 인정되는 것과는 확연히 구분되며, 그만큼 대미지 인플레이션을 만들어 낼 여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낭만무림>에서는 변환되는 큐브의 개수를 제한한다거나, 전체를 교환해버리는 등의 방식으로 이와 같은 문제를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다. 퍼즐앤드래곤의 기믹을 차용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퍼즐 특성에 맞게 변형하고 있다는 것이며, 자신들이 만들어낸 퍼즐 방식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문제도 있다. 접근성은 높였지만, 코어유저들에게는 단순하게 느껴질 수다. 낭만무림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해 봐야 할 것이다. 적용 가능성은 낮겠지만 어느 정도 퍼즐에 적응한 유저들을 대상으로 다른 게임들처럼 5속성 정도로 속성을 확장하거나, 기능성을 가진 큐브를 추가하는 등 퍼즐 방식 자체도 좀더 다양화 해야 할 것이다.

 

퍼즐 RPG는 분명 시작하기 쉽지 않은 장르다. 비슷한 성향의 장르로 리듬액션 게임을 들 수 있다. 리듬감이 뛰어나고 내 뜻대로 움직여주는 황금 손가락을 가진 게이머들은 정말 재미있게 즐기지만, 그렇지 못한 게이머들은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 

 

<낭만무림>도 그렇다. 여타 모바일 RPG들처럼 가장 좋은 아이템을 갖는 것이 왕도가 아니다. 배우고 연구하고 훈련해야 하는 게임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주받은 손가락을 가진 유저들을 배려하고 있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 하다 보면 해당 플레이 시점에 어울리는 유용한 팁을 알려주고 있다. 




<낭만무림>에서 초보자를 대상으로 적용한 기능 중 대표적인 것은 퍼즐 힌트. 게임 화면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2콤보 정도를 낼 수 있는 힌트를 제시한다. <비주얼드>나 <애니팡>과 같은 원 터치 퍼즐 게임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기능이지만, 드래그형 퍼즐 게임에서는 접하기 힘든 기능이다. 

 

물론 게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게이머라면 이 기능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낭만무림>의 퍼즐은 의외로 쉽게 적응 가능하며, 어느새 일취월장한 퍼즐력을 갖게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년 만화풍 그래픽으로 저사양 폰에서도 즐긴다


게임을 리뷰하면서 그래픽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낭만무림>은 요즘 게임답지 않게 2D그래픽으로 구현되어 있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필자의 관점으로 보기에 <낭만무림>의 그래픽은 게임의 매력에 빠져들기에 충분하다. 

  

화려하진 않지만 깔끔한 소년 만화풍의 원화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국내 게이머들의 정서상 호불호가 갈릴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오히려 어설픈 3D 그래픽으로 구현되어 있는 게임들에 비해 훨씬 정갈하고 안정된 느낌을 준다. 

 

다양한 원화가들의 일러스트를 섞어 사용하는 기존의 카드게임들과도 달라서 마치 한 사람이 그린 것처럼 아트워크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어쩌면 정말 한 사람이 모두 그려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높은 성능을 필요로 하는 3D게임이 아닌 만큼 비교적 사양이 낮은 스마트 폰에서도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낭만무림>의 가로 레이아웃은 다른 퍼즐 RPG들과 두드러지게 차별화 될 수 있는 특징이다. 퍼즐 게임들이 너도 나도 세로 레이아웃을 채택하고 있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한 손 플레이가 가능토록 하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만무림>은 대세를 역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낭만무림>의 UX가 불편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퍼즐 RPG를 열심히 즐기는 유저들은 이미 경험하고 있겠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서게 되면 오히려 한 손으로는 플레이 하지 않게 된다. 

 

한 손 플레이로는 정밀한 컨트롤이 어려우며, 높은 난이도 컨텐츠에서는 한 번의 실수가 공략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가로 모드를 이용해 다른 게임들과의 감성을 달리 한 것은 전략적인 선택으로 보여진다.

 

다만, 식별력이 떨어지는 장비 아이콘의 형태는 다소 아쉽다. 특히 검류는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구분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코믹하고 위트있는 스토리


<낭만무림>이 다른 퍼즐 RPG와 차별화 되는 특징 중 하나는 스토리텔링이다. 최근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게임들의 한결 같은 특징은 빠른 개발과 비즈니스 모델에 치중해 게임 내에서의 스토리에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낭만무림>에는 니폰이치의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같은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개성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플레이어는 주인공으로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이야기의 진행은 서사적이라기 보다는 매 에피소드 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다루는 옴니버스식 구성이다. 

개발사의 전작 <마왕전>에서도 엿볼 수 있었던 과격하면서도 위트 있는 대사들이 넘쳐난다. 시나리오를 즐기는 코어 게이머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이야기가 단편화 되어 있어 아직 큰 흐름을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것은 단점이다. 과연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기대가 된다. 

특히 삼국지나 영웅전과 같이 뻔한 스토리 대신 오리지널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 익숙하진 않지만 충분히 새롭고 자극적이다. 또한 <낭만무림>의 스토리텔링은 게임의 시스템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게임을 진행하는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다.



 

낭만 무림은 론칭 시점 기준으로 봐도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컨텐츠를 보유 하고 있다. 또한 서비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지속적인 컨텐츠 업데이트가 이뤄지고 있다. 개발사는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정기적으로 에피소드를 추가 해 나갈 계획을 밝힌 바가 있다. 

 

최근에는 기간 한정으로 대괴인 X라는 에피소드가 등장했었다. 이는 퍼즐앤드래곤의 강림 던전에 해당하는 컨텐츠이다. 현재의 유저의 장비와 전략 이해도로는 다소 버거울 수 있는 컨텐츠이다. 필자의 느낌으로는 오히려 좀더 나중에 공개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퍼즐앤드래곤의 전례를 보았을 때, 언젠가는 무과금 유저들도 손쉽게 공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운영을 살펴보면, 서비스 초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유저들과 소통하며, 함께 방향성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다른 게임들과는 다르게, 진정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지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례로 최근에 있었던 커스터마이징 파츠에 부여되어 있던 옵션에 대한 밸런스 조정을 들 수 있다. 밸런스 조정, 그것도 누가 보아도 명백한 하향.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하지만 개발사는 실수를 인정하고 유저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자주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마무리를 하자면, 낭만 무림은 마치 종합 선물 세트 같은 게임이다. 최고는 아니지만 모든 요소들이 부족함 없이 훌륭한 균형을 갖추고 조화되어 있다. 슬로우 스타터로서의 조건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