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스포츠가 개발한 <UFC>가 모바일게임으로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됐습니다. <UFC> 시리즈 자체는 콘솔 타이틀로 출시되던 게임인데요. <플랜츠 VS 좀비 2>, <심시티 빌드잇>, <던전키퍼>등 모바일게임으로 재미를 본(?) EA가 <UFC>도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어 출시한 거죠.
먼저 종합격투기 단체인 UFC에 대해 먼저 설명해야 할 것 같은데요. UFC는 1993년 시작된 단체로, 팔각형 철망을 두른 링에서 입식 타격과 그라운드를 허용하는 종합격투기 경기를 벌이고 있습니다. 규정 상 금지하는 반칙이 적어서 화끈한 경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이 체험기를 쓰고 있는 필자 역시 UFC를 챙겨보는 팬입니다.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저를 상남자로 만드는(…) UFC가 모바일에서는 어떤 느낌일지 기대하며 플레이 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만에 실망하게 됐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타격 게이지를 모아서 발차기! 이제 UFC라고?
<UFC>는 서문에서 설명했듯, 종합격투기를 소재로 한 모바일게임입니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당연히 ‘화끈한’ 격투기를 기대하게 되는데요. 아쉽게도 <UFC>가 주는 인상은 ‘시시함’ 입니다.
<UFC>의 조작은 최근 등장하는 모바일 격투 게임과 큰 틀에서 보면 비슷합니다. 버추얼패드 대신 손가락으로 화면을 밀거나 터치하면 잽이나 훅, 어퍼컷을 을 날립니다. 두 손가락으로 누르면 블로킹, 뒤로 밀면 공격을 회피하는 식이죠. 조작이 간단한 만큼, 사용할 수 있는 동작이 몇 개 없는데요.
그래서 격투를 시작하면 공방은 서로 상대의 공격을 회피해 빈틈을 만든 다음 잽과 어퍼로 공격하는 방식이 주가 됩니다. 명색이 종합격투기를 소재로 한 게임인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 대목입니다. 심지어 실제 선수들이 등장해 기대감을 높여놓고 있는데도 말이죠.
스마트폰에서 콘솔 패드 버튼을 이용하는 것 같은 조작이나 공방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공방이 회피와 잽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첫 인상은 ‘시시함’ 외에 다른 면모를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UFC하면 떠오르는 화끈한 난타전이나 그라운드 공방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죠.
회피, 잽, 원투, 회피, 잽, 원투가 <UFC>의 기본 리듬입니다.
그래도 꾹 참고 보면 ‘나름’ 있을 건 다 있는 종합격투기 게임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UFC>의 기본적인 공방은 스탠딩 자세에서 나오는 기본 펀치와 회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스탠딩 상태에서의 공방은 회피와 공격의 반복이죠.
그나마 선수를 육성시키다 보면 나름 종합격투기의 구실은 갖췄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공격이나 회피를 성공적으로 하면 일종의 스킬 게이지가 차오르는데, 스킬 게이지가 차오르면 기술을 발동시킬 수 있습니다. 해당 선수가 가진 기술 카드 중 하나가 화면 왼쪽에 나타나는 식인데요. 이 기술 카드를 사용하면 비로소 발차기나 백스핀 엘보, 테이크다운 같은 기술을 쓸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을 긍정적으로 보자면, 나름대로 간단한 조작 안에서 종합격투기 특유의 공방을 녹여냈습니다. 테이크다운을 거는 기술을 적중시키면 타이밍 게임으로 성공 및 실패 여부가 결정되고, 성공해서 마운트 자세가 되면 그라운드 공방이 시작됩니다.
그라운드 공방이 시작되면 역시 화면을 눌러 잽을 날리고, 스킬 게이지가 모이면 그라운드 기술을 하나씩 쓸 수 있습니다. 암바 같은 관절기는 다시 한 번 타이밍 게임으로 성공 여부를 결정하고, 성공하면 화면을 눌러 대미지를 줘서 탭아웃도 받아낼 수 있죠. 마운트 상태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스탠딩 상태로 돌아가는 점은 어색하기 짝이 없지만요.
앞에서 언급했듯 UFC소속 실제 선수들이 등장함에 따라 선수들의 주특기나 주로 익힌 격투기 종류에 따른 차이점도 나름 넣었습니다. 복싱 기반인 선수는 주먹을 이용한 기술이 많다던가, 레슬링이 기반인 선수는 그라운드 기술이 다양한 식입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선수의 특징도 느껴볼 수 있죠.
<UFC>가 격투게임으로는 조금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기존 모바일 격투게임보다는 조금 발전한 형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종합격투기라는 점을 살리기 위해 테이크다운이나 그라운드 공방 같은 요소를 넣었고, 나름대로 스탠딩 공방, 그라운드 공방과 관절기 까지 구현했다는 점에서 그간 나왔던 캐주얼한 모바일 격투게임보다는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태권도가 주 수련 무술이라고 나오는 쿵 리 선수. 태권도를 수련했다는 설정답게 발차기 기술이 다수 등장합니다.
운에 좌우되는 격투기게임, 남는 것은 답답함
<UFC>에서 여러 모드를 진행하면서 보상으로 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정해진 스테이지를 격파해나가는 커리어 모드를 진행하면서 보상을 얻을 수도 있고, 선수가 여럿 있다면 체급 별로 정해진 슬롯에 선수를 장책해 ‘급료’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급료는 시간이 지나면 점차 차오르고, 수령해갈 수 있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얻은 돈으로 구매하게 되는 건 대부분 훈련카드인데요. TCG의 ‘부스터’같은 뽑기를 거쳐 훈련카드를 뽑고, 선수카드에 사용하면 선수가 성장하게 됩니다.
유저에게 주어진 선수는 처음에는 몇 안되는 기술만 가지고 있습니다. 이후 훈련카드로 기술들을 하나씩 강화해 나가면 선수 레벨도 오르고, 새로운 기술들도 등장하는데요. 결국 선수에게 훈련카드를 많이 사용해야 점점 더 강해지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돈으로 훈련해서 선수를 강하게 만드는 느낌이랄까요?
훈련카드를 이용해 선수를 성장시키는 방식 까지는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습니다만, <UFC>는 훈련조차 상당 수 운에 좌우됩니다.
일단 상점에서 훈련팩을 구매할 때부터 어떤 카드가 나올지 모르는 방식이라는 건 설명했는데요. 이 때 자기 선수가 가진 기술과 동일한 카드를 사용하면 6배의 경험치를 주고, 아니면 일반 경험치를 줍니다. 문제는, 동일 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경험치를 얼마 얻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코리안 좀비’ 정찬성 선수는 스탠딩 기술로 ‘라운드 하우스 킥 바디’, ‘플라잉 니’같은 스킬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플라잉 니’ 스킬을 강화할 때 같은 ‘플라잉 니’ 훈련카드를 사용하면 6배의 경험치를 주는데, ‘플라잉 니 바디’는 일반 경험치를 주는 식입니다. 기술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의 선수에 맞는 카드가 나올 확률은 체감상 10%에 불과한데, 그마저도 꽝만 뽑으면 선수의 성장이 매우 더뎌집니다.
기술 업그레이드에 다른 기술 카드를 사용했을 때(왼쪽)과 맞는 기술 카드를 사용했을 때(오른쪽)의 차이.
이와 맞물려서 실질적으로 플레이로 돈을 얻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 커리어 모드는 난이도가 빠르게 높아집니다. 열심히 플레이하다 정신 차리고 보면 어느새 새로 등장하는 적은 자신의 캐릭터보다 높은 능력치를 가진 것은 물론이거니와, 능력치 2배 가량 차이나는 경우까지 생깁니다. 이 때까지 추가 결제를 하지 않고 일반적인 플레이로 성장을 맞추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능력 차이는 유저에게 꽤나 큰 좌절을 안겨줍니다. 내 일반 기술 대미지가 200~400에 ‘필살기’급 스킬이 1000정도의 대미지를 준다고 치면, 상대는 비슷한 기술로 그 두 배 이상의 대미지를 주거든요. 나중에는 스킬 한 두 번만 맞으면 바로 KO당할 정도로 능력 격차가 확 벌어집니다.
실상 커리어 진행이 막히면 일정 시간마다 차오르는 선수들의 급료를 이용해 플레이해야 하는데, 상당히 답답합니다. 약 12시간을 기다려야 선수 한 명 당 1,000원 남짓 벌리는데, 선수 4명의 급료를 모두 모아도 훈련 팩 두 개를 구매할 수 있을 뿐입니다. 훈련팩에서 ‘꽝’이 나오면 선수 능력 향상은 고작 10단위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일반 경기를 하자니, 300원에서 많게는 1000원까지 주는 커리어 모드를 하다가 100원 남짓 주는 일반 경기를 진행하려니 또 답답해집니다.
더불어 스킬 카드도 무작위로 섞여있다가 나오는 식이라 경기 진행 자체도 상당부분 운에 좌우됩니다. 실력으로 능력 차이를 커버할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니킥이나 훅 처럼 리치가 짧아 적중시키기 어려운 기술들만 연달아 나오는 건 애교고, 레슬러 캐릭터인데 테이크다운 기술이 나오질 않아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타격전을 이어갈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생기거든요. 스킬카드 운이 따르지 않으면 내 선수에 맞는 방식대로 경기를 치를 수 없다는 점도 격투기 팬에게는 불합리하게 느껴집니다.
그나마 다른 유저들과 점수를 경쟁하는 이벤트 매치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오는 느낌이라, 아무리 훈련카드를 보상으로 줘도 크게 와닿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벤트 매치 마저 그냥 여러 번 플레이하면 더 좋은 보상을 얻는 식입니다.
그래서 선수를 키워놓고도 만족감보다는 허탈함이나 좌절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되는데요. ‘답답하면 돈을 쓰던지’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과하게 집어넣은 게 오히려 게임의 재미를 확 빼앗아버린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좌절감을 안겨주면서 답답한 심리상태를 유도하는 게임은 좋은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약 일주일간 <UFC>를 플레이하고 내린 결론은 ‘모바일 격투게임 장르에서 반 보 전진했지만, 비즈니스모델 때문에 넘어진’ 게임입니다. 점수를 굳이 매긴다면 6점 정도 주겠습니다. 진행할수록 답답함만 남는 게임은 더 이상 붙들고 싶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