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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리뷰] 꿈은 쉬운 공포게임, 현실은 금새 면역 생기는 공포게임 ‘그림일기’

쉬운 게임을 목표로 만든 모바일 공포게임, 로드뷰 형식을 이용한 긴장감

이준영(앨런스미시) 2015-03-30 14:00:01

학교를 모티브로 만든 공포게임이라고 하면 보통 <화이트데이>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최근 모바일 버전을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어쨌거나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그림일기>를 플레이하게 된 계기는 실제 학교를 이용해 고등학생이 만든 공포게임이라는 설명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학교를 무대로 했다니, 어떤 방식으로 공포를 이끌어낼지도 궁금했죠.

 

<그림일기>는 ‘공략 없이 엔딩을 볼 수 있는’ 쉬운 게임성을 지향하는 게임입니다. 플레이 해본 결과, 확실히 공략 없이 엔딩을 볼 수 있는 쉬운 공포게임이었습니다. 반복을 유도했지만, 반복할수록 공포감이 떨어져 아쉽습니다.

 

그래도 첫 플레이 때 느낀 긴장감은 확실히 공포게임의 느낌이 살아있었습니다. 이 리뷰에서는 <그림일기>가 쉬운 공포게임을 만드려다 놓친 아쉬운 점을 말하고자 합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앨런스미시

 


 

 

로드뷰 형식을 택한 공포게임, 어그러진 방향감각에서 오는 긴장감


<그림일기>는 기본적으로 로드 뷰와 흡사한 방식으로 이동을 진행하는 게임입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에 있는 지도 앱으로 멀리 떨어진 거리의 사진을 보며 앞 뒤로 이동해볼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뭐, 진짜 대기업이 제공하는 로드뷰처럼 한곳에 서서 주변 경치를 이리 저리 돌려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방향을 전환하면 정지된 사진이 넘어가듯 투박하게 넘어갑니다.

 

하지만 의외로 이런 점이 <그림일기>만의 긴장감을 만듭니다. 아시다시피 학교는 어딜 가나 비슷비슷하게 생겼잖아요? 그런데 좌 우 방향을 움직이면 여기가 저기 같고, 저기가 여기 같아서 헤매게 되죠.

 

사실, 어두운 학교라는 배경은 그 자체로 무섭습니다

 

흔히 공포게임은 1인칭 시점을 사용해 시야를 제한하고 상황에 몰입시키거나, 위협적인 상대에 대비한 방어 수단을 주지 않아 온 힘을 다해 도망가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공포를 유발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한된 시야 때문에 차단된 정보, 혹은 불편한 무언가를 통해 유저를 수동적으로 만든 뒤, 어떠한 상황으로 몰아붙이며 공포감을 유발하는 방식이죠.

 

<그림일기> 역시 비슷한 방식을 택했습니다. 앞서 말한 로드뷰 같은 방식 때문에 이동이 불편한데다 학교 건물이 가진 특성 상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방향감각을 잃고 자기가 어디 있는지 모르면 불안하잖아요? <그림일기>는 이런 상황에 유저를 몰아넣어 나름대로의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소리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점도 긴장감을 유발하는 요소입니다. 아예 필수적으로 이어폰을 요구할 정도로 소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게임인데요.

 

<그림일기>를 플레이하다 보면 가끔 귀신이 웃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 때 몇 칸 이상 이동하면 사망합니다. 이런 진행 방식이다 보니 <그림일기>의 음산한 BGM이나 귀신이 등장하는 소리를 들어야만 하는 상황을 강제적으로 조성했습니다.

 

여기서 <그림일기>는 가끔 나오는 귀신 웃음소리나, 갑자기 귀신형상이 나타나는 상황, 거기에 잘 구성된 효과음으로 긴장감을 만듭니다. <화이트데이>의 수위아저씨처럼 도망가지 못하면 죽는 것 까지는 아니긴 하지만, 귀신이 전조 없이 튀어나오기 때문에 깜짝 놀라게 됩니다. 결국 조심스럽게, 음산한 소리에 집중하는 상황으로 유저를 몰아넣어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가끔 튀어나와 깜짝 놀라게 만드는 귀신

 

 

'쉬운 게임'을 표방하며 만든, 친절한 시스템


<그림일기>는 특유의 독특한 긴장감을 주는 게임이지만, 다른 공포게임처럼 이곳 저곳을 헤매게 만들며 '죽을지도 모른다는 쫄깃함'은 느끼기 힘듭니다.

 

왜냐면 게임이 굉장히 친절하거든요. 게임 전체 지도도 있고, 왼쪽 위에는 지금 당장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목표도 보여줍니다. 만약 목표가 보이지 않는다면? 인벤토리에서 열쇠를 확인하고 아직 가보지 않은 곳으로 가면 됩니다.

 

친절하게 돋보기가 파란색으로 바뀌기 때문에 아이템을 찾기도 쉽죠

 

거기에 유저가 죽을 일 자체가 별로 없다는 점도 공포감을 떨어뜨립니다. 귀신 웃음소리가 들릴 때 이동하면 죽는 방식인데, 그냥 가만히 기다리면 되죠.

 

앞서 말한 어디가 어딘지 헷갈리게 만든 이동 방식도 나침반이 있어서 좌우구분을 확실하게 할 수 있죠. 게임에 익숙해지면 지도를 확인하고 나침반으로 방향을 정한 뒤 곧바로 목적지로 달려갈 수 있을 정도입니다.

 

'공략이 필요없는 게임'을 위해 게임을 친절하게 만든 나머지 공포를 느낄만한 부분을 너무 줄인 느낌입니다. 여기저기 헤매면서 귀신에게 죽기도 하고, 핏자국이나 몸뚱이 조각도 좀 봐야 팔뚝에 소름이 돋지 않을까요?

 

지도가 있어서 너무 쉬워진 느낌이 있습니다.

 

멀티 엔딩이지만 짧은 플레이타임, 아쉬운 뒷맛


사실 아무리 무서운 공포게임도 익숙해지면 공포감이 떨어지기 마련인 만큼, 좀 아쉽긴 해도 반복할수록 무섭지 않다는 점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림일기>를 플레이하며 진정으로 아쉬운 것은 스토리였죠.

 

<그림일기>의 스토리는 짧은 편입니다. 짧은 스토리가 앞서 말한 친절한 게임진행에 더해지니, 1시간 내외로 플레이하면 3가지 엔딩을 다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엔딩 분기가 한 곳에 몰려있어서 세이브, 로드신공으로 빠르게 다른 엔딩을 볼 수도 있습니다. 공략을 보지 않아도 쉽게 클리어 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목표라 그런지 스토리까지 짧습니다.

 

스토리가 짧은 탓인지 주인공의 심리묘사는 차치하더라도 개연성이 부족합니다. 떡밥은 가득한데 제대로 회수가 안된 느낌인데다 뜬금없는 전개가 펼쳐지는 느낌에 가까운 엔딩도 나옵니다. 스포일러 문제로 언급하기도 껄끄럽네요.

 

어쨌든 이런 빈약한 스토리가 게임의 완성도를 낮추는 느낌입니다. 멀티 엔딩을 표방하고 있지만, 스토리의 전체적인 큰 틀이 바뀌지 않는데다 3가지 엔딩을 모두 보더라도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도 스토리의 단점입니다.

 

제가 공포게임을 무서워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즐기는 제 입장에서는 이런 빈약한 스토리가 프롤로그를 보다가 끝난 것 같은 느낌이었죠. 

 


 

차라리 1회차에서는 무조건 똑같은 엔딩을 보여주고 2, 3회차에서 다른 엔딩을 볼 수 있는 분기점을 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 때쯤 되면 살인 귀신도 좀 튀어나와서 주인공을 노려도 괜찮지 않았을까요? 반복 플레이 해도 같은 자리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점 때문에 긴장감이 확 떨어지거든요.

 

결론적으로 <그림일기>는 '쉬운 공포게임'이라는 목표는 확실하게 달성했지만, 초반에 느꼈던 긴장감을 유지하기는 힘든 게임입니다. 공포게임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공포감이 옅어진다는 것을 간과한 느낌이었죠. 그래서인지 스토리의 빈약함이 더더욱 아쉽게 느껴집니다.

 

그림일기를 모아 비밀을 파헤치는 구성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