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어로즈)이 <디아블로> 세계관을 테마로 한 업데이트 계획인 ‘영원한 분쟁’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서 ‘영원한 분쟁’ 업데이트에서 가장 먼저 업데이트 될 전장인 ‘영원의 전쟁터’와 ‘도살자’를 공개했다.
디스이즈게임은 블리자드 본사에서 마련된 시연을 통해 신규 전장 ‘영원의 전쟁터’ 및 ‘도살자’를 미리 플레이해 볼 수 있었다. 시연 버전에서 ‘영원의 전쟁터’가 추구하는 방향, 도살자의 콘셉트를 느낄 수 있었다. 디스이즈게임은 미리 체험해 본 ‘영원한 분쟁’의 콘텐츠를 체험한 소감을 공유한다. /(=미국 어바인)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 끝까지 방심할 수 없는 전장, 영원의 전쟁터
영원의 전쟁터는 <히어로즈>에 처음으로 추가된 <디아블로> 세계관 콘셉트의 전장이다. 사전에 공개된 콘셉트 아트처럼 전장 왼쪽은 천상, 오른쪽은 지옥으로 구성되어 있어 시각적으로 강렬한 대비를 보여준다.
다만 사전에 공개된 콘셉트 아트와는 달리 공격로는 맵 상단과 하단에만 있는 구조이며, 전장 중앙에는 큰 공터가 있다. 이 공터에는 4개의 원이 있고, 일정 시간마다 양 팀의 ‘불멸자’가 등장한다.
불멸자는 맵 중앙에 등장한 뒤 상대 불멸자와 싸움을 벌이고, 한쪽 불멸자가 쓰러지면 살아남은 불멸자가 체력을 회복한 뒤 공격로에 합류해 상대 건물을 철거한다. 불멸자는 체력이 매우 높고 강력해 불멸자를 차지하는 팀이 매우 유리해진다. 이 때문에 불멸자가 등장하면 반 강제적으로 양 팀이 불멸자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싸우게 되는 구조다.
여기까지는 지금껏 <히어로즈>가 보여줬던 전장 콘셉트와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역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금껏 <히어로즈>에 등장한 몇몇 전장들은 경기가 기울어지면 본진 밖으로 나가기가 힘들어지면서 캠프 몬스터 등의 오브젝트를 모두 빼앗기는 ‘스노우 볼링’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영원의 전쟁터는 양 팀 본진에 공격로와 관계 없는 통로가 있어서 기존 맵보다 쉽게 중앙 지역에 접근할 수 있다. 즉, 공격로가 밀리는 팀에서도 상대 시야를 피해 불멸자를 확보하는 움직임을 취할 수 있다.
또 불멸자는 등장 후 상대 불멸자를 공격하느라 주변 적을 공격하지 않는다. 시전 위치를 미리 보여주는 스킬만 사용하기에 한 두 명의 암살자가 기습적으로 불멸자를 처치하는 것도 가능해 불리한 쪽에서 완전히 포기할 정도는 아니다. 한 번씩 불멸자들이 랜덤하게 위치를 바꾼다는 점 역시 돌발적인 변수를 만드는 요인이다.
불멸자의 스킬만 피해주면 피해 없이 불멸자를 잡아낼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습적으로 불멸자를 차지하는 전략도 나올 수 있다.
또 용병캠프인 투사캠프와 공성캠프의 특징이 다른 전장과 다르다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다. 특히 몬스터의 높은 체력으로 공격로를 밀던 투사 캠프는 야수를 소환하는 마법사가 등장하는 콘셉트로 바뀌었다. 이 경우, 마법사 몬스터가 처리되지 않으면 공격로를 쭉쭉 밀어붙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덕분에 불멸자를 차지하기 어려울 것 같을 때 용병캠프를 차지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히어로즈> 특유의 전략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투사캠프의 모습. 헬 하운드를 소환하는 콘셉트라 차지하면 공격로 싸움에서 이득을 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영원의 전장은 이런 특징 덕분에 일발 역전을 노려볼 수 있는 여지가 많고, 그래서 게임이 끝날 때 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기존 전장보다 역전이 나올 여지를 늘렸다는 점에서 짧은 시간 밀도 있는 경험을 즐길 수 있는 전장이다.
더불어 <디아블로>를 즐겼던 이들에게는 시각적으로도 만족스러운 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원의 전쟁터는 천상과 지옥으로 나뉜 지형 외에도 투사 캠프와 공성 캠프 몬스터가 모두 <디아블로> 콘셉트로 제작되어서 시각적으로도 기존 전장과 큰 차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 <디아블로>때의 공포를 다시 한 번? 끈덕진 암살자로 설계된 도살자
도살자는 <히어로즈>의 영원한 분쟁 업데이트로 추가되는 <디아블로> 세계관 영웅이다. 근접 암살자 태그가 붙은 영웅으로, <디아블로 3> 1막 보스 몬스터로 등장했던 그 외형으로 <히어로즈>에 합류했다.
직접 플레이 해본 결과, 도살자의 플레이 콘셉트는 ‘한방’ 보다는 ‘끈덕짐’을 내세우고 있다. 도살자는 스킬 구성이 적의 암살자나 지원가에게 달라붙어 대미지를 주는 스타일로 되어 있다. 더불어 암살자 치고는 슬로우, 스턴, 이동 제한 등 다양한 군중 제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상대를 추적하며 대미지를 넣기 좋다.
도살자의 패턴은 ‘무자비한 돌진’ 스킬로 적에게 달라붙은 뒤, ‘힘줄 끊기’의 슬로우와 평타를 섞어 대미지를 주는 구성이다. ‘도살자의 낙인’를 걸고 평타를 치면 체력이 회복되기에 끈덕지게 달라붙으면서 대미지를 줄 수 있다.
여기에 첫 번째 궁극기가 상당히 재미있는 콘셉트인데, ‘푸줏간의 어린 양’은 말뚝을 설치하고, 잠시 뒤 말뚝에서 갈고리가 튀어나와 상대 영웅의 이동 반경을 제한하는 기술이다. 처음에는 한 명의 영웅을 말뚝에 묶지만, 20레벨 특성에 투자하면 여러 대상을 묶을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 적의 주요 영웅을 격리시켜 한 타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어 활용 가치가 높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꽤나 위협적인 모습이지만, 근접 암살자의 단점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게 체험해 본 도살자의 모습이었다. 타이밍을 잘못 재서 먼저 진입하거나 군중 제어기에 제압당하면 쉽게 쓰러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고유 스킬인 ‘신선한 고기’ 역시 도살자의 리스크를 더해준다. 몬스터나 영웅 처치 시 떨어지는 고기를 모아야 공격력이 오르기 때문에 사망 한 뒤에는 공격력이 대폭 감소한다. 기존 영웅들과는 확연히 다른 리스크를 안고 있는 영웅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미리 체험해 본 도살자는 <디아블로 3>의 1막 보스로 등장했던 그 모습 보다는 처음으로 등장했던 <디아블로> 때의 모습과 더 흡사하다. 돌진 스킬로 접근한 뒤 슬로우와 이동 제한 스킬을 이용해 대미지를 넣는 도살자를 상대해보면 마치 <디아블로>에서 인육이 걸린 도살장에서 “ah~ Fresh Meat!” 라며 뛰쳐나오던 그 느낌을 체험할 수 있다.
■ <디아블로> 테마는 계속 추가될 예정, 영원의 전쟁터와 도살자는 맛보기
일단 이번 사전 체험을 통해 경험해본 신규 전장 영원의 전쟁터와 도살자는 상당히 만족스럽고, 재미있는 콘텐츠였다. 영원의 전쟁터와 도살자 모두 <디아블로> 의 콘셉트를 시각적으로 잘 살리고 있고, 영원의 전쟁터는 지금껏 있던 전장보다 역전 가능성이 높아 방심하기 어려운 재미가 있다.
도살자 역시 <디아블로 3>의 1막 보스로 등장해 갈고리를 적극적으로 쓰는 콘셉트를 기대한 사람들에게 다소 실망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디아블로>에서 사람이 걸린 정육점에서 튀어나오는 ‘무자비한 인간 백정’을 떠올린다면 잘 어울린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도살자의 플레이 스타일이 상대에게 달라붙으면서 대미지를 주는 방식인 만큼, 상대 암살자 입장에서는 인간 백정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영웅 자체가 나름대로의 개성이 있어서 재미이 있게 플레이 할 수 있다. 특히 궁극기 ‘푸줏간의 어린 양’은 ‘말뚝으로 상대의 이동을 제한하는’ 스킬이라 개성 있는 콘셉트라는 느낌이다.
영원의 전쟁터와 도살자를 종합적으로 보면 <히어로즈> 개발진이 다른 세계관을 해석해 넣는 방식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존 게임의 시각적인 요소와 개성을 살리되, <히어로즈>에 어울리면서 재미있는 방식으로 추가한다는 기조를 잘 지키고 있다.
어쨌거나 <히어로즈>는 이번 영원한 분쟁 업데이트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디아블로> 세계관 전장 및 영웅을 대거 추가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사전 체험으로 공개한 전장과 영웅이 모두 그간 <히어로즈>가 추구했던 개성 및 기존 세계관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어서 앞으로 추가될 영웅 및 전장도 기대감이 생긴다. 더불어 <히어로즈> 팬이라면 앞으로 추가될 <디아블로> 세계관 영웅에 대해 예상해보는 것도 즐거울 것이다.
<히어로즈> 개발팀의 <디아블로> 세계관 해석은 아트에서도 느낄 수 있다. 천상측 코어(위)와 지옥측 베이스(아래)를 보면, <디아블로>에 없던 구조물인데도 불구하고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