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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진짜 주인공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파이널판타지 14 체험기

글로벌서버 체험자가 다시 체험한 <파이널판타지 14> 한국어 버전

실리에 2015-08-21 14:42:59

<파이널판타지 14 온라인>(이하 파판14)이 지난 8월 14일부터 한국에서 오픈베타테스트(OBT)를 시작했습니다. 이미 글로벌 서버에서 약 2년 동안 정식 서비스를 해오고 있는 게임인 만큼, 개발적인 내용보다는 현지화와 서버 이슈에 대한 최종 점검이 목적인 테스트로 보이네요.

 

한국에서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지 약 일주일이 지났는데요, 글로벌 서버에서 플레이할 때와는 달리 꽤 깊게 빠져서 즐겼습니다. 사실 글로벌 서버에서는 큰 흥미가 생기지 않아 살짝 맛만 본 정도였거든요. 한국 서버만의 특별한 재미라도 있었던 걸까요? <파판14> 한국 OBT는 어떤지, 게임에 처음 접속한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40레벨까지 키워본 감상을 주관적으로 써 내려가 보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실리에


 


 

 

 무난하게 재미 있는 무자극 MMORPG

 

<파판14>는 어떤 게임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에 <파이널판타지>의 세계관을 스킨으로 잘 씌운 게임”이라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오해는 말아주세요. <WoW>를 닮은 양산형 MMORPG 중 하나라는 의도는 아니니까요. 어디까지나 첫인상이 그렇습니다.

 

<파판14>의 기본 골격은 퀘스트를 따라가면서 캐릭터를 육성하고 레벨이 오를수록 점점 다양한 콘텐츠가 개방되고 즐기는 것입니다. 초반 플레이는 <WoW>를 처음 접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특별히 재미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죠. 그저 <파이널판타지> 세계에서 뛰어다니는 캐릭터를 보며 ‘캐릭터는 <WoW>보다 내 취향이네’라며 흐뭇해 하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밤과 낮의 경계가 무너지며 플레이를 멈출 수 없는 내가 있었습니다. 특별히 재미 있는 콘텐츠를 꼬집기는 어렵지만, ‘이 다음에는 뭐가 있을까?’ 기대하고 궁금해집니다. 자극적인 요소보다는 ‘무난하고 꾸준하게’ 모래지옥에 빠져들듯이 플레이를 이어나가게 하는 힘이 있지요.

 


 

 

 세계의 중심은 나! 진짜 주인공의 기분으로 모험을 떠난다.

 

최근에 즐긴 대부분의 MMORPG에서 내가 ‘주인공’이라는 기분은 잘 들지 않았습니다.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리기 위한 파티의 일원, 종족간 PvP에 뛰어든 병사의 하나. 분명히 플레이어의 분신이자 게임 내 행동주체이긴 하지만, 콘텐츠를 소모하기 위해 존재하는 주변의 다른 캐릭터와 다를 바 없었죠. 

 

‘주인공’의 전제는 모험과 사건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의뢰만 반복하다 보면 주인공은커녕 ‘심부름꾼’의 기분을 느끼기에 딱이죠. <파판14>의 강점 중 하나는 주인공으로서 모험을 즐기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내 주의를 끄는 메인 스토리 덕분인데요, 앞서 말했던 플레이를 이어나가게 하는 힘은 여기서 나옵니다.

 

뜻이 정 그렇다면 영웅이나 해볼까? 

 

주인공의 모험은 의문의 크리스탈에 의한 이끌림에서 시작됩니다. 주요 인물들을 만나 크리스탈의 수수께끼를 풀면서 게임의 무대인 에오르제아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영웅으로 점점 성장해가죠. <파판14>는 온라인 게임이지만 엔딩이 있는 패키지 게임처럼 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콘솔에서 즐기는 RPG로 계보를 이어온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향기가 상대적으로 진하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전개, 절정, 위기로 치닫는 스토리텔링은 긴장과 해소를 반복하며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게임에 몰입하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가깝게는 다음에 일어날 사건을, 멀게는 어떤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며 플레이하게 되죠. 플레이만큼이나 주인공의 성장을 감상하는 재미가 좋습니다. 이게 플레이 동기가 되기도 하고요.

 

악인이 분명한데 너무 친절해서 당황스럽다.

 

게임 시스템도 플레이를 주인공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습니다. 던전과 PvP, 그리고 일부 의뢰를 제외하면 솔로 플레이가 적당하게 맞춰져 있습니다. 퀘스트에 따른 고유 몬스터나 오브젝트 외에 필드에 있는 것도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하거나 간섭하는 일이 매우 드뭅니다.

 

NPC도 캐릭터의 액션에 적극적으로 반응합니다. 전투 중에도 상황에 따라 계속 말을 걸면서 위험할 때 달려와서 지원해주거나, 반대로 도와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캐릭터의 액션에 따라 생동감 있게 반응하는 NPC는 세계의 중심이 플레이어에게 향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강조하죠.

 

주인공에게 말을 거는 NPC. 이게 소통이다.

 

 

 플레이와 감상 사이, 눈이 즐거운 연출! 연출!

 

좋은 스토리라도 단순히 텍스트만 늘어놓는다면 이만큼 감정을 이입하거나 집중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텍스트를 빨리 넘기는 방법을 찾고 있을지도 모르죠. <파판14>는 ‘감상하는 재미’를 강조하기 위해 엄청난 분량의 이벤트 영상을 투입했습니다. 메인 스토리는 물론이고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영상이 툭툭 튀어나옵니다.

 

<파판14>는 이벤트 영상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사소한 NPC 대화 장면도 단순하게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역동적인 카메라 워킹과 화면 효과, 그리고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뛰어난 연기가 사건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줍니다. 

 

B급 개그와 화려한 카메라 워킹의 향연에 움찔했던 장면

 

40레벨까지 100여 개의 이벤트 영상을 감상했는데요. 그중에서 그냥 넘겨버린 영상은 10여 개도 되지 않습니다. 적어도 <파판14>는 ‘영상=스킵’이라는 공식과 거리가 멉니다. 정말 안 보면 손해거든요. 참고로 넘겨버린 10여 개는 굳이 영상으로 처리하지 않아도 괜찮을 정도로 중요도에 비해 과한 의욕이 담긴 것들이었습니다.

 

다른 게임에서 파티를 맺은 상태로 영상을 보고 있으면 빨리 넘기라는 재촉이 쏟아지는 게 당연지사인데요. <파판14>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한 번은 던전에 입장해서 이벤트 영상을 넋 놓고 보다가 파티 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적이 있었습니다. 욕으로 도배된 채팅창을 예상하며 뒤늦게 얼른 영상을 종료했는데요. 

 

캐릭터들의 연기가 수준급. 메인 스토리 영상은 꼭 보길 권한다.

 

의외로 “영상보는 동안 화장실 다녀옵시다” “처음이신가 본데 이 영상은 봐줘야죠”와 같은 아주 훈훈한 말이 오가고 있었습니다. 이후로도 영상을 보겠다고 양해를 구하는 플레이어, 그를 기다려주는 플레이어를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아직 세상은 살 만해요.

 

보는 재미는 영상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잠시 20세기말을 되짚어보면 ‘스퀘어=그래픽’으로 기억할 만큼,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도 뛰어난 그래픽 품질로 시각적 즐거움을 줬는데요. <파판14>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섬세한 배경과 캐릭터 그래픽을 빼놓을 수가 없죠. 다만, 남자 캐릭터에 핫팬츠나 여자 캐릭터에 포대를 뒤집어 씌운 듯한 옷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레벨업 구간에서 얻는 옷의 디자인만큼은 용납이 되지 않더군요.

 

<파이널판타지>는 역시 비공정을 타야 제맛!

 

 

​■ 생동감을 더하는 소리와 디테일, 그리고 추억

 

<파판14>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게임 내에 200곡 이상의 음악이 수록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확실히 귀를 기울이면 다채로운 소리가 들립니다. 캐릭터가 지금 있는 장소, 주변 환경의 변화, 캐릭터의 상태 등에 따라 BGM이 계속 바뀝니다. 

 

개인적으로 BGM에 귀를 잘 기울이지도 않고, 가끔은 BGM 때문에 몰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의식을 잃는 경우도 있는데요. <파판14>에서 처음 초코보를 탔을 때의 신나는 BGM, 사막 지역에서 들리는 중동 아시아 풍의 신기루 같은 BGM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북방의 눈으로 뒤덮인 지역에서는 마치 <왕좌의 게임>의 한 장면처럼 쓸쓸하면서도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음악도 기억에 남습니다.

 

귀여운 초코보, 타면 BGM이 신나는 음악으로 바뀐다.

 

앞서 스토리와 영상을 강조한 게임이라고 언급했는데요. 그만큼 주요 인물들의 성우 연기도 일품입니다. 한국 서버에서도 음성을 한국어와 일본어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일본어 설정으로 플레이 하다가 영상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서 찾아보니 캐스팅 리스트에 이름 있는 성우가 대거 포진해 있더군요. 

 

한국어 성우 분들의 연기도 훌륭하다고 하니 취향대로 설정하면 되겠습니다. 좋아하는 성우가 있다면 이런 부분도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겠네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음성이 수록된 영상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메인 스토리의 이벤트 영상만이라도 풀 보이스를 지원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추운 지역에서는 숨 쉴 때마다 입김이 나온다.

 

<파판14>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세밀한 캐릭터 표현입니다. 캐릭터가 북부 설원 지역에 가면 눈보라에 옷이 계속 펄럭이고 숨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나옵니다. 수인의 모습인 미코테 종족은 풀이 죽었을 때 귀가 접히거나, 깜짝 놀랐을 때 털과 꼬리가 뾰족하게 일어섭니다. 마치 고양이가 놀랐을 때 멍해지는 것과 같은 표정이라서 그 귀여움에 반한 분도 꽤 많을 거예요.

 

곳곳에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추억도 심어 뒀습니다. 시리즈의 마스코트나 다름 없는 초코보는 말할 것도 없고요. 비공정을 다루는 기술자 ‘시드’가 여기서도 등장합니다. 

 

사막 지역에서 발견한 몬스터 사보텐더는 특유의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웃음을 줍니다. 특히 고유 기술 ‘바늘 100개’를 사용하는 걸 보고는 소리 내어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마니아에게는 이런 추억 요소를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되겠네요.

 

사보텐더를 만났을 때의 감동이란…. 웃겼다.

 

 

 직업은 올인원. 콘텐츠는 다양하게

 

<파판14>의 가장 큰 특징이자 주요 시스템은 캐릭터 하나로 모든 직업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기만 바꾸면 직업이 바뀌므로 무기를 바꿔가며 레벨을 올리면 모든 직업 최고 레벨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굳이 서브 캐릭터를 만들지 않아도 만능 캐릭터를 만들 수 있죠. 

 

심지어 처음에 선택한 직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직업으로 바꿔버릴 수도 있습니다. 직업 길드에 가입하고 무기만 바꾸면 되니 어렵지도 않습니다. 직업은 ‘클래스’와 ‘잡’으로 나뉘는데요. 선택한 클래스를 30레벨까지 올리면, 서브 클래스를 15레벨까지 올려서 전문화 직업인 잡을 얻을 수 있습니다. 2차 전직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레벨 업 방법은 다양합니다. 기본은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퀘스트를 해결하는 것이지만, 필드에서 발생하는 돌발 임무를 수행하거나 길드에서 주는 의뢰를 받아도 됩니다. 길드 작전이나 던전과 같이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하는 콘텐츠도 좋습니다. 모두 미니게임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고 보상도 좋은 편이어서 노리고 하게 됩니다.

 

필드에서 만나는 돌발 임무. 보상은 때린 만큼 먹습니다.

 

‘토벌 수첩’이라는 일종의 수집 요소도 재미 있습니다. 토벌 수첩은 클래스마다 특정한 몬스터를 일정 수만큼 처치하면 보상을 얻는 방식입니다. 페이지 하나를 다 채우면 추가 보상도 있어서, 목록에 있는 몬스터를 찾아다니는 것도 수집욕을 자극합니다.

 

<파판14>는 거의 매 레벨마다 새로운 콘텐츠가 개방되는 수준입니다. 새로운 콘텐츠에 조금 익숙해질 만하면 새로운 콘텐츠가 열리면서 점점 즐길거리가 확장되는 방식이죠. 새로운 감정 표현과 같은 작은 것에서부터 탈것, 집사, 마테리아 등 중요한 시스템도 차례로 개방됩니다. 

 

새로운 던전, 길드 의뢰, 길드 작전은 꾸준히 추가되고요. 레벨이 오르면서 캐릭터 자체가 성장하고 강해지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난다는 것이 더 와닿고 즐거웠습니다.

 

각국 수장의 연설을 듣고 세력을 선택하는 임무. 다 들을 필요 없이 이거 하나로 선택 완료.

 

<파판14>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콘텐츠 밸런스가 비교적 좋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너무 많은 콘텐츠가 열려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지도 않고, 다음 콘텐츠가 열리는 구간이 너무 길어서 흥미가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최대 레벨에 도달할 때까지 게임에 필요한 콘텐츠를 꾸준히 익힐 수 있도록, 마치 평생공부 튜토리얼을 마련했다는 느낌입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파판14>를 하면서 가장 괴로웠던 구간은 극초반인 1~6레벨이었는데요. 이때는 새로운 콘텐츠도 없고 대도시 안에서 NPC와 대화만 하는 퀘스트의 연속이라서 게임에 흥미를 가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갓 캐릭터를 만들고 접속했는데, 게임에 대해서 알려주지도 않고 마구 달리기만 시키는 NPC가 야속할 지경입니다. 본격적인 <파판14>의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 레벨 10 정도부터기 때문에 초반부에는 꽤 인내심이 필요했습니다.

 

그나마 첫 클래스는 메인 스토리만 따라가면 되니 나은 편입니다. 클래스마다 시작하는 대도시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이미 메인 스토리는 첫 클래스가 쓸고 지나간 상황이죠. 스스로 레벨 업 수단을 찾아야 합니다. 지옥의 1~6레벨 구간을 다시 경험하게 되죠.

 

두 번째 클래스를 육성할 무렵이면 게임에 익숙해져서 돌발 임무나 토벌 수첩을 이용하지만, 익숙해진 만큼 지루한 반복 작업이 됩니다. 차라리 새로운 마음으로 새 클래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 클래스 전용 스토리를 깔아둬서 유도하는 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서브 클래스는 돌발 임무 찾아 다니는 게 일상이 된다.

 

 

 어렵지 않으면서 성취감은 살린 던전, 밋밋한 전투는 아쉽다

 

<파판14>의 던전은 <WoW>와 비슷한 모습입니다. 일반 몬스터 구간을 뚫고 보스1, 보스2 등을 물리치고 끝판왕을 해치우는 구조입니다. 보스의 패턴도 ‘장판 피하세요’와 ‘쫄처리 하세요’가 대부분이고요. <파판14>는 레벨 업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던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3레벨에 한 번은 새로운 던전을 만나게 되는데요.

 

던전마다 콘셉트에 따른 재미 있는 기믹이나 새로운 패턴의 보스 몬스터가 하나씩 있어서 공략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계속 부활하는 석상은 빛나는 발판 위에 올려놓고 처치해야 한다거나, 슬라임은 자폭 몬스터를 터트려서 처치하는 것이죠.

 

<파판14>의 던전은 참 친절합니다. 몬스터의 광역 공격은 바닥에 표시해주고, 위험한 공격 패턴은 대부분 경고로 알려줍니다. 처음 도전하더라도 공략법 자체가 막막해지는 경우는 없어서 스트레스가 덜 합니다. 몇 번만 도전하면 공략에 성공할 수 있는 정도인데, 그렇다고 너무 쉬워서 성취감이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친절한 몬스터 씨: 곧 여길 불태워 버릴 거에요!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던전에 참가 신청을 하면 파티가 자동으로 매칭되는 방식인데요. 던전마다 역할별 인원이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탱커 1명, 힐러 1명, 대미지 딜러 2명으로요. 일단 상대적으로 가능 클래스가 적은 탱커와 힐러는 매칭이 상당히 빠른 반면, 대미지 딜러는 20~30분 대기가 기본입니다. 

 

직업 변환에 자유도를 준 만큼, 파티 구성에도 자유도를 주는 건 어땠을까 합니다. 인원이 부족할 때는 소환사 힐러나 창기사 탱커 등 역할 수행이 어느 정도 가능한 클래스로도 도전해 보면 좋을 텐데 말이죠. 소환사 4인, 격투가 4인과 같은 재미 위주의 파티를 구성할 수 없다는 것이 참 아쉽네요.

 

던전 역할 고정은 아쉬운 부분. 딜러 평균 대기 시간은 25분!

 

던전을 공략하는 재미와 비교해서 전투 자체는 좀 밋밋합니다.. 창술사나 격투사와 같은 클래스를 제외하면 손맛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타겟팅 전투의 한계일 수도 있겠지만, 타격감이 썩 좋은 편이 아니고 이동하면서 공격할 때의 애니메이션이 매끄럽지 않습니다. 단축바에 스킬을 등록하고 키를 번갈아 누르는 방식이라서 전투 자체가 일정 패턴의 반복이죠.

 

물론 액션을 특화한 MORPG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습니다. 하지만 <블레이드앤소울>이나 <검은사막>과 같은 MMORPG가 나오면서 액션에 대한 눈이 높아진 플레이어를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몰입과 공감을 살려낸 현지화, 100%로 즐겨보자

 

글로벌 서버에서 금세 손을 놓았던 <파판14>에 이렇게 몰입할 수 있게 한 일등공신은 현지화입니다. 글로벌 서버에서도 게임 내용은 이해했지만, 적극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감정 이입이 잘 되지 않으니 게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스토리가 주는 매력을 많이 놓칠 수밖에 없었죠. 이번 OBT에서는 그런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템, 몬스터 등의 기본적인 텍스트 번역에서 어감이 중요한 개그 요소나 스토리 대사 등에서도 중요한 부분에서 본래의 맛을 잘 살렸습니다. 가끔 퀘스트 아이템을 획득하기만 했는데 ‘전달’ 조건이 완료되는 등 어색한 번역도 눈에 띄긴 하지만, 사소한 것은 넘어가자고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번역

 

한국어로 즐겨본 <파판14>는 콘솔로 즐기던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추억과 함께 오랜만에 할 만한 MMORPG를 찾았다는 느낌을 동시에 줬습니다. 플레이 반, 감상 반 정도로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스토리를 감상하면서 콘텐츠에 끌려다니지 않고 플레이어 스스로 콘텐츠를 찾아 모험하는 진정한 주인공의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이덴티티모바일은 8월중 <파판14> 정식 서비스 이후로, 굉장히 빠른 업데이트 일정을 발표했습니다. 벌써 앞으로 어떤 모험과 콘텐츠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되네요. 어서 체험기를 마무리하고 모험의 길에 올라야겠습니다. 글로벌 서버에서 언어의 문제로 큰 재미를 얻기 어려웠거나, <파이널판타지>에 관심은 있지만 아직 플레이는 해보지 않았다면 즐겨보길 권합니다.

 

기분 좋게 퀘스트 완료! 체험기도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