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마스터> 시리즈의 모바일 리듬게임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스타라이트 스테이지>(이하 데레스테)가 지난 3일, 일본에서 출시됐습니다. 과거 iOS로 나온 <아이돌 마스터 뮤직 페스타>가 PSP 리듬게임 <아이돌 마스터 샤이니 페이타>의 컨버전 판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시리즈 첫 모바일 리듬게임인 셈입니다.
출시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상승세가 어머어마합니다. 게임은 출시 2일 만에 일본 안드로이드게임 다운로드 2위, 3일째에는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매출 순위 또한 7일 기준, 일본 안드로이드게임 중 9위에 올랐죠. 게임의 과금 유도가 비교적 온건한 편인 것을 감안하면 빼어난 성적이죠. 과연 유저들은 <데레스테>의 어떤 면에 반한 것일까요? 직접 체험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데레스테>는 10년 전통(?)의 아이돌 소재 게임 <아이돌 마스터> 시리즈의 최신작입니다. 시리즈 중에서는 몇 안 되는 리듬게임이라 출시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죠. (<아이돌 마스터> 시리즈는 아이돌 육성 게임으로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데레스테>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카드배틀+리듬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핵심 콘텐츠는 리듬에 맞춰 노트를 터치하는 리듬게임이지만, 단순히 노트를 잘 쳤다고 높은 점수를 받진 못합니다.
실력 못지 않게, 아니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실력보다는 내가 어떤 카드로 덱을 짰고, 카드들을 얼마나 육성시켰느냐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죠. 실력은 어디까지나 게임오버 되지 않는 최소 요건에 불과하고요. 유사한 게임으로는 국내에 2014년 여름 출시된 모바일 리듬게임 <러브 라이브! 스쿨 아이돌 페스티벌>이 있습니다. 아마 전통적인 리듬게임을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이 부분에서 실망할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평가 기준을 캐릭터(카드)에 초점을 맞추면 조금 느낌이 달라집니다. 어렵게 구한 ‘최애캐’를 얼마나 육성했느냐에 따라 성적이 달라지고 때에 따라서는 캐릭터의 스킬이 모자란 실력을 보충해 주기도 합니다. 여기에 잠시 뒤에 설명할 각종 연출 등을 더하면 캐릭터를 모으고 보고 키우는 맛 하나는 정말 확실하죠.
<아이돌 마스터>를 좋아하는데, 혹은 미소녀 캐릭터를 모으는 게임이 하고 싶은데 모바일 카드배틀 특유의 심심한 전투가 싫었던 유저에겐 매력적인 게임입니다.
■ 아이돌 장사 10년의 내공! 오빠(?)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플레이
<데레스테>의 가장 큰 강점은 볼거리입니다. 이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라이브(리듬게임) 모드에서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댄스입니다.
게임 속 모든 캐릭터는 저마다 고유의 3D 모델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저가 라이브 모드를 플레이하면 화면 뒤에서 유저 덱에 있는 아이돌들이 살랑살랑 춤을 춥니다. 노래마다 춤과 연출이 모두 다르고, 내가 어떻게 덱을 짰느냐에 따라 아이돌 구성도 달라집니다.
<데레스테> 자체의 그래픽도 2014년 PS3로 출시된 <아이돌 마스터 원 포 올>에 버금갈 정도로 빼어난 데다가, 플레이할 때 떨어지는 노트도 마치 비누방울처럼 디자인 되어 있어 아이돌들의 춤과 잘 어울립니다. 보는 맛 하나는 정말 확실하죠. 가끔은 댄스나 연출에 정신 팔려 노트를 놓칠 정도로요!
3D 모드 플레이 영상 (촬영 장비 문제로 일부 구간에서 끊김 현상이 있습니다)
일종의 저사양 모드라고 할 수 있는 2D 모드도 보는 맛이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8등신 캐릭터가 춤췄던 3D 모드와 달리, 2D 모드는 캐릭터도 2등신이고 캐릭터들도 마치 종이 인형처럼 그려져 있습니다.
허나 이러한 단순한(?) 생김새와 달리, 화면 속에서 보여지는 연출은 기대 이상으로 다양한 편입니다. 라이브 모드에서 2D 캐릭터들이 취하는 자세는 5개 이상, 여기에 수시로 표정이 바뀌는데다가, 또 폴짝폴짝 뛰거나 도는 등 3D 모드 못지 않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2D 모드에서만 나오는 컷인과 3D 모드보다 다양한 캐릭터 복장을 고려하면 볼거리의 다채로움 또한 3D 모드에 뒤떨어지지 않죠.
물론 볼거리는 사람이 가장 빨리 익숙해지는 자극이죠. <데레스테>는 여기서 2011년부터 쌓아온 캐릭터성으로 자극을 이어갑니다. <데레스테>는 2011년 출시된 모바일 카드배틀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에 기반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4년 간 쌓고 다듬어 온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죠. 게임은 이러한 캐릭터성을 다양한 장치를 통해 유저에게 전달합니다.
새 노래를 얻기 위해 거쳐야 하는 ‘커뮤’(일종의 스토리 모드)가 대표적이죠. 게임은 커뮤 모드를 통해 각 캐릭터는 어떤 성격이고 어떤 고민을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아이돌의 길을 걷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는 단순히 텍스트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중 나오는 캐릭터들의 목소리, 그리고 이야기 보상으로 주어지는 솔로곡 등을 통해 유저에게 직접 전달됩니다.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도 캐릭터들의 표정과 목소리, 그리고 노래만으로도 캐릭터를 알아갈 정도로요. (제가 그랬습니다)
팜류 게임처럼 사무실을 꾸밀 수 있는 ‘룸’ 모드는 볼거리와 캐릭터 어필 2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콘텐츠였습니다. 룸 모드는 라이브 모드에서 얻은 돈으로 사무실을 꾸미고, 이 과정에서 계정 단위 버프를 얻거나 게임 상 유용한 아이템을 얻는 모드입니다. 때문에 꾸미기 콘텐츠를 자주 즐기냐와 별개로, 유저가 꾸준히 실행할 수밖에 없죠. 재미있는 것은 이 안에서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룸 모드에서는 캐릭터들이 SD 버전으로 꼬물꼬물 돌아다니며 상호작용을 합니다. 이 때 보여주는 모습이 캐릭터 성격이나 인간관계에 따라 다릅니다. 똑같이 메트를 깔아놔도 어떤 캐릭터는 그 위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반면, 어떤 캐릭터는 그 위에서 잠을 잡니다. 이외에도 같은 유닛에 속한 캐릭터들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거나, 친한 캐릭터들은 특정 오브젝트를 같이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개성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조금씩 캐릭터를 알아가고 또 좋아하는 캐릭터가 생긴 뒤 라이브 모드를 플레이 해보니 이미 깬 곡이라도 느낌이 다르더군요. 왠지 캐릭터와 댄스가 더 눈에 잘 들어온다고 할까요? 그것을 보며 입꼬리도 자연히 올라가고요. 해당 캐릭터의 솔로곡을 플레이할 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충분한 캐릭터성과 볼거리가 만든 결과입니다.
로딩이 잦은 편이지만 한컷 만화나 간단한 캐릭터 설정 등을 보여주며 완화시킵니다. 참고로 로딩 시 등장하는 만화와 멘트 모두 수집 요소.
■ 손가락도, 지갑도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다면 게임 자체의 난이도는 어떨까요? 리듬게임은 일반 유저들에게 너무 가혹한 손놀림을 요구하고, 카드배틀은 가혹한 결제(…)를 요구하는 장르. 이 두 장르가 만난 <데레스테> 또한 무시무시한 접근장벽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데레스테>는 육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힘든 장르의 결합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온화한(?) 게임이었습니다.
먼저 난이도부터 이야기 해 볼까요? <데레스테>의 곡은 데뷔/레귤러/프로/마스터 4개 난이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데뷔와 레귤러는 리듬게임을 한번도 접하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깰 수 있는 난이도, 프로와 마스터는 리듬게임을 즐겨왔던 유저도 조금은 애먹을 만한 난이도라고 할 수 있죠.
여기서 유저가 꼭 신경 써야 할 난이도는 가장 낮은 난이도인 ‘데뷔’ 하나뿐입니다. 스토리 진행 상 필요한 곡이든, 이벤트를 위해 몇 곡을 플레이해야 하건 간에 데뷔 난이도만 돌아도 완료됩니다. 데뷔 난이도 자체도 조금만 익숙해지면 댄스 볼 것 다 보면서 깰 수 있을 정도로 난이도가 낮고요. 사실상 게임 진행에 있어 손가락이 방해될 여지가 없는 셈이죠. 레귤러 이상 난이도 선택은 어디까지나 유저 마음이니까요.
고난이도 도전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편입니다. 사실 <데레스테>의 난이도 증가는 제법 가파른 편입니다. 데뷔나 레귤러 난이도는 어려운 노트라곤 동시 터치나 눌렀다 때는 노트 밖에 없는데 반해, 프로 난이도부터는 화면을 좌우로 그어야 하는 스크래치 노트가 추가, 조합돼 체감 난이도가 급상승하기 때문이죠.
허나 <데레스테>는 순수 리듬게임이 아니라, 카드배틀 요소가 결합된 작품. 일부 R등급(2번째로 낮은 등급, 우정 뽑기나 라이브 보상으로도 얻을 수 있다) 이상 카드는 체력 회복이나 미스 판정을 막아주는 스킬을 가지고 있어 프로 난이도 도전이 마냥 어렵진 않습니다. 여기에 게임은 자체적으로 노트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고난이도 스테이지에 익숙하기도 쉬운 편이고요.
유료 모델 또한 카드배틀 요소가 있는 게임답지 않게(?) 관대한 편입니다. 일단 게임 자체가 유료 카드에 대한 필요성이 낮은 편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스토리 진행은 가장 낮은 난이도 클리어 만으로도 충분하고, 클리어 조건도 점수가 아니라 얼마나 잘 노트를 맞췄냐 뿐이죠.
(아직까진) 도전과제가 아닌 한, 그 어떤 콘텐츠도 높은 점수나 고난이도 모드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카드배틀이나 뽑기형 모바일 RPG에 흔히 있는 절대적인 수치의 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높은 등급 카드를 얻기도 쉬운 편입니다. <데레스테>에는 SSR/SR/R/N 4개의 카드 등급이 존재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 중 SR등급까지는 우정뽑기나 라이브 보상으로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죠. 참고로 제가 4일 간 우정뽑기와 라이브 보상 만으로 얻은 R등급 이상 카드가 4개였습니다. 높은 확률이라고는 할 순 없지만, 이것만 해도 무과금 유저에겐 감지덕지죠.
■ 잘 만든 도전장, 잘 만든 ‘캐릭터’ 리듬 게임
정리하면, <데레스테>는 후발주자가 가진 강점을 잘 살린 캐릭터 리듬게임입니다. 게임은 <러브라이브! 스쿨 아이돌 페스티벌>이 성공시킨 캐릭터 리듬게임의 공식을 충실히 구현했습니다. 스토리를 통해 캐릭터를 부각시키고, 스토리 보상으로 준 노래로 캐릭터를 확실하게 각인시킵니다. 이외에도 정통 리듬게임에 비해 쉬운 난이도와 직관적인 성장으로 리듬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을 유혹하죠.
<데레스테>는 여기에 다른 작품들에 없는 미려한(혹은 깜찍한) 볼거리로 유혹에 방점을 찍습니다. 이 밖에도 2011년부터 다듬어 온 '신데렐라 걸즈'의 캐릭터들, 스테미너가 없는 사이 꾸미고 감상할 수 있는 룸 모드, 다른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유료 모델 등 자신만의 무기까지 들고 왔습니다.
터치와 터치 사운드의 미묘한 어긋남, 무대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려 잘 보이지 않는 노트 등 일부 옥의 티가 존재하긴 하지만, 지금만으로도 모바일 캐릭터 리듬게임 부문 후발주자로서 멋진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게임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할 지 기대되네요.
<데레스테>는 현재 일본 구글플레이 스토어로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국내 출시 여부는 아직 미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