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히트맨>, <어쌔신 크리드>, <스플린터 셀>등 다양한 ‘잠입액션 게임’이 출시됐지만, 대표작을 꼽으라면 여전히 <메탈기어 솔리드>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됩니다. 1987년 <메탈기어>로 시작해 주인공 코드네임 ‘솔리드’를 따 현재까지 28년째 이어오고 있는 대단한 명맥을 갖고 있죠.
지난 1일 출시된 <메탈기어 솔리드5: 더 팬텀 페인(이하 팬텀 페인)>은 시리즈 최신작이자 1부 <메탈기어 솔리드5: 그라운드 제로>의 후속 스토리입니다만, 세계관을 따져보면 <메탈기어 솔리드5> 2부작은 <메탈기어 솔리드 피스 워커>의 다음이자 <메탈기어>의 바로 전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코나미에서 디렉터이자 감독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코지마 히데오가 코나미와 갈등으로 인해 떠나게 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시리즈 정통은 이어가기 어렵게 됐지만, 출시되자마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성공적인 출시를 기록했습니다. 방대한 볼륨을 모두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짧게나마 <팬텀페인>을 즐겨 본 소감입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 9년 만에 시작된 복수, 메탈기어 솔리드5의 본격적인 스토리
<팬텀 페인>이 시작되기 바로 전인 1부 <메탈기어 솔리드5: 그라운드 제로>의 마지막 내용을 짧게 알아보면, 빅 보스(네이키드 스네이크)와 카즈 밀러가 쿠바 남단의 미군 기지에 갇힌 치코와 파스를 구출하는데 성공하지만 되려 함정에 걸려 정체불명의 적 XOF에게 본거지 마더 베이스가 괴멸됩니다.
설상가상 구출한 파스의 몸 안에는 XOF의 스컬페이스가 이식한 폭탄이 있었고 파스는 헬기에서 뛰어내려 자살합니다. 하지만 폭탄이 뛰어 내리자마자 폭발했고 헬기의 폭발과 함께 빅 보스는 정신을 잃고 <메탈기어 솔리드5: 그라운드 제로>는 끝납니다.
정신이 들자마자 빅 보스를 잡기 위해 들이닥친 군인들로 부터 탈출해야 합니다.
<팬텀 페인>은 빅 보스가 의식을 잃은 코마 상태에서 9년 후, 모든 것을 잃은 채 병원에서 깨어나면서 시작됩니다. 전작의 영향으로 왼팔은 절단된 상태고 진정제를 두 번이나 맞으면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던 도중, 의문의 남성 이슈마엘과 함께 탈출을 시도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난 두 명의 초능력자가 등장해 군인과 병원을 초토화시킵니다. 한 시간 정도 소요되는 프롤로그를 마치게 되면 카즈 밀러와 오셀롯이 재건해 놓은 마더 베이스로 이동하게 되고, 빅 보스를 포함한 셋은 다이아몬드 독스를 부활시키며 본격적인 복수를 시작합니다.
코지마 감독은 <팬텀 페인>을 통해 오해와 편견, 증오와 분쟁을 다룰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출시 전 공개된 영상이나 정보들을 보면 빅 보스가 동료의 복수를 위해 싸우면서 타락하게 된다는 설정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잃다 보니 심각한 내적 고통도 겪게 된 것입니다. 확실하게 스토리라인을 설정해 놓은 만큼 스토리 컷신 등에 좀 더 몰입하게 됐습니다. 빅 보스의 변화하는 감정 상태도 볼 만 했고요. 공들인 컷신 만큼 연출력 또한 괜찮은 느낌입니다.
탈출에 성공해도 줄기차게 따라옵니다. 날개달린 화염말이라니...
본격적인 복수의 시작! 그래도 게임 내 코지마 감독의 자막은 빼지 않았군요.
■ 오픈월드로 만난 잠입 액션, 한 층 자유로워졌다
<팬텀 페인>의 큰 특징을 꼽으라면 바로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진입 경로나 기회를 만들고 탈출까지 모든 상황을 유동적으로 진행 가능합니다. 유저가 당시 상황이나 기후를 판단해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내야 하죠. 게다가 오픈월드로 자유도가 높아져 보다 뛰어난 잠입 액션이 가능했습니다. 시야가 확보돼 노출 위험이 높지만 경비가 덜한 낮을 택하느냐, 그 반대인 밤을 택하는 것도 자유입니다. 그에 따른 적합한 무기, 트랩 등도 준비해야 하고요.
그러다 보니, 적과의 교전도 꽤 다양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게 되는 동료들과 개발 인력, 기술 등으로 마더 베이스가 성장하면서 주 무기 2종부터 보조무기, 동료, 차량, 캐릭터 등을 통해 전략이 수 갈래로 나뉩니다. 공격 루트도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무작정 돌격을 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모든 상황에 통용되는 것은 아니겠죠. 적들의 AI도 꽤 뛰어나거든요. 적을 몰래 사살하고 시체를 숨겨도, 경계를 꽤 꼼꼼하게 돌더군요.
과거 시리즈는 정해진 루트에 미션을 수행해 가면서 스토리 속 잠입 액션을 수행하는 방식이었지만, <팬텀 페인>은 유저를 소련과 아프카니스탄 전쟁의 배경인 큰 맵에서 자발적으로 플레이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메인 미션을 비롯해 사이드 퀘스트는 유저가 선택하는 대로 자유롭게 진행됩니다. 낮, 밤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시간 경과를 기다리기도 하지만 담배 ‘팬텀 시가’를 피우면 원하는 잠입 시간을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미션의 경우에는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미션 별 여러 개로 설정된 미션 임무를 모두 클리어해야 하므로 반복성을 요구합니다. 사이드퀘스트는 마더 베이스의 기술 별 스킬, 유저가 스킬을 올리지 않으면 완료할 수 없는 것도 있기 때문에 한 번에 클리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초반 미션은 마더 베이스를 재건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는 받지 않는 편입니다.
다만 반복성에서 오는 약간의 지루함도 있습니다. 한 번 클리어 한 임무를 다시 진행할 경우 컷신 스킵을 할 수 없다거나 사이드 퀘스트와 메인 미션이 같은 맵을 사용해 임무의 차이만 있을 뿐 배경 분위기는 동일하거든요. 물론 임무가 달라서 공략 법이 차이가 있겠지만 그리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 잠입과 액션, 모든 플레이가 가능
사실 여러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를 즐겨 왔지만 잠입보다는 화끈한 액션에 조금 더 재미를 느끼는 편이었습니다. 전작 <그라운드 제로>는 분량이 짧아 그런 차이를 많이 느끼지 못했지만, <팬텀 페인>은 오픈월드 기반 전투에 콘텐츠 볼륨도 커서 반감을 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플레이를 해보니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화끈하게 돌진해서 적을 섬멸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놓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팬텀 페인>은 어디까지나 잠입 액션 게임이기에 CQC나 소음기, 은폐, 엄폐를 통해 적을 상대하는 것이 조금 더 전투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팬텀페인>의 전투는 다양한 방식을 제공하면서 돌진을 좋아하는 유저에게도 자유도를 부여하면서 게임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했습니다. 다만 적의 AI가 뛰어나 쉽지는 않습니다. 보통 3~4명이 구성된 소규모 진지야 상관 없겠지만, 중, 대규모 진지에 가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잠입을 통한 부분 암살을 하지 않으면 적 무전병들이 병력 지원을 요청하거나 머신건, 스나이퍼 라이플, 박격포 등으로 유저를 집중 타격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잠입액션의 재미를 알게 되는 일종의 학습효과도 되더군요. 적절한 재미를 경험하기 위해 두 요소를 혼합해서 적재적소에 맞게 전투 스타일을 맞추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마더 베이스, 게임 진행에 밀접하게 연관된 요소
위에서 했던 마더 베이스에 대한 얘기를 조금 더 해보겠습니다. 전투만큼이나 게임에서 신경 써야 할 요소 중 하나이거든요. 초반에는 크게 느낄 수 없지만 장비의 성능이나 추가 기능이 없이 진행하기 어려운 때가 금방 옵니다. 물론 잠입이나 공격을 정말 잘 한다면 어느 정도 커버가 되겠지만, 굳이 먼 길을 돌 필요가 없겠죠? 더 많은 재미를 경험하기 위해 꼭 업그레이드를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 마더 베이스를 가게 되면 오셀로 외에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한창 재건 중인 모습입니다. 하지만 미션을 거듭할수록 기술이 점점 늘어나면서 할 거리가 늘어나게 됩니다. 다이아몬드 독의 명성을 듣고 찾아 온 지원자들도 많아집니다. 미션 수행하면서 얻게 되는 ‘명성’ 관리에 따라 좋은 등급의 지원자들이 오게 됩니다.
물론 마더 베이스를 꼭 갈 필요는 없습니다. 미션 수행 도중 어디서나 R1 버튼으로 볼 수 있는 iDROID로 마더 베이스의 개발, 스탭 운영, 데이터 베이스를 원격 관리할 수 있거든요. 유저가 미션을 통해 특정 언어를 사용하는 병사를 납치하거나, 적들이 사용하는 무기, 차량 등을 모두 띄워 보내면 됩니다. 심지어 동물 양을 납치하기도 합니다. 보내진 것들은 마더 베이스에 자동으로 추가돼 관련 기술이나 무기 등이 점점 추가됩니다.
처음 빅 보스가 시나리오를 진행할 때에는 적들과 언어가 달라 소통이 되지 않지만, 미션 중 적 통역병을 납치하는 것을 수행하면 마더 베이스에 적용돼 다음 미션부터는 적의 대화를 해석할 수 있게 됩니다. 마더 베이스는 유저가 어떤 물건을 보내느냐에 따라 콘셉트가 다양해지기 때문에 보낼 것들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발전을 위해 납치를 해야 할 필요가 생기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잠입 플레이로도 유도됩니다. 참고로 미션이나 퀘스트, 맵 등도 iDROID로 간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 멀티 플레이, 싱글 플레이 못지 않은 재미를 선사
체험과는 별도로 향후 기대가 될 멀티 플레이도 언급해 보겠습니다. 싱글 플레이만큼 꽤 탄탄할 듯 한 느낌인데요, <메탈기어 온라인>은 <팬텀 페인>으로 인해 조금 더 견고한 PvP로 탈바꿈할 것 같습니다. 정식 명칭은 <메탈기어 온라인3>입니다.
추가로 눈여겨 볼 만한 것은 FOB 모드로, 싱글 콘텐츠와 PvP 전투를 잇는 허들 역할을 합니다. 이 모드를 통해 다른 유저의 마더 베이스에 잠입해 유저의 장비를 훔쳐오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필드 전투 외에도 각자의 마더 베이스 방어에도 신경쓰게 되겠죠. 마더 베이스의 효과적인 운용이 중요하다는 이유가 바로 이 것입니다. 자원한 병사들도 잘 배치해야 하는 나름의 전략성도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