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7일 자정, 판게아 1 서버에서는 아즈텍의 도시가 몽땅 파괴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아즈텍의 인구가 적어서?
가능성 있는 이야기입니다. 아즈텍은 전통적으로 인구 부족에 시달리는 문명이었으니까요. 허나 여기는 각 문명 별 인구를 비슷하게 맞춰주는 판게아 1서버, 단순히 인구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는 아즈텍의 위기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인구 균등 서버인데도 아즈텍이 궤멸을 당한 건 왜일까요? 내적인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외적인 이유는 취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중국이 초토화 작전으로 아즈텍 유저들의 멘탈을 산산조각내는 사건을 포착했거든요. 그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기행기를 써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아퀼
■ 11월 24일 1일차: 중국은 왜 아즈텍을 치기로 결심했나?
일단 초토화 작전이 실행된 배경부터 설명하겠습니다. 11월 24일, 판게아 대륙 5시 방향에 터전을 잡은 중국은 3시 방향 지역으로 진출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1시 방향에 자리를 잡은 아즈텍 또한 3시 방향 지역을 차지하려 했어요.
이 때문에 평화기인데도 공방전 못지 않게 치열한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아즈텍은 어떻게든 중국의 시청 건설터를 부수려고 애썼고, 중국은 그런 아즈텍을 막으며 시청을 완공하려 들었죠.
이 치열한 싸움의 승리자는 중국이었습니다. 아즈텍은 본토 도시를 강화하느라 3시 지역에 소수의 병력만 파견했거든요.
게다가 중국은 아즈텍 유저들이 타고 온 전투불곰을 노획해서 싸우는 전술로 맞대응을 했고요. 아즈텍은 3시 지역에 도시를 단 하나도 짓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즈텍은 포기하지 않았어요. 이집트와 동맹을 맺고 중국을 공격했죠. 그리하여 중국은 1~2차 공방전을 치르며 본토를 이집트에게, 3시 방향 지역을 아즈텍에게 내주고 멸망 위기에 몰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중국 유저들은 여유를 잃지 않았습니다. 1~2차 세션을 거치며 깨달았거든요. 도시를 많이 잃어도 얼마든지 역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아니나 다를까, 21시부터 시작된 3차 공방전에서 기회가 옵니다. 이집트가 로마와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는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었는지 점령한 중국 도시를 방치하고 가버린 거에요. 시청 주변에 방어용 시설도 짓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중국 유저는 막대한 이득을 누립니다. 본토를 편하게 수복한 건 물론이요, 도시를 많이 함락해 떼돈을 벌었거든요. 저만 해도 24일 3차 공방전에서 40만 골드를 벌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다만 아즈텍이 빼앗아간 3시 방향 영토는 회복하지 못했어요. 이건 중국에게 뼈 아픈 일이었어요. 아즈텍이 3시 지역의 풍부한 자원으로 성능 좋은 장비를 대량 생산하고 중국을 압박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또한 아즈텍이 3시 지역에 항구 도시를 짓고 중국 본토에다 상륙 작전을 걸 위험도 있고요. 중국은 어떻게든 아즈텍을 3시 지역에서 몰아내야 했습니다.
이로 인해 중국이 머리를 싸고 고민을 할 무렵….
그리하여 25일,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아즈텍과 중국의 1:1 진검 승부가 펼쳐졌습니다. 이색적인 대결 구도네요. 보통 아즈텍은 로마와 얽히는 경우가 많고 중국 또한 이집트나 로마와 대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말이죠.
■ 11월 25일: 중국, 역대 최대 규모의 초토화 작전 실행
드디어 25일 18시 1차 공방전이 개시됐습니다. 이 날 중국 유저들은 “저 아즈텍은 해로운 문명이다. 쓸어버리자!”는 구호로 단결했네요.
여담으로 저 구호는 중국의 정치가 마오쩌둥(1893~1976)이 참새를 박멸하기 위해 “저 새는 해로운 새다”라고 말한 것에서 비롯됐습니다. 아니 잠깐만 여러분. 중국 문명 대표 캐릭터는 진시황이지 모택동이 아니라고요…?
어쨌든 중국 유저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 했습니다.
팀 플레이도 잘 했고요. 코끼리 기병대는 성문을 돌파해 도시 시청을 집중 공격하고
보병이 성벽 위의 궁병들을 처치하며 코끼리를 엄호해주는 방식으로 도시를 쉽게 점령했거든요.
아즈텍은 12시 지역을 두고 로마와 다투느라 정신 없었는지 중국의 공격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어요. 그 결과 중국은 단 한 시간 만에 3시 지역을 되찾았습니다.
2차 공방전에서도 중국은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아쉽게도 클라이언트가 강제 종료된 뒤 40분 넘게 대기열에 걸려 촬영을 못했는데, 이때 중국은 아즈텍의 본토까지 점령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한편 아즈텍이 왜 중국의 공격을 못 막았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았습니다. 로마와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던 건지, 내부 갈등으로 사람들이 이탈했는지... 중국 시점에서는 도무지 파악이 안 되더군요. 원인을 아시는 분은 제보 부탁 드립니다.
자, 다시 본문으로 돌아가서, 중국은 예상 외의 문제에 부딪칩니다. 감당 못할 정도로 너무 많은 도시를 점령했거든요. 3차 공방전이 열리기 전까지 점령한 모든 도시에 방어 시설을 설치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래서야 힘들게 빼앗은 도시를 아즈텍에게 쉽게 내줄 판국이었어요.
바로 이 때, 중국은 엉뚱해 보이는 결정을 내립니다. “가질 수 없다면 부숴버리겠어!”라는 결정이었죠.
그리하여 사상 최대 규모의 초토화 작전이 거행됐습니다. 이 전략은 2차 세션 때 은근 많이 쓰였다고 들었는데,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상대 도시를 다 부수는 경우를 직접 보는 건 처음이네요.
3차 공방전이 열리기 15분 전인 21시 45분, 마침내 중국은 점령한 아즈텍 본토 도시들을 모두 철거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바보 같은 짓으로 보일지는 모르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신의 한 수라 부를 만큼 효과가 좋았어요. 왜냐면 아즈텍에게 세 가지 손해를 입혔거든요.
첫째, 쉽게 점령할만한 도시가 없어진 탓에 아즈텍인들은 도시 함락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됐어요. 공방전에 참여해봤자 돈을 벌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아즈텍인들이 공방전에 참여할 동기를 잃고 전의를 상실했습니다.
두 번째, 초토화 작전 때문에 아즈텍군이 분산됐습니다. 전방을 지켜야 하는 병력들이 빈 땅에 시청을 짓겠다며 뿔뿔이 흩어졌거든요. 덕분에 중국은 별동대를 보내 아즈텍군을 각개격파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이게 가장 아즈텍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었을 겁니다. 도시가 몽땅 파괴된 탓에 아즈텍인들이 방어 시설 없이 수비전을 치러야 했다는 것이죠. 건설 중인 시청을 지켜줄 감시탑도, 중국 유저의 접근을 저지할만한 성벽도 하나도 없이 말입니다.
이로 인해 아즈텍인들은 1시간 만에 모든 시청 건설터를 잃고 맙니다. 물론 공방전이 끝날 때 시청을 지으려는 아즈텍인도 있었지만….
“아즈텍인이 시청을 짓기 전에 우리가 먼저 지어요!”
중국 유저들이 더 빠르게 시청을 지어버렸습니다. 아즈텍은 중국 유저들의 건설 활동을 막지 못했어요. 중국 별동대에 시달린 탓에 병력이 많이 흩어진데다, 멘탈이 무너져 로그 아웃한 아즈텍인이 많아 수가 적었거든요.
■ 11월 26일: 두 번째 초토화 작전 개시, 그리고 문화 승리를 시도하다
그리고 세션 3일 차인 26일, 중국은 두 번째 초토화 작전을 실행했습니다. 아즈텍 유저들은 또 다시 빈 땅에 시청을 지으려 뿔뿔이 흩어졌고, 어김없이 중국 별동대의 기습을 받아 각개격파를 당했습니다.
한편, 기동부대가 활약하는 동안 중국 본대가 움직였습니다. 아즈텍에 남은 유일한 대도시 ‘차풀테펙’을 파괴하기 위해서였죠.
차풀테펙에 남은 아즈텍인들은 용감히 싸웠습니다. 적으로 만났지만 경외심이 들 정도로 최선을 다했고, 압도적인 불리한 상황에 놓였는데도 물러서지 않았어요. 그러나…
인원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중국의 초토화 작전에 농락당한 탓에 많은 아즈텍인들이 멘탈이 무너져 접속을 안 했거든요. 결국 중국 유저들은 아즈텍의 마지막 도시 차풀테펙을 함락합니다.
“아즈텍인들이 안 보이는데요? 이 기회에 전초기지를 다 부숴버립시다!”
차풀테펙마저 무너지자 많은 아즈텍인들이 좌절하고 이탈하고 말았습니다. 분명 1일차와 2일차 초만 해도 아즈텍 유저 수가 압도적으로 적단 느낌이 안 들었는데, 3일차 마지막 공방전이 끝난 뒤에는 소수의 독립 투사(!) 분들 말고는 아즈텍인을 보기 어려웠어요.
좀 잔인하네요. 초토화 작전을 처음 실행했을 때는 신기해 보였는데, 타 문명 유저에게 엄청난 멘탈 붕괴를 안겨주니 부담스럽게 느껴지네요. 물론 버그를 악용한 건 아니니 전략으로 볼 수 있긴 한데, 이 전략을 남용하면 비난이 뒤따를 거 같습니다.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와서, 중국은 아즈텍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판단하고 문화 승리를 준비합니다. 본래는 문화 불가사의를 하나만 가지고 있었는데 26일 하루에만 3개를 더 짓더군요.
이로써 중국은 문화 불가사의 4개를 확보해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11월 28일, 일곱 번째 불가사의를 건설해 문화 승리 조건을 충족하게 되죠.
결과로만 따지면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지만요. 불가침 동맹을 맺었던 이집트도, 저 멀리 있는 로마도 중국을 경계하게 됐으니 말이죠.
거기다 이번 초토화 작전과 문화 승리 시도로 아즈텍과 철천지 원수가 돼 버렸습니다. 그리고 아즈텍은 중국의 예상을 뛰어넘은 복수를 하러 찾아왔고요.
과연 중국은 문화 승리를 할 수 있을까요? 아즈텍은 재기에 성공해 중국에게 복수할 수 있을까요? 답은 이미 공식 홈페이지의 세션 현황에 나와있긴 하지만, 그것만 봐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극적인 장면들을 촬영해뒀답니다. 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생생한 <문명 온라인> 기행기를 기대해주세요!
촬영협조: 판게아 1서버 중국 '삼고초려' 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