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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전략은 더욱 깊게, 행동은 보다 빠르게’, 시드마이어의 문명 6 체험기

정혁진(홀리스79) 2016-08-04 13:05:21

지난 5월 깜짝 트레일러를 통해 출시 소식을 밝혔던 <문명 6>와 관련해, 2K가 7월경 매체 대상으로 비공개 체험 세션을 가졌다. 한 시간 남짓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됐지만 발전과 개선을 거듭한 <문명 6>의 모습을 잠깐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게임은 전체적으로 빠른 템포로 진행된다. 건설과 발전, 그리고 주변 문명들과의 협력, 전쟁 등 고려할 것은 그대로지만 유닛 생성과 연구 등의 턴이 대폭 감소되면서 매 턴마다 생각할 것들이 꽤 늘어났다. 더불어 불가사의, 각종 특화 지구가 주변 지형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게 되면서 환경적인 요인도 고려해서 진행해야 한다. 

 

<문명 6>는 오는 10월 21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턴제 시뮬레이션 게임의 강자인 <문명>이 과연 다시 한 번 흥행을 몰고 올 수 있을까? <문명 6> 체험에 대한 내용을 짧게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지구' 시스템 추가, 지형에 맞는 특수 지구 건설이 핵심

 

기존 시리즈에서는 세력 규모나 자원 보유 형태 등에 따라 각 지형(타일) 별 지어야 할 것들이 선택된다(특정 자원을 획득 가능한 지형 제외). 기술의 경우 문명의 연구력 소비에 따라서만 결정돼 주변 환경과 맞지 않기도 했고 전략에 따른 정석 트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문명 6>에서는 도시 분할기능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지구(District)’ 시스템을 통해 도시 주변 타일에 여러 분야별 지구를 추가해 세밀한 도시관리가 가능했다. 즉, 한 개의 지형이 도시가 아닌 여러 개의 지형이 하나의 도시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지형은 지구의 건설에 큰 영향을 끼친다. 지형에 맞는 특화 지구 건설도 핵심.

 

최초 한 개의 지형에서 시작하면 기본 기능을 사용하게 되지만 점차 상위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변 지형에 맞는 지구를 건설하면 된다. 게임에서는 한 개의 도시당 12개 지구까지 보유할 수 있다. 12개 지구는 각각 다른 역할과 지형 보너스를 가지며 도시인구 3명 당 하나의 지구가 건설 가능하도록 설정됐다.

 

각 지구에는 지구의 역할을 지원하는 건물이 있다. 예를 들어 캠퍼스의 경우, 도시의 과학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건물로 집필 기술을 연구하면 건설할 수 있다. 최초 도서관으로 시작해 시대를 거듭할수록 대학, 연구실까지 한 개의 타일에 특정 분야에 집중된 시설을 마련할 수 있다. 기존 시리즈들과 비교해 조금 더 체계화된 건설이 가능한 느낌이었다.

 

또한 특정 지형 근처에 세우면 자원 보너스를 받기 때문에 더 이상 비체계적인 도시 운용은 힘들게 됐다. 불가사의도 자체 타일에 배치해야 하며 가능 위치와 관련된 요구사항이 존재한다.

 

지형에 대한 지구 건설 밸런스는 조금 더 다양한 플레이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겠지만, 설정된 지형들은 대부분 각 문명의 특성에 따른 지구를 건설하는데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보다 현실감 있는 문명 발전이 가능해진 느낌이다.

 


 

지구 고유의 인접 지역 보너스도 있다. 극장 지구의 경우, 불가사의 근처에 지으면 효율적이다. 

 

 

존재감 낮았던 일꾼, 이제는 '건설자'로 거듭났다

 

위 지구를 비롯해 각종 자원 관련 시설물을 건설하는 방법도 크게 바뀌었다. 기존 ‘일꾼’에서 새롭게 명칭과 역할이 변경된 ‘건설자’를 통해서 말이다. 기존에는 지형 안에서 조용히 집안 살림을 맡느라 존재감을 잘 느끼지 못했다면 <문명 6>에서는 반드시 신경 써야 할 유닛으로 거듭났다. 넋 놓고 있다가는 턴만 경과할 뿐 아무것도 이루어놓지 못한 문명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문명 6>의 건설자도 과거 일꾼과 마찬가지로 각종 시설물 건설을 담당한다. 다만 이번 시리즈에서는 기존과는 다르게 시설물을 바로 건설한다. 대신 일정 사용 횟수가 3회로 제한되어 있다. 횟수가 다하면 유닛이 해산한다.

 

비록 건설자를 생산하기 위한 턴이 짧기는 하지만, 횟수가 정해진 만큼 언제 건설자를 사용하며 어떤 시설물을 사용할 지, 확장은 어떤 타이밍에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신중한 계획이 필요하다. 초반 플레이 시 혼동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고민과 결정에 대한 결과값이 즉시 나타난다는 점은 꽤 긍정적이다. 어떻게 보면 기존에는 방치에 가까웠던 유닛에게도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 처음에는 다소 낯설 수도 있겠다.

 

기존 '일꾼'이 '건설자'로 바뀌면서 건설에 대한 개념이 변경됐다.


 

 

군주제부터 민주주의까지, 상황별 다양한 정부형태 구성 가능

 

<문명 6>에서는 ‘시빅(Civic)’ 트리를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다양한 정부 형태를 구성할 수 있다. 일정 턴마다 ‘군사’, ‘경제’, ‘외교’ 등과 같은 여러 분야의 정책을 연구, 완료할 수 있으며, 해당 정책은 하나의 카드 형태로 존재한다. 같은 ‘군사’ 분야라 하더라도 ‘징병제’, ‘규율’ 등 다양한 카드로 세분화되며, 예상할 수 있듯이 각 카드마다 다른 성능을 발휘한다.

 

유저는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군사’, ‘경제’, ‘외교’, 그리고 상황에 맞게 특정 분야를 강화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 등 4개 슬롯에 정책 카드를 배치해야 한다. ‘와일드카드’ 슬롯에는 ‘와일드카드’ 전용 카드 외에도 ‘군사’, ‘경제’, ‘외교’ 카드도 넣을 수 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문양을 박는 느낌이다.

 

최초에는 군사, 경제 슬롯이 하나씩 있는 족장제로 시작하지만 ‘시빅’ 트리가 발전되면서 공산주의, 민주주의를 비롯해 파시즘, 군주제, 과두제, 신정제 등 다양한 형태의 정부도 건설할 수 있다는 설정이다. ‘시빅’ 트리도 기술처럼 퀘스트를 통해 보너스를 받을 수 있으며, 다행히도 상황에 맞게 골드를 사용해 언제든지 정책 카드를 바꿀 수 있다.

 


 

원하는 카드를 ‘군사’, ‘경제’, ‘외교’​, '와일드카드'에 넣어서 여러 정부 형태를 구성할 수 있다.

 

 

전쟁? 꼭 필요하면 해야지! 대규모 화력전이 가능해진 전쟁

 

일부 내전을 제외하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대부분 전쟁에 대한 필요성이 적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문명 6>에서도 어느 정도 현실성이 반영된 모양이다. 꽤나 현실적이라고 느껴졌다.

 

즉, 이제 게임에서도 전쟁은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과정은 아니게 됐다. 물론 발전하는 과정에서는 일어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문명이 어느 정도 발전하고 나면, 대부분의 문명이 전쟁을 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초중반은 기존 시리즈들과 같은 유형과 패턴으로 전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대부분.

 

또한, 자국의 승리, 통일 등 하나의 목적으로 귀결되기 보다는 각 문명 별 외교 AI도 다양해졌다. 각 문명 군주는 자신이 중요시하는 가치대로 움직인다. 어떤 세력은 국가 별 분쟁을 견제하고 평화를 중요시하기도 하고 불가사의와 같은 특정 건물을 건설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세력 확장을 위한 전쟁을 좋아하는 군주도 있다. 최초 군주를 선택할 때 해당 문명의 특성과 군주가 추구하는 바를 잘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밖에 전쟁이 벌어지는 경우의 수도 다양하게 구성됐다. 단순 선전포고 외에도 위와 같이 군주 별 추구하는 바에 반하는 계기를 계속해서 제공하는 등 여러 형태의 전쟁 전개가 이루어졌다.

 


 

전쟁에 대한 점을 더 알아보면, <문명 6>의 전쟁은 기본적으로 한 지형 당 한 유닛이 위치하는 것을 유지하지만 유닛이 늘어날수록 맵이 복잡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가 마련됐다. 특히 다른 분야의 유닛을 한 지형에 놓을 수 있는 점이 주목할 만 했다. 이는 빠른 유닛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이루어진 부분이다.

 

예를 들어 대전차포와 보병, 개척자와 전사가 한 곳에 있을 수 있다. 이들은 결합 후 함께 이동이 가능하며, 나폴레옹 시대부터는 같은 유닛의 경우에는 결합 후 ‘군단’으로 편성할 수 있으며 3개까지 모이면 ‘군대’로 발전한다. ‘군단’의 경우 140% 가량의 성능을 내므로 보다 강력한 화력전이 가능하게 됐다. 결합 유닛 별 규모도 커진 만큼 후반부 문명에서는 보다 큰 스케일의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겠다. 유닛 결합을 위해서는 위에서 설명한 ‘시빅’ 트리를 개방해야 사용 가능하다.

 

유닛 생산 턴도 짧아졌다. 보다 빠른 전투가 가능하게 된 셈.

 

 ‘지구’ 시스템이 도시의 규모를 늘린 만큼 공성 양상도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승패는 도시 중심부의 시청 점령 여부에 따라 갈린다. 즉, 주변 특화지구를 아무리 파괴하더라도 점령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시스템을 일종의 ‘견제’ 목적으로 활용한다면 상대방의 인프라 파괴, 자원 차단에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기존 시리즈에서는 보통 전쟁을 벌이게 되면 시청 타일 하나만 방어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특화 지구에도 방어를 하는 것이 중요하게 됐다. 조금 더 현실적인 전쟁 방식에 가까워진 모습이다.

 

적절한 견제 또한 상대국 제압을 위한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10월, 또 다시 '문명' 바람이 분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문명 6>를 체험해본 소감은 전작보다 한 층 빨라진 패턴, 그리고 생각할 거리들이 많아진 느낌이다. 승리를 위한 고정된 정석 트리만을 따라갔던 흐름에서 벗어나 조금 더 창조적인 게임 운용이 가능하게 됐다. 생소하지만 그렇다고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을 즐김에 있어 방해가 되거나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물론 <문명 6>는 기존 시리즈의 기본기는 여전히 잘 유지하면서 각 문명의 고유 특성, 그리고 그들의 성장 과정을 보다 현실적으로 구현했다. 더 많은 부분을 플레이할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게임 후반부 강력한 문명들이 세력을 만든 상황에서 벌어지는 외교와 전쟁 또한 기대됐다. <문명 6>는 오는 10월 출시된다. 매 시리즈가 그랬듯 또 한 번 턴제 시뮬레이션 장르의 깊은 재미를 제공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오는 10월, 패왕 간디의 활약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