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에 그런 장면이 안 보인지 오래됐습니다. 튼튼한 지프 차를 타고 괴물 떼를 향해 총탄을 퍼붓고, 보물을 들고 거대한 적을 피해서 달리는 그런 장면 말이죠. <인디아나존스>로 대표되는 어드벤처 영화들은 어느새 '추억 속의 영화'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리고 화려한 CG와 훌륭한 배우, 스태프로 무장한 복고풍 영화도 흥행에 실패했던 2016년. 시대를 좀 많이 거슬러온 게임 하나가 지스타에 떡하니 전시되었습니다. 오락실게임이고 싶은 모바일 슈팅게임, <건파이 어드벤처>입니다.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 오락실 건슈팅게임을 모바일로 옮기다
<건파이 어드벤처>는 오락실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더 하우스 오브 데드>나 <렛츠 고 정글>과 비슷한구성을 택했습니다. 차량에 올라 달리며 총을 쏴서 몰려오는 적을 물리치고, 적절한 타이밍에 장전을 하거나 무기를 교체하고, 스킬을 사용합니다. 쉴 틈 없이 총을 쏘는 중에도 차를 좌우로 움직여 공격을 피하거나 받아치기도 해야 합니다. 그렇게 1분여 정도 달리면 보스 몬스터가 나타나 강력한 공격을 퍼붓습니다. 차량이 반파되기 전에 보스의 약점 부위를 공격해 쓰러뜨리면 클리어.
말은 쉽지만 게임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 차량의 방향을 바꾸는 화살표가 좌우에 나타날 때도 있고, 차량의 HP와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AP도 수시로 점검해야 합니다. 자동 조준 기능이 있긴 하지만 키가 작거나 화면 양쪽에 일부 가려진 적, 투사체, 보스 몬스터의 약점을 조준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실시간으로 이 모든 행동을 해야하죠.
지스타 빌드에서는 스토리 모드의 스테이지 4개, 차량이 반파될 때까지 도전할 수 있는 모험 모드, 다른 팀과 경쟁하는 보물 추격전을 플레이할 수 있었는데요. 모험 모드는 현재 세팅으로 몇 스테이지나 연속해서 클리어할 수 있는지 도전하는, 사실상의 연속 스테이지 모드입니다. 비동기 PvP 모드라고 볼 수 있는 보물 추격전에서는 플레이어와 똑같은 차량과 사수 팀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스테이지와는 다른 준비가 필요합니다.
# 짜임새 있는 스테이지. 정신없는 전투, 밀도있는 플레이
모바일게임에서 오락실 건슈팅게임에서나 보여주던 어드벤처게임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느냐고요? 네. <건파이 어드벤처>는 스테이지의 '흐름'으로 몰입감을 살렸습니다. 쉴 새 없이 따라오는 적을 모두 처치하고 나면, 화면이 바뀌며 차량 앞 본네트에 적이 매달립니다. 이를 처치하기가 무섭게 이제는 차량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장애물을 피해나가야 하죠.
이렇게 난관과 난관이 쉴 새 없이 이어지다 보니 플레이의 밀도도 높습니다. <건파이 어드벤처>의 스테이지는 한 판당 2~3분 남짓이 걸립니다. 하지만 수시로 조준, 공격, 전술 판단과 정보 확인을 하고, 수없이 달려드는 몬스터나, 보스 몬스터의 패턴과 약점 부위에 맞춰 전투를 치르고 나면 어느새 스테이지가 끝나있을 정도입니다.
결과화면에서나 스테이지의 진행시간을 보고도 '벌써 이만큼이나 지났어'라고 생각할 정도죠. 전투의 몰입감이 상당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몰입감은 작은 모바일 화면 속에서도 박력과 긴장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 총기에 따라 바뀌는 경험. 아쉬운 설명
전투에 들어가기 전에 유저는 팀 구성을 바꿀 수 있습니다. 사수와 운전수 캐릭터, 총기, 차량을 바꿀 수 있는데 특히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것은 총기입니다. 여러 총기가 있지만 크게 분류하면 기관총, 샷건, 권총 계열로 나눌 수 있고, 각 장단점을 조금씩 섞은 커스텀, 저격총도 볼 수 있습니다.
워낙 많은 몬스터가 등장하는 게임이라 저격총이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직접 플레이해보면 다른 총기와 다른 독특한 리듬감이 있어서 '분명 저격총으로만 플레이하는 골수 유저가 생기겠구나' 싶었습니다. 총기에 따른 경험이 확실하죠.
총기는 설계도를 입수한 뒤 재료를 모으면 제작할 수 있습니다. 설계도는 게임 플레이, 이벤트, 뽑기 등으로 입수할 수 있고 재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작, 강화는 이름은 다를지언정 캐릭터의 육성과 차량 수집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좋은 차량은 방어력도 좋고 공격에 오래 견딜 수도 있으니 모을 마음은 드는데, 글쎄, 캐릭터는... 올리비아에 들인 공을 조금이라도 밀러에 나눠줬으면 좋았을 텐데요. 캐릭터 고유의 스킬이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 것을 고르는 정도가 될 듯 합니다.
총기 설명도 플레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만큼 부실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밀리터리 지식이 있다면 좀 달랐을 것 같지만요. 권총처럼 생긴 것은 권총이고, 저건 <웜즈>에서 봤는데 기관총이었던가(UZI였습니다☆), 맞다 저건 '아나'가 비슷한 걸 들고 있었으니 저격총이겠네... 같은 감각으로 총기를 고르고 플레이했습니다.
M60 시리즈에 성조기 무늬가 있어서 '미국의 일격'이라는 별명을 붙이고 플레이했는데, 나중에 검색해보니 정말로 미군이 쓰는 총이라고 해서 뭔가 자괴감 들어... 외형이나 종류가 비슷한 총기가 많은데 이를 직접 써보기 전까지는 성능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좀 더 친절한 설명이 아쉬워요.
# 오랜만에 보는 힘차고 유쾌한 모바일게임
정리하자면 <건파이 어드벤처>는 오락실 건 슈팅 게임의 감각에 모바일 RPG의 육성을 접합한 게임입니다. 즉각적이고 말초적인 재미를 주는 전투 파트와는 다르게, 육성과 수집은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인데요. 결국 게임의 어려운 점, 불편한 점을 바꾸거나 설득하는 것이 흥행의 관건이라 볼 수 있을 듯합니다.
뭐 어쨌든 총은 훌륭한 대화 수단이자 빛이며 힘 아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건파이 어드벤처>는 꽤 힘찬 기분을 주는 게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유쾌한 모바일게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