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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미소녀 뒤에 숨어있는 재기 발랄한 전략성! 섀도우버스 체험기

사이게임즈의 전략 카드 배틀 ‘섀도우버스’ 체험기

김승현(다미롱) 2017-02-23 13:33:18

“<섀도우버스>? 그거 그냥 <하스스톤> 미소녀 스킨 버전 아냐?” <섀도우버스>를 직접 해보기 전,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입니다. 

 

<섀도우버스>가 한국에 진출한지 2주가 지났습니다. <섀도우버스>는 사이게임즈 특유의 예쁜 그림체, 그리고 <하스스톤>과 흡사한 방식 때문에 출시 전부터 ‘덕후스톤’(?)이라는 별명으로까지 불린 작품입니다. 

 

하지만 직접 체험한 <섀도우버스>는 이런 별명이 무색하게도(?) 자신 만의 고민과 특징이 살아있는 전략카드 게임이었습니다. <하스스톤>의 영향을 완전히 부정할 순 없겠지만, 그것을 자기 나름대로 잘 재해석하고 어떤 부분에선 더 발전시킨 작품이죠. 

 

2주 간 <섀도우버스>을 즐기며 개인적으로 느낀 점을 좋았던 점(Like)과 안 좋았던 점(Dislike)으로 정리했습니다. 장르 특성 상, 경쟁작(?)이라고 할 수 있는 <하스스톤>과의 비교가 일부 들어가 있는 점 양해 부탁 드립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섀도우버스> 한국어 버전 플레이 영상. 순서대로 OTK 드래곤(일명 용소녀), 잠복 어그로 로얄

 

 

[Like] 빠르고 가볍다! 모바일에 특화된 빠른 템포

 

<섀도우버스>를 하며 가장 놀랐던 점은 게임의 빠른 템포입니다. 처음부터 모바일게임으로 개발됐기 때문일까요? <섀도우버스>의 한 판, 한 판의 플레이 타임은 짧습니다. 후반 지향형 덱끼리 싸워도 플레이 타임이 10분을 넘기 힘들 정도로요.

 

이것은 <섀도우버스>의 구성 덕분입니다. <섀도우버스> 리더 캐릭터(유저의 분신)의 체력은 20에 불과합니다. <하스스톤>의 2/3 수준 공격만 허용해도 게임이 끝나죠. 반면 키카드를 찾긴 쉽습니다. <섀도우버스>는 전설 카드건 일반 카드건 최대 3장까지 덱에 넣을 수 있고, 여기에 카드를 추가로 뽑을 수 있는 수단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적은 리더 체력, 그리고 상대적으로 쉬운 키카드 서치. 덕분에 <섀도우버스>의 플레이는 빠르고 긴장감 넘칩니다. 누가 언제 어떻게 ‘킬각’을 잡을지 모르니까요. <하스스톤>의 지향점이 헤비급 복서들의 난타전이라면, <섀도우버스>는 마치 펜싱 경기와 같은 경쾌한 플레이를 보여주죠.

 

이런 빠른 템포는 전반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초보자 입장에서는 (적은 체력 덕에) 져도 왠지 한 끗 차이로 게임이 끝나는 것처럼 ‘보여’ 패배감이 적었습니다. 모바일 유저 입장에서는 짧은 플레이타임 덕에 모바일 기기 특유의 피로도도 적었고, 게임을 언제 어디서든 부담 없이 플레이할 수 있었고요.

 


 

 

[Like] 자유로운 필드 컨트롤! 진화가 만드는 '심리전'

 

템포가 빠르다고 해서 게임이 단순한 것도 아닙니다. <섀도우버스>만의 특징인 ‘진화’ 시스템 덕이죠.

 

진화는 유저가 필드에 소환한 ‘추종자’ 카드를 영구적으로 강화시키는 시스템입니다. 진화된 추종자는 자기 레벨보다 2레벨 더 높은 능력치를 가지고, 바로 소환됐더라도 소환 후유증을 무시하고 상대 추종자를 공격할 수 있습니다. 일부 추종자는 진화했을 때 추가적인 특수 효과를 얻기도 하고요. 진화만 잘 써도 없던 ‘킬각’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추종자 하나로 필드를 싹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섀도우버스>는 다른 전략카드 게임에 비해 리더를 바로 공격할 수 있는 추종자나 마법이 굉장히 적은 게임입니다. 아무리 공격적인 덱이라도 십중팔구는 필드에 추종자를 전개해 피해를 누적시켜야죠. 이런 기반 위에 추종자를 깜짝 강화시킬 수 있는, 바로 필드에 개입할 수 있는 진화 시스템이 더해졌습니다.

 

리더 체력이 낮아 필드에 있는 하수인 하나하나가 위협적입니다. 그리고 상대나 나나 (횟수는 제한적이지만) 필드에 바로 개입할 수 있고, 예측하지 못한 한 수를 만들 수 있는 ‘진화’라는 핵폭탄을 가지고 있고요. 

 

진화 때문에 언제 어떻게 역전이 일어날지 모르니 이를 둘러싼 심리전이 치열합니다. 유리한 측은 어떻게든 상대의 진화를 낭비시켜 역전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고 하고, 불리한 측은 어떻게든 진화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 전세를 뒤집으려고 합니다. 더군다나 <섀도우버스>에는 진화 외에도, 마법이라는 전통적인(?) 변수도 존재합니다. 

 

게임의 템포는 빠르지만, 고민의 ‘밀도’만큼은 다른 전략카드 게임 못지 않습니다.

 

진화 특수 효과로 추종자 하나 잡고, 진화로 얻는 돌진 효과로 추종자 하나 더 잡고….

 

 

[Like] 개성 있는 직업, 파격적인 카드, 다채로운 덱

 

빠르고 밀도 있는 플레이 못지 않게 마음에 들었던 것은 전통적인 전략카드 게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다양한 ‘덱’이었습니다. 

 

먼저 <섀도우버스>는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7개 진영부터 개성이 확실합니다. 진영의 기본은 템포•컨트롤•어그로 등 전통적인 전략카드 게임의 문법을 따르지만, 이것을 풀어내는 방법이 재미있죠. 예를 들어 똑같이 ‘연계’ 위주 진영임에도 엘프와 위치는 전혀 느낌이 다릅니다.

 

엘프는 끊임없이 저비용 카드를 만들고 소환하고 다시 손에 되돌리는 식으로 패를 회전시켜 연계 효과를 만듭니다. 반면 위치는 마법을 쓰면 쓸수록 손에 쥐고 있는 카드들이 강해져 예측하지 못한 깜짝 ‘킬각’을 만들어 낼 수 있죠. 엘프의 연계가 한 턴 내에 얼마나 카드를 회전시킬 수 있느냐라면, 위치의 연계는 그동안 얼마나 마법을 ‘축적’시켰느냐죠.

 

이외에도 자기 체력을 깎아야만 제 힘을 발휘하는 뱀파이어, 몇 박자 늦게 발동하는 ‘마법진’이 주무기라 몇 수 앞을 내다봐야 하는 비숍 등 <섀도우버스>의 진영은 다른 전략카드 게임에 비해 독특한 플레이 경험을 줍니다.

 

카드를 버린만큼 상대 리더에게 피해를 주는 OTK 드래곤 덱 (일명 용소녀 덱)

 

이런 경향은 전반적인 카드 디자인에서도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어 위치의 ‘차원의 초월’이란 마법은 발동만 시키면 ‘상대 턴을 스킵한다’라는 효과를 가졌고, 비숍의 ‘봉인된 치천사’라는 마법진은 3번만 발동시키면 말 그대로 게임에서 ‘승리’하게 만듭니다. 중립 마법진인 ‘저승으로 향하는 길’은 내 무덤에 카드가 30장 이상 있으면 매턴 ‘모든’ 적에게 6점의 피해를 주고요. (참고로 리더 캐릭터 체력이 20점입니다)

 

<섀도우버스>에는 이처럼 파격적인 효과의 카드가 다수 존재합니다. <하스스톤>이 하수인(≒ 추종자) 간의 전투에 초점을 맞췄다면, <섀도우버스>는 마법이나 특수능력의 활용에 조금 더 무게를 둔 셈이죠. 

 

이런 특징들 덕에 플레이 경험 하나는 정말 다채로웠습니다. 심지어 실전용 덱이 가득한 랭킹전에서도요. 물론 반대급부로 다른 게임보다 ‘벽 덱’(상대가 뭘하든 자기 패만 갖춰지면 이기는 덱)이 많이 보이긴 하지만, 아직까진 이런 단점보다 독특한 덱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점에 더 점수가 주어지더군요. 물론 이런 느낌에는 <섀도우버스>의 플레이 타임이 짧아, 벽 덱에게 지더라도 좌절감이 적다는 것도 한몫 했겠죠.

 

카드 효과가 ‘승리’다. 

 

 

[Dislike] 제발 ‘후공’ 좀 잡히게 해주세요! 아쉬운 밸런스

 

물론 모든 것이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특히 선공/후공 간의 밸런스가 아쉬웠습니다. 후공이 너무 유리하거든요.

 

이런 게임에서 같은 조건으로 게임을 했을 때, 대부분의 경우 선공이 후공보다 유리합니다. 선공이 자원(섀도우버스에서는 PP)도 먼저 받고, 추종자도 먼저 소환해 공격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죠. 때문에 추종자 전투를 기반으로 만든 전략카드 게임 대다수가 후공 유저에게 이득을 줍니다.

 

하지만 <섀도우버스>는 이것이 조금 과해 보입니다. <섀도우버스>는 후공 유저가 선공 유저보다 진화를 1번 더 많이 사용할 수 있고, 진화 타이밍도 1턴 더 빨리 가져갈 수 있습니다. 게임을 뒤집을 수 있는 변수를 상대보다 더 많이, 더 빨리 쓸 수 있는 셈이죠. 게임은 여기에 추가로 후공 유저에게 손패를 한 장 더 주고 시작합니다. 덕분에 후공 유저는 상대보다 더 많은 선택지, 더 많은 역전 수단을 가지고 게임을 시작하죠. 

 

더군다나 <섀도우버스>의 진화는 단순히 더 강력한, 그리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추종자를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일부 카드는 진화 시 특수한 능력을 얻기도 하고, 다른 카드에게 시너지를 주기도 하죠. 진화 횟수가 더 많은, 그리고 손패도 더 많은 후공이 만들 수 있는 변수의 수는 더더욱 늘어나죠. 

 

선공 측이 극단적인 어그로 덱이 아닌 이상, 이 차이를 뒤집긴 힘들더군요.

 


 

 

[Dislike] 붕 떠있는 이펙트, 허공을 때리는 타격감?

 

개인적으로는 게임의 이펙트도 조금 아쉬웠습니다. 특수 효과는 붕 떠있는 것 같고 타격감은 허공을 때리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마치 신기루로 만들어진 게임판을 보는 것 같았어요.

 

원인은 3D, 광원 중심의 이펙트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섀도우버스>는 대부분의 이펙트가 빛과 3D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설 추종자가 필드에 등장할 때는 3D 효과가 재생된 뒤에 추종자가 필드에 생기고, 추종자가 상대를 공격할 때는 레이저나 검기(?) 등의 광원 효과가 상대를 때리는 식이죠. 

 

문제는 필드에 있는 추종자들은 2D로 보이는 반면, 카드가 만드는 효과는 전부 3D이다 보니 둘 사이에 괴리감이 느껴지더군요. 특히나 타격감의 경우, 추종자의 공격 모두가 이런 위화감 있는 원거리(?) 이펙트이다 보니 무언가를 때린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었습니다.

 

이외에도 카드와 이펙트 사이 괴리감이 느껴지다 보니 가끔 몰입도가 떨어진다던지, 상대의 반응을 알 수 있는 것이 감정표현 밖에 없다 보니 무언가를 서로 주고받는다는 느낌이 희미하다는 등의 소소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실재감’이 잘 느껴지지 않았달까요?

 

쓰고 나니 전부 다 <하스스톤>을 하며 좋다고 느꼈던 것이 <섀도우버스>에선 없어 아쉽단 얘기네요. 이 부분은 <섀도우버스>가 나쁘다기 보단, 경쟁작인 <하스스톤>(저로서는 이전 게임)에 비해 아쉽다라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섀도우버스>로 처음 전략카드 게임을 접하는 분들껜 이 부분이 호불호의 영역이 아닐까 하네요.

 


 

 

[Ending] 오랜만에 등장한 웰메이드 전략카드 게임

 

2주간 즐긴 <섀도우버스>는 ‘덕후스톤’이라는 별칭이 무색할 정도로, 자신만의 색과 고민이 확실한 타이틀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론 <매직: 더 개더링>같은 전통적인 전략카드 게임을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카드, 그리고 이것이 만드는 다양한 대전 양상을 모바일 환경에 맞춰 잘 녹여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외에도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카드게임 주제에(?) 무과금 유저가 시작하기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 (비록 사례는 많지 않지만) 패치 하나에도 꼼꼼히 그 이유를 설명하는 운영도 인상적이었죠. 

 

한국에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웰메이드 전략카드 게임입니다. 선배격인 <하스스톤>과 기반 규칙은 흡사하지만 추구하는 게임성은 다른 만큼, 두 게임이 선의의 라이벌이 돼 좋은 영향을 주고 받았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