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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디스워오브마인’의 개발자가 유저에게 던지는 두번째 질문 ‘프로스트펑크’

혹한의 환경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어떤 가치를 가지는가?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이영록(테스커) 2018-03-02 11:13:15

"공동체의 생존 앞에서 개별 인간의 존엄성은 얼마나 가치 있을까?" <디스워오브마인> 개발사 11비트 스튜디오가 신작 <프로스트펑크>를 통해 유저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11비트 스튜디오는 ​ 전작 <디스워오브마인>에서 전쟁 상황에 민간인이 생존하기 위해 겪게 되는 '전쟁의 참혹함’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며 세계적인 일간지 '타임즈’에서 2014년 최고의 게임으로 선정되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처럼 강렬한 메시지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개발사가 새로운 작품인 <프로스트펑크>를 통해 이전작 못지않은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당신은 혹한이 몰아치는 극한의 상황에서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나가게 될 것인가? /디스이즈게임 김무겸, 이영록 기자


   

 <프로스트펑크> 트레일러 영상

  

※ 본 프리뷰는 기능이 한정적인 베타 버전의 체험을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 <디스워오브마인>의 이야기를 공동체로 확장하다.

 

전작 <디스워오브마인>이 전쟁을 배경으로 민간인 개인의 생존을 다뤘다면, <프로스트펑크>는 가혹한 환경에서 공동체 전체의 생존을 소재로 하고 있다. 

 

<프로스트펑크>는 '빙하기'가 찾아온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사람들은 ​혹한의 추위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고 척박해진 자연으로 인해 자원과 식량은 항상 부족하다. 사람들은 추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구시대의 유물인 증기기관을 중심으로 뭉쳐 자신들을 이끌어줄 한 명의 지도자를 선출했다.

 

 <프로스트펑크>는 사람과 창고, 증기기관만 가지고 게임이 시작된다. 

  

유저는 게임에서 공동체 구성원 일부를 석탄 채집에 보내 난방을 위한 연료를 확보해야 하고, 일부는 나무와 철을 수집하게 해 건물을 짓고 생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또 일부는 사냥을 보내 식량을 조달해야 한다.

 

이외에도 유저는 공동체의 규칙인 ‘법률’ 선택을 통해 공동체를 이끌어나갈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유저는 노동력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아이들을 노동에 투입할 수도 있고,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소를 건설할 수도 있다. 유저가 어떤 법률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공동체의 운영 방식이 달라지게 된다.

  

이처럼 ​유저는 <프로스트펑크>에서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노동력 투입, 자원 관리, 법률 관리를 총괄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에 맞부딪히게 된다.  

 

 <프로스트펑크>의 법률 UI

  


# 유닛, 그들도 '사람'이다

 

<프로스트펑크>에 등장하는 유닛들은 특이하게도 모두 ‘사람’이다.

 

<문명> 시리즈,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등 단순히 생각해보자면 ‘사람’이 등장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은 매우 많지만, 해당 게임들에 등장하는 ‘사람’의 가치는 ‘노동력’이나 ‘병력’으로 치환된다. 이름도, 개성도 없이 자원만 있으면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는 그들은 죽어도 ‘안타깝다’는 생각 대신, 들어간 자원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반면에<프로스트펑크>는 개별 유닛이 모두 ‘사람’임을 강조한다. 노동자인 ‘아그네스 어브레이’는 ‘토마스 어브레이’의 아내이자 ‘에드위나’, ‘클레어’, ‘프랑체스’의 어머니다. 이처럼 <프로스트펑크>의 유닛들은 모두 각자 이름과 가족관계를 가지고 있다. 

 

 모든 사람들의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프로스트펑크>는 단순히 개별 유닛이 이름과 가족관계를 가지고 있는 데서 그치지 않고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실제 사람이 보일만 한 반응을 보여준다. ​

  

체력이 1이 남아 죽기 직전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타 게임의 ‘유닛’과 달리 <프로스트펑크>의 유닛들은 동상이나 사고로 인해 부상 등 심각한 상황에 놓이면 아픔을 호소하고 해당 유닛과 유닛의 가족들이 함께 치료소 건설을 요구한다. 이러한 행동은 굶주림이나 추위 등 다른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유저가 시키는 대로 무조건 수행하는 ‘유닛’이 아니라 아픔과 굶주림, 추위를 느끼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프로스트펑크>는​ 유닛 생산 측면에서도 현실성을 강조했다. 타 게임에서는 자원을 투입하면 성장 과정이 생략된 채 활용가능한 유닛이 등장하지만 <프로스트펑크>에서는 아무리 자원이 많더라도 유닛을 생산할 수 없다. 한순간에 노동 가능한 사람이 탄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반영된 셈이다.

 

이 탓에 최초 80명이라는 제한된 인원으로 시작하는 <프로스트펑크>에서는 사람의 죽음이 그대로 노동력의 손실로 이어진다. 이외에도 <프로스트펑크>의 유닛들은 생존 환경 개선을 위한 요구를 하거나, 요구가 들어지지 않을 시 시위를 하는 등 다양한 현실적인 행동을 통해 자신들이 ‘사람’임을 유저에게 알린다.

 

모든 사람들은 수시로 감기나 동상에 시달린다.

 


#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조금씩 사라지는 인간의 존엄성

 

<프로스트펑크>는 끊임없이 유저에게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한다.

 

많은 국가에서는 아이들을 ‘사회에서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규정하고 아동 노동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은 <프로스트펑크>에도 적용돼 있다. 게임을 시작할 때 존재하는 80명의 인원 중 15명은 ‘어린아이’고, 기본적으로 이 아이들에게는 노동을 시킬 수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식량은 소모한다. 유저 입장에서 일을 하지 않는 아이들은 단지 자원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애물단지인 셈이다.

 

여기서 유저는 법률 제정을 통해 몇 가지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 당신은 아이들을 기존처럼 방치할 수도, 보호소를 지어 아이들을 조금 더 따뜻하고 안전하게 관리할 수도 있다. 또는 아이들을 강제로 노동에 투입할 수도 있다. 

 


 법률을 추가로 선택하면 ​아이들을 ​모든 작업 현장에 보낼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신념대로, 혹은 사회적 통념에 따라 아이들을 보호하기로 결정했다면 목재와 철의 자원을 소모해 ‘보호소’를 건설해야 한다. 보호소 건설을 위해서는 자원뿐만이 아니라 추가적인 노동력이 필요하므로 기존에 자원 생산에 투입됐던 인원 중 일부를 빼 건설에 할당해야 한다. 건설이 완료된 후에는 아이들과 건물을 관리할 상주 인원을 배치해야 한다.

 

보호소를 건설하고 관리자까지 배치하고 나면 가뜩이나 부족하던 자원 생산 부문의 노동력에 공백이 생긴 탓에 식량 부족 사태가 발생한다. 어쩔 수 없이 당신의 공동체는 굶어 죽거나, 톱밥을 먹어 당장의 허기를 때우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톱밥을 섞어 식량의 양을 늘릴 수 있다.

  

만약 당신이 톱밥을 섞기로 결정하면 당장의 허기를 모면할 수 있게 되지만 톱밥을 먹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질병에 걸리기 시작한다. 질병에 걸린 사람들과 그 가족들은 병원을 지어달라고 요청하지만 당장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병원 건설에 투입할 노동력의 여유 여력 따위는 없다. 

 

설상가상으로 사람이 하나 둘씩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당신은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묘지를 건설하고 싶었지만, 병원을 지을 자원과 노동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묘지를 지을 여유가 있을 리 없다. 당신은 별수 없이 시체를 방치했고 시체가 거리에서 썩어가며 사람들에게 병을 옮기기 시작했다. 결국 환자밖에 남지 않은 공동체는 붕괴되고 만다.

 

아무 생각 없이 진행한 선의의 행동이 오히려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유저는 그때부터 생존을 위해 어떻게 행동해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선택하는 입장에서도 찝찝할 수 밖에 없다.

 

 

# ‘존엄성’을 어디까지 잃을 것인가? 유저의 한계를 시험하다.

 

앞서 한 번 공동체의 붕괴를 겪은 유저는 게임을 진행하며 조금씩 인간의 ‘존엄성’을 타협하게 된다. 

 

<프로스트펑크>에서 사람들의 일과는 새벽 6시에 시작해 오후 8시에 종료된다. 유저는 기존처럼 사람들에게 ‘휴식이 있는 삶’을 보장할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원을 소비하는 ‘휴식‘에 조급함을 느끼게 된다. 결국 유저는 공동체의 일과시간을 늘리기로 결정한다.

 

또한 사람들은 따뜻하고 안정된 집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주거지를 요구하지만 제대로 된 집 한 채를 짓기 위해 들어갈 노동력과 자원을 고려하면 집은 공동체의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유저는 최소한의 주거지인 텐트를 설치하기로 결정한다. 

 

 ‘텐트’와 ‘집’의 건설에 필요한 자원량은 두배 이상 차이난다.

  

그 결과 사람들은 감기와 동상 등의 질병에 걸리게 된다. 하지만 유저는 공동체 전체가 붕괴하는 것보다는 개개인의 사람들이 조금 아픈 것이 낫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한다.


결국 아픈 사람들은 늘어나고 사망자가 발생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유저는 사망자보다 그를 치료하기 위해 투입됐던 노동력을 더 아까워하며 사람을 살리는 게 나은지, 아니면 죽도록 방치해서 노동력 투입과 식량 소비를 줄이는 게 나은지 고민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러한 존엄성에 대한 무뎌짐은 게임 중반 열기구를 활용한 고립자 구조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충원할 수 있게 되면서 극단으로 치닫는다. 일할 수 있는 노동력이 추가되면서 점차 아프거나 일할 수 없는 병자나 아이들이 사라지길 바라게 되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을 보더라도 "한 명이 희생해서 79명이 살 수 있었어", "인구가 좀 줄었지만 공동체는 유지될 수 있었어"라며 스스로를 위안하게 된다.

 

 묘지를 지으면 시체를 매장하는 동안 공동체의 생산성이 하락한다.

 


 "이럴 시간 없어"

 

 

# <디스워오브마인>에 뒤지지 않는 재미,<프로스트펑크>

 

​"공동체의 생존이라는 가치 앞에서 개별 인간의 존엄성은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을 것인가?"

 

11비트 스튜디오의 질문에 당신은 어떤 플레이로 답변할 것인가?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채로 공동체의 생존만을 우선할 수도, 혹은 철저한 자원관리를 통해 가능한 존엄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플레이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처절할 정도로 현실적이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디스워오브마인>의 11비트 스튜디오가 유저들에게 던진 두 번째 질문 <프로스트펑크>. 과연 이번에도 <디스워오브마인>과 같은 큰 울림을 전해줄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프로스트펑크>에서 사람들은 때로 유저에게 특정한 선택을 강요한다.

  

11비트 스튜디오는 <프로스트펑크>를 2018년 1분기 내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게임 가격은 29.99$(약 32,400원). ​추가로 게임은 아직까지 스팀 상점에서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표기돼 있지만 전작인 <디스워오브마인>이 한국어화 된 것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열려있다.